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좀비 - 엄마가 좀비가 된다면 어떻게 할래? 생각학교 클클문고
차무진 지음 / 생각학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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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좀비가 된다면"

 

차무진 <엄마는 좀비>를 읽고 



“정말 내 엄마가 맞아? 지금이라도 엄마를 죽여야 할까?’

-스릴러 작가 차무진의 코끝 징한 코믹호러 이야기-

 

 

<부산행>, <그해 우리는>과 같은 좀비를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유행했다. 더군다나 좀비는 게임에서도 괴물 캐릭터로 사용되고 있어서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가 된 것 같다. 많은 작가들 또한 좀비를 소재로 하여 좀비 스릴러 소설들을 내놓았는데, 이 책 『엄마는 좀비』는 지금까지 보아온 좀비 스릴러물하고는 구별이 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가족에서부터 좀비가 탄생했고, 가족이기에 어쩔 수 없이 한 집에서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남이라면 고민없이 마음껏 죽일 수 있을텐데 가족 그 중에서도 엄마, 아빠이기 때문에 무섭고 끔찍하지만, 죽일 수는 없다. 

 

“엄마가 좀비가 된다면 어떻게 할래?”

과연 이 질문에 대해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작품 속 녹현이처럼 아까까지만 해도 다정했던 엄마가 갑자기 좀비로 변해서 나를 죽이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엄마가 좀비가 된다는 설정 자체가 다소 황당하기도 하지만, 그 속엔 웃고픈 우리 어른들, 부모의 현실이 담겨 있다. 

 

중학교 3학년인 녹현이와 그의 엄마는 아빠와 떨어져서 살고 있다. 그의 아빠의 외도로 그의 부모는 이혼하냐, 안 하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먹고 살기 위해 녹현이의 엄마는 다이소, 편의 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간다. 이런 상황에 대해 녹현이는 엄마가 너무 원망스럽다. 이 모든 것이 '엄마가 아빠를 용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소원은 세 가족이 다시 한 집에서 사는 것이다. 엄마에 대한 원망과 함께 녹현이의 반항도 점점 더 심해져간다.그는 자발적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학교도 빠지고 집에서 게임을 한다.

 그런 녹현의 반항적인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엄마는 녹현을 혼내고 녹현은 엄마와 말다툼을 하게 된다.  그  이후 일주일이 흘렀지만, 그와 그의 엄마는 냉전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녹현은 '좀비' 가 된 엄마를 발견한다. 

 

좀비가 된 엄마를 녹현은 방에 가두고, 생고기나 선지를 주면서 마치 애완동물 돌보듯 좀비가 된 엄마를 보살펴주게 된다. 녹현은 언젠가 엄마가 정상으로 돌아올 그 날을 기다리면서. 처음에는 녹현 혼자 좀비가 된 엄마를 감당했으나, 나중에는 녹현의 친구인 맹순담과 떨어져 살던 녹현의 아빠도 녹현을 돕지만, 결국 그의 아빠는 엄마에게 물려 좀비가 되어 엄마와 함께 방에 갇힌다. 이제 엄마, 아빠가 모두 좀비가 되었다. 녹현은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까. 무엇이 그의 엄마를 다시 정상으로 돌릴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녹현은 엄마, 아빠 모두 마음의 병과 여러 스트레스로 고통을 받아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의 엄마는 결혼 전에는 항공기 승무원이었고, 어렸을 때는 그림을 잘 그려 화가가 되기 위해 유학을 떠나고 싶어했다. 하지만, 엄마의 어릴 적 꿈도, 엄마의 일도 모두다 가족을 위해 포기해야만 했다. 그녀는 좀비가 되기 전, 번역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밤마다 열심히 노트북을 두드리며 번역 일을 해왔다. 이제야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자각하게 된다. 

 

"엄마는 아빠와 너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 아니야. 엄마도 엄마 생각과 감정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해. 알겠니?"

-p. 107

 

 

좀비가 된 엄마를 구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과정을 통해 녹현은 엄마의 잃어버린 꿈이 무엇인지, 엄마의 첫사랑이 누구였는지 등 그동안 몰랐던 엄마의 모습과 마음을 알게 된다. 녹현은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고 자신을 귀찮게 해서 엄마 없는 세상을 그려보며 반항만 해왔지만, 좀비가 된 엄마를 통해 진정한 가족애와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 

 

이 책  『엄마는 좀비』에서 좀비라는 소재를 사용했지만, 단순한 좀비 스릴러물이 아니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부모' 와 '돌봄', '성장' 이 무엇인지에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좀비를 소재로 사용하여 이렇게 코믹하면서도 공포스럽고 마지막엔 감동을 주는 작가의 필력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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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남자를 죽여드립니다 어쩌다 킬러 시리즈
엘 코시마노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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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꿈꿨지만, 어쩌다 킬러가 된 여자"

 

엘 코시마노 <당신의 남자를 죽여드립니다> 읽고 



“잘 나가는 작가를 꿈꿨지만, 죽여주는 킬러가 돼버렸다."

-미국을 사로잡은 어쩌다 킬러 핀레이 도너번 드디어 한국 상륙-

 

 

여기 잘 나가는 유명한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어쩌다 죽여주는 킬러가 된 한 여자의 이야기가 있다. 그 여자는 애 둘 딸린 싱글맘이자, 안 팔리는 소설을 쓰는 소설가이다.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어린 두 아이를 키우는 그녀는 육아에 허덕이고 지친 일상을 보낸다. 그리고 소설가로서 로맨스 스릴러 소설을 쓰지만, 문제는 거의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여자에게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그는 어쩌다 사람을 죽이는 킬러가 되어 버린다.

 

이 기상천외하고 말도 안되는 황당한 이야기는 바로 이 책 『당신의 남자를 죽여드립니다』의 내용이다. 제목조차도 너무나 호기심과 궁금증을 유발하고 책 내용을 아주 단도직입적으로 잘 반영한 것 같다. 또한 주인공인 핀레이 도너번은 우리와 다름없는 평범한 인물이고, 그녀가 겪고 있는 일상은 우리 또한 경험하고 있어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 공감이 갔다. 

베이비시터는 도망가고, 두 아이는 꽥꽥 소리지르며 울어대고, 각종 공과금은 연체되어 연체 청구서만 우편함 가득 쌓여있다. 더군다나 그녀는 오늘 에이전트 매니저와 약속까지 있다. 일과 가정 모두 엉망진창인 총체적 난국 상황에 처한 그녀는 어떤 기분일까. 아마도 누군가 하나쯤은 죽이고 싶을만큼 짜증과 분노가 솟구칠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런 멘붕 상황 속에서 거액의 보상금을 제시하면서 살인청부 쪽지를 받게 된다면 어떨까. 

 

“어떤 방식으로든 상관없어요. 말씀대로 깔끔하게 처리해주시면 돼요. 그냥 내 남편을 제거하고 싶어요. 내게 현금 5만 달러가 있어요. 그 사람을 떠나려고 마련해둔 돈요. 하지만 역시 이 방법이 낫겠어요.”
“무슨 방법요?”
“그 사람, 오늘 밤 러시에서 열리는 사교 모임에 참석할 거예요. 어떻게 처리하실지 방법은 알고 싶지 않아요. 장소도요. 일을 끝내고 이 번호로 연락만 주시면 돼요.”
전화가 끊겼다.

p. 29

 

말도 안 된다고, 절대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돈 때문에 망설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주인공 핀레이 또한 너무나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 있어서 그런지 망설이면서도 결국 그녀는 그 사교모임에 가게 된다. 그리고 절대 죽이려는 의도가 없었지만, 어쩌다 보니 그 남자는 죽게 된다. 처음에는 그녀가 죽였다고 생각했지만, 그 남자의 죽음에는 숨겨진 용의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런 위기 상황 속에서 그녀는 뜻하지 않게 앞으로 그녀와 함께 활동하게 될 파트너를 구하게 된다. 어쩌다 그 남자의 죽음을 목격한 베이비시터 베로는 보상금의 40%를 갖는다는 거래 아래 핀레이의 공범자이자 든든한 파트너가 된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그 남자의 시체를 처리해서 전남편 스티븐의 농장에 묻어 버리고 언제 그 범죄 사실이 발각될까 전전긍긍한다.

어쩌다 킬러가 된 핀레이와 그녀의 공범자 베로는 과연 발각되지 않고 잘 지나갈 수 있을까. 아니면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고 감옥에서 평생 지내게 될까. 만약 첫 번째 살인 청부가 성공한다면 그녀는 두 번째 살인 청부도 의뢰받게 될까.

 

위기 상황마다 임기응변으로 재치있게 상황을 모면하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인 핀레이와 베로의 활약이 펼쳐지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에게 웃음과 재미를 선사한다. 황당하고 기상천외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황당함과 재미를 느낀다. 또한 그 속에서 섹시한 변호사와 우직한 경찰과의 로맨스까지 있으니 과연 이 소설을 코미디라고 해야할지, 로맨스 소설이라 해야할지,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라고 해야할지 한 가지로 정할 수 없다. 코미디, 로맨스, 스릴러, 미스터리가 모두 종합적으로 결합되어서 우리에게 확실한 재미와 웃음을 준다. 또한  스릴있고 매번 긴장하게 하는 사건들이 이어져서 4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서 어느덧 우리는 마지막 책장을 넘기게 된다.

 

또한 아이를 키우는 육아맘과 싱글맘의 처지가 잘 드러나 있고, 가족에 대한 사랑도 있어서 이 책을 통해 가족의 사랑과 믿음을 느껴도 좋을 듯하다. 어쩌다 킬러가 된 우리의 싱글맘이자 작가가 들려주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로 이 무더운 여름, 시원하게 웃으면서 더위를 식혀도 좋을 것 같다. 벌써부터 다음에 이어질 우리의 주인공 핀레이 도너번의 활약이 기다려진다. 


이 글은 인플루엔션 출판사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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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홈스쿨링하는 엄마로 살기로 했다 - 배움의 본질적 의미를 찾아가는 여행
이자경 지음 / 담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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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배움을 찾아 떠나는 여정"

이자경 <나는 홈스쿨링하는 엄마로 살기로 했다> 를 읽고 



“배움은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

-배움의 본질적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행-

 

 

무엇이 아이를 위한 교육인지 아이를 키우면서 고민을 하게 된다. 모든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지만, 정작 그 행복한 삶에 이르는 길은 부모인 나 또한 모를 때가 많다.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대학교에 가고, 좋은 직장을 얻으면 과연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것일까. 과연 내가 지금까지 받아온 교육의 방식이 지금 나를 행복한 삶으로 이끌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우리 아이들에게 내가 받아온 교육방식을 고수하며 나와 같은 길을 가라고 하고 있지 않은가. 

 

이 책   『나는 홈스쿨링하는 엄마로 살기로 했다』는 그런 배움의 본질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의무교육이라는 사회적 시스템이 아닌, 학교가 아닌 '홈', 가정, 가족이라는 공간을 택해 이루어지는 삶의 교육을 보여주고 있다. 학교가 아닌 집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인 홈스쿨링을 택했고 가르치는 교육이 아닌 스스로 깨닫고 배우는 교육이다. 즉 '언스쿨링' 인 것이다. 언스쿨링(unschooling)은 말그대로 스스로 선택한 활동과 인생의 경험에서 얻는 교육을 말한다. 아이들은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배울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우리는 작가의 실제 홈스쿨링 경험과 그 과정에서 알게 된다.

 

"홈스쿨링은 아이들 스스로 배움의 길을 찾아가고 진정한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준다. 부모는 기다려 주기만 하면 된다. 아이들 스스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다고 믿는다."

-p. 148

 

저자가 말하듯이 정말로 부모는 기다려주기만 하면 된다. 아이들 스스로 깨닫고 느끼고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나 우리 부모들은 그런 기다림의 시간조차도 참지 못하고 부모가 먼저 해준다. 그럼으로써 아이는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배우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이루어져왔던 주입식 교육과 학원의 떠먹여주기식 교육이 지금 우리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 다양한 교육방식과 시스템을 다룬 책들을 읽어왔고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 그 방법만 고민해온 나에게 저자의 말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부모로써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부모는 그저 아이들이 할 때까지 기다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어쩌면, 정말 이 말이 정답인 것 같다. 그리고 홈스쿨링이라고 하면 흔히 우리는 학교가 아닌 집에서 학교 교육과 같은 교육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 책은 나에게 언스쿨링의 개념을 가르치면서 진정한 배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자연과 함께, 가족과 함께, 삶의 현장 속에서 그렇게 아이들 스스로 배우고 깨닫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으로 보였다.

 

이 책을 읽으면 과연 나의 아이들의 모습은 어떤가 다시 되돌아보게 되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제 몸보다 큰 책가방을 메고 기운없이, 비몽사몽간으로 학교로 가는 아이들의 모습, 토요일이라 학교 안 가서 너무  좋다며 신나하는 아이들의 모습, 학원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며, 학원 안 가면 안되냐고 징징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과연 이 길이 맞는 것인가 수백번 고민하게 된다. 그렇게 학교와 학원에 치여 마음껏 뛰놀고 마음껏 느끼고 경험해야 하는 시기에 그렇게 피곤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홈스쿨링은 아이들을 교육하고 가르치는 게 아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며 나의 부족한 면을 되돌아보고 끊임없아 배워 가는 것이다. 아이들과 온전히 보내는 시간 속에서 나는 바른 곳을 향해 가고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나의 부족함을 채워 주는 아이들에게서 삶의 지혜를 배우며, 나의 자신감은 오늘도 업그레이드 중이다."

-p. 141

 

비록 나는 저자처럼 홈스쿨링의 방식을 택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학교 갔다 와서 함께 저녁을 먹는 시간이나 주말 동안이라도 되도록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고 아이들에게 다양한 것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가족간에 서로 사랑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아이들이 가족의 사랑 속에서 바른 인성을 가지고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이 책  『나는 홈스쿨링하는 엄마로 살기로 했다』을 통해 진정한 배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고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중요함을, 가족간의 사랑과 믿음 속에서 진정한 배움이 일어난다는 것을 깨닫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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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어사 - 지옥에서 온 심판자
설민석.원더스 지음 / 단꿈아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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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온 심판자, 요괴어사"

설민석 <요괴어사>를 읽고 

 



"조선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K-요괴 판타지 소설의 탄생 "

-설민석의 첫 역사 판타지 소설 -

 

 

우리에게 친절한 한국사 선생님으로 유명한 설민석이 소설가가 되어 우리 곁에 찾아왔다. 그의 귀에 쏙쏙 이해가 되는 명쾌하면서도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에 푹 빠지곤 했다. 그리고 이제는 역사 이야기가 아닌 역사 판타지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이 책 『요괴어사』는 설민석과 웹소설 작가 원더스가 만나서 탄생한 새로운 역사 판타지 소설이다. 살아 있는 백성뿐만 아니라 죽은 백성까지도 살피겠다는 정조의 뜻에 따라 요괴를 퇴치하고 '망자천도' 라는 목적 아래 '요괴어사대'가 조직된다. 대한민국 괴물들과 요괴어사대의 대결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면서 통쾌함, 재미뿐만 아니라 감동까지 선사한다.

 

소설의 시작은 18세기 조선, 임금 정조의 괴이한 꿈으로부터 시작한다. 꿈속에 나타나 국운을 예언하는 여인과 그 여인이 한 손에 든 심장과 한 손에 든 여자아이는 무슨 의미일까. 그 꿈을 계기로 정조는 죽은 이를 본다는 아이인 벼리와의 우연히 만나게 되고 아버지 사도세자가 남긴 편지의 메시지를 보게 된다. 살아있는 백성뿐만 아니라 죽은 백성까지도 천도해야한다는 ‘망자천도(亡者薦度)’의 목표 아래, 정조는 요괴어사대를 결성하게 된다. 

정조는 죽은 이를 보는 아이인 벼리, 각종 무술에 능한 장사 백원, 말보다 더 빠른 미소년 광탈, 미래를 보는 여인 무령 이렇게 5명에게 "너희는 요사스럽고 괴이한 일을 살피는 어사가 되어 원한의 굴레에 빠진 이를 구하라." 라고 말하며 요괴어사대원으로 그들을 임명한다. 

 

요괴어사대는 역병으로 돌던 괴질 문제를 포함한 조선 팔도에서 벌어지는 각종 요괴 관련 문제들을 해결한다. 하지만, 그 사건들 속에는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한과 슬픔이 서려 있음을 알게 된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가족들에게 희생당한 반쪽이, 전쟁의 폐허 속에서 시제를 거두려다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승려들, 물에 빠진 동생을 구하려다 죽은 처녀 귀신, 양반에게 협박받고 이용만 당하다가 죽은 기생들 그들은 요괴이기 이전에 살아 생전 누구에게도 보호받지도 못하고 핍박받은 조선의 백성이었던 것이다. 살아서도 무시당하고 보호받지 못했고 억울하게 죽임까지 당해 그들의 원한을 가진 요괴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들의 기구하고 안타까운 사연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작가는 신수 동물인 해치를 통해 그런 원한과 그들의 죄를 냉정하고 단호하게 심판하고 판결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그 죄에 따라 합당한 벌을 받으며 사건이 해결되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지옥에서 온 심판자'라는 부제처럼 그들이 죄인을 심판하고 처벌하는 과정 속에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해치의 판결 속에서는 재물과 권력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감형의 조건이 되지 않는다. 거짓과 각종 핑계가 통하지 않는 해치의 명쾌한 판결을 보면서 우리 사회 속에서도 이런 판결이 내려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앞으로 조선 땅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을 찾아다니며 원혼을 달래고 망자를 천도한다는 목표 아래 사악한 요괴들과 대결하는 요괴어사대의 활약이 너무나 신나게 흥미진진했다. 다음에 나올 『요괴어사』 2권에서는 또 어떤 재미난 요괴어사대의 이야기가 펼쳐질 지 기대가 된다. 

 


 정조께서는 〈일득록〉에서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를 앞으로 일어날 일의 거울로 삼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그 말씀처럼 앞서간 선배들의 실수나 배울 점을 가슴에 새기고 우리가 나아갈 미래를 그려 보는 것은 영웅이 죽고 서사가 사라진 이 시대에 한 줌 희망의 불빛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역사적 본질을 판타지 소설에 태워 당신께 띄워 보냅니다. 이 작품에 승선하시어 고난의 파도를 이겨 낸 벅찬 승리의 세상을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
-설민석,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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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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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 처음으로 겪는 돌봄 사랑 "

클레어 키건 <맡겨진 소녀>를 읽고 



“어느 여름 친척 집에 맡겨진 소녀, 그곳에서 처음으로 겪는 다정한 돌봄과 사랑"

-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 클레어 키건의 국내 초역 작품-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고 나니, 부모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저절로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님을 알게 된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이 필요함을 아이들을 돌보는 육아 과정에서 매번 깨닫게 된다.

 

여기 한 소녀의 이야기가 있다. 그 소녀는 애정없는 부모와 많은 형제 자매들 속에서 제대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는 부모가 있음에도 얼굴도 잘 모르는 낯선 친적 집에 맡겨지기까지 한다. 이 책 『맡겨진 소녀』에서 클레어 키건 작가는 애정이 없는 부모로부터 낯선 친척 집에 맡겨진 한 소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일랜드의 시골 마을에 사는 어린 소녀는 미사가 끝난 어느 날, 집이 아닌 엄마의 고향쪽으로 그녀와 아빠와 함께 가게 된다. 소녀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그 소녀가 향한 곳은 엄마의 먼 친척이 되는 킨셀라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집이다. 소녀의 먼 친척이라고 하지만, 그녀에게는 생판 남이고 모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낯선 곳, 낯선 사람들에게 맡겨진 소녀는 그곳에서 여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걱정했던 것과 반대로 그 소녀는 그 곳에서 찬란한 여름을 맞이하게 된다. 오히려 거기서 지내면서 받은 돌봄과 사랑은 소녀에게서 잊을 수 없는 행복한 기억이 된다. 그곳에서 그녀가 받은 되는 돌봄과 배려, 사랑과 관심은 애정없이 방치되듯이 자란 소녀애게는 모두다 생전 처음으로 받게 된 것이었다. 소녀를 씻겨주는 킨셀라 아주머니의 손을 보며 소녀는 생각한다.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그녀는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한 번도 느꺄본 적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것도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그것이 사랑임을 아는 법이니깐.

 

아주머니의 손은 엄마 손 같은데 거기엔 또 다른 것, 내가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 것도 있다. 나는 정말 적당한 말을 찾을 수가 없지만 여기는 새로운 곳이라서 새로운 말이 필요하다.
-p.25

 

어쩌면 부모라면 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하는 돌봄과 육아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의무조차 소홀히하며 아이를 방치하는 부모도 있다. 물론 그 이유가 먹고 사는데 바빠서, 너무나 돌봐야할 아이들이 많아서와 같은 이유일 수도 있지만, 부모 곁을 떠나 먼 친척 손에 맡겨진 소녀가 처한 상황이 안타깝기도 하다. 작가는 그 소녀가 그 곳에서 지낸 여름의 나날들을 작품 속 화자인 '나'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아이의 시선과 생각으로 그려냈기에, 아이의 심리나 감정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마치 아이가 쓴 일기처럼 소녀는 자신의 일상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그 짤막한 문장들 속에서 아이의 생각과 마음이 묻어난다.

 

소녀를 잠시 맡아서 돌보게 된 킨셀라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소녀가 집에 머무르는 동안 그녀의 부모보다 더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기울인다. 마치 자신의 딸처럼, 그들은 소녀가 낯설어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도록 그녀를 살핀다. 그 덕분에 소녀는 그들로부터 '사랑'이란 무엇인지, 돌봐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부모의 사랑과 가족의 따뜻함을 알게 된다.

 

"불쌍하기도 하지." 아주머니가 속삭인다. "네가 내 딸이라면 절대 모르는 사람 집에 맡기지 않을 텐데."

-p.34

 

그들 또한 자식을 키워보고 불의의 사고로 자식을 잃어봤기에 소녀를 안타까워하고 더 잘 돌보려는 것은 아닐까. 그들의 모습은 마치 <빨강 머리 앤>에서 앤을 맡아서 사랑으로 키웠던 마닐라와 매슈 남매와 닮아 보인다. 미사에 입고 갈 제대로 된 옷 하나 없던 소녀에게 예쁘고 깨끗한 새 옷을 사 입히고, 함께 집안 일도 하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멋진 풍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 모든 작지만 소중한 기억과 그들의 사랑이 소녀의 마음 속에 남아 찬란했던 한 여름의 추억을 선사하기도 한다. 

 

“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힘든 기분이지만 걸어가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에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p. 69~70

 

오히려 다시 돌아가게 된 집에서 소녀는 낯설고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 여전히 자신에게 애정도 관심도 없는 그녀의 부모, 새로 남동생까지 태어나서 앉을 자리도 없는 너무나 많은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소녀는 전혀 집으로 돌아온 안정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돌아가는 킨셀라 아저씨의 품을 향해 전력질주해서 달려간 것일까. 한 번도 자신을 안아주지 않았던 아빠보다 자신을 살뜰히 챙겨주고 함께 시간을 보냈던 킨셀라 아저씨의 품에 안기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을 바라보는 진짜 아빠보다 자신이 안겨있는 킨셀라 아저씨가 더욱 아빠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 장면에서 너무나 가슴이 뭉클해졌다. 마치 영화 속 마지막 장면을 보는 듯이 그 장면이 머릿 속에 그려지면서 어느덧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아빠," 내가 그에게 경고한다. 그를 부른다. "아빠."

-p. 98

 

'아빠'라고 부르는 그 소녀의 한 마디가 책장을 덮고 나서도 내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비록 98페이지의 짧은 분량이긴 했지만, 가슴 시리도록 아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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