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히면 산다 - 검찰 수사관의 미집행자 검거기
최길성 지음 / 위시라이프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검찰 수사관의 미집행자 검거 일지"

최길성의 <잡히면 산다  읽고



"완전한 도망은 없다. 잡혀야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도망자와 추격자, 쫓고 쫓기는 긴박감과 스릴러



범인을 쫓는 형사, 도망치는 범인 즉, 도망자와 추격자의 긴박감 넘치는 추격전은 언제나 스릴 넘치고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런데 범죄를 저지른 범인을 쫓아다니는 형사도 있지만,  자유형 미집행자나 재산형 미집행자를 검거하러 다니는 검찰 수사관도 있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가 형이 확정됐는데도 잠적하거나 재판에 불출석 등의 이유로 형이 집행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당해 검거하지 못한 미집행자 숫자를 합치면 4천 명이상에 달한다. 


이 책  『잡히면 산다』 를 통해  이렇게 미집행자수가 많다는 사실과 미집행자들을 검거하는 저자와 같은 검찰 수사관들이 있다는 사실도 새삼 알게 된다.이 책에 수록된 미집행자 검거기를 읽다보면, 마치 '도망가면 장땡이지.' '잡을 수 있으면 나 잡아봐라' 라고 말하며 도망가는 사람과 '끝까지 잡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잡는다' 라는 결심을 하는 사람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쟁탈전을 보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해서든지 도망가거나, 공소시효 동안 벌금을 안 내려고 버팅기는 사람들과 공소시효 완료 전에 어떻게든 잡아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대조된다. 


실제 있었던 미집행자를 검거한 수사 일지라서  더 현실적으로 받아 들여졌고, 지금의 현실과 미집행자들의 기구하고 안타까운 사연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실시간 위치추적, 통화내역 조회, 주민등록 영상정보 추적 등을 통해 단서를 잡아서 미집행자를 검거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정말 어떻게 이런 단서를 가지고 검거를 했을까? 상대를 꿰뚫는 심리전, 밀리지 않는 체력, 장기간 동안 잠복과 오랜 기다림, 오랫동안 미집행자를 검거해온 베테랑 수사관의 센스 등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서 결국은 '미집행자 검거'라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정말 저자의 말처럼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와 같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확률을 거의 99%의 가능으로 만드는 것의 비결은 무엇일까? 저자의 다양한 미집행자 검거기를 보면서 그 비결은 반드시 잡겠다는 불굴의 의지와 끈기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저자는 물론 법을 집행하는 검찰 수사관이기도 하지만,  미집행자들의 기구하고 안타까운 사연에 마음 아파하기도 하는 모습을 볼 때 차가운 법 집행 사이에서 뜨거운 감정을 가진 인간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미집행자들 중에서는 아예 일부러 벌금을 내지 않기로 작정하고 배째라 정신으로 '나 잡아봐라' 고 하면서 도망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공소시효까지 안 잡히면 그만이다' 라는 생각으로 징역, 금고, 구류 등의 형들을 이행하지 않고 도주하거나 잠적해서 집행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엄중한 법 집행은 필요하다. 
다행히 저자와 같은 검찰 수사관들의 노력으로 그들을 검거해서 법집행의 엄중함과 보여주고, 도망자의 삶에서 일상적인 삶으로 복귀할 수 있어 다행이다.

수사관의 일은 미집행자를 검거하고 형을 집행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그들을 최대한 빨리 검거해 형을 마치고 일상적인 삶으로 보귀하도록 돕는 것이기도 했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만약 수사관이 없다면 그들의 도망도 영영 끝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삶에는 관성이라는 것이 있어서 도망다니는 삶이 지속된다면 지속될수록 도망자 스스로도 무엇으로부터 도망 다니고 있는지 망각한 채 도망을 위한 도망을 다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내가 맡은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순간이었다.
-p. 111



'교도소에 가는 것이 싫지만 그래도 속은 후련하냐는 물음에 고개들 끄덕이는 검거된 미집행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비로소 '잡혀야 산다' 라는 이 책의 제목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저자의 말처럼, 미집행자를 검거하는 것이 곧 그들을 살려주는 것임을, 그들이 앞으로 일상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것임을 이 아이러니한 진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  『잡히면 산다』 속에 수록된 미집행자 검거기를 읽으면서, 검찰 수사관들의 노고를 알게 되었다. 앞으로는 미집행자들의 수가 줄어들기를 바라면서, 지금도 불철주야 미집행자를 검거하기 위해, 그들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검찰 수사관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레이디가가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이쿠 소설의 콜라보"

미야베 미유키의 

<구름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읽고



"세계에서 가장 짧은 정형시 하이쿠,

한 줄의 시에 압축된 세계가 미야베 문학을 통해 새로운  사계(四季)가 펼쳐진다 "

 

-미야베 문학의 새로운 도전

하이쿠와 소설의 콜라보


-



하이쿠는 일본 정형시의 일종이다. 각 행마다 5,7, 5음으로 모두 17음으로 이루어져 있어 세계에서 가장 짧은 정형시라고 일컫어진다. 이렇게 짧은  시인 하이쿠와 소설이 만난다면 어떨까? 하이쿠와 소설의 콜라보는 아마 아무도 해보지 않은 신선하고 획기적인 도전이지 않을까.

그동안 미스터리 소설을 비롯하여, 사회비판 소설, 시대소설, 청소년 소설, SF 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을 써온 미야베 미유키는 이번엔 하이쿠와 소설을 콜라보시켜 하이쿠를 제목으로 하여 스토리를 구성하였다. 

<작가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는 2012년 여름에 만난  『무서운 하이쿠』을 통해 하이쿠 세계에 매료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때 하이쿠를 제목으로 하여 단편 소설을 써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아이디어가 실행되어 마침내 이 책 『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四季)가 들어간 구절을 제목으로 한 12편의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작가의 말처럼, 하이쿠의 제목과 소설의 내용이 연관되지 않는 동떨어져 있을지 모르지만, 이 책 속에 담긴 12편의 단편 소설들은 묘하게 하이쿠의 제목과 어울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다. 



비록 하이쿠에서 제목을 따와서 12편의 이야기들을 구성해서 그런지 하이쿠에서 말하고 있는 의미와 소재를 사용하려고 한 작가의 노력과 시도가 돋보였다. 12편의 이야기들 모두가 완성도가 뛰어나 하나 하나의 독립적인 이야기로 구성해도 될 정도였고, 작품들을 읽는 내내, 다양한 12편의 이야기들에 푹 빠져들 만큼 매력적이고 몰입도가 높았다.


그동안 미스터리, 사회 비판, 호러, SF 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넘어 활동해 온 작가였기에 이 책에서도 작가는 아낌없이 미스터리와 호러,  SF 요소들을 사용하여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구성하였다. 미라클 시드를 통해 생명 연장이 가능해진 의료기술이 발달한 미래의 이야기,  한겨울에도 결코 시들지 않는 열매가 등장하는 판타지 요소가 돋보이는 이야기, 귀신이나 유령 같은 오컬트적 요소가 등장하는 이야기 등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들을 읽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다양한 장르 속에서 작가는 여인들, 특히 상처 받고 학대 당하는 여인들, 슬퍼하고 고통 받는 여인들의 모습을 다루었다. 바람피우는 남편에게 속는 딸의 삶을 바라보는 엄마, 남자친구에게 스토킹과 가스라이팅 당하는 여자, 시립에 고립된 며느리, 약혼자에게 배신 당한 여자들의 이야기들을 통해 여성의 슬픔과 고통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들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그 여성들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 아픔을 나눌 수 있었다. 


어쩌면 하이쿠에서 제목만 따왔을 뿐 소설 내용과 본질적으로 관련 없는 이야기들도 있어서, 도대체 하이쿠 제목과 이 이야기들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한참 생각한 적도 있기도 했다. 물론 하이쿠와 소설을 접목한 새롭고 혁신적인 도전을 한 것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지만, 하이쿠의 제목과 소설적 내용이 좀더 관련이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작가의 말처럼 하이쿠를 감상하고, 소설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이쿠를 읽으면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에 각 장 타이틀이기도 한 하이쿠를 감상하고, 그 후에 소설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하이쿠를 읽으면 소설의 독푸감과는 또 다른 새로운 발견이 있을 겁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또한 나에게 일본의 정형시인 '하이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하이쿠 작품을 읽어본 적도 없고 하이쿠를 어떻게 감상하고 해석하는지를 모르는 나와 같은 독자들에게 아직은 하이쿠와 소설의 콜라보인 이번 책이 다소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하이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난 후, 이 작품을 제대로 읽어보면 더욱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비록 하이쿠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더라도 이 책에 수록된 12편의 이야기들은 하이쿠와 별개로 읽어도 충분히 흥미롭게 인상적인 것만은 사실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가의 팬이라면 이 책의 이야기들로 즐거움과 재미 그리고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라는 착각 - 뇌는 어떻게 인간의 정체성을 발명하는가
그레고리 번스 지음, 홍우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뇌의 매커니즘을 통한 자아 탐구"

그레고리 번스의 <라는 착각>을 읽고




"자아가 생성되는 뇌의 매커니즘을 '내가 원하는 나'가 될 수 있다"

 

-세계적 신경과학자가 뇌 실험과 서사 구조로 풀어낸

자아, 기억, 믿음, 미신의 기원-


-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는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이다. '생각하고 있는 나'를 통해 나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우리는 뇌의 메커니즘을 통해 밝혀낸 사실을 통해 우리의 자아라는 것이 뇌의 시뮬레이션의 결과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이 데카르트의 유명 명제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망상이다.' 라고 수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우리는 '자아'라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자신,  본래적인 자기 라고 생각하여 고유하고 영원불멸한 것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에 우리는 이 책 『나라는 착각』을 통해 자아 개념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저자인 그레고리 번스에 따르면, 자아라는 것은 수많은 사건 중에서 특정한 부분을 편집하고 맥락을 이어 붙인 기억의 집합이라는 것이다. 즉 내가 나와 세상에 들려주는 '나에 대한 편집된 이야기'라는 것이다. (p. 8)


편집된 기억의 집합이 지금까지 우리가 고유하고 본질적이라고 믿었던 '자아'란 말인가? 저자의 자아에 대한 주장은 분명히 자아에 대한 나의 인식의 틀을 완전히 깨부수는 것이라 처음에는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디지털 음악이 데이터를 압축하고 같은 재생하는 것처럼, 우리의 기억 또한 같은 방식으로 수많은 기억을 압축하고 저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억 과정에서 저장되지 않은 빈 구멍은 근사치로 메꾸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억은  정확하지 않고 왜곡될 수 있고 망각될 수 있다. 



기억과 마찬가지로 자아 또한 편집되고 새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자아는 갖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자아를 만들었다는 것을 주장한다. 또한 자아는 현재의 자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자아와 미래의 자아 또한 존재하여 우리 안에는 3명의 내가 사는 셈이 되는 것이다. 

사춘기 시기에 우리는 주로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우리 자신에게 던짐으로써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게 된다. 그런데, 저자는 우리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것인 자아 정체감은 우리의 뇌가 수행하는 계산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즉 자아 정체성의 의식의 결과라고도 말할 수 있다. 자아 정체성의 비밀이 무엇인지를 밝히기 위해서는 우리의 뇌가 어떻게 현재의 우리 자신을 과거, 미래의 우리 자신과 연결하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자아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서사 구조를 바꾸는 것인데 이 책에서 저자는 서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지, 그 서사가 울의 자아 정체성을 어떻게 발명하는지에 대해서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알려준다. 


미래의 당신은 단일한 존재가 아니다. 미래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미래의 당신은 가능성의 집합이자 여러 궤적을 가진 가능성의 존재다. 우리는 압축, 예측, 해리라는 과정을 통해 어떤 미래를 선택할지 결정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머릿속에 인생의 가치에 상응하는 서사의 기본 함수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서사의 교체 과정은 반드시 느리고 신중해야 한다.
- p.3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행 드롭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과 일상 그리고 그 사이의 고독과 자유에 대하여"

에쿠니 가오리의 <여행 드롭>을 읽고



"낯선 공기, 음식, 사람과 동물

여행을 떠나면 맛보는 긴장감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건 외로움일까, 자유로움일까?"

 

-에쿠니 가오리 신작 에세이집


-


여행을 떠나보면 알게 된다. 우리가 얼마나 삶에 지치고 힘들었는지 말이다. 낯선 곳, 낯선 음식과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 자신이 속해있는 세계에서 벗어나 낯설고 미지의 장소를  탐사하는 자유로움과 설렘을 느끼게 된다. 때로는 이렇게 나를 모르는 곳에 가서,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면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인간 관계, 일 등 모든 것이 버겁고 힘들 때,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이 책  『여행 드롭』은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여행 에세이집이다. 지금까지 남녀 사이의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던 작가는 이 책에서 그녀 자신이 여행했던 장소와 공기, 음식, 동물,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스무 살 어린 나리에 첫발을 뗀 유럽 여행에서부터 시작하여 발 닿는 대로 떠났던 아프리카 기차 여행, 친구와 함께 떠난 로마 여행, 낭독회에 갔다가 놀이공원에서 겪었던 에피소드, 여행에서 맛보았던 낯설지만 맛있었던 음식들 등 여행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이 책 속에 들어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마치 캔 안에 들어가 있는 알록달록한 색상의 다양한 맛을 가진 드롭스 캔디처럼, 여행과 관련된 36편의 에세이들이 담겨 있다. 익숙한 곳이 아닌 낯선 곳에 가서 느끼게 되는 감정과 생각들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 경험하고 느끼게 되는 소소한 감정들도 이야기한다. 보통의 여행 에세이들은 여행지에 대한 소개를 하며 설레이고 들뜬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이 책에서는 작가는 담담하고 섬세한 필체로 여행지에서 겪은 에피소드들을 들려준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낯설고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너무 두리번 거리면 볼품없다고 자신을 꾸짖는 면도.
함부로 영합하지 않으려고 자칫 비판적이 되는 부분도,
자신이 그 장소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는 심리도,
그렇다고 익숙해질 리는 없고 익숙해질 수도 없다는 기묘한 기분도


여행지가 익숙하지 않아서 낯설고 두려울 수 있지만, 오히려 그 속에서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호기심과 설렘이 있다. 여행지에서 아는 사람이 없고 낯설어서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 속에서는 모든 속박과 일상에서 벗어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여행을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이유는 우리에겐 돌아온 곳이 있기 때문이다. 즉 돌아올 곳, 있어야 할 곳, 편안한 곳인 집이 있기 때문이다. 


그 집에 내가 '있을 곳'이 아직 있다는 것. 여행을 떠나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일시적이나마 마음도 떠났고, 순간적으로는 잊기조차 했을 텐데. 그런데도 '아직' 돌아갈 장소가 있다는 것은, 생각해 보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실제로 반복해서 떠나 보고 듣는 것, 만나는 사람, 먹는 음식 모든 것에 마음을 빼앗겨 벅찬 가슴으로 역이든 공항에서 여행 가방과 함께 돌아오면 집이 아직 거기에 있고, 게다가 여전히 그곳이 내가 있을 곳이라 놀랍다.
-p. 156



여행지에서 누구나 느낄 생각과 감정을 적었기에 공감이 가는 내용들도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에쿠니 가오리 작가에 대해 한층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여행과 일상에 대한 단편들을 통해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에쿠니 가오리' 에 대해, 그녀의 일상과 여행 추억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었다.

또한 여행 에피소드들과 함께 감성어린 색연필로 그려진 그림들이 있어서 마치 한 권의 여행 일기장을 읽는 것 같았다. 색연필로 그려진 풍경과 사물들이 어우러져 여행에서 느끼는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 것 같다.




꼭 외국으로 멀리 여행을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우리는 얼마든지 여행의 느낌을 일상 속에서 경험할 수 있다. 낯선 백화점에 가서 물건을 산다거나, 그동안 먹어보지 않은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거나 하면서 얼마든지 여행지에서 느꼈을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일상에 파묻혀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없을 때, 작가의 말처럼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충분히 여행이 주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삶에 그렇게 쉼표 같은 휴식을 주는 것은 어떨까?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가족은 모두 살인자다 아르테 오리지널 29
벤저민 스티븐슨 지음, 이수이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발하고 스릴 만점의 메타 살인 미스터리"


벤저민 스티븐슨의 <우리 가족은 모두 살인자다> 를 읽고




"사이가 좋지 않은 우리 가족에게도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가족 모두 누군가를 죽인 적이 있다는 것"

 

-HBO TV  시리즈 제작 확정! 전 세계 24개국 번역 출간-




가족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서로 잘 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피로 이루어진 혈연 관계라는 사실만 빼면 오히려 남보다 더 먼 사이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같은 핏줄이라고 해도 다 똑같은 가족이 아닐 수 있다.

이 책  『우리 가족은 모두 살인자다』에서 작가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모두다 아는 것은 아니며, 가족 구성원들 각자에게는 숨겨진 비밀이 있음을 말해준다. 이 책은 가족 모두가 누군가를 죽인 적이 있다는, 즉 가족 모두가 살인자라는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다른 추리 미스터리 소설과는 다르다. 가족 모두가 살인자라는 설정이라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또한 이야기 전개 방식이 소설 속 화자가 가족의 살인 이야기를 작법서 형식으로 전개한다는 점도 상당히 독특하다. 사람이 죽는 장면이 몇 쪽에 나온다고 미리 알려주거나, 앞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화자는 책의 첫 부분에 제시된 로널드 녹스가 발표한 작법서 법칙에 따라 이야기를 전개한다고 말하면서 십계명을 충실하게 지키면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화자인 어니스트 커닝햄을 포함한 커닝햄 가족이 모두가 휴양지에 모인다는 설정, 거기서 발생하는 살인 사건, 가족 중 살인 용의자 발생, 폭설로 인해 발이 묶여 갇혀버리는 상황 등의 설정 등은 마치 밀실 살인 미스터리에 나오는 설정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고전적인 추리 미스터리를 현대적인 스타일로 재치있게 풀어낸 작가의 필력이 돋보인다.   

3년 전 형 마이클의 살인 사건, 어렸을 때 아버지의 살인과 죽음 그리고 휴양지에서 연달아 일어나는 살인 사건들, 과연 이 살인사건들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가족 휴양지에 모인 커닝햄 가족에게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그리고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이 수상한 가족 모임은 어떻게 끝날 것인가?

마지막까지 반전이 이어져 결코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가족이 무엇인지, 가족이라는 이유로 전부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착각임을 여실히 깨닫게 되는 이 책 『우리 가족은 모두 살인자다』을 추천하는 바이다.


같은 핏줄이라고 해서 가족인 건 아니다.
누구를 위해 피 흘릴 것인가가 가족을 결정한다.

-p. 47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