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의 구멍 초월 3
현호정 지음 / 허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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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세계 아름다운 연결"

 

현호정 < 고고의 구멍 읽고 



“모든 상처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스스로 아무는 거야."

-성장소설계에 나타난 환상의 행성, 현호정의 첫 장편소설-

 

우리는 살아가다 보면 마치 가슴에 뻥 하고 구멍이 뜷린 것처럼 아픈 상실의 아픔을 겪기도 한다. 특히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이나 부모로부터의 소외 등 주로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할 때 주로 그런 상실의 고통과 아픔을 느낀다. 만약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살고 있는 마을이나 지역공동체로부터 제대로 사랑도 인정도 받지 못한다면, 그 상실감과 절망감은 얼마나 클까. 

 

이런 상실감을 이 책 『고고의 구멍』에서 현호정 작가는 '홀로둥이'로 태어나 제대로 사랑도 받지 못한 존재인 '고고'의 가슴에 난 구멍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2022년 <문지 문학상>, 2023년 <젊은작가상>으로 혜성같이 등장한 신인인 현호정 작가는 첫 장편소설인 이 책 『고고의 구멍』을 통해 구멍을 통한 상실과 구멍의 연결을 통한 사랑의 신화를 들려준다. 가슴에 구멍이 생긴 소녀 '고고'와 수많은 구멍을 가진 행성 '망울의 구멍이 서로서로 아름다운 고리로 연결됨을 보여준다.  

 

작가는 SF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상상력을 무한정 발휘하여 수많은 구멍으로 이루어진 행성 '망울'을 창조해낸다. 망울의 극 지대 어느 마을은 일년 내내 겨울이며, 오직 쌍둥이만 태어나는 곳이다. 그런데 그 곳에서 쌍둥이가 아닌 홀로둥이로 '고고'가 태어난다. 홀로둥이는 마을에서 살 수 없다는 방침에 따라 고고는 추방될 위기에 처한다. 그런데 그때 마을에는 또 하나의 홀로둥이닌 '노노'가 태어나고 고고와 노노는 서로 짝을 이루며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마을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런데 유일한 친구였던 노노가 이상한 병에 걸려 마을에서 떠나게 되고 고고만 혼자 남게 된다. 다시 혼자가 된 고고는 결국 마을에서 쫓겨나게 되고 고고는 자신이 거주할 곳을 찾아헤매던 중 습지 지역을 발견하게 되고 그 곳에서 지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고고는 자신의 가슴에 구멍이 생긴 것을 발견하게 된다. 구멍 때문에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 고고는 구멍을 메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곡인'을 찾아가게 된다. 땅의 구멍을 메울 수 있는 거인족 협곡인도, 땅 속에 사는 소인족 지도리인도 고고의 가슴에 난 구멍을 메우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다만 고고의 구멍 속에 잠시 살았던 지도리인 '금'을 통해 그 구멍을 메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고, 결국 새가 되어버린 자신의 친구였던 '노노'를 찾아가게 된다. 여러 인물들을 만나면서 그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로부터 구멍이 생긴 원인과 구멍을 메울 방법을 알게 되면서 고고는 점점 더 구멍을 메우는 데 가까워진다.

 

과연 고고는 자신의 가슴에 난 '구멍'을 메울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작가는 고고의 가슴에 난 구멍과 망울이라는 행성의 수많은 구멍을 서로 긴밀하고 아름다운 연결 고리를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 솔직히 고고의 가슴에 난 구멍이 왜 생겼는지에 대해 작가는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아 여러가지 추측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구멍이 실제 가슴에 난 신체적인 구멍인지, 협곡인 비비유지의 말처럼 마음의 상처로 인한 정신적인 구멍인지, 아니면 노노의 존재의 상실로 인한 상실의 구멍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아마 사람에 따라서 여러가지 요인으로 생겨난 구멍으로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고고의 구멍이 어떤 요인에 의해 생겨났든간에 고고의 구멍과 망울의 구멍, 즉 개인과 세계의 구멍이 서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마치 정신과 육체가 연결되듯이, 세계와 사람 또한 서로 적대적인 투쟁의 관계사 아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아름다운 연결과 성장의 에너지는 수록된 '망울의 창조 신화'를 통해 구체적으로 가시화되는 것 같다. 

 

단순히 고고의 성장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심오한 우주와 창조 원리가 숨겨져 있다니 이 책을 통해 보여주려는 작가의 빅픽처에 경탄을 금할 수 없다. 행성 창조 신화를 사용하여 '고고'라는 소녀와 세계를 연결하고 그들의 관계를 회복시키고 있다. 

하지만 다소 작가의 의도와 메시지를 작품을 통해 발견해내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또한 구멍이 상징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하지 않아 다소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 『고고의 구멍』을 통해 가슴에 구멍이 생긴 소녀 '고고'의 성장과 모험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된다는 점에서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마치 어렸을 때 읽은   『어린 왕자』 이야기처럼 '고고'를 통해 우리에게 삶의 용기와 희망을 주는 것 같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그 어떤 상처도 남의 도움으로만 아물지는 않거든. 모든 상처는 안팎으로 아문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스스로 아무는 거야.”
-p.84


이 글은 동아시아, 허블 출판사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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