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 평전 - 경험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라
사만다 로즈 힐 지음, 전혜란 옮김, 김만권 감수 / 혜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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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나 아렌트의 모든 것 "


사만다 로즈 힐의 한나 아렌트 평전>을 읽고 



"경험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라"

-한나 아렌트라는 인물과 사상에 대한 친절한 안내서

 

'한나 아렌트' 그녀는 누구인가? 내가 한나 아렌트에 대해 아는 것은 단지 그녀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쓴 저자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녀가 빅터 프랑클과 같은 유대인이며 빅터 프랑클처럼 그녀 또한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 수감되었고 유대인으로서 갖은 핍박과 고통을 감내해왔다는 것이다. 사실 한나 아렌트 또한 빅터 프랑클과 마찬가지로 인간과 세계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대한 사유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세계에 대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인간은 스스로 사유함으로서  자신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이 겼는 문제들에 당당히 맞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 『한나 아렌트 평전』는 사유를 통한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적 질문과 한나 아렌트라는 한 인물의 삶, 그녀의 인생과 사랑, 그녀의 사상, 업적, 저서 등 한나 아렌트에 대한 모든 것들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 한나 아렌트의 생애와 업적에 대한 관심이 그녀가 죽은 지 5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식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미 국내에서 한나 아렌트 관련 서적이 많이 나왔지만, 이 책  『한나 아렌트 평전』처럼 한나 아렌트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간략하게,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놓은 책은 없을지 모른다.

 

이 책  Part 1에서는 한나 아렌트의 출생과 성장과정, 연인과의 사랑 등 그녀의 개인적인 삶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비범한 소녀에서 주목받는 유대인 철학자가 되기까지 과정을 추적해볼 수 있다. 특히 이 Part 1 부분에서는 한나 아렌트의 철학적 성장과 발전의 모습도 아울러 알 수 있다. 아마도 그녀가 하이데거와 같은 철학자들과 사랑에 빠지고 그들과의 교제를 통한 학문적 성장이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한나 아렌트도 전체주의라는 정치적 상황과 시대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고, 이에 따라 정치적 망명, 강제 수용소 수감 등 유대인으로 갖은 핍박과 고통을 당하게 된다. 내면의 사유를 통한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던 그녀가 이제는 전체주의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을 하며 반유대주의를 표방하고 정치적 행동을 한다. 그 당시 시대 상황과 한나 아렌트의 삶을 통해 한나 아렌트의 사상과 정치철학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정치철학자로서 변화된 그녀의 모습이 Part 2 부분에 잘 드러나 있다. 특히 한나 아렌트는 "유대인으로서 특별히 무엇을 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며 그녀 스스로가 유대인이라는 자각을 하며 유대인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유대인의 역사에서 유감스러운 사실 중 하나는, 유대인 문제가 정치적 문제임을 적군은 알았으나 정작 유대인 친구들(유대인 자신들)은 몰랐다는 것이다."

-p. 157, <전체주의의 기원>의 서문 중에서-

 

한나 아렌트가 쓴 <전체주의 기원>에서 한나는 유대인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 책 내용에 따르면, 한나는 유대인 전선을 원했고 여러 국가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들의 연대를 바랐다고 한다. 

 

한나 아렌트가 쓴 저서들인 《그림자》, 《사랑 개념과 성 아우구스티누스》, 《전체주의의 기원》, 《아모르 문디》, 《과거와 미래 사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혁명론》 등이 각 장마다 핵심 내용이 쉽게 설명이 되어 있다. 한나 아렌트가 왜 그 시기에 책을 저술하게 되었는지,  그 저서들의 핵심내용들은 무엇인지, 그 내용들은 그녀의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 한나 아렌트 사상의 핵심을 당시의 정치, 사회적 배경과 그녀의 개인적인 삶과 연관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사상과 저서들 내용을 조금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한나 아렌트에게 조금은 가까워진 느낌이다. 

 

특히 한나 아렌트의 저서들 중 많은 논란과 오해을 자아내고 있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에 대해 저자는  Part 4 부분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한나 아렌트는 1963년 2월 15일부터 3월 16일까지 아돌프 아이히만 재판에 대한 보고서를 잡지 <뉴요커>에 시리즈로 실었다. 그리고 이 출판물이 5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것이다. 한나는 이 책 말미에 재판부가 내린 판단과 판결을 거부하고 스스로 아이히만에게 판결을 내렸다. 아이히만이 저지른 짓들은 우리 모두가 함께 공유해야하는 이 세상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기에 아이히만은 죽어 마땅하다는 것이다. 즉 아이히만은 인간 조건의 기본 원칙인 다원성을 위반하였다고 말했다. 한나 아렌트가 쓴 이 보고서와 관련된 여러 쟁점들과 사건들을 사건의 전개와 함께 다루었다.


과거로 돌아가 이 고난이 따를 걸 알면서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출간하겠느냐고 묻자 노년의 한나는 대답 대신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정의만은 영원히”라는 오래된 격언을 언급하고는 곧 철회했다. 그리고 스스로 더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질문을 던졌다.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진실을 말하겠는가?” 한나의 대답은 “그렇다”였다.
-「15장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중에서

 

이 책 『한나 아렌트 평전』은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한나 아렌트의 업적과 그녀의 저서에 따른 논란 등에 대한 이해를 도울뿐만 아니라, '한나 아렌트'라는 한 여자의 개인적인 삶도 들여다보게 된다. "경험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라"라고 말했던 한나 아렌트의 말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경험하고 생각하는 삶을 통해 내가 속한 사회와 공동체를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듯하다. 아울러 지금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과 더불어 우리의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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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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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만나는 인생의  상실 종언 "

 

에쿠니 가오리의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를 읽고 



"세 사람은 왜 섣달 그믐날 밤에 함께 목숨을 끊었을까"

-에쿠니 가오리가 전하는 일상 속에서 만나는 삶과 죽음의 이야기-

 

항상 남녀간의 다양한 사랑의 모습만 이야기해오던 에쿠니 가오리 작가가 이번엔 죽음과 인생의 상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만나는 사랑의 모습과 사랑으로 인한 기쁨과 행복, 이별로 인한 슬픔 등을 이야기해왔는데 이번 신작인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는 사랑이 아닌 죽음과 죽음을 통한 상실을 그리고 있다. 

 

우리는 인생을 살다보면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의 아픔과 고통을 겪게 된다. 아마 인생의 고난들 중에서 가장 견디기 힘들고 가슴아픈 일일지도 모른다. 만약 그런 상황이 오게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어떻게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 슬픔을 극복해나갈 수 있을까. 그런 질문들을 하면서 이 책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세 노인의 죽음과 남겨진 가족들의 일상 이야기를 담담히 전하면서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대신하고 있다.

 

이야기는 섣달 그믐날 밤, 호텔에 모인 세 명의 노인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80대  노인인간지, 츠토무, 치사코는 처음에는 비즈니스 관계로 만난 인연으로 시작하여 나중에는 함께 공부 모임을 통해 그 인연을 오랫동안 이어왔다. 그들은 함께 연극, 영화, 콘서트 등을 보러 다니거나  술도 마시면서 우정도 쌓아온 것이다. 그래서 그 우정을 바탕으로 죽음조차도 함께 하려고 호텔에 모인 것이다. 그런데 왜 그들은 함께 목숨을 끊으려고 하는 것일까. 저자는 왜 그 노인들이 자살을 선택했고 함께 죽기로 결정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이미 그들은 엽총으로 자살을 했기 때문에 그 이유를 말해줄 수도 없다.  그렇다면 남겨진 가족이나 친구들은 그 이유를 알고 있을까. 그러나 저자는 남겨진 가족이나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그들의 죽음을 이해할 수도 없고 그 이유조차 모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록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죽음이라 할지라도 저자는 그 죽음에 대해 부정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남겨진 가족이나 친구들의 이야기와 그 노인들이 죽기 전에 함께 한 시간들을 통해 그들의 인생이 비참하거나  슬프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저자는 그 노인들의 죽음보다는 남겨진 그들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던진다. 남겨진 그들의 아들, 딸, 손녀, 손자, 옛 동료, 부하 직원 등을 통해 그 노인들의 인생 이야기가 부분적으로 펼쳐진다. 그와 함께 남겨진 이들이 느끼는 슬픔, 원망, 자책, 후회, 감사 등 그들이 느끼는 온갖 감정들이 그들 각자의 이야기들을 통해 드러난다. 처음에는 고인에 대한 부재를 강하게 느끼며  힘겨워한다. 그들의 일상 생활 속에서 고인에 대한 빈 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진다.

 

최근 들어 자주 하는 생각을 맥락 없이 또 한다. 이것은 치사코 씨가 없는 세상이라고. 치사코 씨는 가고 없는데 세상은 평화롭고 평범하게 움직이고, 나는 연인과 걷고 있다, 라고.

-p.54-

 

 

마당에 심은 구근 하나가 올해 처음 꽃을 피운 것을 발견했을 때라든지 슈퍼마켓에서 장을 다 보고 바깥에 나오자 비가 내리고 있었을 때 혹은 우연히 탄 택시의 운전기사의 느낌이 좋지 않았을 때 갑자기 세상이 아버지의 부재로 구성되어 있다는 감각에 휩싸인다. 그 감각은 손에 닿을 듯이 생생하고 세상 그 자체와 맞먹을 만큼 거대해서 미도리를 움츠러들게 만든다.

-p. 143-

 

그렇게 문득문득 찾아드는 고인에 대한 흔적과 추억이 남겨진 이들을 힘들게도 하지만, 그 추억을 통해 고인과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동안 바쁜 일상에 쫓겨 잊고 지냈던 아버지와의 어린 시절 추억들, 은사님에 대한 감사와 존경, 엄마와 연락을 끊고 소원하게 지냈던 딸의 엄마에 대한 추억 등 그들은 고인과의 소중했던 시간들을 떠올린다. 비록 육체적으로는 이미 그들은 죽고 없지만, 남겨진 이들의 기억과 시간 속에서는 계속 살아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건 할아버지한테 물으면 틀림없이 가르쳐 줬을 텐데 이제 할아버지에게는 말을 걸 수는 있어도 물을 수 없었다.'

-p. 225

 

물론 남겨진 이들은 일상 속에서 고인들의 부재를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그들과 함께 있음도 동시에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부재로 인한 슬픔과 상실의 고통을 서둘러 해소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슬픔으로 인해 일상 생활을 망치거나 포기하지도 않는다. 남겨진 이들은 고인의 죽음 이전이나 이후에도 변함없이 그들의 일상 생활을 하고 있다.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인생의 상실이나 종언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삶은 계속 되어야 하는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는 이 책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에서 죽음을 포함한 우리가 인생 속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상실과 종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이번 책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시대를 작품 속에 반영함으로써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코로나에 대처해가는 우리들의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해서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써 반갑기도 하고 공감도 갔다. 코로나 시대 3년을 살아오면서 느끼는 것은 그럼에도 우리의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 에쿠니 가오리는 이 책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을 통해 인생의 수많은 상실과 종언 속에서도 우리는 꿋꿋이 앞으로 나아가고 살아가야 함을 말하고 싶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글은 소담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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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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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에 대해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휴먼 미스터리  "

 

히가시노 게이고의< 외사랑 >을 읽고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이 뫼비우스 띠 위에 있어요

완전한 남자도, 완전한 여자도 없어요!"


-시대를 뛰어넘어 젠더에 대해 히가시노 게이고가 전하는 메시지-

 



이 세상에 완전한 남자 또는 여자가 있을까. 성소수자들의 '커밍아웃'을 보면서 우리가 가진 성정체성은 과연 올바른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회 속의 음지 속에 있던 그들이 자신있게 사회 속으로 나와 그들의 성정체성을 확립하고 그들만의 '퀴어 문화'를 확립한다. 21세기에 되어서 비로소 성소수자들을 비로소 열린 마음으로 보게 되었는데 과연 20년 전에는 어땠을까. 만약 그 당시에 성정체성이나 성수자들의 이야기를 했다면 과연 그 이야기는 비판받지 않고 제대로 받아들여졌을까. 

 

이 책  『외사랑』 을 읽으면서 어떻게 히가시노 게이고는 20년 전에 이런 주제를 가지고 이런 내용의 글을 쓸 수 있었을까. 과연 이 책이 출간되었을때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그리고 아울러 어떻게 히가시노 게이고는 여성과 남성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사회에 의문을 제기하며 젠더에 대한 묵직하고 신랄한 비판과 경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일까. 나름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라 자처하는 나로서도 이 책  『외사랑』은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는 없었다. 이 작품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특징인 살인 사건이나 범인에 대한 추적이 아닌 젠더 문제, 소수자에 대한 차별 등 사회비판과 고발을 위한 요소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11월의 세 번째 금요일 밤, 미식축구부원들의 동창회로부터 시작한다. 그들은 대학생 시절 함께 미식축구부원으로 활동하였고 졸업하고 나서도 매년 11월 세 번째 금요일 밤에 만나서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당시 에이스 쿼터백이었던 니시와키 데쓰로는 동창회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미식축구팀 매니저였던 히우라 미쓰키를 만난다. 그런데 그 당시 여성이었던 모습의 히우라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심지어 목소리마저 완전 남성으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여성이 남성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일까. 당황한 데쓰로에게 미쓰키는 자신의 신체는 여성이지만, 남성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놀라운 비밀을  들려준다.  

 

“설명이 필요해. 하지만 두 가지는 이해해줬으면 해. 첫 번째는 이 얘기가 거짓이나 농담이 아니라는 것. 두 번째는 나란 놈의 고통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말이야.”
“나란 놈…….” 데쓰로는 미쓰키가 내뱉은 단어를 따라 읊조렸다. 사정을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이 현실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맞아.” 미쓰키가 계속 말했다. “나란 놈은 남자였어. 너희들과 만나기 훨씬 전부터.”

-p.35-36
 

작가는 작품 속에서 미쓰키와 같은 성정체성 장애를 겪고 있는 인물을 등장시키면서부터 독자들에게 미쓰키는 여자인가, 남자인가 하는 성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도 여성의 신체를 가지고 있으니 미쓰키를 여자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미쓰키가 남자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남자로 보아야 하는지 혼동이 되었다. 그런데 이런 여성이냐, 남성이냐는 이분법에 대해 작가는 신랄한 비판의 메시지를 던진다. 왜 우리는 남성 또는 여성 이렇게 이분법적으로만 나누려고 하는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냥 인간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이분법적인 사고는 우리가 자라오면서 사회화를 통해서 체화되어온 것이다. 왜 우리 사회는 '여자'와 '남자'라는 두 가지 틀 속에 우리 모두를 가두려고 하는 것일까. 이런 이분법적 사고는 과연 올바른 것일까.

 

작가는 이런 성정체성에 대한 의문 속에 미스터리한 요소를 추가시킨다. 미쓰키의 충격적인 고백에 이어 미쓰키는 자신이 어떤 한 남성을 얼마 전 죽이고 말았다고 충격적인 살인 사실을 폭로한다. 미쓰키는 그 남성이 네코메라는 바에서 함께 일하던 호스티스를 상습적으로 스토킹해서 그 호스티스를 구하려는 마음에 죽이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살인에 대해 잘못을 깨닫은 미쓰키는 자수하려고 하지만, 데쓰로를 비롯한 그의 친구들은 '신의 실수'를 바로잡아 미쓰키가 남자로서의 삶을 살게 하기 위해서라고 미쓰키가 자수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 뜻을 같이 한다. 살인 사건으로 인해 경찰에 쫓기게 된 미쓰키를 위해 데쓰로 일행은 적극적으로 도와주려하지만, 미쓰키는 갑자기 그들 앞에서 사라져버린다. 왜 미쓰키는 갑자기 사라진 것일까. 사라진 미쓰키를 찾아나선 데쓰로 일행은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되는데 과연 미쓰키가 숨기고 있는 진실은 무엇일까.

 

작가는 작품 속에서 미쓰키 외에도 성정체성 장애를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각자 가진 다양한 이유로 성정체성 장애를 겪고 있지만, 그들 모두는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다같은 인간인 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뫼비우스 띠의 앞뒤와 같아요.”
“무슨 뜻이죠?”
“일반적인 종이의 경우 뒤는 언제나 뒤죠. 앞은 영원히 앞이고요. 양쪽이 만날 일도 없어요. 하지만 뫼비우스 띠는 앞이라고 생각하고 나아가면 어느새 뒤가 나와요. 즉, 양쪽은 연결되어 있죠.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이 뫼비우스 띠 위에 있어요. 완전한 남자도, 완전한 여자도 없어요. 또 각자가 지닌 뫼비우스 띠도 하나가 아니에요. 어떤 부분은 남성적이지만, 다른 부분은 여성적인 것이 평범한 인간이에요. 당신 역시 여성적인 부분이 얼마든지 있어요. 트랜스젠더라 해도 똑같지는 않아요. 트랜스섹슈얼도 다양하고요.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어요. 그 사진 속 인물도 육체는 여자인데 마음은 남자라는 단순한 표현으로 다 담을 수 없어요. 내가 그러하듯.”

- p.421

 

어느 지점에서 띠의 중심을 따라 이동하면 출발한 곳과 반대면에 도달하는 뫼비우스 띠처럼, 동전의 양면처럼 남성과 여성이 서로 분리가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 연속선 상에서는 트섹스섹슈얼, 트랜스젠더와 같은 성소수자도 있는 것이다. 하나의 큰 맥락에서 보면 그들도 모두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을 작가는 전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또한 성의 경계를 명확히 규정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인간 관계 또한 불변하지 않고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는 성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서도 과연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과의 인간관계가 변하지 않고 잘 유지될 수 있는가와 같은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우리의 짝사랑이 아닌 외사랑이 더욱더 슬프고 힘든 이유일 것이다. 성정체성의 문제와 함께 우정과 사랑에 고뇌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아픈 청춘의 추억도 소환해보게 된다. 

 

다양한 사람을 생각하며 썼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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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기획자의 시선 - 브랜딩 실무자가 알아야 할 모든 것
양봄내음.권병욱 지음 / 유엑스리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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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 실무자가 알아야 할 브랜딩의  모든 것"

 

양봄내음, 권병욱의< 브랜드 기획자의 시선>을 읽고 

 


"실체를 가진 전략으로서 브랜딩을 말하다!"

-두 브랜딩 전문가의 강력한 실전 브랜딩 전략-

 

요즘은 과거에 비해 기업들이 브랜드를 통한 마케팅 전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제는 기업들이 자사 브랜드가 소비자들과 친밀해지고 소비자들에게 높은 인지도를 얻게 되면 이것이 곧 높은 판매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얻기 위해 다양한 브랜딩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자사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친밀하게 인식되어 높은 인지도를 얻을 수 있을까. 효과적인 브랜딩 전략을 무엇일까. 인지도 높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기업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이런 브랜딩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브랜딩 전문들이 나섰다. 이 책 『브랜드 기획자의 시선』은 지난 20여 년간 브랜딩에만 집중해서 오랜 경력을 쌓아 온 브랜딩 전문가인 두 저자가 쓴 브랜드 전략서이다. 그동안 이들의 손을 거쳐간 브랜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두 저자는 그 기업들과 함께 한 시간 속에서 쌓아온 브랜딩에 대한 생생한 경험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이 책 『브랜드 기획자의 시선』에서 풀어내었다. 그래서 이 책은 다른 브랜드 전략서보다 쉽고 명료하고 실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브랜드' 라고 하면 브랜드 로고나 브랜드 이름을 떠올린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브랜드는 기업이나 제품, 서비스의 성질 및 가치를 아우르는 요소이자 소비자와 관계를 만든느 가장 직접적인 대상이라고 한다. 즉 가치이자 디자인이며, 경험이며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브랜드의 중심에는 소비자가 있으며 모든 것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고려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브랜드가 소비자의 손 안에 들어가고, 일상 속에서 향유되며, 소비자가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모든 과정을 브랜딩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기업이 제품을 잘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기업이 소비자와 어떤 관계에 있고, 그 제품이 과연 소비자들의 요구를 얼마나 충족할 수 있으냐와 같은 '관계'가 중시된다. 그리고 브랜딩 전략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는 먼저 브랜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PART 1 이해」에서 우리가 브랜딩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나 오해를 해소하고 올바른 개념을 정립할 수 있도록 브랜드에 대해 잘 설명해주고 있다. 브랜드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기업들이 새 브랜드를 론칭하기 전에 고려할 사항이 무엇인지,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어떻게 분류하는지 등 브랜딩에 앞서 브랜딩 실무자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세심하게 챙겨주고 있다. 

 

브랜딩에 대한 올바른 개념 정립을 바탕으로 이제는 기업은 세상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겠다. 그러나 우선 브랜드를 만들기 전에 필요한 것은 기업 내부에서 먼저 준비가 되어야 한다. 브랜딩은 소수의 담당자들이 머리를 짜내어 뚝딱 하고 단기간에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고 공통의 가치와 맥락을 공유하여 하나의 유기체처럼 실체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브랜드는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실체로 존재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고 인터널 브랜딩을 통해 기업 구성원 모두가 브랜드를 그들 자신에게 체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PART 2 존재」에[서는 브랜드 정체성과 세계관 확립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브랜드 내재화를 위한 실전 전략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브랜딩에서 중요한 요소는 소비자와의 관계일 것이다. 브랜드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사람들이 그 브랜드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그 브랜드 가치에 공감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이  「PART 3 관계」는 브랜딩 실무자가들이 중점적으로 보아야 할 부분일 것이다. 이 파트에서는 저자는 무엇에 초점을 두고 브랜딩을 설계해야하는지, 브랜드의 중심을 지키면서도 차별화 전략을 어떻게 구사하는지 등 브랜딩 실무자에게 도움이 될 실질적인 브랜딩 전략을 알려주고 있다.

 

오늘날의 브랜드는 단순히 기억하게 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만 매개체로서 기대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사람들과 특별하고 깊은 애착 관계를 맺는 것이 그 브랜드의 아주 중요한 존재 이유가 된다는 뜻입니다.
-「PART 3 관계」중에서

 

지금까지 브랜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리고 이런 과정 속에서는 브랜드는 내외부적인 위기를 겪어오기도 했다. 이런 브랜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저자는 「PART 4 진화」에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어떻게 하면 브랜드가 어려움에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해결책을 이 파트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브랜드 파워로 인해 기업의 성공을 가늠할 수 있는 시대이다. 그래서 기업에서는 브랜딩을 통한 마케팅을 비롯한 다양한 브랜딩 전략을 마련하는 데 힘을 쓰고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이 책 『브랜드 기획자의 시선』은 실제 브랜드 실무자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업무 담당자가 아닌 나와 같은 일반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브랜딩 전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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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 - 제 꿈 꾸세요
김멜라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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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7인의 작가들이 전하는 이야기들 "

 

김멜라, 김지연, 백수린, 위수정, 이주혜, 정한아, 이서수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를 읽고 





"대상 수상작 김멜라 작가의 <제 꿈 꾸세요>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


-제 23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출간-

 

올해 2022년 이효석문학상 대상수상작가는 누구일까? 매년 이렇게 문학상이 발표될 때마다 올해는 누구일까 궁금하다. 요즘에는 워낙 훌륭한 작가들이 많아서 선뜻 누가라고 예측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오히려  대상이 발표되고 나면 그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서 그 작가의 작품을 찾아보게 된다. 23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은 김멜라 작가의 <제 꿈 꾸세요>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김지연, 백수린, 위수정, 이주혜, 정한아의 작품들이 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

이 책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에서는 대상 수상작인 김멜라 작가의 <제 꿈 꾸세요> 뿐만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5인의 작가들인 김지연, 백수린, 위수정,  이주혜, 정한아 작가의 작품들도 수록되어 있다. 우수작으로 선정된 5개의 작품 외에도 대상수상작가인 김멜라 작가의 자선작인 <메께라 께라>와 작년 대상수상작가인 이서수 작가의 <연희동의 밤>도 만날 수 있다. 7명의 작가들이 들려주는 그들만의 개성과 문체가 담긴 이야기들이어서 그런지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느끼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대상 수상작 : 김멜라 작가 <제 꿈 꾸세요>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단연 김멜라 작가의 <제 꿈 꾸세요>였다. 죽음과 꿈이라는 두가지 요소를 결합하여 작품 속 '나'가 죽음의 가이드 '챔바'를 만나서 다른 사람의 꿈 속으로 여행하는 내용이다. 죽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포스럽고 두려운 느낌을 불러일으키는데 이 작품 속에서는 죽음을 꿈과 연결하여 죽음을 무겁지 않은 소재로 다룬 것이 특징이다. 죽은 후 다른 사람의 꿈 속으로 이동하면서 그들이 좋은 꿈을 꾸도록 시도하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죽은 후에 해야 할 일인 것이다.

 

이 때 죽음의 가이드 '챔바'의 도움이 필요하다. 보통의 죽음의 신이나 사신이라고 하면 차갑고 무서운 이미지가 연상이 되는데, 이 작품 속 챔바는 다정다감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존재로 여겨진다. 챔바는 주인공 '나'가 자신의 죽음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도와준다. 처음에 '나'는 '어떻게 하면 나의 억울한 죽음을 내 주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까 '에 집중한다. 그래서 '나'는 자신의 주변 사람들인 세모와 규희를 떠올린다. 그들과의 추억에 대해 생각하던 '나'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죽음을 알리는 것에 집중하는 것보다 오히려 그들이 "일어났을 때 기분좋게 웃을 수 있는 꿈'을 꾸게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는다. 그들의 꿈 속에 나타나 자신의 죽음을 알리고 자신의 시체를 발견해서 처리해주길 바랬으나. 그들의 삶도 지상세계에서 자신만큼 힘들고 고통스러움을 깨닫게 되고, 그들이 자신에게 한 행동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이제 죽은 나를 발견해주실 원하지 않았다. 내 죽음의 경위와 삶의 이력들을 오해 없이 완결하고 싶지도 않았다. 대신 나는 나와 나와 이어진 사람의 꿈으로 가 그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 "

-p. 39

 

주인공 '나'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나'의 죽음에만 집중하는 것에서 나아가 다른 사람들 배려하고 그들이 꿈을 통해서라도 즐겁고 기분좋기를 바라는 생각의 변화가 너무나 인상적이다. 오늘 밤 '좋은 꿈'을 꾸면서, 그 꿈을 꾸게 하는 저승 속 누군가의 따뜻하고 다정한 마음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우수상 수상작 : 김지연 작가 <포기>


우수작으로 선정된 김지연 작가의 <포기>는 돈을 빌린 후 잠적한 친구를 주인공인 '나'(미선)과 호두(도영호)가 돈을 빌린 후 잠적한 친구인 민재를 찾기 위해 애쓰는 내용이다. '나'는 과거 민재와 연인 사이였고, 호두는 나의 사촌이자 민재와 친구 사이였다.

 

그런데 그들이 고동으로 잠적한 민재를 찾으려는 이유는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민재의 안부를 알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민재에게 2천만원을 빌려준 호두는 민재를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 자신이 민재에게 졌던 신세와 그와의 관계를 생각해서 신고를 하지 않으려 한다. 돈을 받는 것은 예전부터 포기했고, 단지 민재가 잘 지내고 있는지 알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호두에게도 2천만원이 워낙 큰 돈이기 때문에 나중에 가서는 신고를 하긴 하지만, 민재가 조금씩 갚으면 괜찮다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민재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었던 사정은 조금 나아졌는지, 무슨 일을 하며 사는지, 잘 지내는지, 아픈 덴 없는지 등 그런 그의 안부가 궁금할 뿐이다.

 

그러나 작품 속 제목인 '포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렇게 그의 안부를 알고 싶은 마음조차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음을 알고 포기하게 된다. 과연 민재는 다시 돌아올까 그럼 궁금증을 안기며 작품은 끝이 난다.

 



우수상 수상작 : 백수린 작가 <아주 환한 날들>



백수린 작가의 <아주 환한 날들>의 주인공은 혼자 사는 노년의 여성이다. 딸을 시집 보내고 남편은 죽고 빈 집을 홀로 지키며 혼자 생활한다. 언뜻 그녀의 삶이 고독하고 외롭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녀는 전혀 외롭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녀는 지난 6년 동안 정해진 일과를 반복해보며 그녀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며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필 쓰기 수업을 들으면서 한 줄도 쓰지 못하고 매번 집으로 돌아오는 점을 보아 그녀 나름대로 어떤 외로움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그녀의 정해진 일상 속에서 하나의 변수가 생겼다. 바로 사위가 잠시 맡아서 길러달라는 앵무새 한 마리였다. 그 작은 새 한 마리가 그녀의 평온한 일상에 변화를 일으키고 그녀의 생활을 망가뜨린다. 처음에는 앵무새가 자신의 일상을 망가뜨리는 존재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보살핌 소홀로 인해 앵무새가 아픈 이후로 그녀는 '앵무새 키우기'에 열중했다. 그러다보니 어느 새 귀찮고 성가시기만 했던 그 작은 새가 나중에는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앵무새와의 2달 간의 동거가 그녀 남긴 것은 무엇일까. 외로움을 타면 죽는다는 앵무새처럼 자신도 사실은 상실 이후의 고통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느껴온 것은 아닐까. 그녀는 앵무새 기르기를 통해 상실의 아픔은 결국 사랑으로 극복됨을 깨닫게 되지는 않았을까. 

 

 


우수상 수상작 : 위수정 작가 <아무도>


위수정 작가의 <아무도>의 주인공 '나'(희진)은 은 남편인 수형과 별거하고 원룸을 구해 따로 살아간다. 아직 이혼을 한 단계는 아니고, 잠시 서로 떨어져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서 그녀는 집을 나와 따로 산다. 왜 그녀는 별거를 한 것일까. 그녀는 남편인 수형이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별거 이유를 작품 속 어머니의 말인 "너 연애하려고 나온 거 아니었어?에서 짐작할 수 있다.

 

집을 나오면 그와 연애를 마음 껏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희진은 현실의 벽을 느끼게 된다. 결국 그녀는 수형에게 돌아가게 될까. 같은 여자로서 공감하면서 현실의 한계를 새삼 깨닫게 된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어떤 마음도 없는 듯 그 마음을 죽이면서 살아갈 필요가 있음을 말이다. 

 

 


우수상 수상작 : 이주혜 작가 
<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지>


이주혜 작가의 <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지> 작품은 지금의 현재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반영한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의 관계와 신뢰가 어떻게 깨지고 망가질 수 있는지 잘 나타나 있는 것 같다. 이 작품에서는 세 명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나'와 수라 언니, 미예' 세 사람은 파주에 모여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들이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던데 이상하게도 그날만큼은 날이 좋았다. 그 자리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 홀아버지를 여의게 된 미예를 위로하고자 만든 자리였다. 그러나  그녀들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를 피해갈 수 없었던 것인지, 수라언니와 미예의 가족이 줄줄히 확진이 된다. '나'는 음성이 나와서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되면서 그들 세 사람의 우정은 금이 가게 된다. 격리의 날들, 양성의 날들을 통해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 그들은 비난하고 미안함을 느끼며 급기야 미예는 단톡방을 나가버린다.

 

아마 누구나 이 코로나의 공포를 겪어봐서 격리로 인한 고립과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비난을 겪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3년 간 코로나로 인해 아마도 이렇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인간관계가 깨지고 망가지는 경우도 아마 많았을지도 모른다. 무엇이 우리는 이렇게 겁쟁이로 만들었을까. 코로나가 우리 인간관계를 깨뜨려버릴만큼 무서운 것인가.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우리 인간관계를 변하게 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되돌아보고 생각해보게 한다. 



우수상 수상작 : 정한아 작가 <지난밤 내 꿈에>


정한아 작가의 <지난밤 내 꿈에>에서 주인공 '나'는 희곡을 쓰는 애인과 함께 동거하고 있다. 서로가 일정한 수입 없이 겨우 생계를 유지하며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애인은 인철은 작가의 꿈을 버리지 않고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한 결과 예심을 통과하여 다행히 일을 구하였다. 그런데 주인공 '나'에게 자궁의 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게 되는 시련이 찾아온다. 병원비와 입원비를 걱정하던 나에게 엄마는 오백십이만 삼천 사백원이 담긴 봉투를 건넨다. 그리고 앞으로 매달 이 금액의 돈이 통장에 들어오게 된다고 말한다.

 

이것이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그것은 바로 한센 협동농장에서 나오는 보상금이었고 이를 통해 나는 외할머니의 한센 병력을 알게 된다. 한센 병력을 가진 채 평생을 살아온 외할머니, 어렸을 때 고아원에 잠시 맡겨져 마음의 상처를 받아온 엄마의 과거의 상처를 알아차리게 된다. 할머니의 보상금으로 인해 나는 잠시나마 경제적인 여유를 느끼며 정상적인 일상 생활을 누리게 되었지만, 평생 한센 병과 싸우며 힘들게 살아온 외할머니와 고아원에 버려져 고독하고 외로운 삶을 살아온 엄마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들의 삶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오백십이만 삼천 사백원이 그것을 보상해줄 수 있을까.   



이 책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에 수록된 작품들 중 6편의 작품들에 대해 간략히 감상을 적어보았다. 이외에도 제주도 방언이 돋보이는 김멜라 작가의 <메께라 께라>와 이서수 작가의 <연희동의 밤> 작품들도 또한 너무나 흥미롭고 인상깊다.

 

이 책을 통해 한국 문학의 현주소와 문학의 흐름을 볼 수 있었다. 다양한 주제로 사용하여 각각 다른 이야기들을 집필하였지만, 공통적으로 그 작품들 속에서 희망과 꿈을 잃어버린 우리들의 모습, 코로나로 인해 변질되어버린 인간관계, 인간사의 희노애락을 엿볼 수 있었다. 

내년에는 어떤 작품들이 선정될 지, 그들이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줄 지 궁금해하며 이 책의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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