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
요코제키 다이 지음, 김은모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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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에서 시작된 비극 "


요코제키 다이의< 악연 >을 읽고 



"정말로 우연이라고 생각하세요?"

-<루팡의 딸> 시리즈로 유명한 요코제기 다이 10주년 기념작-

 

우리는 세상을 살다보면 많은 '우연'적인 상황이 필연적인 상황으로 변하는 일을 겪게 된다. 그런데 이 세상에 우연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없는 것 같다. 우리가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상황도 그 속에 이미 치밀한 계획과 준비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이 책 『악연』 또한 우연에서 시작된 일이 필연이 되고 심지어는 모두들 절망하게 하는 비극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3년 전에 발생한 스토킹 살인 사건이 어떻게 한 여성의 평화롭던 삶을 비극적인 삶으로 만드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며 작가는 우리를 범죄 미스터리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가이자 <루팡의 딸>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인 요코제키 다이 작가의 10주년 기념작이라 더욱더 의미가 깊다. 전작인 <루팡의 딸> 시리즈에서 보여준 작가의 섬세하고 치밀한 심리묘사가 이 책  『악연』에서도 빛을 발하였고 주인공들의 감정의 흐름을 잘 관찰해서 서술하는 능력이 돋보인다. 

 

이야기는 3년 전 발생한 스토킹 살해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살해 사건이 발생한 후 한 여성의 삶이 비극으로 치닫게 된다. 3년 전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작가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 살인 사건의 과정을 보여주고 그 살인 사건 후 생긴 변화와 발생한 비극을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3년 전 스토킹 사건이 발생한 2017넌과 사건 발생 후 3년이 지난 2020년을 교차적으로 보여주면서 그 살인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특히 평범한 일상을 살던 시청 공무원 구라타 유미의 변화된 삶의 모습이 인상적이며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아마 그녀의 말처럼 그건 어쩌면 우연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소위 말해서 재수가 없어서려니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 우연이 치밀한 계획과 오랜 준비를 거쳐 만들어낸 필연임을 보여주면서 우리를 충격과 당황스러움에 휩싸이게 한다.

 

'만약에 구라타 유미가 걸려온 그 전화를 받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9년 전에 그런 사고가 없었더라면? 만약에 오기쿠보 히토미가 지하 아이돌이 되지 않았더라면? 9년 전 자전거를 타고 간 한 여성이 지나가지 않았더라면? 등 이런 돌이킬 수 없는 만약에 라면 질문을 수없이 나에게 던져 보았다. 처음에는 서로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각각의 개별 사건들이 나중에는 퍼즐의 한 조각처럼 아귀가 맞아 들어가 하나의 큰 퍼즐 그림을 완성하게 된다. 그 하나의 퍼즐 조각들은 우리가 '우연'이라고 부르는 충분히 우리 일상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 우연은 없는 것 같다. 우연 또한 계획과 준비에 의한 필연이 만든 것이다. 9년 전 교통사고로 인해 그 현장에 있던 가해자 및 피해자가 모두 '악연'이라는 범죄 미스터리 세계 속으로 초대가 되며 연루된다. 우연히 일어난 하나의 사고라고 생각했지만, 그 우연은 또 다른 필연을 낳고 그 필연이 합쳐져서 비극으로 결론이 난다. 이 얼마나 비열하고 사악한 범죄란 말인가. 이러한 복수는 정당한 것일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피해를 당했다고 해서 그 사고와 관련된 모두들 비극으로, 죽음으로 몰아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이 사실이야말로 정말 너무나 무섭고 두렵다. 이 세상에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이라는 말이 있듯이, 정말 그 사실이 과거의 사건으로 빅픽처를 그린 그 살인자에게 해당하는 것 같다.

 

살인자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계획하고 준비를 해서 완전 범죄를 꿈꾸었지만, 지하 아이돌이었던 히토미를 최애한 오타쿠들에 의해 사건은 재조명되고 마침내 숨겨진 진실이 드러난다. 그 진실로 인해 불행했던 모두들의 삶이 그 절망의 비극 속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물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고, 심지어는 죽을 운명이 아니었던 그녀가 억울하게 죽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만, 이미 저질러진 일이니 어찌 하겠는가.

 

요코제키 다이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죄의 인과성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현재에 벌어지는 시련이나 비극은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닌 과거에 자신이 저지른 업보와 잘못과 관련이 있음을 말이다. 이 세상에 전혀 무관해 보이는 일 속에도 생각지도 못한 인과 관계가 존재함을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깨닫게 된다.

 

대체 그 죄는 어디서 시작된 걸까. 내가 그날 길을 잘못 들지 않았으면 괜찮았을까. 아니면 바바 히토미가 아이돌이 되기로 결심한 것이 잘못이었을까. 또는 지진이 발생하기 직전에 노가미가 미나미노의 아내를 떠민 순간일까. 결국 다양한 요인이 겹치고 겹쳐 이번 비극이 태어나고 말았다.

p. 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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