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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현상청 사건일지 ㅣ 안전가옥 오리지널 18
이산화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4월
평점 :
"초현실적이고 기이한 이야기들"
이산화의 <기이현상청 사건일지>를 읽고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527/pimg_7526911563425425.jpg)
"이렇게 촉이 좋은 사람은 어차피 살다 보면 다 알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말씀을 드릴게요. 혹시 귀신 믿어요?"
-상당히 기이하고 초현실적인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들-
만약 누군가가 "혹시 귀신을 믿어요?" 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뭐라고 말하겠는가? 당신은 귀신이 있다고 믿는가, 없다고 믿는가. 어쩌면 이 질문은 쉽게 YES 나 NO 로 대답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런데 만약,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YES이면 어떻게 될까. 정말로 그런 요괴, 이매망량, 이스시, 버닙, 에너지 생명체, 뭐 그런 종류의 존재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말이다.
만약에 이 초현실적이고 기이한 존재들의 문제를 다루고 그들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이 존재한다면 어떨까. 서울특별시의 영적 균형이 아슬아슬하다고 하는 전제 하에서 서울특별시에는 이런 영적 균형을 유지하고 초현실적이고 기이한 현상과 사건들을 다루는 공공기관이 존재한다. 그 기관의 이름은 바로 '기이현상청'이다. 이 기관에서는 온갖 불온하고 위험하고 수상쩍은 초자연적 존재와 현상, 기이들을 관리한다. 이 책 『기이현상청 사건일지』는 초현실적인 존재들과 상당히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다.
그런데 그런 기이한 존재들인 귀신, 정령, 흡혈괴물, 괴현상 등은 우리 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영토, 문화, 시대에 제한을 받지 않고 어디에나 존재하는 영적인 존재들이다. 그래서 이 책 속 이야기 중 하나인 『주문한 아이스크림이 나왔습니다』는 아케메네스 왕조 시기 항아리에 살며 아이스크림 신제품을 제조하는 두 명의 정령이 등장한다. 마치 알라딘 램프의 요정 '지니'를 연상시키게 하는 신비한 이야기에 빠져 즐겁게 읽었다. 그런데 작가는 단순히 재미에만 그치지 않고 생성적 적대 신경망 원리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적용시킨다.
하기야 고양이 하나 완벽하게 못 그리는 기계 학습인데, 아이스크림의 맛까지 그대로 재현하려면 아직 갈 길이 먼 게 당연하겠지. 그렇다고 못 먹을 맛은 결코 아니었지만.
-p. 48-
『잃어버린 삼각김밥을 찾아서』는 광명 연구개발특구에서 시제품을 만들고 관리하는 매니저가 등장하는데 그 매니저는 평범하지 않다. 그 매니저는 사람이 아닌 파충류 인간인데 그녀는 는 제3광명신제품연구소에 근무하며 전국 대형마트와 편의점 매대에 놓일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관리한다. 인간이 아닌 파충류 인간이라니, 어렸을 때 보던 영화 'V(브이)' 가 생각이 난다. 한때 너무나 좋아해서 즐겨보았었는데 이 이야기를 통해 오랫만에 떠올리게 되어서 반가웠다. 아무튼 이 제3광명신제품연구소의 진짜 주인은 식품 제조 업체가 아닌 일명 '광명회'라고 불리는 일루미나티였다. 파충류 인간들의 범국가적인 카르텔로 악명이 높은 일루미나티가 운영하는 시설이기에 기이현상청에서는 매년 두 차례씩 공무원을 파견하여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공무원이 바로 화자인 '나'였다. 그리고 나는 파충류 인간인 비희와 함께 어떤 사건을 해결하러 고군분투하게 된다. 과연 나와 비희는 폐기될 삼각김밥을 무사히 회수하여 위험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까. 인간과 기이한 존재의 협업이 참으로 인상적이게 느껴진다. 마치 지구를 구하려는 영화 속 주인공과 외계인처럼 말이다.
그리고 『마그놈 오푸스』에서는 지역 신흥 종교의 교주와 신도, 이를 해결하려는 하청 업체 직원과 그의 부사수가 등장한다. 그리고 역사적인 사건과 결합하여 창의적으로 구성한 이야기도 있다. 바로 『왕과 그들의 나라』인데 이 이야기는 이 소설집에서 상당히 인상적이고 눈이 띄었다. 조선의 가장 큰 성군인 세종대왕을 길을 잃은 정령으로 묘사한 이야기를 비판할 수 있는 왕, 권력을 잃을 수 있는 왕일 때 진정한 지도자로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였다.
이 책 『기이현상청 사건일지』 속 세계는 '혹시'. '어쩌면' '설마'라는 논리로 움직일 수 있는 세계일지 모른다. 그리고 이 책속의 다섯 개의 초현실적이고 기이한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우리를 기이와 환상이 공존하는 신비로운 세계로 안내하고 있다.
진짜로 이런 세계가 존재할 지, 존재하지 않을지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런 상상과 공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분명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이 소설집은 단순히 재미만 추구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 SF적인 요소 속에 현실적인 실제적인 부분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즉 이야기들 속에는 초현실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문제, 사이비 신앙, 권력자 우상화, 신도시 개발을 둘러싼 이권 대립, 공조직의 목적전도, 수도권 집중화, 합의에 이르지 않는 시위, 내정된 지원사업수혜 등의 현실적인 문제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을 통해 이런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들도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527/pimg_7526911563425427.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