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레이철 ㅣ 워프 시리즈 5
팻 머피 지음, 유소영 옮김 / 허블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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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SF 소설의 새로운 시작"

 

팻 머피의 <사랑에 빠진 레이철> 를 읽고 



“이제, 페미니즘 SF의 계보는 다시 쓰여질 것이다."

-표제작인 <사랑에 빠진 레이철>을 비롯한 20편의 SF 단편들 모음집-

 

SF의 소설 속에서 보이는 작가의 상상력은 무제한적이다. 이 소설 속에서는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처럼 시간여행자도 될 수 있고, 영화 <스타워즈> 처럼 우주 공간을 여행하며 외계인도 만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내가 SF 영화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이 책  『사랑에 빠진 레이철』을 통해 우리는 20편의 SF 단편 소설들을 만날 수 있다. 각 단편들은 다양한 SF적인 무한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다채로운 SF 세계로 우리들을 초대한다. 저자인 팻 머피는 페미니즘 SF 여성 소설가로서,  괴롭힘을 당하고 매맞는 아내와 부랑자 여성들, 가난한 노파, 비천한 상황에 있는 여성들을 구원하는 SF적 상상력을 발휘한다.

 

다양한 SF 상상력으로 쓰여진 20편의 단편들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는데, 그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몇 작품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먼저 표제작인 <사랑에 빠진 레이철>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도 '레이철' 이라는 이름만으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침팬지였다. 이 침팬지는 다른 여타의 침팬지와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레이철이 10대 소녀의 뇌를 이식받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겉모습은 침팬지이지만 내면은 10대 소녀의 마음을 가졌다. 집 안에만 갇혀있던 침팬지 레이철은 성과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자아 정체감 측면에 있어서 혼란을 겪는다.  

과연 우리는 레이철은 겉모습 그대로 침팬지의 모습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10대 소녀인 레이철의 뇌로부터 이식받았기 때문에 겉모습은 비록 인간이 아니지만, 그 자체로는 사람으로 봐야 하는 것일까.


난 진짜 소녀가 되고 싶어요, 그녀는 수화로 말한다. 

-p. 90

 

침팬지인 레이철조차 자신의 존재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레이철은 수화를 통해 인간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 덕분에 청소부인 제이크와 이야기를 나누고, 청소하는 것도 도와주며 인간 대접을 받으며 감금된 유인원센터에서 생활하게 된다. 또한 잡지를 통해 인간의 성과 사랑에 대해 처음으로 배우게 된다.

그러나 구속과 억압을 못 참고 레이철은 수컷 침팬지인 존슨과 함께 우리를 탈출해서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향해 여행을 떠난다. 그러다가 소녀로서, 침팬지로서 자신의 이중적인 모습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괴물이라고 인정하게 된 레이철은 존슨의 손을 잡고 더이상 사막에서의 방황을 끝내고 자신의 집으로 가게 된다. 

특히 작품의 제목처럼 처음으로 침팬지인 레이철이 성과 사랑을 알아버리고 난후 받은 충격을 솔직하게 나타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인간과 동물의 두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는 괴물과 같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혼란을 겪을만한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레이철의 모습 또한 흥미로웠다. 

 

두번 째 작품인 <채소 마누라>에서는 저자는 여성을 식물처럼 구매해서 심을 수 있고 수확할 수 있는 존재로 설정한다. 이 채소 마누라는 마치 식물처럼 모래땅과 햇빛을 좋아하고 식물처럼 싹이 나고 60센티미터로 자라면 옮겨 심을 수 있다. 다 자라면 여성의 몸을 가지며, 구매한 농부의 아내가 되어서 성적으로 착취당한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여성을 성적으로 폭행하고 착취하는 남성들의 모습과 그런 남성들에 의한 성적 억압과 폭행에 항거하며 마침내 땅 위에 우뚝 선 여성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저자인 팻 머피가 페미니즘 SF 소설의 계보를 이었다고 평가를 받나보다. 

 

또한 매 맞는 아내에 대한 묘사와 가정폭력에 대한 고발이 두드러진 작품인 <숲속의 여자들>속에서도 작가의 페미니즘적 생각을 잘 엿볼 수 있다. 땅 주인의 할머니가 어렸던 시절에도 참나무는 늙은 나무였고 숲은 늘 그곳에서 달아난 여자들을 보호해 주었다. 남성의 가정폭력으로부터 여성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이 작품 속의 '숲'과 같은 안전한 공간이 우리 사회에서 있기를 바래본다. 

 

이 외에도 시간여행자를 소재로 한 <오렌지 꽃이 피는 시간>, 외로운 중년 여성이 외계인을 만나는 이야기인 <유성은 우주에서 날아온 돌멩이다>등 여러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작가의 SF 상상력이 만든 세계를 여행할 수 있다. 

 

이 책 『사랑에 빠진 레이철』 속 20편의 단편들을 통해 제임트 팁트리 주니어상 창설자인 팻 머피가 안내하는 시공간을 뛰어넘는 SF 셰계와 페미니즘적 요소를 만나보길 바란다. 

 

이 글은  동아시아 허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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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뼈, 드러난 뼈 - 뼈의 5억 년 역사에서 최첨단 뼈 수술까지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무한한 뼈 이야기
로이 밀스 지음, 양병찬 옮김 / 해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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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에 대한 모든 것"

로이 밀스의 <숨겨진 뼈, 드러난 뼈> 을 읽고 



“뼈의 5억 년 역사에서 최첨단 뼈수술까지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무한한 뼈 이야 ."

-반즈앤노블이 뽑은 2020년 최고의 과학책-

 

우리는 뼈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마 우리가 뼈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경우는 골절되거나 인대가 늘어나서 기브스를 할때가 아닐까. 인간은 206개의 뼈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데 과연 우리는 과연 이 뼈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더군다나 뼈는 피부와 근육 속에 숨겨져 있어서, 엑스레이를 찍어보지 않는 한 뼈의 모습을 평상시 볼 수 없다. 

 

이 책 『숨겨진 뼈, 드러난 뼈』에서 정형외과 의사인 저자는 뼈에 대한 모든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뼈의 생물학적 구성에서부터 뼈의 성장과 치유, 다양한 뼈질환, 뼈수술 등의 뼈에 대한 의학적이고 과학적인 사실들을 1부 숨겨진 뼈 부분에서 알려준다. 정말 지금까지 뼈에 대해 이렇게 자세하고 이해하기 쉽게 알려준 책은 없는 것 같다. 다소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용어들이 많이 사용되어서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동안 뼈에 대해 궁금했던 사실이나 뼈에 대해 그동안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어서 흥미롭기도 했다.

 

저자는 정형외과 의사로서 뼈에 대한 모든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며 오싹하지만 매혹적인 뼈의 세계로 우리를 데려간다. 그리고 이해를 돕기 위해 제시된 다양한 뼈 사진들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뼈의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의 뼈들의 특성까지 다뤄서 뼈에 대해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2부 '드러난 뼈' 부분에서 저자는 화석, 납골당, 도구나 악기 등을 통해 신체 외부로 드러난 뼈의 역사적, 종교적 의미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뼈의 생물학적 특성뿐만 아니라 역사적, 문화적, 종교적 측면까지 알 수 있어서 뼈를 심층적으로 다양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정말 뼈의 생화학, 해부학, 생리학, 고고학, 고생물학, 예술, 문화 등 뼈에 대한 모든 것을 저자는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뼈에 얽힌 5억 년 진화사에서 뼈가 인류의 삶에 미친 영향까지 이 책 『숨겨진 뼈, 드러난 뼈』를 통해 뼈에 대해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었다. 

부제인 뼈의 5억 년 역사에서 최첨단 뼈수술까지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무한한 뼈 이야기처럼 정말 무한한 뼈 이야기였다. 

 

뼈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 책 『숨겨진 뼈, 드러난 뼈』을 추천하고 싶다. 정말 이 책보다 더 과학적이고 무한한 뼈 이야기는 없을 테니깐 말이다.

 

“뼈의 건강과 질병, 그리고 뼈의 기묘한 사후 세계에 관한 활기차고 명쾌하고 재미있는 여행.”
-존 J. 로스, 〈월스트리트저널〉



이 글은  해나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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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줘서 고마워 살아줘서 고마워 - 췌장암을 꼭꼭 씹어 삼킨 작은별부부의 초긍정 희망 스토리
강애리자 지음 / 어른의시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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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별부부의 초긍정 희망 스토리"

 

강애리자 <살려줘서 고마워, 살아줘서 고마워>를 읽고 



"초긍정 에너지와 사랑으로 췌장암을 꼭꼭 씹어 삼켜 기적을 이루다."


-췌장암을 꼭꼭 씹어 삼킨 작은별부부의 초긍정 희망 스토리-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는다. 동전의 양면처럼 삶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이 있다고 말이다. 그런데 누군가는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 그런 절망의 순간에도 살아돌아온다. 사람을 살고 죽는 것에 신체적인, 육체적인 건강도 중요하지만 삶에 대한 강한 의지와 사랑이 더 중요함을 이 책 『살려줘서 고마워, 살아줘서 고마워』를 통해 다시금 느끼게 된다.

 

누구나 걸리면 죽는다는 1%의 생존율을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암, 췌장암! 나의 주변 지인들도 내가 읽은 책들 속에서도 결국 그들은 죽음을 맞이했다. 그런데 그런 췌장암에 걸리고서도 죽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이 있다. 바로 강애리자씨와 그녀의 남편 이야기이다. 책 속에 수록된 그를 치료한 의사들의 추천사가 알려주듯이, 정말 그것은 기적같은 놀라운 일이다. 정말 췌장암을 꼭꼭 씹어 삼켜서 만든 삶에 대한 긍정과 부부의 사랑이 만든 기적인 것이다.

 

이 책 『살려줘서 고마워, 살아줘서 고마워』는 췌장암 말기 선언을 받고 난 후 완치의 희망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 647일 동안 쓴 작은별부부인 강애리자씨와 그녀의 남편 박영수씨의 병상 일기이다. '췌장암 4기, 여명 6개월'이라는 절망적인 선고를 받았고 부정, 분노, 협상, 우울을 거쳐 수용에 이르기까지 647일이라는 시간 동안 겪은 부부의 삶과 그 속에서 더욱 깊어진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무엇보다 남편에 대한 사랑으로 '절대로 암에게 남편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강애리자씨의 강한 결심과 힘들고 고생스러웠을지도 모르지만 사랑과 헌신으로 남편을 죽음의 문턱에서 구한 그녀의 강한 사랑이 너무나 감동스러웠다.

 

정말 이렇게만 사랑하면, 서로 믿고, 희망을 믿으며 포기하지 않으면 죽을 병도 살 수 있는구나.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저도 슬프고, 절망도 느끼며, 가망이 별로 없다는 걸 모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슬픔을 던지도 웃으려 하고, 절망은 묻고 희망에 기대며, 가능성은 적지만 기적을 믿으며, 그냥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P. 106

 

 

그렇기에 그들은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여행도 다니고 공연도 서슴지 않았다. 절망의 순간에 포기하고 그저 울어버리면 모든 것에 대해 포기할까봐 그들은 예전과 같은 일상을 보냈다고 한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열심히 살다 보면 행복한 내일이 저절로 오는 것 아닐까요?"

 

그런 삶에 대한 긍정과 믿음이 결국 1% 가능성을 현실로 이룬 힘이 아니었을까. 그들이 전하는 사랑과 초긍정 에너지가 듬뿍 담겨진 50편의 감동 스토리가 지친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암투병으로 고생하는 환자와 보호자들 모두에게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가라고 그러면 삶의 기적 또한 일어난다고' 말하며 희망을 주는 것 같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은 어디에 있을까. 오늘 아침 암투병을 하던 직장 동료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수술 잘하고 요양하면 나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결국 그녀는 삶에서 죽음으로 갔다. 이 책의 주인공은 죽음으로부터 삶으로 돌아왔지만, 결국 나의 직장동료는 삶에서 죽음으로 갔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녀 또한 이 책의 주인공처럼 기적이 일어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시 한번 그녀의 모습을 볼 수도 없고, 마지막 작별 인사도 할 수 없어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 

정말 '살아주셔서,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라는 말이 주는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이 자리를 빌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살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시 해가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한 살 더 먹는 것이 이렇게나 좋은 줄은 몰랐습니다.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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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고독에 초대합니다
정민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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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지만, 혼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


정민선의 <제 고독에 초대합니다>를 읽고 



“익명의 단톡방은 고독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을까?"

-여섯 명의 각자가 느끼는 '고독'에  대한 이야기들-

 

요즘은 혼밥, 혼술 등 나홀로 문화 등장하여, 우리는 어느새 자연스럽게 '혼자'라는 것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예전에는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는 것이 어색하고 낯설었는데 이제는 혼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는 것이 너무나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되었다. 이러한 쏟아지는 나홀로  문화와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고독함',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 책 『제 고독에 초대합니다』 에서 작가는  혼자 사는 고독한 여섯 명의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혼자 사는 외로운 사람들의 일상을 다큐로 만들기 위해 다큐멘터리 기획자는   <혼자이지만 외롭지는 않습니다>라는 이름의 단톡방을 열어 그들 여섯 명의 사람들을 초대한다. 서로의 개인정보들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그들은 이름 대신 A, B, C, D, G, N 의 알파벳으로 불리며 단톡방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 6명은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과 출판사 편집자, 인플루언서, 작가 지망생, 액세서리 디자이너 등 직업도 다양하다. 너무나 각기 다른 나이와 직업을 가졌지만 그들은 '혼자라는 점, 명상에 관심이 있다는 것, 이 공통점으로 단톡방에 모인 것이다.

 

서로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하는 일도 다르지만, 그들은 그 익명의 공간이자 온라인 공간 속에서 원활하게 소통을 한다. 서로 단톡방에 생존 신고를 하고, 단톡방에서 그들의 일상과 생각을 공유한다. 그들은 혼자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고, 혼자라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그들의 일상을 살아왔지만, 가슴 한편에서 밀려드는 외로움은 막을 수는 없다. 

 

그들은 각자 자신의 일상을 브이로그로 찍어 공유하고 단톡방에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면서 서로 소통한다. 단톡방의 규칙은 간단하다. 첫째, 매일 생존 신고를 할 것, 둘째, 서로의 신상에 관해 묻지 않을 것, 셋째, 그저 취향을 공유하고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고독사를 방지할 것. 이 규칙들을 지키며 그들은 서로 정체를 알지 못한 채, 혼자라는 공통점 아래 친구보다 가까운 어떤 친밀감과 끈끈함을 느끼게 된다. 오히려 서로에 대해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게 되니 서로에 대한 부담감과 불편함을 덜 수 있게 된 것이다.

 

"적당히 아는 사이라는 말, 참 매력적인 것 같아요. 적당히 알기 때문에 아무래도 조심하게 되고 적당히 알기 때문에 속내를 털어놓을 수도 있고.

-p. 119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고, 적당히 아는 사이이기에 그들은 단톡방에서 자신들의 생각과 마음을 허심탄회화게 털어놓는다. 또한 그들은 온라인 공간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즉흥 밤바다 여행이나 각자 집초대를 통해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해나간다. 서로 만나서 술도 마시면서 이야기 나누는 과정 속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과거와 직면하게 된다. 그 과거를 통해 그들은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혼자이고 싶다고 말하지만, 혼자이고는 싶지 않은지 깨닫게 된다.

 

이 책 속 그들의 이야기가 오늘을 사는 우리의 이야기인 것 같다. 외로움과 고독함도 결국은 서로 관계 맺기와 인간적인 따뜻한 마음을 통해 해소됨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결국 우리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며, 혼자서는 살 수 없음을, 서로 얽혀사는 덩쿨처럼 서로 그렇게 얽혀서 부대끼며 살아야함을 이 책을 통해 다시한번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각자 여섯 명의 다양한 사연들이 펼쳐져서 흥미와 재미를 느끼며 인상적으로 읽어서 좋았다. 이 책의 띠지에 적힌 '익명의 단톡방은 고독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 긍정의 대답을 하며 이 책의 책장을 덮는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개체로서 타인에게 정서적으로 기대고자 하는 열망을 갖고 있다. 느슨한 관계에서 느낄 수 있는 일종의 해방감은 개인의 상처 치유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편견이 없는 관계애서는 좀 더 수월하게 자신을 내보일 수 있었고, 그렇게 스스로 감정의 실체를 알아차림으로써 우리는 성장할 수 있었다.

-p.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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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스 고스트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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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보는 중학교 교사의 신비롭고 기묘한 이야기"

이사카 고타로의 <페퍼스 고스트>를 읽고 



“그렇게 나는 또다시 다른 사람의 내일을 본다."

-이사카 고타로 작가의 작품 생활 20년 집대성한 작품-

 

만약 우리가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어떨까. 그 능력은 과연  축복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지금까지 SF 영화의 소재로 많이 사용되어있는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은 초능력의 범주에 속했고, 그 능력의 발현은 무속이나 주술에 의해 가능했었다.

 

그런데 여기 비말 감염으로 안해 타인의 '내일'을 볼 수 있는 한 중학교 교사의 이야기가 있다. 이 책 『페퍼스 고스트』에서 작가는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비말 감염으로 그 사람의 미래를 '선행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중학교 국어 교사인 단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인공인 단이 우연한 계기로 그의 제자가 큰 사고를 당하게 되는 미래를 보고 난 후 그의 주변에서는 이상하고 기묘한 일들이 벌어진다. 비말 감염으로부터 바이러스가 단의 체내에 유입되고 그것은 섬광이 번쩍하면서 그의 눈 앞에 짤막한 '선행 영상'이 재생된다. 코로나 시기에서는 비말 감염이 코로나 감염의 주원인으로 지목되었는데. 오히려 작가는 이 책 속에서 비말 감염을 초능력을 주는 원인으로 언급해서 상당히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선공개 영상'은 아버지가 고안한 표현이다. '아직 아무도, 본인조차 보지 못한 장면을 먼저 보는 거니까'라면서.

-p. 54

 

그의 조상 대대로 이어져온 선행 영상을 통한 미래를 보는 능력은 여타 초능력과 달라보인다. 마치 감기나 코로나에 걸리듯, 그것은 비밀로 감염되고 입이나 코로 들어온 후 점막에서 번식한다.누군가가 비말을 그에게 튀기면 그는 감염되고 그 후에 누군가의 미래의 한 장면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능력은 일반적으로 미래를 보는 능력과는 조금 구별되는데, 짧은 시간 동안 '내일'에 일어날 한 장면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날 밤 그는 눈앞에 나타난 제자의 기차 탈선 사고 선행 영상을 보고 충격에 휩싸인다. 자신의 개입으로 인해 미래가 바뀌는 혼란이 일어날까 염려했지만, 너무 걱정이 된 그는 자신의 제자인 다이치에게 알리고 그 아이는 사고를 회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일이 계기가 되어 그는 예상치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리고 단의 이야기와 교차적으로 기묘한 2인조 사냥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고양이 도살자'와 그를 부추긴 시청자인 '고양이를 지옥에 보내는 모임'인 줄여서 '고지모'를 찾아서 복수한다. 고지모 사냥꾼인 '러시안블루'와 '아메쇼' 이 2인조는 처음에는 단의 반 학생인 후토 마리코 자작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었다. 항상 걱정만 하고 비관적인 생각만 하는 러시안블루와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아메쇼 2인조 콤비의 활약이 재미있게 펼쳐진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들은 학생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기에, 그들의 고지모 회원들을 찾아서 복수하는 내용은 실제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처음에는 단의 이야기와 고지모 사냥꾼의 이야기가 교차적으로 제시되어 서로 관련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단이 정체불명의 집단에게 납치 당한 시점과 그들이 고지모 회원을 찾아서 어떤 집에 향한 시점이 서로 겹쳐져 그들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게 된다. 이렇게 두 개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순간, 예상치 못한 반전이 펼쳐지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많은 스릴과 재미를 주었다.

 

그리고 단의 납치와 폭탄 테러 등 앞으로 펼쳐지는 사건은 '카페 다이아몬드 사건'의 피해자 유족들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는데, 폭탄의 폭발로 인해 억울하게 그들의 가족들을 사연과 그들의 고통을 생각해볼 때 그들의 극단적인 생각조차 공감이 가기도 했다. 더군다나 '인간은 똑같은 인생을 영원히 반복한다'는 내용인 니체의 영원회귀설과 관련해서 사건의 결말은 비극으로 치닫게 된다. 

 

인생을 끝장낸다. 스스로 인생을 끝낼 용기가 없다면 경찰에게 그 역할을 맡기면 된다. 경찰의 도움을 받아 자살할 작정인 것이다.

-p. 380

 

가족들을 억울하게 잃은 피해자 유족들의 슬픔과 고통, 고양이를 학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복수 등이 이 책 속에 어우러져 있다. 부모, 아내, 아이들과 같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실로 인해 그들이 결국 폭탄 테러를 통한 죽음을 선택했을 때, 그들의 슬픔과 고통이 느껴져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자신들의 고통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죽음을 담보로 하는 것은 옳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니체의 영원회귀설과 같이 인생이 반복된다면 절망뿐인 현실에서 더 나은 선택이 있었을까도 생각해본다. 그리고 과연 미래를 보고 미래에 일어날 일을 안다는 것이 정말 행운인 걸까. 저주인 걸까. 결과는 달라지는 게 없었는데 차라리 모르는 것도 낫지 않았을까. 

 

정말 이 책 『페퍼스 고스트』가 이사카 고타로 작가의 20년 작가 생활 집대성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을만큼 500페이가 넘는 벽돌 분량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미래를 보는 중학교 교사와 고지모 사냥꾼과의 기묘한 이야기가 결합된 이 책  『페퍼스 고스트』는 '이사카 월드'의 분위기를 느끼고 그의 팬이 되게 하는데 매력적인 작품인 것 같다. 


이 글은  소미미디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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