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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 ㅣ 안전가옥 오리지널 24
민지형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4월
평점 :
"망각도 특권일까"
민지형의 <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을 읽고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520/pimg_7526911563863610.jpg)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과의, 가장 행복했던 날.
바로 오늘, 그날로 돌아가실 수 있습니다. "
-안전가옥 오리지널 시리즈 24 -
당신에게는 그 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행복했던 기억이 있는가? 만약,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당신은 돌아가고 싶은가? 누구에게나 행복했던, 잊거 싶지 않을 만큼 그런 좋은 추억들이 있다. 하지만, 다시는 기억조차 하거 싶지 않을만큼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나쁜 기억도 있다. 그렇게 나쁜 기억들을 모두 잊지 않고 기억한다면, 아마 우리는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에게 망각이 있어서 다행일지도 모른다.
이 책 『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은 '기억'에 대한 이야기이다. 기억을 업로드하고 체험하게끔 기기인 '라이프 랜드스케이프'를 통해 인간은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을 만나서 행복했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 기기를 이용하여 수많은 기억들 속에서 행복했던 기억들 속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 기억의 순간을 가상현실 (VR)로 즐길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대단하고 획기적인 발명품처럼 보인다. 과학 기술을 이용하여 얼마든지 낭만적인 순간을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과의, 가장 행복했던 날. 바로 오늘, 그날로 돌아가실 수 있습니다. 라이프 랜드스케이프, 1세대 모델 사전 예약 중. 호라이즌.
-p. 18
하지만, 물론 자신의 행복한 기억을 업로드하고 체험하는 것은 좋지만, 그 기억은 악용되거나 왜곡될 수 있음을 작가는 재이와 리사의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 있다.
입주가사 도우미인 재이는 이 기기를 통해서 서로 다른 행동을 보이는 주인 부부의 행동을 보고 의구심을 느끼고 궁금해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처참하게 죽이는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이 갑작스럽게 펼쳐진 피바다의 상황 속에서 경황이 없었지만, 재이는 그 기기를 챙겨서 나오게 된다. 왜 그 사모님은 자신의 남편을 잔인하게 죽인 것일까. 그녀는 며칠 간 이 작은 기계를 통해서 대체 무엇을 보았길래 이 살인을 한 것일까.
한편, 이 낭만적인 기기와 살인 사건이 관련이 있음이 밝혀지자 '라이프 랜드 스케이프'의 개발자이자 개발사인 호라이즌의 차기 CEO 인 리사가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재이를 찾아오게 된다. 이야기는 재이와 리사의 시점으로 각각 교차적으로 전개가 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재이는 고가의 라이프 랜드 스케이프를 더 비싸게 팔아서 많은 돈을 벌려고 했다. 그리고 리사는 이 기기에 대한 악평과 판매율 저조를 막기 위해 단순히 재이를 포섭하여 이 살인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다.하지만, 사건은 그들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가 된다. 이 기기를 통해 행복한 기억의 순간들을 다시 체험함으로써 낭만을 다시 느낄 수도 있지만, SNS처럼 기억 또한 다른 사람들의 기억들이 공유가 되고, 그 기억들은 경험과 망상으로 뒤섞이게 된다. 때로는 해상도를 놏이거나 낮추며 수정이 될 때 기억은 콘텐츠로 만들고 다시 그 기억을 체험하는 과정 속에서 타인의 의지에 따라 삭제되겆나 변조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인간의 기억조차도 주관적인 감정이 결부되어 완전히 객관적일 수도 없는데 이 왜곡되고 변조된 기억은 과연 제대로된 기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저기요, 이 세상에는 말이죠. 되새기고 싶은 좋은 기억만 가득한 사람은 없어요. 오히려 반대지. 떼어내도 떼어내도 끈질기게 쫓아오는 기억들뿐이야. 보통 사람들 인생이 다 그렇다고. 그러니까 이 사달이 나는 거지."
-p. 184
또한 작가는 같은 기억이라고 하더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기억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어떤 사람에겐 행복한 기억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겐 잊고 싶은 끔찍한 기억일 수 있는 것이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가능성은, 각자의 기억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기억이란 것은 원래 주관적이니까. 게다가 십수 년 전의 일 아닌가. 이전에 사장님의 기억에서 받았던 인상은 어색해도 풋풋한 설렘이었는데, 오늘 사모님의 기억에서 느껴지는 것은 무엇보다 불편함이었다. 원치 않는 관심에 대한 불편함. 너무나 익숙하게 잘 아는 감정.
-p. 122
서로가 적대적이고 원수 관계에 있던 재이와 리사는 어느 새 같은 편이 되어 기억을 왜곡하고 변조해서 살인을 조장하고 나쁜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검은 음모를 파헤치게 된다.
과연 리사와 재이는 그 검은 음모를 밝혀서 갑자기 자취를 감춘 다크웹 헤비 업로더로 활동하던 사람들을 구해낼 수 있을까.
이 책 『망각하는 자에게 축복을』을 통해 어쩌면 기억과 함께 망각하는 것도 인간이 가진 특권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 속 주인공인 재이의 말처럼 인간은 되새기고 싶은 행복한 기억만 가질 수 는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또한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자꾸만 기억하게 되는 나쁜 기억들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다행히 우리에게 '망각'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은 어떤 일이 있을까. 어떻게 하면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보내며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며 오늘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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