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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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에 대해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휴먼 미스터리  "

 

히가시노 게이고의< 외사랑 >을 읽고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이 뫼비우스 띠 위에 있어요

완전한 남자도, 완전한 여자도 없어요!"


-시대를 뛰어넘어 젠더에 대해 히가시노 게이고가 전하는 메시지-

 



이 세상에 완전한 남자 또는 여자가 있을까. 성소수자들의 '커밍아웃'을 보면서 우리가 가진 성정체성은 과연 올바른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회 속의 음지 속에 있던 그들이 자신있게 사회 속으로 나와 그들의 성정체성을 확립하고 그들만의 '퀴어 문화'를 확립한다. 21세기에 되어서 비로소 성소수자들을 비로소 열린 마음으로 보게 되었는데 과연 20년 전에는 어땠을까. 만약 그 당시에 성정체성이나 성수자들의 이야기를 했다면 과연 그 이야기는 비판받지 않고 제대로 받아들여졌을까. 

 

이 책  『외사랑』 을 읽으면서 어떻게 히가시노 게이고는 20년 전에 이런 주제를 가지고 이런 내용의 글을 쓸 수 있었을까. 과연 이 책이 출간되었을때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그리고 아울러 어떻게 히가시노 게이고는 여성과 남성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사회에 의문을 제기하며 젠더에 대한 묵직하고 신랄한 비판과 경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일까. 나름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라 자처하는 나로서도 이 책  『외사랑』은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는 없었다. 이 작품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특징인 살인 사건이나 범인에 대한 추적이 아닌 젠더 문제, 소수자에 대한 차별 등 사회비판과 고발을 위한 요소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11월의 세 번째 금요일 밤, 미식축구부원들의 동창회로부터 시작한다. 그들은 대학생 시절 함께 미식축구부원으로 활동하였고 졸업하고 나서도 매년 11월 세 번째 금요일 밤에 만나서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당시 에이스 쿼터백이었던 니시와키 데쓰로는 동창회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미식축구팀 매니저였던 히우라 미쓰키를 만난다. 그런데 그 당시 여성이었던 모습의 히우라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심지어 목소리마저 완전 남성으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여성이 남성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일까. 당황한 데쓰로에게 미쓰키는 자신의 신체는 여성이지만, 남성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놀라운 비밀을  들려준다.  

 

“설명이 필요해. 하지만 두 가지는 이해해줬으면 해. 첫 번째는 이 얘기가 거짓이나 농담이 아니라는 것. 두 번째는 나란 놈의 고통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말이야.”
“나란 놈…….” 데쓰로는 미쓰키가 내뱉은 단어를 따라 읊조렸다. 사정을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이 현실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맞아.” 미쓰키가 계속 말했다. “나란 놈은 남자였어. 너희들과 만나기 훨씬 전부터.”

-p.35-36
 

작가는 작품 속에서 미쓰키와 같은 성정체성 장애를 겪고 있는 인물을 등장시키면서부터 독자들에게 미쓰키는 여자인가, 남자인가 하는 성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도 여성의 신체를 가지고 있으니 미쓰키를 여자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미쓰키가 남자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남자로 보아야 하는지 혼동이 되었다. 그런데 이런 여성이냐, 남성이냐는 이분법에 대해 작가는 신랄한 비판의 메시지를 던진다. 왜 우리는 남성 또는 여성 이렇게 이분법적으로만 나누려고 하는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냥 인간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이분법적인 사고는 우리가 자라오면서 사회화를 통해서 체화되어온 것이다. 왜 우리 사회는 '여자'와 '남자'라는 두 가지 틀 속에 우리 모두를 가두려고 하는 것일까. 이런 이분법적 사고는 과연 올바른 것일까.

 

작가는 이런 성정체성에 대한 의문 속에 미스터리한 요소를 추가시킨다. 미쓰키의 충격적인 고백에 이어 미쓰키는 자신이 어떤 한 남성을 얼마 전 죽이고 말았다고 충격적인 살인 사실을 폭로한다. 미쓰키는 그 남성이 네코메라는 바에서 함께 일하던 호스티스를 상습적으로 스토킹해서 그 호스티스를 구하려는 마음에 죽이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살인에 대해 잘못을 깨닫은 미쓰키는 자수하려고 하지만, 데쓰로를 비롯한 그의 친구들은 '신의 실수'를 바로잡아 미쓰키가 남자로서의 삶을 살게 하기 위해서라고 미쓰키가 자수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 뜻을 같이 한다. 살인 사건으로 인해 경찰에 쫓기게 된 미쓰키를 위해 데쓰로 일행은 적극적으로 도와주려하지만, 미쓰키는 갑자기 그들 앞에서 사라져버린다. 왜 미쓰키는 갑자기 사라진 것일까. 사라진 미쓰키를 찾아나선 데쓰로 일행은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되는데 과연 미쓰키가 숨기고 있는 진실은 무엇일까.

 

작가는 작품 속에서 미쓰키 외에도 성정체성 장애를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각자 가진 다양한 이유로 성정체성 장애를 겪고 있지만, 그들 모두는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다같은 인간인 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뫼비우스 띠의 앞뒤와 같아요.”
“무슨 뜻이죠?”
“일반적인 종이의 경우 뒤는 언제나 뒤죠. 앞은 영원히 앞이고요. 양쪽이 만날 일도 없어요. 하지만 뫼비우스 띠는 앞이라고 생각하고 나아가면 어느새 뒤가 나와요. 즉, 양쪽은 연결되어 있죠.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이 뫼비우스 띠 위에 있어요. 완전한 남자도, 완전한 여자도 없어요. 또 각자가 지닌 뫼비우스 띠도 하나가 아니에요. 어떤 부분은 남성적이지만, 다른 부분은 여성적인 것이 평범한 인간이에요. 당신 역시 여성적인 부분이 얼마든지 있어요. 트랜스젠더라 해도 똑같지는 않아요. 트랜스섹슈얼도 다양하고요.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어요. 그 사진 속 인물도 육체는 여자인데 마음은 남자라는 단순한 표현으로 다 담을 수 없어요. 내가 그러하듯.”

- p.421

 

어느 지점에서 띠의 중심을 따라 이동하면 출발한 곳과 반대면에 도달하는 뫼비우스 띠처럼, 동전의 양면처럼 남성과 여성이 서로 분리가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 연속선 상에서는 트섹스섹슈얼, 트랜스젠더와 같은 성소수자도 있는 것이다. 하나의 큰 맥락에서 보면 그들도 모두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을 작가는 전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또한 성의 경계를 명확히 규정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인간 관계 또한 불변하지 않고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는 성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서도 과연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과의 인간관계가 변하지 않고 잘 유지될 수 있는가와 같은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우리의 짝사랑이 아닌 외사랑이 더욱더 슬프고 힘든 이유일 것이다. 성정체성의 문제와 함께 우정과 사랑에 고뇌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아픈 청춘의 추억도 소환해보게 된다. 

 

다양한 사람을 생각하며 썼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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