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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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근원 추적하는 SF 스릴러 "

 

정보라 <고통에 관하여> 를 읽고 



“세상에서 고통이 사라지자, 인간은 다시 고통을 갈망하기 시작했다.

-정보라 작가의 4년 만의 신작-

 

인간에게 고통이란 무엇일까. 인간의 삶 속에 과연 고통이란 필요할까. 많은 사람들이 고통 때문에 힘들어하는데, 과연 인간의 삶에서 고통이 없다면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런 고통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정보라 작가는 이 책과 함께 우리 곁에 4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이 책 『고통에 관하여』는 고통의 궤적을 추리하는 SF 스릴러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고통을 무력화시키는 진통제를 개발한 제약회사와 고통이 인간을 구원에 이르게 한다고 주장하는 종교단체와의 갈등으로부터 시작하는데, 그 과정 속에서 과연 고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한다. 

 

만약 고통을 없애주는 약이 있으면 어떨까. 아마 그런 약이 있다면 암환자같은 고통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아픔으로부터 해방시켜줄 지 모른다. 그래서 한 제약회사가 고통을 무력화시키는 진통제를 개발하게 된다. 한편 고통이 오히려 인간을 구원에 이르게 한다고 주장하는 종교단체도 있다. 

그들은 오히려 인간에게 더 고통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교단 사람들에게 일부러 고통을 가한다. 그래서 그 종교단체는 고통을 없애주는 진통제를 개발한 제약회사에 폭탄테러를 실행한다. 이 테러로 인해 제약회사의 사장과 부인은 죽고 그 진통제는 폐기되고 제약회사는 문닫게 된다. 그런데 테러 사건이 일어난 지 12년이 지난 후, 잠잠해진 교단에 끔찍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그 피해자는 다름 아닌 교단의 지도자들이었으며 끔찍하게 고문당하고 다량의 약물이 투여된 채로 그들은 죽어 있었다. 과연 이들을 죽인 살인자는 누구인가. 이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12년 전 테러 사건으로 수감되어 있던 '태'가 소환되면서 그를 통해 교단의 실체를 파헤치게 된다.

 

' 태' 뿐만 아니라, 제약회사 폭탄테러로 부모를 잃은 '경'과 그녀와 결혼한 '현', 살인사건 수사를 맡은 '륜' 형사와 교단의 지도자가 된 태의 형인 '한' 등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고 이야기는 긴장감과 재미를 주면서 스릴있게 전개된다. 이야기의 구성과 사건 전개 과정이 흥미진진해서 마치 스릴러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제약회사와 사이비 종교단체의 실체를 파헤치는 과정이 박진감있게 전개되어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특히 '태'를 둘러싼 사건들과 고통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엽'의 존재와 그 정체가 너무 궁금했고 나중에 그 실체를 알고 나니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엽'이 만든 실험의 일부였던가. 정말 마지막에 깜짝 반전을 준 작가의 상상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또한 사건의 전개 과정을 보면서 과연 인간에게 고통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처음에 인간은 고통을 없애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왔다. 그런데 과학기술과 의학기술이 발달되자, 인간은 점차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고통이 사라지자, 인간은 오히려 다시 고통을 갈망하기 시작했다. 

 

고통은 곧 영혼이자 인간의 정수이고, 고통의 근절은 영혼의 멸절이자 신에 대한 거부이며 구원에 대한 모독이었다.

-p. 30

 

하지만, 이야기 속 종교단체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일부러 고통을 만들어내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로 악용될 수 있다. 또한 제약회사가 개발해낸 약이 고통을 무력화시켜주는 것이 아닌 죽음을 앞당기는 약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과연 인간에게 고통이란 무엇이며 고통은 과연 인간을 구원으로 이르게 하는가 아니면 죽음을 앞당기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그 질문을 이 책 속 이야기들과 함께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고통에 대한 근원을 추적하는 SF 스릴러 작품인 이 책  『고통에 관하여』을 통해 정보라 작가와 함께 고통의 궤적을 추적하는 철학적이면서도 스릴있는 여행을 떠나는 것은 어떨까.

 

인간은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여 삶을 견딥니다. 고통에 초월적인 의미는 없으며 고통은 구원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무의미한 고통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생존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인간은 의미와 구원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p.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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