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쌀 때 읽는 책 똥 쌀 때 읽는 책 1
유태오 지음 / 포춘쿠키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똥 쌀 때 읽을 수 있는 가볍지만 웃고픈 이야기들"

 

유태오 < 쌀 때 읽는 >을  읽고



"똥 쌀 때 읽으면 재미있어집니다."


-가볍고 편하게 읽을 수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웃고픈 이야기들  -

 

당신은 화장실 갈 때 무엇을 들고 가나요? 스마트폰이 있기 전에는 주로 신문이나 잡지를 들고 가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스마트폰을 들고 간다. 화장실에 앉아서 유튜브 영상이나 웹툰을 보고 e-book도 읽는다. 그런데 여기 화장실에 들고 가기 딱 좋은 책이 한 권 있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쭈그리고 앉아서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이 책 『똥 쌀 때 읽는 책』은 화장실에서 큰 일 볼 때 읽으면 좋은 책이라고 한다. 제목 자체가 너무 재미있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해서 내용이 이상하고 상당히 우스울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가볍게 읽고 편하게 소화시킬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카피라이터이자 크리에이티브디렉터인 작가는 직업 특성상 평소 늘 바른 생각보다는 엉터리 같은 생각을 즐기고 그 생각들을 낙서하듯 끄적끄적거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평소 작가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사람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 사회에서 겪에 되는 불만과 어려움, 우리가 잃어버리고 사는 것들, 우리가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이 책 『똥 쌀 때 읽는 책』에 담았다고 한다. 화장실이라는 공간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는 장소이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기에 이런 이야기들을 화장실에서 읽으면 더욱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제목을 '똥 쌀 때 읽는 책'이라고 붙인 것인지도 모른다. 직설적이면서도 핵심을 잘 꿰뚫은 재미있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 책이 서점의 매대에 진열되어 있으면 아마도 사람들이 호기심에 이 책의 책장을 넘겨볼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과 달리 상당히 웃기지만 씁쓸한 현실을 담은 이야기들도 담겨 있다. 그래서 읽으면서 많이 공감하고 그 짧은 글 속에 담긴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도 했다.

 

<드림>

시간을 들임

노력을 들임

실패를 들임

눈물을 들임

그것이 

Dream

 

참 웃고픈 현실이다. 꿈이라는 말, Dream이라는 말 속에는 이런 슬픈 진실이 숨어 있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도 결국 돌아오는 것은 실패이고 눈물뿐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Dream의 현실이다. 아마도 요즘 꿈을 향해 나아가지만 꿈을 이룰 수 없고 영원히 취준생에 머물 수 밖에 없는 현실과 맞아떨어지는 글이다.

 

이 글을 읽고는 상당히 공감했다. 지난 겨울 방학동안 아이들과 함께 코로나 때문에 집콕 생활을 하면서 힘들었다. 3개월의 긴 방학을 지나고 아이들이 드디어 개학을 하던 날, 나는 정말 너무나 기뻤다. 정말 이 글처럼 폭발하기 직전이었으니깐. 

 

<방학과 개학>

선생님이

미쳐 버리기 직전에 오는 것이

방학이고

엄마들이 

폭발하기 직전에 오는 것이 

개학이다.

방학과 개학은

애들을 위한 게 아니다.

 

그리고 왜 이 책 제목이 '똥 쌀 때 읽는 책'인지 알 수 있게 하는 글을 만났다. 제목은 <똥과 아이디어>라는 글인데 그 기발한 상상력과 연관성에 웃으면서도 상당히 공감하면서 읽었다. 

 


엉덩이에서 나오는게 

똥이라면

머리에게 나오는개

아이디어다.

역시, 똥과 아이디어는 형제다.

 

하긴 나도 잘 생각이 안 나던 아이디어가 화장실에서 오랜 생각을 하는 중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적이 있었다. 책 속의 그림과 글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 이제부터라도 나도 화장실에서 새 아이디어 창출을 해봐야겠다.

 

이 책 『똥 쌀 때 읽는 책』에는 이 밖에도 가족에 대한 이야기, 응원 메세지, 연대와 공존에 관한 이야기들이 있어서 다양한 주제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웃고픈 진실들에 공감할 수 있어서 좋다. 겉으로는 하하 웃으면서도 뒤돌아서서는 한번 더 생각하고 씁쓸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서 작가가 이 글들을 화장실에서 읽으라고 하나 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아무 방해없이 온전히 자신의 생각에 몰두할 수 있고 마음을 꺼내어볼 수 있으니깐.

작가의 유머와 익살이 결합되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하 호호 웃으면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작가의 바램대로 다음엔 화장실 갈 때 꼭 들고 가서 '똥 쌀 때 " 꼭 읽어보아야겠다.


여러분들도 '똥 쌀 때 이 책 꼭 들고 가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년A 살인사건
이누즈카 리히토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년 범죄에 대한 진실 "

 

이누즈카 리히토의 <소년A 살인사건>을 읽고



"무고한 아이를 죽인 소년범이 행복해도 됩니까”"

-소년A를 향한 네티즌의 분노와 밝혀지는 충격적인 진실-

 

 

13살의 아이가 엄마한테 꾸중을 들어서 화가 나서 자신의 엄마를 칼로 찔러 죽이는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엄마를 살해하고도 그 아이는 강력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 바로 촉법소년법에 의해서 만 14세 미만이라는 이유로 그는 감옥에 가지 않은 것이다. 요즘 만 14세 미만 청소년들의 범죄가 급증함에 따라 촉법소년법을 폐지해야할지, 연령을 낮추어야 할지 논의가 한창이다. 사람을 죽여놓고도 자신의 한 범죄 행동에 대해  "14세는 사람을 죽여도 감옥에 가지 않잖아요"라고 뻔뻔스럽게 말하며 반성조차 하지 않는 아이를 보며 씁쓸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 책 『소년A 살인사건』은 바로 이런 촉법소년, 소년범죄에 대한 이야기이다. 9살 어린 소녀가 살해되고 안구가 적출되는 잔인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런데 그 '고쿠분지 여아 살해 사건의 범인은 바로 중학생 남자아이였다. 그래서 그 소년은 9살 여자아이를 잔인하게 살해하고도 촉법소년법에 의해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의료소년원 보호조치 판결을 받았을 뿐이다. 그리고 소년법에 의해 그 아이의 실명과 신분은 공개되지 않고 소년A로만 보도되었다. 

 

그리고 시간은 2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잔인했던 '소년A 살인사건'은 사람들 기억 속에 잊혀져갔지만, 어떤 스너프 필름이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 올라오면서 20년 전 사건이 수면위로 다시 떠올랐다. 왜냐하면 그 필름 영상이 어린 소녀가 살해되고 안구가 적출되는 영상이었는데 그것은 20년 전에 일어난 고쿠분지 여아 살해 영상이었기 때문이다.

누가 과연 이 영상을 다크웹에 올려 판매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 영상은 절대 외부에 공개되서는 안되었기에 경찰이 관리, 보관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영상이 복제되어 외부로 유출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래서 이에 대해 경찰은 수사를 시작한다.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나쁜 짓을 한 사람의 신상을 털어 악인을 공개 재판하는 '인터넷 자경단'이 화제가 되고 있었다. 네티즌들은 법으로 처벌할 수는 없지만, 정말 비인간적인 행동을 한 사람을 저격하고 신상터는 활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그들은 '악인'을 처벌하고 정의를 구현한다는 것에 뿌듯함과 쾌감을 느꼈다. 그래서 20년 전 소년A 사건의 범인인 소년A의 신상털기까지 이르게 된다. 이미 20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고, 소년A는 이미 법의 심판을 받았지만, 제대로된 심판과 처벌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여 20년이 지난 후 소년A의 정체와 신상을 폭로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들은 정말 소년A가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갱생'이 되었는지도 알고 싶었던 것이다. 조사 결과, 소년A는 20년 전 잔인한 살인을 하고도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변호사'라는 신분으로 잘 살고 있던 것이다. 어찌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고도 이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인가. 그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사랑하는 여자도 있다. 그 소녀는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그녀의 가족은 무참히 파괴되었는데 정작 살인자는 정상적인 일상을 영위하고 있었던 것이다. 

 

"살해당한 사람의 인생은 거기서 끝나는데 살해한 사람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니, 그런 불공평은 용납할 수 없어."

-p.279-

 

정말 끔찍한 살인사건을 저질렀으면서도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새로운 삶을 살아갈 기회를 얻은 것은 과연 공정한 것인가.

 

"나는 법에 정해진 대로 죗값을 치러서 속죄를 다했어, 그런데 왜 책방받아야 해?"

-p.277

 

어찌 그럴 수가 있지 하며 분노하지만, 어쩌면 소년A의 이 말에 대해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촉년소년법이 가진 맹점일지 모른다. 

 

그런데 소설은 단순히 촉법소년에 대한 문제점만을 제기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새로운 인생을 살려고 노력했던 소년 A는 네티즌들에게 신상이 공개되면서 완전히 악의 화신으로 돌아온다. 소년A를 추적해서 신상을 밝히려고 했던 그들은 오히려 소년A의 복수의 대상이 되면서 사냥감이 되어 쫓기게 된다. 20년 전 끔찍했던 살인 사건의 악몽이 다시 재현되었다.

과연 그들은 소년A의 복수로부터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새로운 삶의 기회를 빼앗긴 소년A는 영원한 악인으로밖에 존재할  것인가.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소년A의 잘못일까. 정말로 소년A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변호사가 되기 위해 노력을 했고,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서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 비록 그가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20년 간의 그의 노력과 반성을 부정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오히려 소년A를 이용해서 돈을 벌려는 출판사, 살해 영상을 유출해 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들, 정의 구현이라는 이름 하에 개인의 신상을 털고 혐오 댓글을 올리는 인터넷 자경단과 같은 네티즌 단체들, 과연 그들이 소년A를 비난할 수 있을까. 어쩌면 소년A보단 더 비난받아야하는 것은 아닐까. 그들은 자신들의 잘못이 무엇인지, 자신들의 행위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고통받을 것은 생각도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 『소년A 살인사건』를 통해 촉법소년과 소년범죄 문제와  촉법소년의 갱생과 새로운 삶의 기회 부여 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과연 정의란 무엇인가. 내가 믿는 정의로 인해 다른 사람이 상처받거나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닌지, 가해자에 대한 보복을 하는 것은 과연 정당한 일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주홍글씨가 찍힌 아이를 가해자, 범죄자로 비난하는 데관심을 가지지 않고 그 아이가 얼마나 힘든 인생을 살고 새로운 삶을 살려고 노력했는지도 한 번쯤 생각해보고 그 상처를 어루만지며 사랑으로 보듬어줘야 하지 않을까. 

 

 

혐오하고 비난하는 것은 쉽지만, 사랑하고 용서하는 것은 어렵다. 만약 사람들이 정말 소년 A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용서해주었다면, 소년A는 살아있었을까. 과연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쉬와 헤이즐이 절대 사귀지 않는 법
크리스티나 로렌 지음, 김진아 옮김 / 파피펍 / 2022년 5월
평점 :
절판



"그들의 특별하고 엉뚱한 사랑 이야기"

 

크리스티나 로렌의 <조쉬와 헤이즐이 절대 사귀지 않는 법 >을 읽고



입덕 부정기 10년! 과연 헤이즐은 조쉬와 절대 사귀지 않을까

-엉뚱녀 헤이즐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한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게 되는 것은 우연일 것일까 아니면 운명일까. 흔히 사람들은 사랑은 보통 우연같은 만남에서 시작해서 필연이 되고 운명이 된다고 말하는데 정말 그럴까. 여기 전혀 어울릴 것 같지도 않은 남녀가 있다. 여자는 절대 그 남자를 사귀지 않겠다고 10년을 선언해왔는데, 과연 그녀의 입덕 부정은 지켜질 수 있을 것인가.

 

이 책 『조쉬와 헤이즐이 절대 사귀지 않는 법』에서 등장하는 조쉬와 헤이즐은 처음에는 전혀 사랑하지 않는 사이이다. 그들이 사귀게 될 줄은 당사자인 조쉬와 헤이즐도 몰랐을 것이다. 

 

열여덟 헤이즐과 스물살 조쉬의 첫 만남은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너무 황당한 사건으로 시작한다. 바로 그들은 토사물 분출 사건으로 처름 만나게 되었다. 대학교 1학년때 간 파티에서 헤이즐은 첫눈에 반한 조쉬에게 토사물을 뿜어낸다.

 

애당초 제가 조쉬와 사귀지 못한 것도 그래서죠. 절대 가까이하고 싶지 않을 광녀의 모습만 보였으니까요. 한 예로, 우리가 처음 만난 건 제가 열여덟, 조쉬가 스무 살 때였는데, 만나자마자 저는 조쉬의 신발에 토했습니다.
- p.5

 

그 후로도 그녀의 마음과는 반대로 민망하고 낯뜨거운 현장들을 들키게 된 헤이즐은 '조쉬와 절대 사귀지 않겠다'고 결심을 한다.  그 후 10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헤이즐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다. 그런데 헤이즐은 절친인 에밀리의 파티에서 우연히 조쉬를 만나게 된다. 10년이 흐른 후 만난 조쉬는 전보다 더욱더 멋져진 모습이었다. 그런데 헤이즐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조쉬가 에밀리의 친오빠라는 것이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인지 헤이즐은 아파트에 비상사태가 발생해 어쩔 수 없이 조쉬의 집에 머물게 되는데 과연 헤이즐은 조쉬와 어떻게 될까. 웬만한 남자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엉뚱녀인 헤이즐인데, 과연 조쉬는 헤이즐을 감당할 수 있을까. 

 

'절대로 조쉬와 사귀지 않겠다'는 헤이즐의 결심은 과연 지켜질 수 있을까. 사랑이 시작되는 방식은 여러가지인데, 조쉬와 헤이즐의 사랑을 보면서 이렇게도 사랑이 시작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정말 악연뿐인데도, 그 속엔 필연이 있고 사랑이 있다니, 정말 사랑이란 알다가도 모르겠다. 

 

『조쉬와 헤이즐이 절대 사귀지 않는 법』에서도 크리스티나 로렌의스토리텔링은  빛을 발햇다. 특히 엉뚱녀인 헤이즐과 얽히게 되고 결국 사랑하게 되는 한국계 미국인 조쉬를 등장한 것이  친근하고 반갑게 느껴진다. 한국 문화를 향한 작가의 관심과 애정이 느껴져서 더욱 이 작품이 내 마음에 와닿은 것 같다. 

정말 조쉬의 말처럼 사랑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일' 인 것 같다. 조쉬와 헤이즐을 사랑을 보면서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운명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오랫만에 달달한 로맨스 이야기에 웃고 마음 설레이는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이 책 『조쉬와 헤이즐이 절대 사귀지 않는 법』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이현상청 사건일지 안전가옥 오리지널 18
이산화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현실적이고 기이한 이야기들"

 

이산화 <기이현상청 사건일지> 읽고


"이렇게 촉이 좋은 사람은 어차피 살다 보면 다 알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말씀을 드릴게요. 혹시 귀신 믿어요?"


-상당히 기이하고 초현실적인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들-

 

만약 누군가가 "혹시 귀신을 믿어요?" 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뭐라고 말하겠는가? 당신은 귀신이 있다고 믿는가, 없다고 믿는가. 어쩌면  이 질문은 쉽게 YES 나 NO 로 대답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런데 만약,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YES이면 어떻게 될까. 정말로 그런 요괴, 이매망량, 이스시, 버닙, 에너지 생명체, 뭐 그런 종류의 존재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말이다. 

 

만약에 이 초현실적이고 기이한 존재들의 문제를 다루고 그들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서울특별시의 영적 균형이 아슬아슬하다고 하는 전제 하에서 서울특별시에는 이런 영적 균형을 유지하고 초현실적이고 기이한 현상과 사건들을 다루는 공공기관이 존재한다. 그 기관의 이름은 바로 '기이현상청'이다. 이 기관에서는 온갖 불온하고 위험하고 수상쩍은 초자연적 존재와 현상, 기이들을 관리한다. 이 책 『기이현상청 사건일지』는 초현실적인 존재들과 상당히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다. 

 

그런데 그런 기이한 존재들인 귀신, 정령, 흡혈괴물, 괴현상 등은 우리 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영토, 문화, 시대에 제한을 받지 않고 어디에나 존재하는 영적인 존재들이다. 그래서 이 책 속 이야기 중 하나인 『주문한 아이스크림이 나왔습니다』는 아케메네스 왕조 시기 항아리에 살며 아이스크림 신제품을 제조하는 두 명의 정령이 등장한다. 마치 알라딘 램프의 요정 '지니'를 연상시키게 하는 신비한 이야기에 빠져 즐겁게 읽었다. 그런데 작가는 단순히 재미에만 그치지 않고 생성적 적대 신경망 원리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적용시킨다. 

 

하기야 고양이 하나 완벽하게 못 그리는 기계 학습인데, 아이스크림의 맛까지 그대로 재현하려면 아직 갈 길이 먼 게 당연하겠지. 그렇다고 못 먹을 맛은 결코 아니었지만. 
-p. 48-

 

『잃어버린 삼각김밥을 찾아서』는 광명 연구개발특구에서 시제품을 만들고 관리하는 매니저가 등장하는데 그 매니저는 평범하지 않다. 그 매니저는 사람이 아닌 파충류 인간인데 그녀는 는 제3광명신제품연구소에 근무하며 전국 대형마트와 편의점 매대에 놓일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관리한다. 인간이 아닌 파충류 인간이라니, 어렸을 때 보던 영화 'V(브이)' 가 생각이 난다. 한때 너무나 좋아해서 즐겨보았었는데 이 이야기를 통해 오랫만에 떠올리게 되어서 반가웠다. 아무튼 이 제3광명신제품연구소의 진짜 주인은 식품 제조 업체가 아닌 일명 '광명회'라고 불리는 일루미나티였다. 파충류 인간들의 범국가적인 카르텔로 악명이 높은 일루미나티가 운영하는 시설이기에 기이현상청에서는 매년 두 차례씩 공무원을 파견하여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공무원이 바로 화자인 '나'였다. 그리고 나는 파충류 인간인 비희와 함께  어떤 사건을 해결하러 고군분투하게 된다. 과연 나와 비희는 폐기될 삼각김밥을 무사히 회수하여 위험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까. 인간과 기이한 존재의 협업이 참으로 인상적이게 느껴진다. 마치 지구를 구하려는 영화 속 주인공과 외계인처럼 말이다. 

 

그리고 『마그놈 오푸스』에서는 지역 신흥 종교의 교주와 신도, 이를 해결하려는 하청 업체 직원과 그의 부사수가 등장한다. 그리고 역사적인 사건과 결합하여 창의적으로 구성한 이야기도 있다. 바로 『왕과 그들의 나라』인데 이 이야기는 이 소설집에서 상당히 인상적이고 눈이 띄었다. 조선의 가장 큰 성군인 세종대왕을 길을 잃은 정령으로 묘사한 이야기를  비판할 수 있는 왕, 권력을 잃을 수 있는 왕일 때 진정한 지도자로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였다. 

 

이 책 『기이현상청 사건일지』 속 세계는 '혹시'. '어쩌면' '설마'라는 논리로 움직일 수 있는 세계일지 모른다. 그리고 이 책속의 다섯 개의 초현실적이고 기이한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우리를 기이와 환상이 공존하는 신비로운 세계로 안내하고 있다.

진짜로 이런 세계가 존재할 지, 존재하지 않을지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런 상상과 공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분명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이 소설집은 단순히 재미만 추구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 SF적인 요소 속에 현실적인 실제적인 부분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즉 이야기들 속에는 초현실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문제, 사이비 신앙, 권력자 우상화, 신도시 개발을 둘러싼 이권 대립, 공조직의 목적전도, 수도권 집중화, 합의에 이르지 않는 시위, 내정된 지원사업수혜 등의 현실적인 문제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을 통해 이런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들도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인자의 쇼핑목록 네오픽션 ON시리즈 2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상 속 숨겨진 미스터리들"

 

강지영 <살인자의 쇼핑목록> 읽고




미온한 의심이 치명적인 진실을 파고든다.

-일상의 그늘에 숨어든 미스터리한 스릴러-

 

 

살인 사건은 특정한 장소와 범죄자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 생활 속에서, 평범해보이는 사람에 의해서도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살인 무기도 칼이나 칼과 같은 흉기가 아닌 일상적인 물건일 수 있다. 그렇게 일상 속에서도 얼마든지 살인 사건을 포함한 미스터리하고 스릴있는 사건들이 벌어질 수 있다. 

 

이 책 『살인자의 쇼핑목록』에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서늘한 미스터리와 기묘한 현상에 대한 일곱 편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표제작인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마트에서 캐셔로 일하는 주인공이 손님들의 쇼핑목록을 관찰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렇게 손님들의 쇼핑물품들을 살펴보던 중 연쇄 살인범으로 의심되는 한 남자를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신선한 상상력, 독특한 소재와 구성으로 인해 현재 드라마와 네이버 웹툰으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흔히 마트에서 벌어지는 모습 속에 미스터리한 요소를 가미하여 연쇄살인과 연관을 지었고, 마트 쇼핑 물품들을 살인의 무기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고 독특하게 느껴졌다.

 

 

표제작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마트 캐셔인 '나'는 손님들이 쇼핑 카트를 관찰하는 것을 즐긴다. 마트 손님들을 관찰하고 그들이 구매한 물건들을 통해 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 그렇게 사람을 관찰하고 그 과정을 통해 사람들을 예측하는 것은 그의 취미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한 남자를 발견하게 된다. 그 남자가 마트에 들른 날 밤,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그런데 살해된 사람을 보니 그 살인에서는 그 남자가 구입한 믈건들이 사용이 되었고,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알게 된다.

마트 캐셔로서 지루하기 일상적인 생활 속에 치명적으로 위험해보이지만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나'는 그 남자가 누군인지, 과연 그 남자가 연쇄살인범인지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그 사건의 중심으로 뛰어든다.

매번 다른 물건들로 창의적인 방법을 사용해서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살인자! 그 살인자에겐 살인이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 그리고 어떻게 이렇게 기발하고 독특한 방법을 사용해서 사람을 죽이는 것일까. 

그리고 그 중심에는 나를 죽음으로 이끌 덫이 자리잡고 있었음을 나는 마지막 순간에 알게 된다. 

 

소설가인 그 남자, 만약 주인공이 죽은 뒤에도 또 다시 살인을 저지를까. 2주 뒤에 새로운 살인을 위해 또 다시 다른 일상적인 물품들을 그 마트에서 구입을 하러 올까. 그런데 소설가는 너무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데 살인 묘사는 너무나 담담하고 아무런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 하다. 주인공 또한 자신의 죽음 조차 아무렇지도 않게 느끼는 것 같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죽어가는 순간에도 이런 것들이 궁금할 수 있을까. 하긴 나도 궁금하긴 하다.  그 살인자의 쇼핑목록에는 어떤 물건들의 이름이 적혀 있을지 말이다.

 

"소설가, 아니 우유부단한 거짓말쟁이 살인마는 2주 후에도 마트에 갈까. 그렇다면 그의 쇼핑 카트에는 어떤 물건들이 담길까. 수많은 물음표로 머릿속이 가득 메워진다. 하지만 내 목숨은 이제 2초도 남아 있지 않다. 

1초, 2초. 이젠 안녕.

-p. 43

 

 

이 책 속에는 일곱 편의 짤막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표제작인 『살인자의 쇼핑목록』 처럼 일상 속 미세한 균열에 의해  시작된 서늘한 미스터리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기묘한 현상에 의한 이야기도 있다. 이 이야기는 제자의 실종에 죄책감을 느낀 한 교수가 그 실종 이후 전국 영안실을 배회하면서 제자를 찾아다니는 한 대학교수 '나'에 대한 것이다. 대학교수이자 주인공인 '나' 는몇 년 전 술을 못 마시는 제자에게 억지로 술을 먹였다. 그런데 그 제자는 못 먹는 술을 억지로 마신 후 실종이 되어 버렸다. 제자의 실종에 죄책감을 느낀 교수는 그 제자를 찾아 전국을 누빈다. 혹시나 제작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전국의 영안실을 배회하며 제자의 시신이라도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우연한 계기로 영혼을 태우는 택시 기사가 된다.그는 밤마다 택시를 몰며 억울한 영혼들을 만나게 되고, 자신의 제자를 찾는 과정을 계속한다. 과연 그는 자신의 제자를 찾을 수 있을까. 자신의 제자는 죽은 것일까. 이 사건의 배후에는 어떤 진실이 숨겨져 있을까. 

 

 

또한 『덤덤한 식사』처럼 반려동물에 대한 슬픈 진실을 폭로하는 이야기도 있다. 『덤덤한 식사』에서 화자는 사람이 아닌 고양이이다. 그것도 이미 죽은 고양이다. 그 고양이의 영혼이 험난한 길거리 생활에서 벗어나 동물병원에서 생활하게 된 자신의 형제 고양이를 지켜보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동물병원에서 편한 삶을 살거라는 예상과 달리 동물병원에서의 삶도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말처럼 그고양이는 편안한 의식주 제공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대가는 과연 무엇일까. 여기서 우리는 그 고양이의 삶에 숨겨진 슬픈 진실을 바라보게 된다.

 

강지영 작가의 상상력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요즘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 실태를 반영하여 『덤덤한 식사』에서는 게임과 현실이 혼재된 충격적인 장면을 보여준다. '러닝패밀리'라는 '캐릭터가 죽으면 그 숫자만큼 사람이 사라진다는 내용의 기이한 게임을 도입하여 그 게임에 빠져 현실과 게임을 구분하지 못하고 혼동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현재 실태를 보여주고 있다. 

 

“쌤, 러닝패밀리 캐릭터가 죽으면 그 숫자만큼 사람이 사라진 대요. 그래서 우는 거예요, 주하.” 굵은 헤어롤을 앞머리에 만 주하 앞자리 아이가 말했다. 아이들이 울상을 지으며 웅성거렸다.
“너희 그런 도시 괴담을 믿니? 우리나라 한 해 실종자 수가 몇 명일까? 자그마치 10만 명이야. 너희가 그 게임을 하기 전부터 그랬어. 매년 세종시 인구만큼이 사라졌다 대부분은 제자리로 돌아와. 웃음밖에 안 나온다, 얘들아. 너희 중 이 게임 안 하는 사람은 없니?”
-p.119 「러닝 패밀리」 중에서

 

 

이 밖에도 중환자실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던 주인공의 '갓난 아기'로의 환생을 다루고 있는 『용서』, '어느 날 갑자기 개들이 말할 수 있다면' 이라는 주제로 조별 토론을 하게 된 4명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어느 날 개들이』, 증조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를담고 있는 『각시』 등도 상당히 인상적이고 재미있다.

 

 

이처럼 이 책 속에 담긴 일곱 편의 이야기들은 각기 독특하고 개성이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들은 우리 일상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 일상 속에서도 이렇게 미묘한 균열과 생각의 차이로 인해 갈등이 발생하고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의심의 씨앗에서 출발하여 충격적인 진실로 발전하는 이야기들은 미스터리하고 스릴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분명 재미와 스릴, 몰입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