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륜고 MBTI 상담실 - MBTI를 매개로 청소년의 고민과 갈등을 담아낸 성장소설
정구복 지음 / 북오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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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매개로 한 청소년 성장 소설"

정구복 <명륜고 MBTI 상담실> 을 읽고 

 




“너의 MBTI가 궁금해!"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청소년들의 좌충우돌 성장기-

 

 

어느 날 딸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엄마, 엄마는 MBTI가 머야? 갑작스러운 딸아이의 질문에 당황했다. 예전에는 혈액형을 통해 성격 유형을 판단하곤 했는데, 이제는 MBTI 를 통해 상대방의 성격을 파악하고 어느 덧 자신의 MBTI 는 혈액형만큼이나 자신을 대표하는 하나의 잣대가 되어버렸다. 더군다나 학교나 전문기관을 통해서 가능했던 MBTI 검사를 이제는 누구나 인터넷 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덧 MBTI 유형에 따라 아이들은 서로의 관계의 정도를 판단하게 되었다. 

 

이 책 『명륜고 MBTI 상담실』에서 작가는  MBTI를 매개로 하여 학생들이 서로를 인식하고 소통해나가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기간제 교사와 고3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학교의 부조리와 학생들이 직면한 현실과 갈등을 그려내면서 그 속에서 자아정체감을 형성하며 진정으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진정한 교사는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을 지켜보면서 학생들을 보듬어주고 도와주는 사람임을 깨닫게 된다. 

 

이제 더이상 학교는 배움과 교육의 장이 아닐지 모른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작은 사회를 경험하며 계급과 소득에 의한 불평등을 알게 된다. 이 책의 첫 번째 이야기인 <기울어진 운동장>을 통해 작가는 비정규직인 기간제 교사와 정규직 교사와의 차별과 갈등, 기간제 교사로서 학교에서 받는 차별 등을 이야기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학교는 과연 공정한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마치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어쩌면 우리 학교의 모습 또한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 나뉘어 정규직 쪽으로 기울어진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두 번째 이야기이자 표제 제목이기도 한  <명륜고 MBTI 상딤실>에서는 조이, 미가, 준수, 이화, 성빈 다섯 명의 학생들의 조별 발표를 다루면서 이 아이들이 어떻게 '명륜고 MBTI 상담실'이라는 동아리를 결성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해준다.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MBTI를 매개로 하여 서로를 인식하고 소통해가는 모습을 이 다섯 명을 통해서 볼 수 있었다. 특히 준수를 화자로 하여 서로의 성격 유형과 가치관이 다른 조이와 미가의 갈등과 경쟁의 과정을 현실적으로 잘 그려내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빈익빈 부익부 와 힘과 경제 논리가 작용해서 결국은 힘없고 가난한 미소가 돈과 권력을 가진 조이에게 힘의 논리에 의해 패배하는 과정은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그런 약자를 보호하고 교사로서의 양심을 주장하고 맞선 기간제 교사 오영진 선생님의 용기가 대단하고 멋지게 느껴졌다.하지만 결국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말처럼 결국은 그 힘과 권력에 못 이겨 학교를 떠나게 되는 모습은 너무나 씁쓸했다.

 

"미가야, 그런데 너 아까 학교 하면 연상되는 게 왜 운동장이고 엄마야?"

"하고 싶은 말이 산같이 쌓였어도 꾹 참을 때 그냥이라고 하는 거야."

"운동장이 엄마 품 같아서. 어떤 애들은 엄마 품에서 맘껏 뛰놀고 어떤 애들에겐 그 품이 없고."

-p. 122

 

 

그러나 결국은 화려한 스펙이나 명문대 진학만이 인생의 행복이고 삶의 목표가 아님을 작가는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명문대 진학만이 성공한 삶이고 자신의 소신대로 선택한 지방대학 진학이 실패한 삶이 아님을 작가는 작품 속 주인공 미소를 통해 말하고 있다. 소년소녀 가장이며 돌봐줄 부모도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여전히 꿈을 잃지 않고 결국엔 자신의 꿈대로 인생을 설계하는 미소를 보면서 그래도 꿈을 향해 나아가야 함을 깨닫게 된다. '마트료시카'처럼 내 안에 있는 나를 발견하고 찾아가야 함을 알게 된다. 자꾸 끄집어 내도 그 속을 알 수 없는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어쩌면 우리 안에는 무한한 잠재력이 숨겨져 있고, 내 안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내가 있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우리 아이들도 자신의 꿈을 향해, 내 안에 숨겨진 멋진 나를 발견하며 꿈의 나래를 활짝 펼쳤으면 한다. 우리 아이들이 나래를 펴고 잘 나아갈 수 있도록,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고 보듬어주어야 한다. 작품 속 오영진 선생님처럼 말이다. 

 

똑같은 삶

깨지고 깨져도 알 수 없는 생각

어긋나고 틀어지는 같지 않은 목각

달라서 달려서 힘 모아 외치는 우리의 미래

 

다 같은 나 내 안에 나

떠나갈 때 닫아도 다시 열리는 나

end I, and I, always I

-p.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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