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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징 솔로 -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23년 3월
평점 :
"비혼 중년 여성의 삶을 찾아서"
김희경의 < 에이징 솔로> 를 읽고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504/pimg_7526911563845836.jpg)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비혼 선배들이 들려주는 비혼의 삶의 모든 것-
예전에는 결혼 적령기에 다다른 딸에게 부모는 항상 묻고는 했다.
"너는 언제 결혼하니?" 또는 "너는 나이가 찼는데 언제 결혼할거니?"
나 또한 30대에 이르니 부모님에게 항상 듣는 소리가 너 언제 결혼할거냐, 이러다 결혼도 못하고 노처녀로 늙는 거 아니냐, 부모님의 잔소리에 더해 명절때마다 어쩌다 한 번 만나는 친척들조차 그런 참견을 하며 결혼에 대해 스트레스를 주었다. 그 당시에는 정말 '결혼 안 하면 내 인생 어떻게 되는 줄 알았다.' 그렇게 결혼은 당연히 해야 하는 줄만 알았고, 결혼 안 한 친구에게도 '너는 언제 결혼할거야?" 너도 어서 결혼해야지' 라고 말하곤 했었다. 그때는 그 말이 진정 친구를 걱정하고 위하는 말인 줄 알았다. 어쩌면 걱정해준다고 하는 그 말이 그 친구에게 큰 스트레스와 고통이었음을 왜 그때는 알지 못했을까.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라 비혼주의를 선택하여 나홀로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과거에는 결혼이 필수였던 결혼관이 이제는 '결혼은 선택'이라는 모토와 함께 비혼을 선택한 사람들이 많아졌고, 어느덧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현재 1인 가구 비율은 정상 가족이라고 불리는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보다 훨씬 더 높다. 기존의 가족 모델이 해체되어 기존의 부부와 그들의 자녀로 구성된 3인 이상의 가구만을 정상 가족의 범위로 볼 수 없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이제는 1인 가구에 대한 지원과 대책이 필요해보인다.
그런데 1인 가구의 삶 속에는 20, 30대 싱글의 나홀로 삶이나 이혼, 사별로 인해 혼자가 된 노년 가구를 위한 대책이나 지원은 있지만, 일찍부터 '혼자인 삶'을 선택하여 오랫동안 혼자서 삶을 살아온 비혼 중년 여성의 삶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책 『에이징 솔로』에서 저자는 1인 가구에 대한 논의나 지원에서 소외되었던 비혼 중년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또한 비혼 중년 여성으로서 오랫동안 나 홀로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처럼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40, 50대 여성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하면서 비혼 중년 여성의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비혼을 선택한 이유, 한국 사회에서 비혼 중년 여성으로 살아가는 방법, 외로움에 대처하고 친밀감을 높이는 방법, 비혼 중년 여성의 노후 대처 등에 관한 그녀들의 솔직하고 진솔한 목소리를 이 책 속에 담았다.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되는 비혼 중년 여성의 삶은 어떨까. 그들이 비혼을 선택해서 결혼을 한 사함들보다 더 미완성적인 불완전한 삶을 살고 있을까. 혼자이기에 외로움과 고독감에 몸부림치는 쓸쓸한 삶을 살고 있을까. 그런 부정적인 예상을 깨고 오히려 그들의 삶은 자유분방해보이고 완전한 삶처럼 보였다. 오히려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 정상 가족이라 불리는 나의 삶보다 더 여유있어 자유로워 보여 부럽기도 했다.
그들의 말처럼 결혼은 삶의 방식의 하나일 뿐이다. 저마다 삶이 다르고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 이제는 비혼도 또 다른 삶의 방식의 하나로 보아야 할 때인 것 같다. 혼자이기에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고,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무엇보다 결혼한 여성들이 받는 육아와 가사 노동에서 벗어나 자신을 위한 시간에 좀더 투자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
그래서 비혼 여성들 중 자신의 능력을 살려 일하능 여성들이 많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자아발전을 위한 기회도 가질 수 있다. 물론 하나를 얻으면 또 하나를 잃듯 혼자서 사는 삶이 언제나 장미빛 환상으로 가득차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그들은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로부터 오는 편견, 비난과 차별과 맞서 싸워야 한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가족' 중심의 제도에 의해 운영되기에 그녀들처럼 비혼 중년 여성들은 병원에서 수술 한 번 받기도 어렵다. 수술 전 수술 동의서는 환자의 가족이나 보호자에 위해 작성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녀들을 위한 자리는 마련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인식과는 달리 그녀들은 비혼이지만 혼자 살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가족은 아니지만, 이웃들이 있고, 함께 살아갈 친구들이 있다. 그들은 비록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은 아니지만, 그들에게는 가족보다 더 친밀하고 촘촘함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준다. 누군가는 이웃들과 연결된 마을에서 혼자 살고, 누구는 뜻이 맞는 친구와 함께 돈을 모아 집을 사서 한 집에서 산다. 또 누군가는 전주의 '비비'(비혼들의 비행') 공동체처럼 비혼 여성들을 위한 공동임대주택같은 대안적 생활공동체에서 산다. 그들의 삶을 통해 우리는 나이가 들어도 혼자서 사는 '비혼의 삶'이 가능함을 알게 된다.
“서로서로 견디는 힘만 있으면 다른 건 헤쳐나갈 수 있어요. 누군가를 견디지 않고 가능한, 그렇게 아름답기만 한 관계가 있나요? 그런 건 없어요. 그런데 좋으니까 견디는 거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좋으니까 그만큼 어떤 부분은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갖는 거죠. 누군가가 나를 감당해 주기 때문에 나도 누군가를 감당할 수 있는 마음이 공동체를 가능하게 해주는 기본 바탕이라고 생각합니다.”
-p. 257
물론 여전히 나이가 들어서 비혼으로 혼자서 사는 삶은 쉽지 않다. 부모나 가족 돌봄, 주거 문제, 노후대처, 고독사 문제 등 여전히 걱정스럽고 우려되는 문제들이 많다. 또한 우리 사회제도조차 비혼의 솔로들에게는 여전히 차별적이다. 아직도 일터, 병원, 사회 그 어느 곳에도 우리 솔로들을 자리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여전히 비혼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도 따갑다. 그래서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우리는 이제 비혼을 선택한 사람들의 가치관과 생각을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이 책 『에이징 솔로』이 비혼 중년 여성들의 목소리와 생각을 대변해주고, 비혼 여성들의 삶을 이해하고 나이 들어 혼자 사는 삶에 대한 공포를 '비혼으로도 얼마든지 자유롭게 안전하게 나이 들 수 있다'라는 믿음을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래본다.
이 글은 동아시아 출판사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