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보는 남자 ㅣ 안전가옥 오리지널 28
조경아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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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통해 의문의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하다  "

 

조경아의 <집 보는 남자> 를 읽고 



“지금 어떤 집에 살고 있나요?”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 작가 조경아의 신작 장편 -

 

이제 집은 거주 공간을 넘어 생활 공간이 되었다. 세상사에 시달리고 지친 몸을 편히 뉘우고 쉴 수 있는 쉼의 공간이자 안정과 평안을 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한때 코로나 시기때에는 재택근무가 이루어지기도 하는 근무 공간이기도 했다.

 

이 책  『집 보는 남자』에서 작가는 집을 통해 연쇄살인사건까지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제시한다. 과연 이것이 현실 세계에서 가능할지 모르지만, 만약 집 보는 남자 테오와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집 안의 모습과 집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여러 생활 흔적만을 가지고도 그 집에 있는 사람의성격, 생활 습관, 행동과 생각까지 읽어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테오의 이야기가 이 책  『집 보는 남자』애서 펼쳐진다.

 

테오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먼지와 쓰레기로 가득 찬 집을 보고 난 뒤 테오는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극도의 예민함을 이유로 스스로를 고립시켰던 자신의 선택이 무색할 만큼 테오는 오늘 남의 집에서 신기한 경험을 한 것 같았다. 시각과 후각은 물론 모든 면에서 극한으로 자극적인 상황에 놓였지만, 그 자극들이 머릿속에서 나름의 규칙으로 재배열되어 또 다른 사실을 유추할 수 있을 정도의 데이터로 변하는 과정은 오늘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다.
-p.59

 

처음에는 주변 자극에 대해 너무나 예민한 나머지 집 안 차고에만 처박혀 은둔 생활을 하던 테오는 어느 순간 여러 집들을 보러 다니면서 자신의 숨겨진 능력을 깨닫게 된다. 특유의 예민한 감각으로 그는 집 안 모습을 통해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을 파악하게 되고 급기야는 살인 사건까지 해결하게 된다. 집 보는 남자 테오의 능력이 살인 사건을 해결하면서 자신의 가치와 능력을 재발견해내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아동학대 살인사건을 해결하면서 죽음의 위협에 처한 아이를 구해내고, 녹색 대문 집에서 집주인의 시체를 발견하기도 한다. 특히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이나 얀고자가 없는 사람들의 집을 보러 다니면서 그들의 숨겨진 죽음의 비밀을 밝히는 것 또한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다. 테오가 마치 탐정처럼 집과 관련된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 또한 스릴있고 재미있었다. 이제 탐정의 능력에 집보는 남자 테오의 능력을 추가해야할 것 같다.   

 

 

"당신은 지금 어떤 집에 살고 있나요?"

라는 질문에 대해 다시 한번 내가 살고 있는 집과 그 집에 살고 있는 나의 가족, 집이 나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다. 나의 집은 나에게 평안과 쉼을 제공하고 있는가? 집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책장을 덮으며 이 질문들에 답을 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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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슈의 발소리 ㅣ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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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오컬트 미스터리 세계로의 초대 "

 

사와무라 이치의 <젠슈의 발소리> 를 읽고 

 



“귀신의 아이가 이 집으로 들어오려는 거야”

-심사위원 만장일치인 일본 호러소대상 수상작가의 작품 -

 

요즘 오컬트 소재를 사용하여 우리를 공포와 미스터리의 세계로 초대하는 책들이 많은 것 같다. 길고 무더운 여름날, 이렇게 얘기만 들어도 오싹한 귀신 이야기는 더위를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전작인 『나도라키의 머리』 또한 오싹하고 무서워서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냈느넫 이번 책 『젠슈의 발소리』 또한 우리를 공포와 미스터리의 세계로 초대한다. 특히 이번 책에서는 도시전설에 얽힌 미스터리, 세상의 편견, 시집살이와 부모 봉양 등 가사와 생계를 모두 떠안게 된 억울한 여성 등을 괴담과 연결하여 사와무라 이치 특유의 공포를 자아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 책에는 표제작인 <젠슈의 발소리>를 비롯해서 5편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거울>, <요괴는 요괴를 낳는다>, <젠슈의 발소리> 작품들이 인상적이고 재미있었다. 

 

첫 번째 이야기인 <거울>을 통해 외모에 대한 편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작가는 결혼식에서 처음 본 신부의 외모에 대해 평가하고 편협한 시선으로 그 신부를 보는 주인공인 히데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신부의 못생긴 외모에 대해 평가하고 비웃으면서 무시하는 것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편견으로 가득한 그는 거울을 통해 끔찍하고 섬뜩한 모습을 한 사내를 보게 되고, 그 이후 그에게는 끔찍한 일들만 일어나게 된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외모에 의해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세 번째 이야기인 <요괴는 요괴를 낳는다>는 주인공인 기요코가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가사와 부모 공양에 이어 생계까지 모두 다 맡아야 하는 기요코에게 기이한 일이 일어난다. 오래 전에 행방불명된 남편의 형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그러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렸다가 또 갑자기 돌아온다. 그는 어디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일까. 

더군다나 쌍둥이 형의 갑작스런 출현에 위기감을 느낀 남편은 급기야 자신의 형을 죽이기까지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시 돌아온다. 과연 그는 귀신일까. 

 

"저건 귀신의 아이야. 귀신이 버린 아이가 형으로 둔갑해서 이 집으로 들어오려는 거야."

-p. 123

 

마지막 이야기인 표제작 <젠슈의 발소리>는 표제작답게 제대로 공포와 오씩함을 주어서 과연 호러소설 대상 수상 작가의 작품이구나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이야기 속에서 요괴가 등장할 때 나는 발소리인 '끼릭, 끼릭"은 정말 머릿 속으로 그 상황을 상상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야기를 읽는 동안 그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밤길에서 기묘한 발소리를 들었다.
짐승의 발톱이 아스팔트를 긁는 듯한 소리. 개나 고양이가 아닌, 훨씬 큰 짐승의 발소리.
- p.201

 

더군다나 마코토와 노자키의 결혼식이 나오는 장면과 마코토와 그녀의 언니인 영능력자인 고코토 자매 콤비의 활약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끼릭 끼릭' 발소리를 내는 요괴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왜 발소리만 들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일까. 과연 그 요괴를 물리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마코토와 고로코 두 자매가 요괴를 상대로 싸우고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들이 스릴감있고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단순히 끔찍하고 무서운 요괴인 줄만 알았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요괴의 유래와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부분은 정말 깜짝 반전이었다. 

 

사와무라 작가가 들려주는 5편의 공포 호러 이야기들로 올 여름은 무더위를 잊고 시원하게 보낼 수 있었다. 다음에는 작가가 어떤 공포와 호러 미스터리로 우리들을 사와무라 이치만의 특유의 호러 세계로 초대할지 자못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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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드립니다 ㅣ 몽실북스 청소년 문학
김이환.임지형.정명섭 지음 / 몽실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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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빌릴 수 있다면"

 

김이환, 임지형, 정명섭의 <빌려드립니다> 를 읽고 



 

“무엇이든 빌릴 수 있다면

청소년들은 무엇을 가장 빌리고 싶어할까”

- 3인의 작가들이 들려주는 <빌려드립니다> 시리즈 -

 

만약 당신이 무엇이든 빌릴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가장 빌리고 싶나요? 그 무엇이라는 범주 안에는 사람도 포함된다고 한다. 그러면 당신은 렌탈 대상은 무엇인가요? 

요즘은 렌탈 서비스가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이미 많은 것들이 렌탈 서비스 중이고 많은 사람들이 그 서비스를 이용한다. 그런데 이제는 물질적 대상을 넘어서 인간까지도 빌릴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이 책 『빌려드립니다』에서 임지형 작가가 들려주는 <친구를 빌려드립니다>의 이야기도 실현가능할지도 모른다.

 

이 책  『빌려드립니다』에서는 이런 궁금증과 상상력을 가지고 3인의 작가가'빌려드립니다'라는 주제 아래 각각 책, 초능력, 친구를 소재로 설정하여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특히 이야기 속 주인공을 십대 청소년으로 설정하여 그들의 마음과 생각을 알게 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들이 무엇이든 빌릴 수 있다면, 우리 청소년들은 무엇을 가장 빌리고 싶어할까.

우리는 김이환 작가의 <책을 빌려드립니다>, 정명섭 작가의 <초능력을 빌려드립니다>, 임지형 작가의 <친구를 빌려드립니다>를 통해 청소년들의 도전을 응원하고 그들의 성장과 발전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미래에는 과학기술이 발전하여 지구를 벗어나 여러 행성에서 사는 것이 가능해지는 미래가 올지도 모른다. 우주를 개척해서 도시를 만들고 우주 곳곳에는 지구와 다른 다양한 도시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김이환 작가가 <책을 빌려드립니다>에서 그리는 그런 미래 사회 속에서, 중학교 2학년인 정빈은 소형 우주선의 선장이며, 어느 날 비밀 북클럽의 유리로부터 '책을 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다. 그 책은 '아침 이야기'라는 책인데 그것은 곧 폭발하는 행성에 가장 근접한 도시에 있다는 것이다. 비록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정빈은 그 의뢰를 받아들이고 도전과 모험을 하기로 한다.  과연 정민은 위험을 무릎쓰고 책을 찾아 달라는 그 의뢰를 무사히 수행할 수 있을까.

그리고 책을 빌리든, 아니면 종이책이 아닌 전자책과 같은 다양한 매체에 의해 책을 읽든, 과연 책이 우리에게 주는 가치와 의미를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만약 무엇이든 빌릴 수 있는 것에 초능력이 포함된다면 어떨까. 초능력을 빌려서 보고 싶지 않은 친구를 보는 것을 피할 수 있거나,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어디든 갈 수 있다면 어떨까. 정명섭 작가의 <초능력을 빌려드립니다>에서 나오는 앱처럼 진짜 초능력을 빌려주는 회사가 있다면 어떨까.

요즘 AI를 통해 사진을 합성하고 인공지능에 의해 인간이 하던 일을 대체할 수 있는 시대에 이제는 초능력 또한 앱 하나로 인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주인공 나경이의 말처럼 초능력이 언제까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고 피하게 해주지는 않는다. 초능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고 자신이 직접 부딪쳐보고 극복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초능력이 언제까지 날 도와주진 않을 거잖아. 부딪쳐봐야지."

-p. 107

 

임지형 작가는 <친구를 빌려드립니다>에서 바이러스로 인해 온라인 원격 수업으로 학교와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게임중독과 학교 부적응 문제에 빠진 한 청소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장기간 지속된 비대면 수업 때문인지 주인공 유민이는 친구가 없고 친구를 만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게임이나 부모님으로부터 '넌 친구도 한 명 없냐' 라는 비난과 잔소리를 듣고 외로움도 느끼면서 친구를 만들려고 한다. 그런데 우연히 건물에 붙은 광고지를 본 후 '다빌 렌탈 서비스'를 알게 된다. 무엇이든 빌려준다는 말에 유민이는 '다빌 친구' 서비스를 선택하게 되고 그 서비스를 통해 친구를 렌탈받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이 원하는 친구를 선택해도 번번히 친구를 만드는 데 실패하게 된다.

그리고 문득, 자신의 반 친구인 진우를 통해 자신이 그토록 만들고 싶었던 친구가 가까이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친구는 만들고 빌리는 것이 아니라, 사귀는 것임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래, 친구는 빌리는 게 아니라 사귀어야 맛이지."

-p. 156

 

이 책 『빌려드립니다』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고민과 힘겨움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이 고민이 무엇인지, 그들이 빌리고 싶어할만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들이 힘든 현실 속에서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용기있고 도전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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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무녀
박해로 지음 / 북오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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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토속 오컬트 작품"이자 오컬트 시리즈의 결정판

박해로 작가의 신작-


당신은 귀신의 존재를 믿는가. 세상에 '귀신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냐, 귀신이 있어! 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주장이 맞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귀신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장례식장 가는 것아 어쩔 땐 무서울 때가 있다.

아마 귀신을 포함한 오컬트 존재를 가장 잘 알고 그들을 소재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사람은 박해로 작가가 가장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전작인 <섭주>를 비롯해 오컬트 소설 로 유명하고 대표적인 작가인 박해로 작가가 이번엔 무당 이야기로 우리 곁으로 왔다.

이번에는 신내림이 내린 한 남자를 그의 운명으로부터 구해내는 이야기이다. 층간소음으로 밤마다 악몽을 꾸는 추리 소설작거 김민규, 그런데 사실 알고보니 자신이 밤마다 가위에 눌리고 악몽을 꾸며 몸부림을 쳤던 것이다. 자신을 제외한 주변 집으로부터의 층간소음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사실은 자신에게 중국 장수의 신이 내리려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밤마다 그 장군은 그를 찾아왔고 괴롭혔던 것이다.

이 신내림을 막기 위해 천지신녀라는 무녀가 퇴마사 역할울 하며 김민규의 신내림을 막으려고 온갖 무속적인 방법을 동원하는데.. 과연 김민규는 장군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천지신녀는 김민규를 장군으로부터 구해낼 수 있을까. 후반부에 작가가 보여주는 반전이 인상적이었고 '역시 오컬트 소설은 박해로 구나' 하는 찬사가 저절로 나오게 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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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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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근원을 추적하는 SF 스릴러 "

 

정보라의 <고통에 관하여> 를 읽고 



“세상에서 고통이 사라지자, 인간은 다시 고통을 갈망하기 시작했다.”

-정보라 작가의 4년 만의 신작-

 

인간에게 고통이란 무엇일까. 인간의 삶 속에 과연 고통이란 필요할까. 많은 사람들이 고통 때문에 힘들어하는데, 과연 인간의 삶에서 고통이 없다면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런 고통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정보라 작가는 이 책과 함께 우리 곁에 4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이 책 『고통에 관하여』는 고통의 궤적을 추리하는 SF 스릴러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고통을 무력화시키는 진통제를 개발한 제약회사와 고통이 인간을 구원에 이르게 한다고 주장하는 종교단체와의 갈등으로부터 시작하는데, 그 과정 속에서 과연 고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한다. 

 

만약 고통을 없애주는 약이 있으면 어떨까. 아마 그런 약이 있다면 암환자같은 고통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아픔으로부터 해방시켜줄 지 모른다. 그래서 한 제약회사가 고통을 무력화시키는 진통제를 개발하게 된다. 한편 고통이 오히려 인간을 구원에 이르게 한다고 주장하는 종교단체도 있다. 

그들은 오히려 인간에게 더 고통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교단 사람들에게 일부러 고통을 가한다. 그래서 그 종교단체는 고통을 없애주는 진통제를 개발한 제약회사에 폭탄테러를 실행한다. 이 테러로 인해 제약회사의 사장과 부인은 죽고 그 진통제는 폐기되고 제약회사는 문닫게 된다. 그런데 테러 사건이 일어난 지 12년이 지난 후, 잠잠해진 교단에 끔찍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그 피해자는 다름 아닌 교단의 지도자들이었으며 끔찍하게 고문당하고 다량의 약물이 투여된 채로 그들은 죽어 있었다. 과연 이들을 죽인 살인자는 누구인가. 이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12년 전 테러 사건으로 수감되어 있던 '태'가 소환되면서 그를 통해 교단의 실체를 파헤치게 된다.

 

' 태' 뿐만 아니라, 제약회사 폭탄테러로 부모를 잃은 '경'과 그녀와 결혼한 '현', 살인사건 수사를 맡은 '륜' 형사와 교단의 지도자가 된 태의 형인 '한' 등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고 이야기는 긴장감과 재미를 주면서 스릴있게 전개된다. 이야기의 구성과 사건 전개 과정이 흥미진진해서 마치 스릴러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제약회사와 사이비 종교단체의 실체를 파헤치는 과정이 박진감있게 전개되어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특히 '태'를 둘러싼 사건들과 고통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엽'의 존재와 그 정체가 너무 궁금했고 나중에 그 실체를 알고 나니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엽'이 만든 실험의 일부였던가. 정말 마지막에 깜짝 반전을 준 작가의 상상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또한 사건의 전개 과정을 보면서 과연 인간에게 고통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처음에 인간은 고통을 없애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왔다. 그런데 과학기술과 의학기술이 발달되자, 인간은 점차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고통이 사라지자, 인간은 오히려 다시 고통을 갈망하기 시작했다. 

 

고통은 곧 영혼이자 인간의 정수이고, 고통의 근절은 영혼의 멸절이자 신에 대한 거부이며 구원에 대한 모독이었다.

-p. 30

 

하지만, 이야기 속 종교단체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일부러 고통을 만들어내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로 악용될 수 있다. 또한 제약회사가 개발해낸 약이 고통을 무력화시켜주는 것이 아닌 죽음을 앞당기는 약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과연 인간에게 고통이란 무엇이며 고통은 과연 인간을 구원으로 이르게 하는가 아니면 죽음을 앞당기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그 질문을 이 책 속 이야기들과 함께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고통에 대한 근원을 추적하는 SF 스릴러 작품인 이 책  『고통에 관하여』을 통해 정보라 작가와 함께 고통의 궤적을 추적하는 철학적이면서도 스릴있는 여행을 떠나는 것은 어떨까.

 

인간은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여 삶을 견딥니다. 고통에 초월적인 의미는 없으며 고통은 구원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무의미한 고통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생존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인간은 의미와 구원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p.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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