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워줘 도넛문고 1
이담 지음 / 다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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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성범죄로 얼룩진 10대 이야기"

 

이담의 <나를 지워줘>를 읽고



"가해자와 피해자, 우리는 둘다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디지털 성범죄로 얼룩진 10대의 현실을 그린 이야기-

 

N번방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만연해있는 디지털 성범죄와 심각성을 일깨워주었다. 2020년 텔레그램 'N번장' 사건이 여성과 아동에 대한 성착취 범죄로 크게 문제가 되었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법적, 정책적인 대응이 시급해졌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텔레그램 같은 SNS와 메신저 사용이 활발해졌다. 더군다나 텔레그램은 카카오톡과 달리 대화 기록이 서버에 남지 않고 상대방과 비밀 대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악용하여 이런 디지털 성범죄가 이루어지는 장소가 되고 있다. 

또한 많은 10대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SNS를 활발히 이용하게 된 상황 속에서 사이버 범죄, 무단 사진 도용, 개인정보침해 등 많은 사이버 관련 범죄 등이 일어나고 있다.

 

이 책  『나를 지워줘』는 이런 디지털 성범죄가 성행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디지털 성범죄로 얼룩진 10대들의 이야기이다. 디지털 성범죄의 가해자를 추적해나가면서 주인공이 피해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변화해가는 성장 소설이다.

 

이야기는 주인공 모리가 피해자의 불법촬영물을 재유포한다는 누명을 쓰고 디지털 장의사를 그만둔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 같은 반 친구이며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톱10의 주인공인 '리온'이 모리를 찾아온다. 리온은 인터넷에 떠도는 자신에 대한 소문과 딥페이크 영상을 지워달라고 부탁한다. 모리는 리온의 간절한 부탁을 듣고 고심하다가 결국 그녀를 돕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사건은 뜻하지 않게 갑자기 큰 사건으로 변모한다. 8반 남학생 단톡방이 개설되면서 리온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유포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너무 상처를 받고괴로워하던 리온은 결국 자살을 기도하게 되고 모리는 그녀를 지키지도 못하고, 사건 해결에 전면적으로 나서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사건의 가해자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도와줘. 이러다 죽을 것 같아. 너만 할 수 있는 일이야.”
모리는 죽을 것 같다는 말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악플도 이겨 내지 못한다면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중 앞에 서려면 시기와 질투를 견뎌야 하고, 심심풀이 땅콩처럼 입방아에 오르는 걸 감수해야 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리온의 말이 자꾸 아픈 기억을 건드렸다. 첫 의뢰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죽을 것 같다’였기 때문이었다.
-p.40~41 「강모리_진짜 친구」 중에서

 

모리는 가해자를 추적하면서 가해자의 서사에 타협하지 않는다. "리온을 아파트 베란다 위에 서게 한 그들 모두가 살인자이다." 라고 말하며 그들의 잘못을 지적한다. 이 책에는 성착취물이 어떻게 제작되고, 그 영상들이 어떻게 인터넷과 메신저에서 유포되는지 그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마치 좀비를 죽여도 절대 죽지 않는 것처럼, 성착취물도 지워도 지워도 완전히 삭제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들은 좀비였다. 좀비 하나를 죽여도 새로운 좀비는 그보다 빨리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원본 사진은 물론 딥페이크로 조작한 사진과 영상도 처음에는 몇 명만 내려받는다. 하지만 그들이 다른 곳에 그것들을 게시하면 몇 배로 늘어난 사람들이 내려받게 되는 것이다. 재이는 인터넷에서 자신의 얼굴을 완전히 지워 내지 못할 것 같았다. 그 아득함에 주먹으로 가슴을 내리쳤다.
- p.157 「민재이_유포」 중에서

 

 

또한 무단 유포뿐만 아니라 가해자들의 전혀 반성없는 태도와 그들의 뻔뻔한 모습,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2차 가해, 주변 사람들의 무책임과 방관과 무관심, 피해자에 대한 조리돌림까지 우리 사회의 민낯을 현실적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과연 우리 또한 가해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직접적인 가해자는 아닐지 모르지만, 그런 현실을 방관하고 아무런 대책 조차 세우고 있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N번방 사건 속 성착취가  그렇게 고질적으로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고, 디지털 성범죄가 성행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가 과연 가해자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에 대해 한번 돌이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소설 속 모리가 행동이 늦었을지 모르지만, 친구를 위해 고민하고 그 친구를 보호하고 지켜주기 위해 위험을 무릎쓰는 모습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곽 감동을 선사한다. 

 

더이상 우리는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상처받은 이에게 손을 내밀어 '넌 혼자가 아니야.' 나는 네편이야.' 라고 말하여 그의 완전한 네 편이 되어준다면, 그들의 상처와 고통을 조금이나마 치유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상처받은 사람 곁에 있어주고, 관심을 가져주고, 네 편이 되어준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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