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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박민형 지음 / 예서 / 2022년 4월
평점 :
"우리들의 어머니 이야기 "
박민형의 <어머니>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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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야, 네 부모가 나이 들었을 때 잘 보살피고,
그들이 살아 있는 동안 슬프게 하지 마라.
-<집회서> 3장 12절-
가족극장 너먼의 인간극장, 그리고 어머니 이야기
'어머니' 라는 세 글자를 소리내어 불러보아도 목이 멘다. 나 또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 가 되고 나서야,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해 더 가슴깊이 느끼고 있다. 더군다나 작년 한 해 갑자기 몸이 안좋아지셔서 입원을 하셔서 치료를 받은 후부터는 항상 어머니의 건강이 걱정이 된다. 주변 지인들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들을 때마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닥칠 일이라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리고 아직은 내가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하다. 너무나 가깝고 소중한 존재이기에, 어머니가 나에게 주는 사랑이 너무나 감사한 일인데도 우리는 먹고 사는 데 정신이 팔려 그 사랑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너무나 그들의 존재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와 가족밖에 없는데, 우리는 정작 우리는 그들과 행복한 시간도 보내지 못하고 이렇게 아둥바둥 힘들게 살고 있는 것일까.
이 책 『어머니』를 읽으면서 '어머니'란 존재에 대해, 그들의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머니' 라는 세 글자에 담긴 깊은 사랑과 은혜에 대해서, 아무리 갚아도 갚을 수 없는 그들의 자식들에 대한 사랑과 무한한 애정에 대해서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이 책 『어머니』를 통해 저자는 항상 자식들을 위해 묵묵히 살아가고 항상 자식 걱정을 하면서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다 나눠주는 이 땅의 어머니들의 사랑과 그들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어머니' 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너무 뻔하고 평범한 제목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머니'라는 세 글자 안에 담긴 의미를 알기에 그 세 글자 자체만으로도 완벽한 제목이라고 생각이 든다.
이 책 『어머니』에 존재하는 '효심' 또한 우리 시대의 어머니의 대표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남편과 사별하고 3남매를 키우려고 모지고 힘든 일을 하며 정성을 다해 아이들을 키우는 어머니, 자식들 돌보냐고 정작 자신의 행복과 인생은 생각하지 않고 자식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모두 바친 어머니, '여자'로서의 모습보다는 '어머니'라는 모습으로 남기 위해 자신의 행복과 사랑도 모두 버리고 재혼까지 하지 않고 평생 혼자 살아온 어머니, 자식들이 장성해서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어 살더라도 항상 자식 걱정을 하고 자식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어머니, 자식들에게 손 안 벌리려고 편의점 알바를 하며 억척스럽게 혼자서 꿋꿋히 살아가는 어머니, 효심은 그런 어머니였다. 그렇게 이 땅의 대표적인 어머니의 모습을 보이며 자식들을 위해 한평생 살아왔다.
그런 효심이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그녀의 어머니로서 살아온 인생은 무너지게 된다. 자식들에게 걱정을 안 시키려고 그렇게 힘들게 살아왔건만, 이제는 자식들에게 의지하고 자식들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큰 아들 상길의 보증금을 주기 위해 전세집 보증금을 빼서 월세로 옮겨야 하는 상황에서 어머니 효심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자식이란 그런 존재인가. 주면 줄수록 만족하지 못하고 부모가 가진 것을 탐내고 빼앗아 가는 존재 말이다. 그래서 부모 사랑은 끊임없이 주기만 하고 정작 아무 것도 받지 못하는 내리 사랑인 것인가. 큰 아들 상길, 작은 아들 준길, 막내 딸 미라 이 삼남매 어머니의 병원비 부담 때문에 싸우는 모습, 상길이 어머니 전세 보증금 1억원을 받았다며 병원비를 부담하라고 하는 모습 등을 보고 있노라면 결국 어머니라는 존재보다 돈의 문제에서는 형제도 없는건가, 가족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들의 이기적인 행동과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모습에 화가 나고 참 너무한다 생각이 되면서도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도 이해가 간다. 돈 문제 앞에서 드러나는 그들의 민낯과 진심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그런 이유일 것이다.
서로 어머니를 모시는 것을 불편해하고 급기야는 요양원 문제가 거론이 되는 상황 속에서 참 자식들이 너무 심하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과연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그들 또한 어머니를 사랑한다. 어머니에게 잘해주고 효도하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그들의 상황이 그들을 불효자로 만들고 마는 것이다. 어쩌면 그 상황이 되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아마 나에게도 이런 상황이 왔다면 어떻게 했을까. 그런 마음을 아는 그 어머니의 마음은 어땠을까. 왜 이들은 이렇게 지낼 수밖에 없는 것일까.
4개월씩 자식들 집을 전전하던 효심은 결국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다. 혼자 사는 쓸쓸함과 외로움이 차라리 자식들과 갈등을 빚고 폐를 끼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서다. 조금이라도 자식들과 함께 살면서 그 쓸쓸함, 외로움을 달래고 싶었지만, 오히려 효심은 마음의 상처만 얻고 돌아왔다. 그런 과정을 통해 어렸을 때 자신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 딸이 오기만 기다리던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그녀 자신이 그런 상황에 처하고 나니 비로소 그녀의 부모를 이해하게 된다.
우리도 또한 그렇게 될까. 그런 상황이 되어서야 우리 부모님이 얼마나 우리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얼마나 우리를 보고싶어했는지 말이다. 그때 깨닫으면 너무 늦어버리는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지금도 우리 곁에는 우리 걱정을 하며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어디 아픈데는 없는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지' 걱정하는 우리의 '어머니' 들이 있다. 어머니의 사랑은 아무리 말해도 그 말들 속에 다 담을 수 없을만큼 넓고 깊고 너무나 큰 것 같다.
이 책 『어머니』를 읽으며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다시 생각해보게 '밥은 드셨냐고, '어디 아픈데는 없냐고' 안부 전화를 하는 것은 어떨까.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감사하다고 아낌없이 말하면서 말이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
'어머니'라는 이름은 언제가 가슴이 뛰게 합니다. 그 '가슴 뜀'을 오랫동안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몇 번의 계절이 순환되었습니다. 소설 '어머니'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많은 날들을 아쉬움 속에서 머무적거릴 것 같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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