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정말 그곳에 있었을까
박민형 지음 / 예서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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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했지만 영혼 뜨거웠던 사람들 이야기"

 

박민형 <그 사람이 정말 그곳에 있었을까> 을 읽고 



"그 사람이 정말 그곳에 있었을까."

-박민형 작가가 전하는 한 편의 가족 극장같은 이야기

 

여기 삶은 가난했지만 영혼은 풍요롭고 뜨거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들의 삶은 비록 힘들고 고달팠지만 그들은 끈질긴 생명력과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살아남았다. 부모의 이혼, 재혼, 첫사랑, 죽음 등 삶의 희로애락이 담긴 한 편의 가족 극장같은 책 『그 사람이 정말 그곳에 있었을까』 을 만났다. 

 

전작인  작가는 『어머니』에서 항상 자식들을 위해 묵묵히 살아가는 어머니의 사랑과 그들의 힘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번 책 『그 사람이 정말 그곳에 있었을까』 에서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가가 되어 살아가던 영남은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악극'을 써보라는 제안을 받게 된다. 소설만을 써 온 영남은 악극을 써본 경험이 없었지만, 노후 대비를 위해 기꺼이 악극을 쓰게 되고 그녀가 시나리오를 쓴 악극은 전국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영남은 무대인사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는데, 바로 그 장소가 과거 자신의 첫사랑이 살았던 도시에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다. 그 사실과 함께 영남의 시간은 과거 첫사랑을 만났던 K시로 되돌아가고 영남의 가족사가 펼쳐진다.


“그 K시에 대한 기억을 이렇게 소환하게 되다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 사람을 만나러 가기 위해 K시의 그 좁은 골목길을 걸을 때면 몇 백 년이나 되었을 법한 벚나무에 만발한 벚꽃이, 어두운 골목길을 등불처럼 길을 밝혀주고 있었다.”
- p.40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떨어져 살게 된 영남은 결국 어머니를 찾아 K도시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그녀의 첫사랑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영남과 그 사람과의 만남과 인연, 사랑 이야기가 가슴 절절하고 아름답다. 그 사람과의 사랑은 첫눈에 반하듯 갑가지 시작된 것이 아니라 '서서히 스며드는 물처럼 가슴을 천천히 적시듯이' 시작되었다.

그 사람을 바라만봐도 두근거리고 떨리고, 셀레고 환희에 젖는다. 빠르게 고동치는 심장 박동 소리와 부르르 진저리를 치게 하는 간지러움, 모두 다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느끼게 겪게 되는 신체적 반응과 감정인 것이다. 아마 사랑을 처음 해 본 사람들은 그 설레임과 떨림에 공감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첫사랑의 기쁨도 잠시 영남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연속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언제나 자신의 곁에서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던 양희 언니와 너무나 사랑하는 어머니를 차례로 떠나보내면서 영남은 헤어날 수 없는 슬픔과 고통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그녀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했다. 결국 사랑하던 그 사람과도 영남은이별해야만 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자신을 내던진 것이 병이 된 거라고.

나로 해서 두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는 죄책감에 먹는 것을 거부한 채, 내 귀에서 들려오는 통곡소리에 나를 내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침묵을 지킨 채, 그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내 안으로 더 깊숙이 밀어 넣고 있었다.

-p. 246

 

영남이 느꼈을 그 죄책감이 무엇일지, 그 죄책감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고 버거웠을지 

그렇게 시간은 흘러 다시 영남은 우연하게도 다시 그 K시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때 그 사람에 대한 첫사랑의 기억도 함께...

 

이제는 서로 각자 다른 인생의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그 사람은 영남의 소설을 읽고 영남이 쓴 악극까지 보고 있었다. 과연 그 사람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왜 그 사람은 영남에게 사랑을 고백하지 못했을까. 

그리고 왜 영남은 그 사람을 떠나야만 했을까. 그 마지막 질문을 영남은 K시의 그 벚나무 집을 나오면서 자신에게 질문해본다. 

영남과 그 사람과의 사랑과 안타까운 이별에 마음이 먹먹해진다. 그리고 영남이 느꼈을 그 죄책감이 무엇일지, 그 죄책감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고 버거웠을지 공감하기에 더욱더 안까운 마음이다.

 

결국 그들은 그런 인연이었을지도, 그렇게 잠깐 스쳐가는 인연이었을지도, 그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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