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
요코제키 다이 지음, 김은모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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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에서 시작된 비극 "


요코제키 다이의< 악연 >을 읽고 



"정말로 우연이라고 생각하세요?"

-<루팡의 딸> 시리즈로 유명한 요코제기 다이 10주년 기념작-

 

우리는 세상을 살다보면 많은 '우연'적인 상황이 필연적인 상황으로 변하는 일을 겪게 된다. 그런데 이 세상에 우연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없는 것 같다. 우리가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상황도 그 속에 이미 치밀한 계획과 준비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이 책 『악연』 또한 우연에서 시작된 일이 필연이 되고 심지어는 모두들 절망하게 하는 비극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3년 전에 발생한 스토킹 살인 사건이 어떻게 한 여성의 평화롭던 삶을 비극적인 삶으로 만드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며 작가는 우리를 범죄 미스터리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가이자 <루팡의 딸>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인 요코제키 다이 작가의 10주년 기념작이라 더욱더 의미가 깊다. 전작인 <루팡의 딸> 시리즈에서 보여준 작가의 섬세하고 치밀한 심리묘사가 이 책  『악연』에서도 빛을 발하였고 주인공들의 감정의 흐름을 잘 관찰해서 서술하는 능력이 돋보인다. 

 

이야기는 3년 전 발생한 스토킹 살해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살해 사건이 발생한 후 한 여성의 삶이 비극으로 치닫게 된다. 3년 전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작가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 살인 사건의 과정을 보여주고 그 살인 사건 후 생긴 변화와 발생한 비극을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3년 전 스토킹 사건이 발생한 2017넌과 사건 발생 후 3년이 지난 2020년을 교차적으로 보여주면서 그 살인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특히 평범한 일상을 살던 시청 공무원 구라타 유미의 변화된 삶의 모습이 인상적이며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아마 그녀의 말처럼 그건 어쩌면 우연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소위 말해서 재수가 없어서려니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 우연이 치밀한 계획과 오랜 준비를 거쳐 만들어낸 필연임을 보여주면서 우리를 충격과 당황스러움에 휩싸이게 한다.

 

'만약에 구라타 유미가 걸려온 그 전화를 받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9년 전에 그런 사고가 없었더라면? 만약에 오기쿠보 히토미가 지하 아이돌이 되지 않았더라면? 9년 전 자전거를 타고 간 한 여성이 지나가지 않았더라면? 등 이런 돌이킬 수 없는 만약에 라면 질문을 수없이 나에게 던져 보았다. 처음에는 서로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각각의 개별 사건들이 나중에는 퍼즐의 한 조각처럼 아귀가 맞아 들어가 하나의 큰 퍼즐 그림을 완성하게 된다. 그 하나의 퍼즐 조각들은 우리가 '우연'이라고 부르는 충분히 우리 일상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 우연은 없는 것 같다. 우연 또한 계획과 준비에 의한 필연이 만든 것이다. 9년 전 교통사고로 인해 그 현장에 있던 가해자 및 피해자가 모두 '악연'이라는 범죄 미스터리 세계 속으로 초대가 되며 연루된다. 우연히 일어난 하나의 사고라고 생각했지만, 그 우연은 또 다른 필연을 낳고 그 필연이 합쳐져서 비극으로 결론이 난다. 이 얼마나 비열하고 사악한 범죄란 말인가. 이러한 복수는 정당한 것일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피해를 당했다고 해서 그 사고와 관련된 모두들 비극으로, 죽음으로 몰아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이 사실이야말로 정말 너무나 무섭고 두렵다. 이 세상에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이라는 말이 있듯이, 정말 그 사실이 과거의 사건으로 빅픽처를 그린 그 살인자에게 해당하는 것 같다.

 

살인자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계획하고 준비를 해서 완전 범죄를 꿈꾸었지만, 지하 아이돌이었던 히토미를 최애한 오타쿠들에 의해 사건은 재조명되고 마침내 숨겨진 진실이 드러난다. 그 진실로 인해 불행했던 모두들의 삶이 그 절망의 비극 속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물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고, 심지어는 죽을 운명이 아니었던 그녀가 억울하게 죽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만, 이미 저질러진 일이니 어찌 하겠는가.

 

요코제키 다이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죄의 인과성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현재에 벌어지는 시련이나 비극은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닌 과거에 자신이 저지른 업보와 잘못과 관련이 있음을 말이다. 이 세상에 전혀 무관해 보이는 일 속에도 생각지도 못한 인과 관계가 존재함을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깨닫게 된다.

 

대체 그 죄는 어디서 시작된 걸까. 내가 그날 길을 잘못 들지 않았으면 괜찮았을까. 아니면 바바 히토미가 아이돌이 되기로 결심한 것이 잘못이었을까. 또는 지진이 발생하기 직전에 노가미가 미나미노의 아내를 떠민 순간일까. 결국 다양한 요인이 겹치고 겹쳐 이번 비극이 태어나고 말았다.

p.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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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데스의 유산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4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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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권리와 함께 안락사 문제를 생각해보게 하는 미스터리 "

 

나카야마 시치리의 <닥터 데스 유산>을 읽고 



"형사님, 가족과 법 중 뭐가 더 중요할까요?"

-이누카이 하야토 시리즈 4번째 이야기-

 

만약 당신의 가족이 불치병에 걸리거나 종말기 연명치료를 받으면서 하루하루 아픔과 고통의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당신의 아이나 부모님이 그 고통에 모못 이겨 차라리 죽여달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떤 결정을 내리겠는가. 인간에게 생명이 중요하고, 그 생명은 존중되고,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그 생명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그 믿음과 원칙을 어겨야하는 딜레마적인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런 상황 속에 안락사 문제가 거론이 되는데 안락사는 우리가 알고 있다시피, 불치의 중병에 걸린 등의 이유로 치료 및 생명 유지가 무의미하다고 판단되는 생물에 대하여  직·간접적 방법으로 고통없이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인위적인 행위를 말한다. 안락사는 적극적 안락사와 소극적 안락사로 나뉘는데, 적극적 안락사는 고통스러워하는 환자의 요청에 따라 모르핀 투여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행위를 말한다. 이에 반해 소극적 안락사는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공급, 약물 투여 등을 중단함으로써 결국 죽음에 이르게하는 것을 말한다. 

 

이 책 『닥터 데스의 유산』에서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는 안락사 문제를 조명하여 인간에게 있어서 살 권리뿐만 아니라 죽을 권리 또한 중요함을 말하며, 그 죽을 권리를 과연 법이 통제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던져준다. 인간이 자신의 죽음을 선택해서 존엄하고 편안하게 죽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법으로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안락사를 금지해야 하는가. 작가는 이 안락사 문제를 이 책 속에서 등장하는 닥터 데스에 의한 연쇄살인사건 수사하고 닥터 데스를 추적하고 검거하는 과정을 통해 다루고 있다. 닥터 데스는 편안하고 고통 없는 죽음을 선사하는 의사인가. 아니면 쾌락성 연쇄살인마인가.

 

이야기는 경시청 지령센터에 갑자기 들어온 한 소년의 신고로 시작이 된다. 소년은 어느 날 갑자기 처음 보는 의사가 찾아오고 그 의사에게  소년의 아버지가 주사를 맞고 난 뒤, 소년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말한다.

 

"저기, 있잖아요. 나쁜 의사 선생님이 와서 우리 아빠를 죽였어요.
--「첫 문장」중에서

"나를 잡아가기 전에 먼저 그 나쁜 의사 선생님을 잡아 주세요. 우리 아빠는 병을 이겨내려고 싸우고 있었는데. 엄마가 열심히 간호했는데, 그런데 그 의사 선생님이, 그 나쁜 의사가…….
-p.9

 

소년이 말하는 이 '나쁜 의사'의 정체는 무엇일까. 처음에는 소년의 장난 전화일거라고 생각하였지만, 혹시나 사건성을 염려해 이 신고 내용은 형사과에 근무하는 아스카에게 넘어간다. 아스카는 이누카이 형사와 함께 이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수사 과정 속에서 이 나쁜 의사는 '닥터 데스'라고 불리며 그 인물이 개설한 사이트 접속을 통해 그 '거래'가 이루어졌음을 알게 된다. 편안하고 고통 없는 죽음을 단돈 20만 엔에 제공한다는 그 '죽음의 의사'는 과연 누구인가. 그리고 소년의 아버지처럼 그 죽음의 의사에 의한 거래로 인해 안락사 당한 경우가 많이 있음을 수사 과정 속에서 알아내게 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도 안락사가 엄격히 법으로 불법으로 정해져있기에 소년의 어머니는 '자살방조죄'로 체포가 되어 감옥으로 가게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소년의 어머니는 자신의 행동에 후회가 없다고 말한다. 그녀뿐만 아니라, 닥터 데스에 의해 안락사를 시행한 거래를 하던 가족들은 오히려 닥터 데스에게 고마워한다. 고통스러워하는 자신의 가족에게 편안하고 고통없이 생을 마감할 수 있게 해줬다면서  말이다.

 

본인이 자살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가족이나 의사 또한 자살을 방조하거나 도와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일까. 사랑하는 가족의 고통을 보면서 안락사가 불법이거나 자살방조혐의 때문에 그대로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일까. 인간의 생명은 중요하다면서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죽는 그 날까지 그 고통을 감내하면서 살아있으라고 말해야 하는 것일까.

이야기 속 닥터 데스와 거래를 통해 자살방조죄를 저지른, 가족의 죽음을 도울 수 밖에 없었던 가족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보면서 생각해본다. 닥터 데스의 살인이 과연 정당하고 옳은 것일까. 아니면 작품 속 경시청 아스 경감의 말처럼 살인 충동과 쾌락에 의한 연쇄살인으로 보아야 하는 것일까. 

 

안락사의 이름을 빌린 쾌락살인. 아소가 그 말을 했을 때는 과연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딸을 안락사 시켜주지 못해 후회하는 마스부치를 보며 생각이 점차 바뀌었다.
닥터 데스는 정말 단순한 쾌락살인자일까. 마고메 사에코와 마스부치의 말대로 어쩌면 닥터 데스야말로 종말기 연명치료의 숨은 선구자 아닐까.
-p.85

 

쉽게 해결될 것 같아 보이던 수사는 난항에 빠지고 닥터 데스의 살인과 비슷한 사건들이 잇따라 일어난다. 과연 우리의 이누카이 형사와 아스카 콤비는 닥터 데스의 정체를 밝히고 그를 잡을 수 있을 것인가.

 

단순한 연쇄살인사건 속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사회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  연명치료에 대한 한계와 문제점, 인간의 죽음에 대한 선택과 권리 등  한번 쯤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들이 가득 들어있다.

"형사님, 가족과 법 중에서 무엇이 중요할까요?" 라고 묻는 가족의 물음에 당신은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정말 겪어보지 않으면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임을 작품 속 이누카이 형사와 신부전에 걸린 그의 딸을 통해 작가는 보여준다. 네덜란드, 벨기에 등 일부 나라에서는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고, 점차 그 나라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안락사가 옳으냐 옳지 않느냐는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이고 좀더 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항일지 모른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살 권리와 함께 죽을 권리도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   『닥터 데스의 유산』을 통해 명확히 깨닫게 되었다.

또한 이 책은 이누카이 형사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로 이누카이 형사와 닥터 데스의 쫓고 쫓기는 과정이 너무나 스릴있고 박진감있게 전개되어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 주었다. 

 

이 책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우리 주위에 종말기 치료로 인해 고통을 받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의  『닥터 데스의 유산』을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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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네이트 (일반판) - Alternate
가토 시게아키 지음, 김현화 옮김, 반지수 일러스트 / ㈜소미미디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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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속 우리 청춘들의 이야기 "

 

가토 시게아키의< 얼터네이트 >를 읽고 

 





"SNS 속 '나'를 키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SNS로 이어진 관계에 대한 고찰을 담은 청춘 드라마-

 

우리는 SNS 속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편지나 엽서, 전화를 통해 소통하고 인간 관계를 맺어왔지만, 이제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한다. 3년 간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이런 비대면 접촉은 더 발달하게 되었다. SNS 속 세상에서는 얼굴도 모르고 만난 적이 없는 사람과 우리는 서로 인친이 되고 '좋아요'를 눌러주는 가까운 사이가 되는 것이 가능하다.

 

만약 SNS 를 통해서 매칭도 가능하다면 어떨까. 우리는 이미 인터넷 채팅을 통해 온라인 만남을 이어왔기에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고 이미 많은 부분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런데 유전자 정보 분석을 통해 매칭을 해주는 앱이 있다면 어떨까. 서로 유전자 분석을 통해서 매칭 확률을 예상하고 그 데이터를 토대로 매칭을 성공적으로 이루게 해준다면, 우리는 어쩌면 ' 내 반쪽은 어디 있을까' 하고 사랑을 찾아 헤매이지 않아도 될지도 모른다. 

 

이 책  『얼터네이트』는 고등학생만 이용할 수 있는 '얼터네이트' 라는 앱을 통한 주인공들의 만남과 이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은 생생한 인물 묘사를 통해 고등학생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어 청춘 군상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저자인 가토 시게아키는 일본 아이돌그룹의 멤버이지만 아이돌 가수라는 편견을 뛰어넘고 이 책  『얼터네이트』로 일본의 대표적인 젊은 작가로 자리매김하였다.

 

이 책에서 등장하고 있는 '얼터네이트'는 고등학생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매칭 서비스앱이다. 고등학생들만 가입할 수 있고, 유저가 지정한 조건에 맞춰 그 조건에 맞는 사람을 찾아 추천해준다. 일반 SNS보다는 조건에 맞는 사람과 연결이 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특히 아무나 이 얼터네이트라는 앱에 가입할 수 없고 반드시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어야 하기 때문에 다른 SNS 보다는 안전해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고등학생들이 입학과 동시에 이 얼터네이트 서비스 앱에 가입한다. 이 책 속 세 명의 주인공인 '니미 이루루', '반 나즈', '다라오카 나오시' 도 고등학생이며 이 앱에 가입했다. 

 

이 책 속에서는 세 명의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각각 전개가 된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엔메이학원고등학교' 에 다니며, 이 고등학교에서 만나는 학생들의 만남과 이별, 그들의 마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가 된다.

첫 번째 주인공인 니미 이루루는 엔메이학원고등학교 3학년 학생으로 요리 동아리 부장을 맡고 있다. 부모님이 요리를 잘해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고, 이루루 또한 요리경연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요리 실력이 뛰어나다. 이루루는 예전에 얼터네이트에 가입을 했지만, 그 앱에서 악몽같은 일을 겪고 난 후 얼터네이트를 삭제하였다. 그래서 후배들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두 번째 주인공인 반 나즈 또한 엔메이학원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다. 장학금을 이용해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얼터네이트를 절대적으로 믿고 의지하는 얼터네이트 신봉자이다.

세 번째 주인공인 다라오카 나오시는 다니던 고등학교를 중퇴해서 더이상 얼터네이트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어렸을 때 함께 밴드 활동을 했던 친구를 찾아 상경해서 엔메이학원고등학교로 그를 찾아가게 된다.

 

이루루, 나즈, 나오시는 서로가 친하거나 잘 아는 사이는 아니다. 이루루와 나즈는 요리 동아리와 원예 동아리 회원으로서 함께 만나기는 하지만, 나오시는 그들과 겹치는 접점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인 매칭 서비스앱인 얼터네이트는 그들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 그렇게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방해를 주고 상처만 주는 것 같다. 우리가 SNS 를 통한 만남에서 진실한 인간 관계를 맺을 수 없는 이유와 마찬가지이다. 왠지 SNS 속 만남의 모습은 진실성과 진심이 결여된 가식적이고 형식적인 만남으로 보인다. 우리는 SNS 속 세상 속에서 자신을 예쁘게 포장하고, 실제 우리 자신의 모습이 아닌 가짜의 모습으로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 주인공이 서로 자신과 마음이 통하고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매체는 SNS 가 아니다. 그들은 일상 속에서, 직접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만나는 과정 속에서 진심을 발견하면서 관계를 맺는다. 또한 단순히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뿐만 아니라, 그들 모두가 각자 자신이 이루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이 책 속에서는 세 주인공을 통한 성장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는 것 같다.

 

얼터네이트를 사용하지 않아 후배들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던 이루루는 요리 동아리 부장으로서  요리 동아리에 대한 애정, 요리에 대한 사랑과 후배들에 대한 관심 등으로 인해 후배들과의 관계 맺기에 성공하면서 요리를 향한 자신의 꿈에 가까이 다가가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얼터네이트 신봉자였던 나즈는 파이프오르간 연주자인 미오와 다아키 선배를 통한 선배들과의 만남을 통해 관계 맺기에 성공한다. 그래서 진 매칭을 통해 92%이상의 매칭을 기록한 남학생과의 만남이 잘못되었고, 그 매칭을 추천한 '얼터네이트 앱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밴드를 함께 했던 소꿉 친구를 찾아 상경한 나오시는 마침내 그 친구와 재회하고 꿈에 그리던 밴드 공연을 우연히 하게 된다. 그리고 서로 서먹하고 어색했던 관계를 진한 우정으로 만들었다. 얼터네이트를 통해서가 아닌 그 친구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말이다.

 

분명 SNS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SNS 속 세상에서는 얼마든지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 가령 인스타그램을 통해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 BTS의 팬클럽 아미가 전세계에 존재하고 그들이 BTS와 그들의 노래를 중심으로 하나로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러나 SNS를 통한 인간관계가 과연 바람직하고 진정한 관계 맺음인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책  『얼터네이트』를 통해 진정한 인간관계가 무엇인지, SNS 속 만남 속에 숨겨진 허와 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글은 소미미디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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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기피증이지만 탐정입니다
니타도리 케이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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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기피증과 탐정이라는 안 어울려 보이지만 그 속에서 저자가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가 너무나 기대됩니다. 관계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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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 오베르쉬르우아즈 들판에서 만난 지상의 유배자 클래식 클라우드 30
유경희 지음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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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자취 찾아서 떠나는 예술 여행"

 

유경희의 < 반 고흐>를 읽고 



-오베르쉬르우아즈 들판에서 만난 지상의 유배자인 반 고흐의 흔적을 따라가다-

 

2022년 한해는 반 고흐와 함께 했던 해였다. 반 고흐의 작품들이 수록된 캘린더와 함께 2022년 한해흫 계획하고 일정을 관리해왔다. 미술에 대해 문외한인 나에게도 반 고흐는 너무나 친숙한 화가였고, 그의 작품은 너무나 유명해서 몇몇 작품은 그림만 보고도 그 작품의 이름을 알아맞힐 정도이다. 그런데 반 고흐가 살아생전에 단 한 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했고, 평생 세상과 타협하지 못하고 불협 화음을 만들어 외톨이로 떠돌면서 지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지금은 서양사를 수놓은 화가들 중에서 전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화가 중의 한 명이지만, 살아생전엔 미치광이, 광인, 정신병자 취급을 받아왔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는가.

 

이 책  『반 고흐』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서른 번째 책이다. 지금까지 문학, 사상, 예술의 위대한 거장을 찾아가는 국내 대표적 인문 기행 프로젝트인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에서 30번째 거장으로 '반 고흐'의 생애와 그의 작품 세계를 다루고 있다. 지금까지 반 고흐의 인생과 작품을 다룬 책들은 많았지만,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인  『반 고흐』가 여타의 책들과 구별되는 이유는 반 고흐의 고향에서부터 그가 마지막 생을 보낸 오베르쉬르우아즈까지 직접 저자가 그 고흐의 자쥐를 따라 이동하면서 고흐의 생애, 작품, 예술 세계를 전체적으로 조망하였기 때문이다. 저자가 직접 그 고흐의 자취를 쫓아 들려주는 그의 생애는  마치 과거 속으로 들어가 반 고흐를 만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보통 미술 작품 속에서는 화가 자신의 인생도 반영되어 있다. 그렇기에 우리가 고흐의 생애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서는 고흐의 작품 세계를 논할 수 없다. 어떤 배경에서 이런 작품을 그렸는지, 그때 고흐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이 작품을 통해 고흐는 무엇을 전달하고 표현하고 싶어했는지 등 고흐의 작품은 고흐 자신의 인생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다.

 

반 고흐의 인생은 주로 네덜란드, 벨기에에서 보낸 전기, 예술의 중심인 프랑스의 파리, 아를, 생레미드프로방스, 오베르쉬르우아즈에서 보낸 후기, 이렇게 2개의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처음부터 고흐는 화가가 되는 것을 꿈꾸지 않았다. 큰 아버지가 운영하는 구필화랑 덴하흐 지점의 화상으로 시작하였다. 이 때 유명 화가들과 작품들을 풍부하게 접하게 되었다. 그러나 고흐는 목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고 싶고 그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종교적 포부를 안고 목사가 되기를 원하였다. 아마 그의 뜻대로 목사가 되었다면 우리는 위대한 화가 반 고흐의 탄생을 보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탄생조차 축복받지 못했고, 평생 가족들의 멸시와 무관심 속에서 살아왔다. 

 

그의 외롭고 고독한 인생을 보면서 '왜 그렇게 힘들고 고립된 삶을 살아야만 했을까' 생각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화가로서 첫 발을 내디딘 후 10년의 작품 활동 동안, 2/3 이상은 정신병에 시달리면서 정신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가 너무 천재였기에 평생 그렇게 광기와 정신적인 질병에 시달린 것일까. 가족, 친구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과는 원만한 관계를 맺지 못해서 고립되고 외로움에 시달리는 힘든 삶을 살았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과 진심은 그 모든 불행과 고독을 잊어버릴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림만이 어쩌면 고흐가 그의 삶을 살아가는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빈센트를 안정되고 살 만한 삶으로 이끌었던 것은 그림 그리기였다. 그림은 불안을 차단하는 장막이 되어 주었다,

-p. 26

 

누구보다 건강하고 성실했으며,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었던 반 고흐, 그런데 왜 그는 어느 누구에게도 사랑받지도 인정받지도 못했을까. 왜 끝내 요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일까. 고흐 생전에는 단 하나의 작품만 팔릴 정도로 그의 작품들은 전혀 인정을 받지 못하고 팔린 적도 없지만, 그가 죽고 난 후, 100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작품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되었다. 아마 고흐가 '죽고 난 후 유명해진 화가 순위'에 있어서 1등을 차지할 것 같다. 

 

그래도 반 고흐는 간질적 발작과 같은 정신적 질환으로 고통을 받는 가운데서도 그의 작품 활동 10년동안 2000여 점의 작품들을 남긴 것은 가히 놀랄 만한 성과이고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그 작품들 중에서 발작과 불안과 같은 정신 질환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으면서 남긴 <별이 빛나는 밤>, <꽃핀 아몬드 나무>, <올리브 나무>, <사이프러스 나무> 등은 지금도 위대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개인적으로는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과 '꽃핀 아몬드 나무'를 좋아한다. 

 



이 작품을 그릴 당시 고흐는 뇌전증을 앓았다고 한다. 그리고 뇌전증 환자들은 발작 바로 전에는 아우라 증상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때 환자들에게 그 모양을 그려 보라고 하면 미로 같은 둥근 원으로 화면을 채운다고 한다. 이 작품 속에서 보이는 소용돌이 모양의 별의 모습이 그 뇌전증 증상의 증거이다. 처음 이 작품 <별이 빛나는 밤에>를 보았을 땐 그저 몽환적이고 아우라 같은 신비로운 빛을 뿜어내는 밤하늘의 별을 표현했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 속에 고흐의 아픔과 고통이 숨겨져 있고, 이 작품이 고통 속에서 완성한 작품이라는 사실에 충격과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래도 고흐의 고통스럽고 외로운 삶 속에서도 끝까지 그를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끝까지 고흐의 든든한 지지자이자 그의 응원군인 고흐의 동생 테오가 없었다면 고흐는 10년의 기간 동안 작품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수많은 위대한 걸작들은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연을 사랑한 화가! 빈 센트 반 고흐! 그가 생전에 한 말처럼 그의 작품의 가치는 너무나 크고 높다. 이제는 '빈 센트 반 고흐' 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고흐는 서양 미술사의 큰 획을 긋는 대표적인 화가이다. 그가 지상에서 보여준 탈주의 파노라마는 이제 영원으로 이어지는 위대한 예술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살아생전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도와주려는 그의 바램처럼 그가 남긴 작품들이 고통을 받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희망을 주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있다.

 

"내 작품이 팔리지 않아도 어쩔 수 없지. 그렇지만 언젠가는 사람들도 내 인생보다 더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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