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사랑의 말들
김달님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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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그만두지 않고 여전히 음악을 하는 사람이 있다.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무언가를 만들고, 공간을 꾸려나가는 사람이 있다. 그 옆에서 나도 외롭지 않게 글을 쓰며 살아간다. 계속 하는 사람들이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도 해볼 만하다는 걸 느낀다._p212

 

_.... 미래의 나를 상상할 때면 그저 내가 편안하기를 바라게 된다. 예측 가능한 행복과 눈에 보이는 고만고만한 기쁨에 만족하는 법을 익히고 싶어진다._p126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여기 따뜻하게 사랑고백을 하고 있는 에세이가 있다. 김달님 저자의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왠지 저자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호흡하고 있었던 듯한 에세이였다. 다양한 인물들이 저자의 렌즈를 통해서 나에게 와 닿았는데 햇살처럼 따듯하고 느긋해서, 마치 조용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한 편 본 느낌이였다. 조용한 에세이도 이렇게 쓰니 저자의 개성이 확실하게 보이는 구나 싶었다.

 

이 책을 따라가다보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은 무던한 사랑, 우리 자체가 아닌가 싶어진다. 찰나로 왔다간 문장들을 그냥 떠나보내곤 하는데, 읽으면서 이런 작은 조각들이 아쉬워졌다. ‘나도 메모를!’.. 그러다보면 내 삶 속에서도 그런 애정을 잡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참 좋은 시간을 가졌다. 편안한 에세이로 추천하고 싶다.

 

 

_다가오는 날들을 알 수 없지만 앞으로 몇 번의 새해가 다가오든, 그때마다 나는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기억하고 싶었다. ...... 여든셋의 나이에도 여전히 매일 사랑하고 꾸준히 새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_p26

 

 

_궁금해하다 깨닫는다. 매일 아침 달라지는 날씨처럼, 오늘도 모두에게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는 평범한 사실을._p179

 

_"수필은 머리로만 쓰려고 하면 안 돼요. 그건 가짜에요.“

그럼 어떻게 써야 하나요?”

평소에 메모를 많이 하세요.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시장을 지나가다가, 바닷가를 걷다가 내가 보고 들은거.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다 잘 살펴보고 내 마음에 탁 걸리는 거. 그런 걸 메모해서 글로 써야 해요.”_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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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사생활 - 업무일지가 이렇게 솔직해도 괜찮을까?
고우리 지음 / 미디어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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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책은 좋은 물건이어야 한다. 팔리는 책을 찾다가 망할 수 있다. ‘좋은책을 찾다가 망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확률은? 차라리 좋은 책을 좇자._p135

 

_소크라테스 이후로 세사에 새로운 것은 없고,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모두 유치원에서 배운다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계속 새로 나온다. 같은 이야기는 되풀이되고 또 되풀이된다. 우리는 시대와 시절의 흐름에 맞게 쓰이고 또 쓰이는 책들에 다시금 공감하고 또 공감한다._p195

 

 

책에 대한 진심이 묻어나는 1일출판사 사장이자 편집자가 전하는 TMI, <편집자의 사생활>을 읽었다. 편집자라고 하시는데 이렇게나 재미있게 글도 잘 쓰시네 하면서 한 문장 한 문장, 아껴가며 읽었다.

 

출판사쪽 일을 한지 16년 차가 되던 해에 독립을 결심하고 출판사를 차리고 작가들에게 기획안을 돌리고 연락하고, 책이 나오고, ... 사람들의 이야기와 이런 것 까지?’ 싶은 속내도 시원하게 털어놓았다.

 

무엇보다도 책을 만들어서 세상에 내놓은 일에 대한 진심과 작가들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서 아 나도 글을 잘 쓰는 작가이든 번역가든 디자이너든.. 책관련 뭐라도 잘해서 이 사람 바운더리 안에 들어가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도 만드는 저자였다. 출판사를 같이 열고 업무를 하는 기분이여서 1권의 책이 독자 손까지 오는데 얼마나 많은 공이 들어가는지를 새삼 느꼈다. 그 뒤로는 쌓여있는 책들을 보면서 이 책은 어떤 기획으로 시작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편집자가 하는 일이 이렇게나 많을 수가!

 

 

업무일지를 보면서도 일은 다 비슷하구나하면서 공감을 할 수 있었고, 처음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시작했을 때의 내 상태와도 비슷한 점을 책초반에서 발견하고는 혼자 키득키득 거리기도 하면서, 반은 저자에게 반은 내 기억을 들춰보는 시간을 갖는 독서였던 것 같다. 얼마 전 읽은 힙합과 한국의 김봉현님, 정지우작자님 등과 같은 분들과의 인연도 있어서 흥미로웠다.

 

글을 읽으며 더 궁금해지는 저자 고우리님, 마름모 출판사가 더 번창하기를 바라며, 그리고 이 책이 시리즈처럼 나와주기를 독자로서 희망한다. 강추 하고픈 책이다.

 

 

_‘완벽한번역을 바랄 수는 없다. 오역이 없는 번역이란 불가능하니까. 반드시 100퍼센트의 실력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이란 누구나 실수를 하면서 배워나가는 것이니까. 다만 정직해질 필요는 있다. 나도 모르겠다고, 깨끗이 인정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_p209

 

_힙합 칼럼리스트 김봉현 씨는 내가 전적으로 신뢰하는 저자다. 그의 삶의 철학에서 중요한 것이 균형감각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게 글쓰기에서 그대로 드러난다._p167

 

_그런데 사장이 되어보니 갑자기 부지런한 사람이 되었다. 밤낮 주말 할 것 없이 일을 하는데, 일이 하나도 힘들지 않고 피곤하지도 않다. 따박따박 월급이 들어오는 일도 아니고, 심지어 내 돈을 써가며 하는 일인데(아직은) 스트레스가 없다._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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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이경 지음 / 래빗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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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 작가의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소설집 중 두 이야기를 먼저 만나보았다. 책 제목에서 짐작가능한 것처럼 육아에 대한 내용이였는데 - 서양에서는 황새가 아기를 데려다 준다는 전해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 AI기술이 적용된 가까운 미래가 배경이였다.

 

제목만으로는 구체적인 내용을 추측해보기 어려웠던,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는 젖병소독 인공지능로봇과 함께 하게 된 육아에 관한 내용이였는데, 주인공 부부는 왜 이 인공지능의 얼굴이 배우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여야 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그래서 만약에 천사였다면? 만약에....? 그리고 이 로봇과 대화도 나눈다.

 

임신과 육아를 여성에게만 짐지우는 사회시스템이며 집이며 .. 주인공 미주의 힒든 상황이 고스란히 느껴졌던 소설이였다. 세상과 뚝 떨어진 아기와 보호자만 존재하는 세상에서..... 그 세계에서 스카스가드의 얼굴이였던 로봇이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두 번째는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AI 유아이동 서비스를 다룬 소설이다. 남편은 해외출장중인, 워킹맘 주인공은 신종바이러스 출현으로 어린이집이 긴급 휴원을 하게 되자 지방의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보내야하는데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가 찾게 된 황새 서비스, 비록 비싸지만 아이를 픽업해서 원하는 곳에 이동시켜준다. 물론 처음 사용이라 주인공 혜인은 불안한 마음이 조금은 있었지만, 만약 이런 서비스가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공감하는 분들이 많으실 듯...

 

 

이 두 소설을 읽으면서, ‘만약 인공지능기술이 사회전반적으로 사용된다면 제일 먼저 적용하고 싶은 부분은 어디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들을 읽으면서, 그 중 하나가 바로, 육아일 것 같다. 아이 키우는 것에만 집중하다가 자신까지도 잃어가는 느낌에 마음과 몸이 갖혀버린 경우들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보람도 있겠으나 당장 수면부족과 단절, 죄책감은 어쨌든 긍정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미래를 그린 다른 관점을 만난 기분이였고, 현실적인 예측을 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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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고 홀가분한 집의 시간 - 오랜 습관이 만들어준 편안한 날들
우치다 아야노 지음, 임정아 옮김 / 라이프앤페이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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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순이 지만, 살림은 잘 모르는 내게 살림관련 책은 하나의 로망 같다. 그래서 종종 챙겨본다, 아니 자주 챙겨본다.

 

특히 라이프앤페이지 출판사 도서들을 참 편안해서 그 이상의 감정으로 읽게 되는데, 이번에는 제목부터가 <느긋하고 홀가분한 집의 시간’> 이였다. 오래된 물건들의 재활용부터 집안 각 공간과 거기에 담긴 마음, 이사를 하며 적용한 인테리어팁들 까지 다양한 내용들이 들어있었다.

 

옷 하나를 정리하고 입으면서도 소소하게 생각을 담아, 사진들과 함께 넣어놓은 섬세함에, 오히려 편안해 지는 것이 그 자체로 힐링이였다. 인테리어가 나오는 곳에서는 자연 친화적인 소재의 최신 정보를 알 수도 있었고 조명의 다양한 쓰임, 바닥재의 용도별 특징, 이사의 현실적인 고충들까지 보면서 -‘이사를 감당할 수 있는 나이챕터는 제목부터 전적으로 동의했다는 -, 저자의 생활 속에 성큼 들어간 기분으로 읽어갔던 것 같다.

 

수납이나, 간단한 요리, 식물 키우기 등도 좋았지만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챕터는 오랜 습관이 만들어준 편안한 날들이였다. 자기 나름의 습관을 만들면 살림이 순조롭다는 것이 핵심이다.

 

_습관적으로 일을 하면, 매일 아무 생각 없이 집안일을 할 수 있어 피로나 어려움을 그다지 느끼지 않는다. 앞으로의 나날을 행복으로 이끌기 위한 습관은, ‘내일 내가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몸이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무언가를 하려고 했을 때, “괜찮아, 이 정도면 할 수 있지하는 생각이 들도록 습관이 내 등을 떠밀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_p175

 

모든 습관이 이러할 것이다. 당장 어렵게 느껴지거나 흥미가 없지만 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이렇게 루틴을 만들어 습관화를 해야한다는 교훈을 여기에서도 얻어간다. 이렇게 완곡하고 예쁘게...!

 

 

이 책은 언뜻 보면 그저 살림이나 인테리어에 관한 팁을 다룬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절대 그런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냥 글과 사진들을 따라가 보면 어느새 편안해지고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  힐링 에세이로도 적극 추천하고 싶다. 물론 살림의 지혜도 가득해서 유익하기도 하다.

 

_항상 평온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 생각하기:

마음을 풀어주기 위한 장소를 집 안 곳곳에 마련해두려고 한다._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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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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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두 나무의 무성한 뿌리는 땅속 깊은 곳에서 뒤엉켜 연결되어 있었다. 파괴되지 않은 나무는 파괴된 나무의 뿌리를 통해 삶을 나눠 주었다. 조금씩 천천히 지속적으로 자기것을 나눴다. 100여 년이 흐르자 그루터기에 움이 텄다._p19

 

_이야기를 따라가기보다 앞서가고 끌어가는 것. 휩쓸리지 않고 관망하는 것. 그들이 싫어해도 월화는 상처받지 않았다. 그들이 싫어하는 자기는 연기로 만들어낸 가짜니까. 그들이 원하는 것 같으면 상처받는 연기를 할 수 있었다._p35

 

 

인간에 의해 부서지고 아픔을 겪은 두 나무로 시작하여, 장미수와 신복일의 다섯 아이, 일화, 월화, 금화, 목화와 목수로 이어지는 이 소설, <단 한 사람>.

 

약간은 그로데스크한 판타지 같았던 이야기... 다섯 아이의 이야기가 차례로 나온다. 그러다 발생한 사건, 금화의 실종....... 사라진 과정도 너무 이상했다. 현장에 있었던 목화와 목수는 이 장면을 되새기며 10년 세월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금화가 살아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어지는 목화의 이상한 능력에 대한 내용... 유전이라고 한다. 꿈꾸듯 소환을 당해 간 곳에서 오직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 이 소환을 거부하면 고통이 따라온다..... 엄마인 장미수는 지독한 두통이였다고 한다. 엄마는 신이 부른 것이라고 했지만 목화는 나무가 떠오른다. 이 소환의 의미는 무엇일까? 왜 한 사람만 구할 수 있는 것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저 목화는 그 세계에서도 금화만을 찾는다. 금화를 찾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상하지만 자꾸 빠져드는 이 이야기..... 단숨에 읽어내리기에 충분했다. 각 아이의 인생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실종된 아이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초자연적인 독특한 분위기에 세밀한 성격묘사가 글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었다. 또 한 작가를 발견한 기분이다.

 

 

_그러나 현장에서 각각 다른 방식으로 그 사건을 함께 겪은 신목화와 신목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신금화가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굳게 믿었다. 이것은 그 믿음에 관한 이야기다._p56

 

_천자에게 두려움이, 미수에게 사랑이 있었다면 목화에게는 질문이 있다._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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