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A 살인사건
이누즈카 리히토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년 범죄에 대한 진실 "

 

이누즈카 리히토의 <소년A 살인사건>을 읽고



"무고한 아이를 죽인 소년범이 행복해도 됩니까”"

-소년A를 향한 네티즌의 분노와 밝혀지는 충격적인 진실-

 

 

13살의 아이가 엄마한테 꾸중을 들어서 화가 나서 자신의 엄마를 칼로 찔러 죽이는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엄마를 살해하고도 그 아이는 강력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 바로 촉법소년법에 의해서 만 14세 미만이라는 이유로 그는 감옥에 가지 않은 것이다. 요즘 만 14세 미만 청소년들의 범죄가 급증함에 따라 촉법소년법을 폐지해야할지, 연령을 낮추어야 할지 논의가 한창이다. 사람을 죽여놓고도 자신의 한 범죄 행동에 대해  "14세는 사람을 죽여도 감옥에 가지 않잖아요"라고 뻔뻔스럽게 말하며 반성조차 하지 않는 아이를 보며 씁쓸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 책 『소년A 살인사건』은 바로 이런 촉법소년, 소년범죄에 대한 이야기이다. 9살 어린 소녀가 살해되고 안구가 적출되는 잔인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런데 그 '고쿠분지 여아 살해 사건의 범인은 바로 중학생 남자아이였다. 그래서 그 소년은 9살 여자아이를 잔인하게 살해하고도 촉법소년법에 의해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의료소년원 보호조치 판결을 받았을 뿐이다. 그리고 소년법에 의해 그 아이의 실명과 신분은 공개되지 않고 소년A로만 보도되었다. 

 

그리고 시간은 2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잔인했던 '소년A 살인사건'은 사람들 기억 속에 잊혀져갔지만, 어떤 스너프 필름이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 올라오면서 20년 전 사건이 수면위로 다시 떠올랐다. 왜냐하면 그 필름 영상이 어린 소녀가 살해되고 안구가 적출되는 영상이었는데 그것은 20년 전에 일어난 고쿠분지 여아 살해 영상이었기 때문이다.

누가 과연 이 영상을 다크웹에 올려 판매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 영상은 절대 외부에 공개되서는 안되었기에 경찰이 관리, 보관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영상이 복제되어 외부로 유출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래서 이에 대해 경찰은 수사를 시작한다.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나쁜 짓을 한 사람의 신상을 털어 악인을 공개 재판하는 '인터넷 자경단'이 화제가 되고 있었다. 네티즌들은 법으로 처벌할 수는 없지만, 정말 비인간적인 행동을 한 사람을 저격하고 신상터는 활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그들은 '악인'을 처벌하고 정의를 구현한다는 것에 뿌듯함과 쾌감을 느꼈다. 그래서 20년 전 소년A 사건의 범인인 소년A의 신상털기까지 이르게 된다. 이미 20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고, 소년A는 이미 법의 심판을 받았지만, 제대로된 심판과 처벌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여 20년이 지난 후 소년A의 정체와 신상을 폭로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들은 정말 소년A가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갱생'이 되었는지도 알고 싶었던 것이다. 조사 결과, 소년A는 20년 전 잔인한 살인을 하고도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변호사'라는 신분으로 잘 살고 있던 것이다. 어찌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고도 이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인가. 그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사랑하는 여자도 있다. 그 소녀는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그녀의 가족은 무참히 파괴되었는데 정작 살인자는 정상적인 일상을 영위하고 있었던 것이다. 

 

"살해당한 사람의 인생은 거기서 끝나는데 살해한 사람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니, 그런 불공평은 용납할 수 없어."

-p.279-

 

정말 끔찍한 살인사건을 저질렀으면서도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새로운 삶을 살아갈 기회를 얻은 것은 과연 공정한 것인가.

 

"나는 법에 정해진 대로 죗값을 치러서 속죄를 다했어, 그런데 왜 책방받아야 해?"

-p.277

 

어찌 그럴 수가 있지 하며 분노하지만, 어쩌면 소년A의 이 말에 대해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촉년소년법이 가진 맹점일지 모른다. 

 

그런데 소설은 단순히 촉법소년에 대한 문제점만을 제기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새로운 인생을 살려고 노력했던 소년 A는 네티즌들에게 신상이 공개되면서 완전히 악의 화신으로 돌아온다. 소년A를 추적해서 신상을 밝히려고 했던 그들은 오히려 소년A의 복수의 대상이 되면서 사냥감이 되어 쫓기게 된다. 20년 전 끔찍했던 살인 사건의 악몽이 다시 재현되었다.

과연 그들은 소년A의 복수로부터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새로운 삶의 기회를 빼앗긴 소년A는 영원한 악인으로밖에 존재할  것인가.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소년A의 잘못일까. 정말로 소년A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변호사가 되기 위해 노력을 했고,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서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 비록 그가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20년 간의 그의 노력과 반성을 부정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오히려 소년A를 이용해서 돈을 벌려는 출판사, 살해 영상을 유출해 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들, 정의 구현이라는 이름 하에 개인의 신상을 털고 혐오 댓글을 올리는 인터넷 자경단과 같은 네티즌 단체들, 과연 그들이 소년A를 비난할 수 있을까. 어쩌면 소년A보단 더 비난받아야하는 것은 아닐까. 그들은 자신들의 잘못이 무엇인지, 자신들의 행위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고통받을 것은 생각도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 『소년A 살인사건』를 통해 촉법소년과 소년범죄 문제와  촉법소년의 갱생과 새로운 삶의 기회 부여 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과연 정의란 무엇인가. 내가 믿는 정의로 인해 다른 사람이 상처받거나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닌지, 가해자에 대한 보복을 하는 것은 과연 정당한 일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주홍글씨가 찍힌 아이를 가해자, 범죄자로 비난하는 데관심을 가지지 않고 그 아이가 얼마나 힘든 인생을 살고 새로운 삶을 살려고 노력했는지도 한 번쯤 생각해보고 그 상처를 어루만지며 사랑으로 보듬어줘야 하지 않을까. 

 

 

혐오하고 비난하는 것은 쉽지만, 사랑하고 용서하는 것은 어렵다. 만약 사람들이 정말 소년 A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용서해주었다면, 소년A는 살아있었을까. 과연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