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의 유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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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 유령 속에 숨겨진 진실"

 

다카노 가즈아키 <건널목의 유령> 을 읽고 



 

"건널목의 유령의 정체는?"

-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 다카노 가즈아키의 최신작-
 

 

『제노사이드』와 『13계단』 등 사회파 소설 작품으로 유명한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가 11년 만에  신간 『건널목의 유령』과 함께 귀환했다. 제목에서 암시하는 것처럼 이 책은 진짜 유령이 등장하는 심령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대량학살이나 사형 제도 등 사회 문제를 고발해온 작가는 이번 책에서는 실제 유령을 등장시킨 심령 서스펜스를 보여주면서 또 한번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동안 전작과 비교해볼 때 이번 책에서 저자는 한 열차 건널목에서 촬영된 심령 사진을 바탕으로 그 유령의 신원을 추리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건널목에 나타나는 의문의 긴 머리 여성과 사진 속 심령 사진을 보면서 '설마, 유령이겠어.' 라며 유령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진지하게 사회 문제를 고발하고 지적 유희를 보여준 작가의 전작들에 비해 괴담 심령 소설은 왠지 어울리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작가는 이번에는 유령의 사진을 바탕으로 취재를 이어가는 전국 일간지 사회부 기자들의 취재 과정을 보여주면서 그 유령의 정체를 밝히고 있다. 어쩌면 유령이냐, 유령이 아니냐 하는 여부보다는 왜 그 여성이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는지, 왜 유령이 되어서까지 그 건널목에 나타나는 것인지 한 여성의 죽음의 진상을 밝히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여전히 작가는 사회파 미스터리 거장이라는 이름에 맞게 대단한 필력을 보여준다. 유령 사진 속 여성의 죽음의 진상 추적을 통해 여성을 착취하는 유흥가와 조직 폭력단의 실체, 부패 정치인의 실상, 건설사와 정치인과의 유착과 뇌물 등의 실체와 폐해를 고발하고 있다. 

건널목의 유령 사진을 통해 비로소 유흥가에서 매춘 행위를 하며 억지 웃음을 지으며 힘겹게 삶을 살아야만 했던 한 여성의 억울한 죽음에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된다. 

 

인간의 혼이란 마치 한 편의 이야기나 음악, 혹은 살아있는 인간의 의식처럼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관념 속에서만 발현되는 무언가라고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듯 영혼과 교감할 수 있지 않을까?

-p. 121

 

만약 건널목의 유령이 아니었다면, 그녀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어쩌면 진실 규명을 위한 유령의 계획이었는지도 모른다.

죽음의 순간에도 건널목까지 가서 죽은 그 여성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할까. 그 진심을 알게 되니 너무나 가슴이 먹먹해진다. 유령의 이야기라고 하면 무서울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이미 가슴이 아프고 슬픈지...

 

사회파 미스터리로 항상 우리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다카노 가즈아키가 이번 책 『건널목의 유령』에서는 유령을 통해 사회문제를 고발한다. 정말 다음 책에서는 어떤 소재를 사용하여 사회 문제를 고발하면서 재미와 감동을 줄지 너무나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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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를 만들어간다 - 장마리아 그림에세이
장마리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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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리아 일곱 빛깔 그림 에세이"

 

장마리아 <그렇게 나를 만들어간다> 를 읽고 



"결국 우리 모두는 반짝이기 위해 살아간다."

- 젊은 예술 애호가들이 사랑하는 아티스트 장마리아 화가의 첫 그림 에세이-
 

 

그림과 글이 만나서 멋진 한 권의 그림 에세이로 탄생하였다. 화가는 그림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다. 화가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자기 표현이 합쳐져서 하나의 멋진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 『그렇게 나를 만들어간다』는 저자인 장마리아 화가의 첫 그림 에세이이다. 어떻게 보면 하나의 작품집이라 할 수 있는데, 저자는 그림과 글을 접목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인 장마리아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미술전람회(KIAF)의 개막과 함께 화제의 중심에 선 화가이다. 그녀는 미술계와 셀럽, 젊은 예술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화가이기도 하다. 

 

한 때는 아무도 그녀의 그림을 알아보지도 않았고 아무도 그녀의 작품들을 사지도 않았다. 그렇게 무명 화가에 불과했던 저자가 자신만의 색채를 가진 화가가 되어 예술계의 주목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들려준다. 2006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Man 시리즈에서 Permeation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그녀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30대 초반에 찾아온 망막 변성으로 인해 한쪽 시력을 잃는 불운을 겪고도 그 장애를 극복하고 성공하게 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화가에게 눈이 안 보인다는 것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며 절망 속으로 빠질 수 있고 화가로서의 삶을 포기해버릴 수도 있는 일생일대의 불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장애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아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었다.

 

살아가면서 큰 상실을 경험하면 우리의 마음과 영혼은 쉽게 깨져버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망이 우리의 삶을 계속 다스리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 하나를 잃으면 다른 하나가 보인다. 그것도 ‘같은’ 값이 아닌 더욱 ‘값진’ 하나가. 시력을 잃은 순간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하지만 이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눈이 가져다주는 알록달록한 세상은 잃었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만의 스토리가 생겼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 p.67, 「기꺼이 끌어안아라」중에서

 

기존의 화풍을 버리고 자신만의 색채를 추구하며 과감하게 변심함으로써 그녀는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그녀만의 독특한 화풍을 창조할 수 있었다. 이 책에 수록된 저자의 작품들을 통해 장마리아라는 화가 스타일과 그녀가 추구하고자 하는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

마치 저자의 갤러리에 온 것처럼, 이 책을 통해 그녀의 작품들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더군다나 작품뿐만 아니라, 그 작품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와 작품 배경까지도 알 수 있다. 특히 장마리아 화가가 어둡고 칙칙한 느낌의 자화상을 즐겨 그렸는데 Permeation  시리즈를 통해 봄, 밝음, 희망, 관계, 연결을 나타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예술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그녀의 작품을 밝은 희망을 주는 것 같다. 또한 서로 어우러져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는 삶을 추구하는 장마리아 화가의 작품관도 작품들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우리 모두는 반짝이기 위해 살아간다. 스스로 어둠 속에 갇히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삶은 언제나 반짝여야 하며, 서로를 비추어야만 한다.”

- p.206, 「당신의 세계는 귀하고 빛난다」중에서

 

"Pictures speak a thousand words." 는 말처럼 그림을 통해 저자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것을 말하고 있다. 그림과 글이 어우러진 그림 에세이라서 그런지 갤러리 투어하는 기분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앞으로 그녀가 더욱더 그림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그런 멋진 화가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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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1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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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의 살인 사건 숨겨진 진실"

 

조엘 디케르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을 읽고 



"알래스카 샌더스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벗긴다"

-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의 작가 조엘 디케르 신작 소설!
-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과 『볼티모어의 서』 작품으로 유명한 작가 조엘 디케르는 한 호숫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책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으로 우리 곁에 다시 돌아왔다. 이 책은 전작인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과 『볼티모어의 서』를 잇는 삼부작의 완결편으로 평가받는다. 그동안 조엘 디케르는 범인을 체포하지 못한 미제 사건이나 경찰의 실수로 엉뚱한 사람이 범인으로 누명을 쓴 사건을 주로 다루어왔다. 전작에서 보여준 기발한 추리, 날카로운 수사, 독특한 반전은 그의 작품의 주요 특징이며 우리는 이 책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에서도 이런 특징적인 요소들 때문에 스릴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 책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에서 인적이 드문 호숫가에서 곰에게 물어뜯기고 있는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너무나 충격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그 시신은 이미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었다. 괴연 누가 그녀를 살해한 것일까. 마치 추리극장을 보는듯이 그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한 수사 과정을 긴장을 늦출 수 없을 정도로 스릴있게 보여준다. 

 

호숫가에서 발견된 시신은 '알래스카 샌더스' 라는 22세 여성이다. 이 여성은 상냥하고 친절하며 마을 주민들도 그녀를 좋아한다. 그녀는 영화배우가 꿈이며, 한때 미스 뉴잉글랜드 출신으로 뽑힐만큼 얼굴도 예쁘다. 그런 그녀가 살해를 당했다. 그녀의 부모를 비롯한 마을 주민들은 그 살인 소식에 충격에 휩싸여버리고 만다. 

과연 누가 그녀를 죽인 것일까. 왜 그녀는 살해된 것일까. 이 살인 사건에 대해 경찰은 수사를 하며 범인을 찾아내려고 한다. 전작에서 수사를 맡았던 인물들과 등장인물들이 이 책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에 등장해서 연작소설 같은 느낌을 주고, 각 인물들의 특징을 알기 때문에 더욱더 친근감을 가지고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행히 살인 사건에 대한 목격자와 증거들 덕분에 수사를 맡은 페리 형사를 비롯한 경찰들은 조금씩 진실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용의자의 범위가 죽은 알래스카 샌더스의 애인이었던 '월터 캐리'와 '에릭 도노반'으로 좁혀진다. 버려진 캠핑카에서 발견진 피묻은 스웨드셔츠에서 발견된 DNA,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후미등 파편 등을 통해 점점 더 치정극에 의한 계획적인 살인으로 가닥이 잡히고 그런 점에서 그녀의 애인인 월터 페리가 용의자는 아닐까 의심이 된다. 

또한 알래스카 샌더스 그녀의 시신이 발견될 때 사건 현장에 있었던 협박 쪽지

"나는 네가 한 짓을 알아."

-p.46

 

과연 이 협박편지는 무슨 의미이고 '네가 한 짓'은 어떤 행동을 말하는 것일까. 

상냥하고 친절한 알래스카 샌더스는 왜 죽임을 당한 것일까.

'알래스카 샌더스 살인 사건'에 관련된 모든 의문을 풀고 알래스카 샌더스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려 페리 게할로우드 형사와 베스트셀러 작가인 마커스 골드먼과 함께 수사를 시작한다. 

과연은 살인 사건에 숨겨진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범인은 정말 그의 애인 월터일까. 아니면 월터의 친구인 에릭 도보반일까. 

 

이 모든 의문에 대한 답을 알고 싶은 사람도, 범인이 누구인지 추리를 통해 밝혀내고 싶은 사람도, 그들의 수사 과정이 궁금한 사람은 이 책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나도 어서 궁금해서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2』권을 펼쳐야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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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쓰레기의 처리 방법
이희진 지음 / 씨엘비북스(CLB BOOKS)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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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플라스틱 쓰레기 된다면"

 

이희진의 <인간쓰레기 처리 방법> 을 읽고



 

“인간이 곧 쓰레기, 전염병의 시절

우리의 민낯을 폭로하는 소설

-절망을 파괴하고 자신을 구원하는 여자들의 이야기-

 

요즘 플라스틱을 비롯한 재활용 쓰레기 처리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제대로 분리수거가 되지 못해서 플라스틱의 재활용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 시대를 겪으면서 전염병의 위험성도 알게 되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작가가 상상력을 발휘한 결과일까.

 

이 책  『인간쓰레기의 처리 방법』에서는 온몸이 플라스틱으로 변하는 전염병이 도래한 시대를 배경으로 삼아 4편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일명 '플라스틱 병'이 퍼지게 되는데 그 병은  미세 플라스틱이 체내에 쌓이고 변이를 일으켜 온몸이 플라스틱으로 변하는 병을 말한다.

인간이 플라스틱으로 변한다는 설정이 너무나 충격적이면서도 놀랍다. 마치 인간도 플라스틱처럼 변하고 플라스틱 시체를 처리하고 관리하는 과정을 통해 마치 인간이 쓰레기처럼 버려지고 취급되는 인간 사회의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제시된 4편의 이야기들은 모두 플라스틱병에 걸려버린 인간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은 사회에 해만 끼치고 아무 쓸모도 없고 처치 곤란한 쓰레기의 처지로 전락했다. 일명 그들은 인간쓰레기이다. 플라스틱병에 걸린 사람으로부터 전염된 바이러스로 인해 체내에 플라스틱 입자가 쌓이고 말초신경이 손부터 하얗게 플라스틱으로 변하게 된다. 그렇게 서서히 온몸이 플라스틱으로 변하고 결국은 플라스틱으로 모두 변해서 죽게 된다. 플라스틱 시체는 태워서 화장할 수도 매장할 수도 없는 처치 곤란하다. 

네 편의 이야기들에 등장하는 쓰레기는 플라스틱으로 변한 인간의 몸이 아니다. 이미 서로를 이용하고 혐오하고 배제하는 인간의 썪어버린 정신이며 그것은 단순히 플라스틱 쓰레기보다 못한 존재이다.

 

첫 번째 이야기인 <죽은 연인의 초상>은 사람하는 사람이 플라스틱 병에 걸려 죽게 되는데, 그는 플라스틱 병에 대해 연구해온 과학자이다. 그는 이 병에 대한 연구를 통해 플라스틱 병에  대한 항체를 발견하려다가 그만 그자신도 플라스틱 병에 걸려 죽고 만다. 연인의 유언에 따라 어느 장소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는 한 남자와 노파가 한 집에서 살고 있는데, 남자는 노모를 모시고 살지만, 그는 자신의 어머니를 플라스틱병에 감염시켜 죽이려 한다. 하지만 거듭되는 아들의 검은 음모에도 불구하고 노파는 플라스틱 병에 걸리지 않고 살아남았다. 아마도 플라스틱 항체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과연 죽은 과학자인 준의 연인 나영은 그의 유언에 따라 플라스틱 항체는 손에 넣을 수 있을까. 이 이야기를 통해 늙은 부모를 모시지 않고 나쁜 마음을 먹는 인간의 모습을 보게 된다. 

 

두 번째 이야기인 <악취> 에서는 플라스틱 병으로 죽은 어머니의 시체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논쟁하는 자식들의 모습이 나온다. 서로 그 시체를 맡아서 처리하려고 미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은 장남이 그 플라스틱으로 변한 어머니 시체를 맡게 되지만, 그들 또한 집안에 둔 그 시체로 인해 생활상의 어려움과 불편함을 겪는다. 결국은 며느리가 그 시체를 절벽에서 떨어뜨려 제거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이 결말을 보면서 과연 아무리 플라스틱으로 변했다더라도 그들의 어머니인데 그렇게 함부로 쓰레기처럼 다루어도 되나 너무한 것은 아닐까. 이것이 바로 우리 인간의 민낯임을 깨닫으며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나머지 이야기인 <역 피그말리온>과 이 책의 표제작인 <인간쓰레기의 처리 방법> 또한 플라스틱 병에 걸린 주인공을 주제로 하고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현실에 닥쳐온 이 전염병 앞에서 인간의 민낯을 보여주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절망을 느끼면서도 자신들의 방식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 『인간쓰레기의 처리 방법』은 제목만큼이나 적나라하지만 그 이야기들 속 주인공인 여성들이 갈등과 위기 상황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여성들의 노력에 의해 위기 상황은 해결되고 사람들은 구원을 받게 되는데 그것이 우리가 인생을 사는 모습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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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정말 그곳에 있었을까
박민형 지음 / 예서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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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했지만 영혼 뜨거웠던 사람들 이야기"

 

박민형 <그 사람이 정말 그곳에 있었을까> 을 읽고 



"그 사람이 정말 그곳에 있었을까."

-박민형 작가가 전하는 한 편의 가족 극장같은 이야기

 

여기 삶은 가난했지만 영혼은 풍요롭고 뜨거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들의 삶은 비록 힘들고 고달팠지만 그들은 끈질긴 생명력과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살아남았다. 부모의 이혼, 재혼, 첫사랑, 죽음 등 삶의 희로애락이 담긴 한 편의 가족 극장같은 책 『그 사람이 정말 그곳에 있었을까』 을 만났다. 

 

전작인  작가는 『어머니』에서 항상 자식들을 위해 묵묵히 살아가는 어머니의 사랑과 그들의 힘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번 책 『그 사람이 정말 그곳에 있었을까』 에서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가가 되어 살아가던 영남은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악극'을 써보라는 제안을 받게 된다. 소설만을 써 온 영남은 악극을 써본 경험이 없었지만, 노후 대비를 위해 기꺼이 악극을 쓰게 되고 그녀가 시나리오를 쓴 악극은 전국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영남은 무대인사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는데, 바로 그 장소가 과거 자신의 첫사랑이 살았던 도시에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다. 그 사실과 함께 영남의 시간은 과거 첫사랑을 만났던 K시로 되돌아가고 영남의 가족사가 펼쳐진다.


“그 K시에 대한 기억을 이렇게 소환하게 되다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 사람을 만나러 가기 위해 K시의 그 좁은 골목길을 걸을 때면 몇 백 년이나 되었을 법한 벚나무에 만발한 벚꽃이, 어두운 골목길을 등불처럼 길을 밝혀주고 있었다.”
- p.40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떨어져 살게 된 영남은 결국 어머니를 찾아 K도시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그녀의 첫사랑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영남과 그 사람과의 만남과 인연, 사랑 이야기가 가슴 절절하고 아름답다. 그 사람과의 사랑은 첫눈에 반하듯 갑가지 시작된 것이 아니라 '서서히 스며드는 물처럼 가슴을 천천히 적시듯이' 시작되었다.

그 사람을 바라만봐도 두근거리고 떨리고, 셀레고 환희에 젖는다. 빠르게 고동치는 심장 박동 소리와 부르르 진저리를 치게 하는 간지러움, 모두 다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느끼게 겪게 되는 신체적 반응과 감정인 것이다. 아마 사랑을 처음 해 본 사람들은 그 설레임과 떨림에 공감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첫사랑의 기쁨도 잠시 영남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연속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언제나 자신의 곁에서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던 양희 언니와 너무나 사랑하는 어머니를 차례로 떠나보내면서 영남은 헤어날 수 없는 슬픔과 고통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그녀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했다. 결국 사랑하던 그 사람과도 영남은이별해야만 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자신을 내던진 것이 병이 된 거라고.

나로 해서 두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는 죄책감에 먹는 것을 거부한 채, 내 귀에서 들려오는 통곡소리에 나를 내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침묵을 지킨 채, 그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내 안으로 더 깊숙이 밀어 넣고 있었다.

-p. 246

 

영남이 느꼈을 그 죄책감이 무엇일지, 그 죄책감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고 버거웠을지 

그렇게 시간은 흘러 다시 영남은 우연하게도 다시 그 K시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때 그 사람에 대한 첫사랑의 기억도 함께...

 

이제는 서로 각자 다른 인생의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그 사람은 영남의 소설을 읽고 영남이 쓴 악극까지 보고 있었다. 과연 그 사람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왜 그 사람은 영남에게 사랑을 고백하지 못했을까. 

그리고 왜 영남은 그 사람을 떠나야만 했을까. 그 마지막 질문을 영남은 K시의 그 벚나무 집을 나오면서 자신에게 질문해본다. 

영남과 그 사람과의 사랑과 안타까운 이별에 마음이 먹먹해진다. 그리고 영남이 느꼈을 그 죄책감이 무엇일지, 그 죄책감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고 버거웠을지 공감하기에 더욱더 안까운 마음이다.

 

결국 그들은 그런 인연이었을지도, 그렇게 잠깐 스쳐가는 인연이었을지도, 그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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