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홈스쿨링하는 엄마로 살기로 했다 - 배움의 본질적 의미를 찾아가는 여행
이자경 지음 / 담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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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배움을 찾아 떠나는 여정"

이자경 <나는 홈스쿨링하는 엄마로 살기로 했다> 를 읽고 



“배움은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

-배움의 본질적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행-

 

 

무엇이 아이를 위한 교육인지 아이를 키우면서 고민을 하게 된다. 모든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지만, 정작 그 행복한 삶에 이르는 길은 부모인 나 또한 모를 때가 많다.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대학교에 가고, 좋은 직장을 얻으면 과연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것일까. 과연 내가 지금까지 받아온 교육의 방식이 지금 나를 행복한 삶으로 이끌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우리 아이들에게 내가 받아온 교육방식을 고수하며 나와 같은 길을 가라고 하고 있지 않은가. 

 

이 책   『나는 홈스쿨링하는 엄마로 살기로 했다』는 그런 배움의 본질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의무교육이라는 사회적 시스템이 아닌, 학교가 아닌 '홈', 가정, 가족이라는 공간을 택해 이루어지는 삶의 교육을 보여주고 있다. 학교가 아닌 집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인 홈스쿨링을 택했고 가르치는 교육이 아닌 스스로 깨닫고 배우는 교육이다. 즉 '언스쿨링' 인 것이다. 언스쿨링(unschooling)은 말그대로 스스로 선택한 활동과 인생의 경험에서 얻는 교육을 말한다. 아이들은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배울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우리는 작가의 실제 홈스쿨링 경험과 그 과정에서 알게 된다.

 

"홈스쿨링은 아이들 스스로 배움의 길을 찾아가고 진정한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준다. 부모는 기다려 주기만 하면 된다. 아이들 스스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다고 믿는다."

-p. 148

 

저자가 말하듯이 정말로 부모는 기다려주기만 하면 된다. 아이들 스스로 깨닫고 느끼고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나 우리 부모들은 그런 기다림의 시간조차도 참지 못하고 부모가 먼저 해준다. 그럼으로써 아이는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배우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이루어져왔던 주입식 교육과 학원의 떠먹여주기식 교육이 지금 우리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 다양한 교육방식과 시스템을 다룬 책들을 읽어왔고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 그 방법만 고민해온 나에게 저자의 말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부모로써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부모는 그저 아이들이 할 때까지 기다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어쩌면, 정말 이 말이 정답인 것 같다. 그리고 홈스쿨링이라고 하면 흔히 우리는 학교가 아닌 집에서 학교 교육과 같은 교육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 책은 나에게 언스쿨링의 개념을 가르치면서 진정한 배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자연과 함께, 가족과 함께, 삶의 현장 속에서 그렇게 아이들 스스로 배우고 깨닫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으로 보였다.

 

이 책을 읽으면 과연 나의 아이들의 모습은 어떤가 다시 되돌아보게 되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제 몸보다 큰 책가방을 메고 기운없이, 비몽사몽간으로 학교로 가는 아이들의 모습, 토요일이라 학교 안 가서 너무  좋다며 신나하는 아이들의 모습, 학원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며, 학원 안 가면 안되냐고 징징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과연 이 길이 맞는 것인가 수백번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학교와 학원에 치여 마음껏 뛰놀고 마음껏 느끼고 경험해야 하는 시기에 그렇게 피곤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홈스쿨링은 아이들을 교육하고 가르치는 게 아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며 나의 부족한 면을 되돌아보고 끊임없아 배워 가는 것이다. 아이들과 온전히 보내는 시간 속에서 나는 바른 곳을 향해 가고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나의 부족함을 채워 주는 아이들에게서 삶의 지혜를 배우며, 나의 자신감은 오늘도 업그레이드 중이다."

-p. 141

 

비록 나는 저자처럼 홈스쿨링의 방식을 택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학교 갔다 와서 함께 저녁을 먹는 시간이나 주말 동안이라도 되도록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고 아이들에게 다양한 것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가족간에 서로 사랑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아이들이 가족의 사랑 속에서 바른 인성을 가지고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이 책  『나는 홈스쿨링하는 엄마로 살기로 했다』을 통해 진정한 배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고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중요함을, 가족간의 사랑과 믿음 속에서 진정한 배움이 일어난다는 것을 깨닫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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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어사 - 지옥에서 온 심판자
설민석.원더스 지음 / 단꿈아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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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온 심판자, 요괴어사"

설민석 <요괴어사>를 읽고 

 



"조선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K-요괴 판타지 소설의 탄생 "

-설민석의 첫 역사 판타지 소설 -

 

 

우리에게 친절한 한국사 선생님으로 유명한 설민석이 소설가가 되어 우리 곁에 찾아왔다. 그의 귀에 쏙쏙 이해가 되는 명쾌하면서도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에 푹 빠지곤 했다. 그리고 이제는 역사 이야기가 아닌 역사 판타지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이 책 『요괴어사』는 설민석과 웹소설 작가 원더스가 만나서 탄생한 새로운 역사 판타지 소설이다. 살아 있는 백성뿐만 아니라 죽은 백성까지도 살피겠다는 정조의 뜻에 따라 요괴를 퇴치하고 '망자천도' 라는 목적 아래 '요괴어사대'가 조직된다. 대한민국 괴물들과 요괴어사대의 대결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면서 통쾌함, 재미뿐만 아니라 감동까지 선사한다.

 

소설의 시작은 18세기 조선, 임금 정조의 괴이한 꿈으로부터 시작한다. 꿈속에 나타나 국운을 예언하는 여인과 그 여인이 한 손에 든 심장과 한 손에 든 여자아이는 무슨 의미일까. 그 꿈을 계기로 정조는 죽은 이를 본다는 아이인 벼리와의 우연히 만나게 되고 아버지 사도세자가 남긴 편지의 메시지를 보게 된다. 살아있는 백성뿐만 아니라 죽은 백성까지도 천도해야한다는 ‘망자천도(亡者薦度)’의 목표 아래, 정조는 요괴어사대를 결성하게 된다. 

정조는 죽은 이를 보는 아이인 벼리, 각종 무술에 능한 장사 백원, 말보다 더 빠른 미소년 광탈, 미래를 보는 여인 무령 이렇게 5명에게 "너희는 요사스럽고 괴이한 일을 살피는 어사가 되어 원한의 굴레에 빠진 이를 구하라." 라고 말하며 요괴어사대원으로 그들을 임명한다. 

 

요괴어사대는 역병으로 돌던 괴질 문제를 포함한 조선 팔도에서 벌어지는 각종 요괴 관련 문제들을 해결한다. 하지만, 그 사건들 속에는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한과 슬픔이 서려 있음을 알게 된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가족들에게 희생당한 반쪽이, 전쟁의 폐허 속에서 시제를 거두려다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승려들, 물에 빠진 동생을 구하려다 죽은 처녀 귀신, 양반에게 협박받고 이용만 당하다가 죽은 기생들 그들은 요괴이기 이전에 살아 생전 누구에게도 보호받지도 못하고 핍박받은 조선의 백성이었던 것이다. 살아서도 무시당하고 보호받지 못했고 억울하게 죽임까지 당해 그들의 원한을 가진 요괴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들의 기구하고 안타까운 사연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작가는 신수 동물인 해치를 통해 그런 원한과 그들의 죄를 냉정하고 단호하게 심판하고 판결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그 죄에 따라 합당한 벌을 받으며 사건이 해결되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지옥에서 온 심판자'라는 부제처럼 그들이 죄인을 심판하고 처벌하는 과정 속에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해치의 판결 속에서는 재물과 권력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감형의 조건이 되지 않는다. 거짓과 각종 핑계가 통하지 않는 해치의 명쾌한 판결을 보면서 우리 사회 속에서도 이런 판결이 내려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앞으로 조선 땅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을 찾아다니며 원혼을 달래고 망자를 천도한다는 목표 아래 사악한 요괴들과 대결하는 요괴어사대의 활약이 너무나 신나게 흥미진진했다. 다음에 나올 『요괴어사』 2권에서는 또 어떤 재미난 요괴어사대의 이야기가 펼쳐질 지 기대가 된다. 

 


 정조께서는 〈일득록〉에서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를 앞으로 일어날 일의 거울로 삼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그 말씀처럼 앞서간 선배들의 실수나 배울 점을 가슴에 새기고 우리가 나아갈 미래를 그려 보는 것은 영웅이 죽고 서사가 사라진 이 시대에 한 줌 희망의 불빛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역사적 본질을 판타지 소설에 태워 당신께 띄워 보냅니다. 이 작품에 승선하시어 고난의 파도를 이겨 낸 벅찬 승리의 세상을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
-설민석,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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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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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 처음으로 겪는 돌봄 사랑 "

클레어 키건 <맡겨진 소녀>를 읽고 



“어느 여름 친척 집에 맡겨진 소녀, 그곳에서 처음으로 겪는 다정한 돌봄과 사랑"

-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 클레어 키건의 국내 초역 작품-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고 나니, 부모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저절로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님을 알게 된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이 필요함을 아이들을 돌보는 육아 과정에서 매번 깨닫게 된다.

 

여기 한 소녀의 이야기가 있다. 그 소녀는 애정없는 부모와 많은 형제 자매들 속에서 제대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는 부모가 있음에도 얼굴도 잘 모르는 낯선 친적 집에 맡겨지기까지 한다. 이 책 『맡겨진 소녀』에서 클레어 키건 작가는 애정이 없는 부모로부터 낯선 친척 집에 맡겨진 한 소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일랜드의 시골 마을에 사는 어린 소녀는 미사가 끝난 어느 날, 집이 아닌 엄마의 고향쪽으로 그녀와 아빠와 함께 가게 된다. 소녀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그 소녀가 향한 곳은 엄마의 먼 친척이 되는 킨셀라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집이다. 소녀의 먼 친척이라고 하지만, 그녀에게는 생판 남이고 모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낯선 곳, 낯선 사람들에게 맡겨진 소녀는 그곳에서 여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걱정했던 것과 반대로 그 소녀는 그 곳에서 찬란한 여름을 맞이하게 된다. 오히려 거기서 지내면서 받은 돌봄과 사랑은 소녀에게서 잊을 수 없는 행복한 기억이 된다. 그곳에서 그녀가 받은 되는 돌봄과 배려, 사랑과 관심은 애정없이 방치되듯이 자란 소녀애게는 모두다 생전 처음으로 받게 된 것이었다. 소녀를 씻겨주는 킨셀라 아주머니의 손을 보며 소녀는 생각한다.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그녀는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한 번도 느꺄본 적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것도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그것이 사랑임을 아는 법이니깐.

 

아주머니의 손은 엄마 손 같은데 거기엔 또 다른 것, 내가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 것도 있다. 나는 정말 적당한 말을 찾을 수가 없지만 여기는 새로운 곳이라서 새로운 말이 필요하다.
-p.25

 

어쩌면 부모라면 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하는 돌봄과 육아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의무조차 소홀히하며 아이를 방치하는 부모도 있다. 물론 그 이유가 먹고 사는데 바빠서, 너무나 돌봐야할 아이들이 많아서와 같은 이유일 수도 있지만, 부모 곁을 떠나 먼 친척 손에 맡겨진 소녀가 처한 상황이 안타깝기도 하다. 작가는 그 소녀가 그 곳에서 지낸 여름의 나날들을 작품 속 화자인 '나'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아이의 시선과 생각으로 그려냈기에, 아이의 심리나 감정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마치 아이가 쓴 일기처럼 소녀는 자신의 일상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그 짤막한 문장들 속에서 아이의 생각과 마음이 묻어난다.

 

소녀를 잠시 맡아서 돌보게 된 킨셀라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소녀가 집에 머무르는 동안 그녀의 부모보다 더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기울인다. 마치 자신의 딸처럼, 그들은 소녀가 낯설어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도록 그녀를 살핀다. 그 덕분에 소녀는 그들로부터 '사랑'이란 무엇인지, 돌봐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부모의 사랑과 가족의 따뜻함을 알게 된다.

 

"불쌍하기도 하지." 아주머니가 속삭인다. "네가 내 딸이라면 절대 모르는 사람 집에 맡기지 않을 텐데."

-p.34

 

그들 또한 자식을 키워보고 불의의 사고로 자식을 잃어봤기에 소녀를 안타까워하고 더 잘 돌보려는 것은 아닐까. 그들의 모습은 마치 <빨강 머리 앤>에서 앤을 맡아서 사랑으로 키웠던 마닐라와 매슈 남매와 닮아 보인다. 미사에 입고 갈 제대로 된 옷 하나 없던 소녀에게 예쁘고 깨끗한 새 옷을 사 입히고, 함께 집안 일도 하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멋진 풍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 모든 작지만 소중한 기억과 그들의 사랑이 소녀의 마음 속에 남아 찬란했던 한 여름의 추억을 선사하기도 한다. 

 

“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힘든 기분이지만 걸어가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에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p. 69~70

 

오히려 다시 돌아가게 된 집에서 소녀는 낯설고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 여전히 자신에게 애정도 관심도 없는 그녀의 부모, 새로 남동생까지 태어나서 앉을 자리도 없는 너무나 많은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소녀는 전혀 집으로 돌아온 안정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돌아가는 킨셀라 아저씨의 품을 향해 전력질주해서 달려간 것일까. 한 번도 자신을 안아주지 않았던 아빠보다 자신을 살뜰히 챙겨주고 함께 시간을 보냈던 킨셀라 아저씨의 품에 안기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을 바라보는 진짜 아빠보다 자신이 안겨있는 킨셀라 아저씨가 더욱 아빠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 장면에서 너무나 가슴이 뭉클해졌다. 마치 영화 속 마지막 장면을 보는 듯이 그 장면이 머릿 속에 그려지면서 어느덧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아빠," 내가 그에게 경고한다. 그를 부른다. "아빠."

-p. 98

 

'아빠'라고 부르는 그 소녀의 한 마디가 책장을 덮고 나서도 내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비록 98페이지의 짧은 분량이긴 했지만, 가슴 시리도록 아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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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륜고 MBTI 상담실 - MBTI를 매개로 청소년의 고민과 갈등을 담아낸 성장소설
정구복 지음 / 북오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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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매개로 한 청소년 성장 소설"

정구복 <명륜고 MBTI 상담실> 을 읽고 

 




“너의 MBTI가 궁금해!"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청소년들의 좌충우돌 성장기-

 

 

어느 날 딸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엄마, 엄마는 MBTI가 머야? 갑작스러운 딸아이의 질문에 당황했다. 예전에는 혈액형을 통해 성격 유형을 판단하곤 했는데, 이제는 MBTI 를 통해 상대방의 성격을 파악하고 어느 덧 자신의 MBTI 는 혈액형만큼이나 자신을 대표하는 하나의 잣대가 되어버렸다. 더군다나 학교나 전문기관을 통해서 가능했던 MBTI 검사를 이제는 누구나 인터넷 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덧 MBTI 유형에 따라 아이들은 서로의 관계의 정도를 판단하게 되었다. 

 

이 책 『명륜고 MBTI 상담실』에서 작가는  MBTI를 매개로 하여 학생들이 서로를 인식하고 소통해나가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기간제 교사와 고3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학교의 부조리와 학생들이 직면한 현실과 갈등을 그려내면서 그 속에서 자아정체감을 형성하며 진정으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진정한 교사는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을 지켜보면서 학생들을 보듬어주고 도와주는 사람임을 깨닫게 된다. 

 

이제 더이상 학교는 배움과 교육의 장이 아닐지 모른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작은 사회를 경험하며 계급과 소득에 의한 불평등을 알게 된다. 이 책의 첫 번째 이야기인 <기울어진 운동장>을 통해 작가는 비정규직인 기간제 교사와 정규직 교사와의 차별과 갈등, 기간제 교사로서 학교에서 받는 차별 등을 이야기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학교는 과연 공정한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마치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어쩌면 우리 학교의 모습 또한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 나뉘어 정규직 쪽으로 기울어진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두 번째 이야기이자 표제 제목이기도 한  <명륜고 MBTI 상딤실>에서는 조이, 미가, 준수, 이화, 성빈 다섯 명의 학생들의 조별 발표를 다루면서 이 아이들이 어떻게 '명륜고 MBTI 상담실'이라는 동아리를 결성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해준다.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MBTI를 매개로 하여 서로를 인식하고 소통해가는 모습을 이 다섯 명을 통해서 볼 수 있었다. 특히 준수를 화자로 하여 서로의 성격 유형과 가치관이 다른 조이와 미가의 갈등과 경쟁의 과정을 현실적으로 잘 그려내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빈익빈 부익부 와 힘과 경제 논리가 작용해서 결국은 힘없고 가난한 미소가 돈과 권력을 가진 조이에게 힘의 논리에 의해 패배하는 과정은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그런 약자를 보호하고 교사로서의 양심을 주장하고 맞선 기간제 교사 오영진 선생님의 용기가 대단하고 멋지게 느껴졌다.하지만 결국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말처럼 결국은 그 힘과 권력에 못 이겨 학교를 떠나게 되는 모습은 너무나 씁쓸했다.

 

"미가야, 그런데 너 아까 학교 하면 연상되는 게 왜 운동장이고 엄마야?"

"하고 싶은 말이 산같이 쌓였어도 꾹 참을 때 그냥이라고 하는 거야."

"운동장이 엄마 품 같아서. 어떤 애들은 엄마 품에서 맘껏 뛰놀고 어떤 애들에겐 그 품이 없고."

-p. 122

 

 

그러나 결국은 화려한 스펙이나 명문대 진학만이 인생의 행복이고 삶의 목표가 아님을 작가는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명문대 진학만이 성공한 삶이고 자신의 소신대로 선택한 지방대학 진학이 실패한 삶이 아님을 작가는 작품 속 주인공 미소를 통해 말하고 있다. 소년소녀 가장이며 돌봐줄 부모도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여전히 꿈을 잃지 않고 결국엔 자신의 꿈대로 인생을 설계하는 미소를 보면서 그래도 꿈을 향해 나아가야 함을 깨닫게 된다. '마트료시카'처럼 내 안에 있는 나를 발견하고 찾아가야 함을 알게 된다. 자꾸 끄집어 내도 그 속을 알 수 없는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어쩌면 우리 안에는 무한한 잠재력이 숨겨져 있고, 내 안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내가 있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우리 아이들도 자신의 꿈을 향해, 내 안에 숨겨진 멋진 나를 발견하며 꿈의 나래를 활짝 펼쳤으면 한다. 우리 아이들이 나래를 펴고 잘 나아갈 수 있도록,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고 보듬어주어야 한다. 작품 속 오영진 선생님처럼 말이다. 

 

똑같은 삶

깨지고 깨져도 알 수 없는 생각

어긋나고 틀어지는 같지 않은 목각

달라서 달려서 힘 모아 외치는 우리의 미래

 

다 같은 나 내 안에 나

떠나갈 때 닫아도 다시 열리는 나

end I, and I, always I

-p.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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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니쿠코짱!
니시 가나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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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두 모녀 감동 스토리 "

니시 가나코 <항구의 니쿠코짱!>을 읽고 



 

“ 제대로 된 어른은 한 명도 없다. 그래도 모두 살아간다."

-2022년 일본아카데미상 애니메이션작품상 우수상 수상 영화

〈항구의 니쿠코짱!〉 원작 소설-

 

여기 특별한 모녀의 이야기가 있다. 너무나 못 생기고 뚱뚱하고 미련한 모습의 엄마와  그런 엄마와 달리 예쁘고 귀엽고 성숙하여 엄마를 챙겨주는 딸 이렇게 두 모녀가 있다. 정말 엄마와 딸이 어떻게 어울리지 않아도 너무 안 어울려 보인다. 어떻게 보면 누가 엄마이고 딸인지, 서로의 역할이 바뀌어 보인다. 세상에 이런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있을 수 있는가.

 

바로 이 책 『항구의 니쿠코짱!』에서 등장하는 엄마인 니쿠코와 딸인 기쿠린의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작가는 걸걸하고 활달한 엄마인 니쿠코와 그런 엄마를 창피해하고 부끄러워하는 사춘기 초등학생인 딸 기쿠코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의 시작은 '니쿠코는 우리 엄마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면서 자신의 엄마인 니쿠코에 대해 소개해준다. 원래 이름은 기쿠코인데, 뚱뚱하니까 다들 니쿠코라고 부른다고 한다. 뚱뚱하고 못생긴데다 너무나 한심해보이고 미련한 모습까지 더해서 딸인 기쿠린은 그런 엄마를  창피해하지만, 한편으로 마음 따뜻하고 낙관적인 모습에 그녀는 좋아한다.

아이같이 순진하고 긍정적인 모습의 니쿠코는 그래서 뚱뚱하고 못생긴 모습에도 불구하고 미워할 수 없다. 항구에 사는 마을 사람들조차 그런 니쿠코를 좋아한다.

 

처음에는 어떻게 엄마와 딸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누가 엄마이고 딸인지 잘 모르겠다 하면서 의문을 가졌는데, 역시 그 속에는 출생의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밝혀진 출생의 비밀에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못생기고 뚱뚱하고 생각없이 단순하게 그저 웃기만 하던 니쿠코가 다르게 보였다. 그런 모습 속에 기쿠린을 향한 진정한 사랑과 모성이 느껴졌다. 어른이긴 하지만,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을 가진 니쿠코, 그런 깨끗하고 낙천적인 니쿠코의 모습 속에서 외모는 중요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또한 니쿠코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관심과 사랑이 얼마나 큰 것임을 깨닫게 된다. 니쿠코가 가진 따뜻한 마음과 배려심이 그녀의 추하고 뚱뚱한 외모의 모습을 덮고도 남는 것 같다. 너무나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존재임을 비로소 마지막에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자신이 "아무도 원하지 않았는데 태어났으니깐" 이라고 생각하며 항상 조심하고 눈치만 보면서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살아왔다. 마지막에 외치는 기쿠린의 말이 너무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자신이 아무도 원하지 않는데 태어난 존재라는 걸, 친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것 이 모든 비밀들을 알고도 기쿠린은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니쿠코에게  걱정 끼치지 않게 하려고, 폐를 끼지지 않게 하려고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은 채 살아온 것이다.  

 

“그러는 이유가 뭐냐? 뭐 말 좀 해보라.”
손을 꼭 쥐었다. 내 손등에도 혈관이 도드라졌으나 삿산의 혈관처럼 굵고 파랗지 않았다.
“……그야.”
“그야, 뭐?”
“나는, 아무도 원하지 않았는데 태어났으니까.”
-p.258~259

 

맹장염으로 배가 아픈데도 불구하고, 아프다는 말도 못하고 고통을 참아온 기쿠린에게 삿산이 말한다. 

“폐를 끼쳐도 괜찮아. 나는 니한테 조심하지 않을 기야. 남이 아니니까. 기쿠, 알아듣겠냐. 피가 연결되지 않았다고 해서 가족이 아닌 건 아이야. 나는 니를 가족으로 여기고 제대로 화를 내련다. 니가 화를 내고 짜증 난다고 난리를 쳐도, 제대로 화를 낼 기라고.”
가족이라는 말이 부끄러워서 나는 역시 삿산을 볼 수 없었다.
“그러니 괜찮다. 니는 쪽팔리지 않으려고,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뭐든 앞서 생각할 필요가 읎어.” 나는 목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그래도 그 대신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p.261

 

 바로 이런게 가족이 아닐까. 같은 점 하나 없어도, 서로 닮지 않아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가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니쿠코와 기쿠린의 두 모녀가 보여주는 이야기가 감동과 함께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영상 속에서 만나게 될 니쿠코의 모습을 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영상 속에서 니쿠코와 기쿠린 두 모녀를 만나고 싶다.

 


이 글은 소미미디어 출판사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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