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스 고스트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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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보는 중학교 교사의 신비롭고 기묘한 이야기"

이사카 고타로 <페퍼스 고스트>를 읽고 



“그렇게 나는 또다시 다른 사람의 내일을 본다."

-이사카 고타로 작가의 작품 생활 20년 집대성한 작품-

 

만약 우리가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어떨까. 그 능력은 과연  축복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지금까지 SF 영화의 소재로 많이 사용되어있는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은 초능력의 범주에 속했고, 그 능력의 발현은 무속이나 주술에 의해 가능했었다.

 

그런데 여기 비말 감염으로 안해 타인의 '내일'을 볼 수 있는 한 중학교 교사의 이야기가 있다. 이 책 『페퍼스 고스트』에서 작가는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비말 감염으로 그 사람의 미래를 '선행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중학교 국어 교사인 단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인공인 단이 우연한 계기로 그의 제자가 큰 사고를 당하게 되는 미래를 보고 난 후 그의 주변에서는 이상하고 기묘한 일들이 벌어진다. 비말 감염으로부터 바이러스가 단의 체내에 유입되고 그것은 섬광이 번쩍하면서 그의 눈 앞에 짤막한 '선행 영상'이 재생된다. 코로나 시기에서는 비말 감염이 코로나 감염의 주원인으로 지목되었는데. 오히려 작가는 이 책 속에서 비말 감염을 초능력을 주는 원인으로 언급해서 상당히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선공개 영상'은 아버지가 고안한 표현이다. '아직 아무도, 본인조차 보지 못한 장면을 먼저 보는 거니까'라면서.

-p. 54

 

그의 조상 대대로 이어져온 선행 영상을 통한 미래를 보는 능력은 여타 초능력과 달라보인다. 마치 감기나 코로나에 걸리듯, 그것은 비밀로 감염되고 입이나 코로 들어온 후 점막에서 번식한다.누군가가 비말을 그에게 튀기면 그는 감염되고 그 후에 누군가의 미래의 한 장면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능력은 일반적으로 미래를 보는 능력과는 조금 구별되는데, 짧은 시간 동안 '내일'에 일어날 한 장면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날 밤 그는 눈앞에 나타난 제자의 기차 탈선 사고 선행 영상을 보고 충격에 휩싸인다. 자신의 개입으로 인해 미래가 바뀌는 혼란이 일어날까 염려했지만, 너무 걱정이 된 그는 자신의 제자인 다이치에게 알리고 그 아이는 사고를 회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일이 계기가 되어 그는 예상치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리고 단의 이야기와 교차적으로 기묘한 2인조 사냥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고양이 도살자'와 그를 부추긴 시청자인 '고양이를 지옥에 보내는 모임'인 줄여서 '고지모'를 찾아서 복수한다. 고지모 사냥꾼인 '러시안블루'와 '아메쇼' 이 2인조는 처음에는 단의 반 학생인 후토 마리코 자작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었다. 항상 걱정만 하고 비관적인 생각만 하는 러시안블루와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아메쇼 2인조 콤비의 활약이 재미있게 펼쳐진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들은 학생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기에, 그들의 고지모 회원들을 찾아서 복수하는 내용은 실제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처음에는 단의 이야기와 고지모 사냥꾼의 이야기가 교차적으로 제시되어 서로 관련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단이 정체불명의 집단에게 납치 당한 시점과 그들이 고지모 회원을 찾아서 어떤 집에 향한 시점이 서로 겹쳐져 그들의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지게 된다. 이렇게 두 개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순간, 예상치 못한 반전이 펼쳐지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많은 스릴과 재미를 주었다.

 

그리고 단의 납치와 폭탄 테러 등 앞으로 펼쳐지는 사건은 '카페 다이아몬드 사건'의 피해자 유족들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는데, 폭탄의 폭발로 인해 억울하게 그들의 가족들을 사연과 그들의 고통을 생각해볼 때 그들의 극단적인 생각조차 공감이 가기도 했다. 더군다나 '인간은 똑같은 인생을 영원히 반복한다'는 내용인 니체의 영원회귀설과 관련해서 사건의 결말은 비극으로 치닫게 된다. 

 

인생을 끝장낸다. 스스로 인생을 끝낼 용기가 없다면 경찰에게 그 역할을 맡기면 된다. 경찰의 도움을 받아 자살할 작정인 것이다.

-p. 380

 

가족들을 억울하게 잃은 피해자 유족들의 슬픔과 고통, 고양이를 학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복수 등이 이 책 속에 어우러져 있다. 부모, 아내, 아이들과 같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상실로 인해 그들이 결국 폭탄 테러를 통한 죽음을 선택했을 때, 그들의 슬픔과 고통이 느껴져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자신들의 고통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죽음을 담보로 하는 것은 옳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니체의 영원회귀설과 같이 인생이 반복된다면 절망뿐인 현실에서 더 나은 선택이 있었을까도 생각해본다. 그리고 과연 미래를 보고 미래에 일어날 일을 안다는 것이 정말 행운인 걸까. 저주인 걸까. 결과는 달라지는 게 없었는데 차라리 모르는 것도 낫지 않았을까. 

 

정말 이 책 『페퍼스 고스트』가 이사카 고타로 작가의 20년 작가 생활 집대성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을만큼 500페이가 넘는 벽돌 분량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미래를 보는 중학교 교사와 고지모 사냥꾼과의 기묘한 이야기가 결합된 이 책  『페퍼스 고스트』는 '이사카 월드'의 분위기를 느끼고 그의 팬이 되게 하는데 매력적인 작품인 것 같다. 


이 글은  소미미디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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