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거짓말의 세계에서 잊을 수 없는 사랑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시한부 소년 한 소녀와의 특별한 사랑과 우정 이야기"

 

이치조  미사키의  <오늘 밤, 거짓말 세계에서 잊을 수 없는 사랑> 을 읽고



"서로에게 빛이 되어준 거짓말 같은 사랑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100만 독자가 선택한 이치조 미사키 월드의 정수-

 

한 소년이 불치병으로 1년 후에 죽게 된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그 소년에겐 남아 있는 시간이 고작 1년 밖에 없다. 아직은 너무나 어린 고등학생인 그 소년에겐 이 시한부 선고가 너무나 가혹하게 느껴진다. 사람들과 관계 맺기를 중단하고 마음의 문을 닫으며 우울하고 절망적인 삶을 살아가는 한 소년은 한 소녀를 만나게 되고, 그녀와의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과연 그 소년과 소녀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전작인 <오늘 밤, 세계에서 사라진다 해도> 시리즈로 50만 독자의 눈물샘을 쏟아내게 한 이치조 미사키 작가는 이 책  『오늘 밤, 거짓말의 세계에서 잊을 수 없는 사랑을』을 통해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시한부 소년과 소녀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적인 사랑인 이 책의 스토리 자체만으로도 벌써부터 우리의 눈물샘을 자극하게 슬프게 만든다. 

 

이야기는 고등학교 2학년생인 쓰키시마 마코토가 시한부 선고를 받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불치병에 걸렸으며 살 날이 1년 남았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그 소식은 쓰키시마에게는 너무나 절망적이고 충격적이었고, 그가 죽기 전에 그는 좋아하는 여학생인 미나미 쓰바사에게 고백을 하고 싶지만, 그 마음을 전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간다.

그는 남겨질 사람들을 배려하여 더이상의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거부하고 마음의 문을 닫고 혼자서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쓰키시마는 미나미에게서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지만, 그는 몇 번을 거절하다가 결국 그녀의 제안을 수락한다. 그리고 그는 미나미와 함께 하는 영화 제작 동아리에서 '생애 잊지 못할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가 좋아하는 미나미와 함께 동아리 활동을 하고, 미나미뿐만 아니라 동아리 회원인 아오이, 에나, 이치카와 이야기도 나누며 함께 멋진 영화도 만든다. 

쓰키시마는 자신이 죽은 후, 남겨질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을 덜어주고 싶어서 더이상의  관계를 맺는 것을 피해왔는데, 그는 그가 좋아하는 미나미로부터 사랑 고백도 받고 사귀게도 되고, 다른 동아리 회원들과도 친해지게 된다.

 

하지만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여지없이 그의 병 증상이 발현되면서, 그에게 천천히 죽음이 다가오기 시작한다. 자신이 죽은 후, 슬퍼하고 힘들어 할 미나미를 생각해서 쓰키시마는 '다정한 거짓말'을 하게 된다. 자신의 병과 죽음을 받아들이기도 힘들고 절망스러울텐데 자신의 고통은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미나미만을 걱정하고 생각해주는 쓰키시마의 마음에 마음이 울컥해서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절대 미나미가 알게 해서는 안 돼' 라는 특명 하에 쓰키시마와 그의 조력자가 된 아오이는 특별한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자신보다 먼저 사랑하는 사람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사랑해서 하는 거짓말은 착한 거짓말이어서 그래도 용서받을 수 있지 않을까. 

 쓰키시마의 거짓말과 특별 작전에도 불구하고, 결국 미나미도 쓰키시마의 병과 시한부 선고에게 대해 알게 된다. 하지만 미나미 또한 슬퍼할 쓰키시마를 걱정해서 모른 척하기로 하고, 그렇게 그녀는 쓰키시마에게 지상 최대의 행복한 마지막 추억을 안겨주려고 한다. 

 

마코토에게만 거짓말을 짊어지게 하지 말자. 나 역시 거짓말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거다.

-p. 330

 

사랑의 거짓말은 또 다른 사랑의 거짓말을 낳게 되고 이제 사랑하는 남녀는 서로의 솔직한 마음을 나누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들에게 남은 건 오직 기쁘고 행복한 이별뿐이다. 

과연 쓰키시마는 행복한 추억을 안고 떠나게 될까. 그리고 남겨진 미나미 또한 쓰키시마의 죽음에 힘들어하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을까.

 

자신에게 주어진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이라도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살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다정한 마음을 주고 떠난 쓰키시마를 보면서 나는 과연 그렇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나도 남아있는 삶의 시간을 쓰키시마처럼 이렇게 멋지고 아름답고 열렬하게 살 수 있을까. 

쓰키시마와 미나미의 각각의 거짓말을 통해 사랑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비록 그들이 거짓말의 세계 속에서 서로를 위해 진심을 숨기면서도 살아가도 괜찮을걸까. 때로는 진실보다는 거짓말이 더 나을 때도 있음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만약 그들이 서로에게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면 그들의 이별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었을까. '떠나야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답다.'는 말처럼 말이다. 

 

시한부 소년과 한 소녀와의 특별한 사랑과 이별 이야기가 추운 겨울,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또다시 그들의 안타깝지만 아름다운 사랑에 눈물이  난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할 것 같다. 이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손수건을 준비하시길...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오늘밤거짓말의 세계에서잊을수없는사랑을 #이치조미사키 #모모 #오드림서포터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치 있는 삶 - 무엇을 선택하고 이룰 것인가
미로슬라브 볼프.마태 크러스믄.라이언 매컬널리린츠 지음, 김한슬기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치 있는 삶이란"

미로슬라브 볼프, 마태 크러스믄, 라이언 매커닐리린츠의  

<가치 있는 삶> 을 읽고 



인간은 누구나 '가치 있는 삶'을 살려고 한다. 그리고 많은 철학자들이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가치 있는 삶을 살기를 바라지만, 정작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지 명확히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가치 있는 삶에 대해 자기만의 확고한 기준을 가지지 못한 채,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라는 질문에 우리는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

 

이 책 『가치 있는 삶』은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동서고금의 현자들뿐만 아니라 근현대 철학자들의 사상과 글귀들을 통해 답을 찾도록 안내해주고 있다.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한다는 명확한 답을 주기보다는 현자들과 수많은 철학자들의 사상들을 통해 우리 스스로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지 깨닫고 우리 나름의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한 방법들을 모색하도록 도와준다. 

 

또한 이 책은 예일대학교에서는 지난 10년 간 인문학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수업인 '가치 있는 삶'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이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모두 이 강의가 '내 인생을 바꾼 최고의 수업'이라고 극찬하였다.  매 수업마다 학생들은 부처, 아브라함, 공자, 예수 같은 동서고금의 현자들, 벤담, 니체, 오스카 와일드 등과 같은 사상가들, 마사 누스바움, 로빈 윌 키머러, 피터 싱어 등과 같은 근현대 철학자들의 글귀들을 읽으면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좋은 삶이란 어떤 삶인가? 진실한 삶이란 무엇인가? 같은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실제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마치 현장에서 교수의 강의를 듣는 것처럼 더욱 생생하고 실감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왜 학생들이 이 강의를 최고의 강의라고 극찬했는지 공감할 수 있었다. 

 

가차있는 삶에 대한 질문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한 첫 발을 내딛게 된다. 좋은 질문은 좋은 답을 얻기 위한 지름길이듯이,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문을 가져야 한다. 

 

"인간은 햄스터도 아니다. 누군가 햄스터를 집어 올리면 틀림없이 뭔가 반응을 보일 것이다. 어쩌면 햄스터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반응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햄스터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는다. 우리는 고민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의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

-p.33

 

부처가 끊임없는 고행과 수련을 통해 보리수나무 이래에서 깨달음을 얻었듯이, 우리 또한 진정한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의문과 고민을 통한 성찰이 필요함을 이 책에서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좋은 질문이란 좋은 답을 얻기 위한 지름길이다!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삶을 뒤바꿔놓을 ‘의문’과 마주해야 한다.

 

그 의문과 마주하고 의문들을 통해 해답을 찾기 위해서 저자들은 다양한 철학자와 현자들의 이야기들을 제시한다. 이처럼 과거와 현재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처럼 가치 있는 삶을 살고자 끊임없이 질문하고 행동한 사람들의 삶을 통해 가치 있는 삶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그들 각자들의 삶은 달랐지만, 그들 모두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그 삶에 대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자신의 생애 동안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 그들은 우리에게 삶의 지혜를 주고 있다.

 

이 책은 진정한 가치 있는 삶을 찾기 위한 단계들이 순차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마치 삶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바다로 뛰어드는 것처럼,  뛰어들기, 심해, 해저면, 한계를 마주하기, 다시 수면으로 이렇게 5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인 <뛰어들기>에서는 추구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한다. 어디서부터 가치 찾기를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면서 2부인 <심해>파트로 넘어간다. 2부에서는 우리의 대답은 누구를 향하는가? 좋은 삶이란 어떤 느낌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한다. 3부와 4부인인 <해저면>과 <한계를 마주하기>에서는 우리 삶의 큰 그림은 무엇이며 피할 수 없는 삶의 고통에 대해서 질문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5부<다시 수면으로>에서는 이렇게 체계적으로 설정된 단계를 따라서 그 질문들에 대해 답하다 보면 당신만의 고유한 삶의 가치를 발견하게 됨을 말하고 있다. 

마치 삶의 가치를 찾기 위한 하나의 큰 그림, 로드맵을 짜는 것같이 느껴진다. 삶에 대한 의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우리 자신뿐이다. 이런 의문에 스스로 답하다보면 당신 자신만의 고유한 삶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음을 이 책 『가치 있는 삶』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된다.

 

"끊임없이 '의문'을 추구하라. 가장 중요한 가치를 위해 살아라. 여러분의 인생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p. 4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2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죽음 경계 넘나드는 환상괴담 "

정보라의  <죽음 언제나 당신과 함께> 를 읽고 



“욕망과 공포의 심연을 마주하는 하이퍼 리얼리즘 보라월드 서막”

-2023 전미도서상 최종후보 한국 최초 선정-

 

죽음이란 무엇일까? 죽은 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와 같은 죽음과 죽음 이후의 세계에 관심을 보이며 우리를 환상 괴담으로 초대해온 정보라 작가는 이 책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산 자와 죽음 자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그동안 작가는 전작인   『아무도 모를 것이다』를 통해  환상과 현실, 신화와 역사를 뒤섞인 기묘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는데 이 책에서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산 자와 죽은 자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호러와 판타지, 비현실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10개의 정보라 작가의 환상 괴담은 우리에게 공포를 주어 소름끼치게도 하지만, 인간의 욕망과 회한에 안타까움을 느끼게도 한다. 보통 귀신이나 유령이라고 하면 공포를 주는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죽은 자인 그들의 존재는 연민을 자아내기도 한다. 

 

표제작인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를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사람을 차로 치고도 도망쳐버리면서 최소한의 양심과 인륜을 버리는 사람들, 머리가 잘려서 허공 속을 떠도는 사람, 인간의 탐욕을 깨닫게 하는 죽은 자들의 대화 등을 통해 우리는 산 자와 죽은 자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마치 죄를 지으면 반드시 벌을 받아야하듯이, 죄를 지은 산 자들은 죽은 자들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다. 죽은 자들이 산 자들을 심판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죄를 지은 사람들은 평화와 안식도 없고 죽음조차 그들의 편이 아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선 산 자와 죽은 자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 또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죽음이 무엇인지, 죽음 다음에 무엇이 있는지, 이렇게 오래 죽은 채로 지냈지만 나도 그도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것은 우리가 알도록 허용된 일이 아니다. 그저 우리가 아는 것은, 죽음은 우리와 오래 함께하며 오래 이야기를 들어주고 오래 곁을 지켜준다는 사실뿐이다.

-p. 31, <죽은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이었던 <감염>을 통해 폭력의 본질과 전염성에 대해 깨닫게 된다. 폭력이라는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우리는 폭력에 물들고 폭력을 행사하게 되는지를 화자인 나와 기이한 부탁을 하는 남자와의 이야기를 통해 잘 보여준다. 인간의 본질 속에 잠재된 폭력성과 영향력을 깨닫게 된다. 

마치 세균에 감염되듯이, 우리 또한 아무 이유없이 폭력에 감염되어 모르는 사이에 폭력적인 행동을 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폭력이란 이상한 것이다. 처음에는 망설이면서 마지못해 툭툭 건드리는 정도에서 시작했지만, 주먹을 한 번 뻗을 때마다 그 강도는 점점 세졌다. 처음에는 몸통, 중에서도 맞아서 크게 다치지 않을 법한 부위를 생각해서 골라가며 때렸다. 그러나 몇 번 그렇게 때리다가 주먹이 두 번째로 명치를 가격하고, 남자가 다시 몸을 반으로 꺾었을 때 미처 손을 조절하지 못해 주먹이 뺨에 가서 맞고, 당황하는 나에게 남자가 ‘얼굴 때리셔도 됩니다’라고 속삭인 시점에서 이미 나는 통제력을 잃었던 것 같다. (중략)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인가. 아무리 부탁받았다고는 하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를 나는 왜 이 지경으로 때렸는가.
-p. 63, <감염>중에서

 

 

사이비 종교에 빠진 부모님을 대신해 할머니 손에 자란 화자와 비범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그녀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인 <내일의 어스름>도 흥미로웠다. 어린 나이에도 전혀 병치레 없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나는 아이는 정상적인 아이같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아이의 몸에 신이나 미지의 존재가 깃든 것 같다. 화자인 나를 평범하게 아이를 키우고 싶고 아이에게 깃든 어스름의 순간을 막아내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다. 죽은 자에 의해 지배받게 되는아이와 화자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들의 운명과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기도 하다. 

 

푸스름한 어스름이 드리운 방 안에서 잠든 아이의 머리맡에 앉아 나는 누구인지 모를 존재를 향해, 어딘지 모를 우주를 향해 바라고 또 바라는 것이다....그저 바라는 것 외에는,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스스로 도는 한 내일도 모레도 찾아올 어스름의 순간을 막아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진정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p. 244, <내일의 어스름>중에서

 

이 밖에도 죽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인간의 탐욕과 욕망을 보여주는 이야기인 <사흘>, 타의에 의해 행동해서 자신의 삶을 영위하지 못하여 결국 행복했던 가정의 불화의 싸움의 비극적인 결말을 가져오게 되는 이야기인 <죽은 팔> 또한 흥미로웠다.  

또한 이승과 저승이 전화를 통해 연결되어 산 자와 죽은 자가 서로 전화통화를 하는 이야기인  <전화>도 상당히 인상깊었다. 

 

이처럼 이 작품들 속에서는 산 자뿐만 아니라 죽은 자가 등장하고 그들에 의해 운명이나 결말이 달라지기도 한다. 죽은 자가 산 자를 처벌하고 응징하기도 한다. 또한 죽은 자의 목소리를 통해 그들의 욕망과 회한을 알게 된다. 이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없어지고 죽음 이후에도 산 자의 세상과 죽은 자의 세상이 연결되는 느낌이 든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어 산 자와 죽은 자의 목소리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세계야말로 정보라 작가만이 선사할 수 있는 '보라월드' 일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10편의 이야기들을 통해 환상적이고 기묘한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소 오싹하고 소름끼칠 수도 있지만 흥미롭고 기이한 체험이 될지도 모르니깐 말이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화성 탐사 이주 이야기 "

배명훈의  <화성과 나> 를 읽고 



“이 행성에서는 지구에서 해결할 수 없던 문제를 가뿐히 초월하기를”

-배명훈 작가가 선보이는 국내 최초 화성 이주 연작소설 -

 

붉은 사막뿐인 텅 빈 행성인 화성에서도 인간이 살 수 있을까. 화성을 소재로 한 많은 SF 영화와 소설을 통해서 우리는 화성탐사나 화성인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영화 <마션>은 화성에서의 생존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결국 주인공인 우주 비행사 마크 와트니는 생존을 위해 화성을 떠나야만 했다. 과학적인 자료에 따르면 화성에서는 생물체가 존재가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만약 화성에서 인간이 생존하고 장기간동안 화성에서 거주가 가능하다면 어떨까? 아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얼마든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 소설 속에서 화성에서의 삶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  『화성과 나』에서 작가는 붉은 사막 행성인 화성을 무대로 하여 화성에서 이주를 비롯한 화성에서의 새로운 삶과 신인류 화성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화성을 주제로 한 여섯 편의 연작소설을 통해 화성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만약 화성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면 어떨까? 화성에서는 살인자를 어떻게 처벌하고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첫번째 연작 소설인 <붉은 행성의 방식>은 화성 초기 정착 단계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화성에서 적용되는 행성의 규칙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화성인을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뭘까요? 모험심? 호기심? 아니면 고집?"

"아니요, 의외로 회복력이에요. 무슨 일을 겪어도 화성인은 반드시 회복하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거에요.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가 돼 있죠. 위성도 조종사도 필수 인력이나 핵심 장비도, 서로서로 임무가 포개져 있어요. 하나를 잃어도 다른 개체가 이어받도록, 애초에 그렇게 구성해서 화성으로 보내진 거에요. 같은 우주선을 타고 심우주를 건너서."

-p. 43, <붉은 행성의 방식>

 

 

<김조안과 함께 하려면>은 화성으로 이주해서 농사를 짓게 되는 다재다능한 인물인 김조안 화자인 나와의 이야기가 나와있다. '김조안'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특별하고 능력이 많은 사람인지 화자인 나를 통해 잘 드러난다. '정말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나' 하고 생각할 정도로 김조안이라는 인물은 원더우먼은 아닐까, 아니면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인 초능력자가 아닐까 라고 생각할 정도로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척박한 화성의 땅에서 농작물을 길러서 농사에 성공하는 김조안의 능력은 정말 대단해보인다. 마치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처럼, 나에게는 김조안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사람인 것 같다. 그렇게 너무 대단해서 우러러볼 수 밖에 없는 나의 연인 김조안! 그런 나는 김조안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이게 사랑인지, 동경인지, 존경인지 분간이 안 간다.

 

그렇게 김조안은 함께 있을 수 없는, 그래서 나는 '김조안과 함께하려면' 지켜야 할 규칙들이 많다. 버스 정류장 온열 의자에 함께 앉게 되면서부터 시작된 만남 장면에서 느낀 감정이 작가는 이렇게 표현한다. 

"눈이 마주친 순간, 온 세상이 나에게로 쏟아져 들어왔다. 세계는 전기로 이루어져 있었다."

비록 지구와 화성이라는 물리적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서로 이어지는 그들의 마음과 나를 통해 들려지는 김조안의 화성 이주와 그 행적들, 특히 그들의 사랑 이야기도 너무나 흥미롭고 인상적이다. 지구와 화성에서도 장거리 연애가 가능한 것일까.

 

화성에서 사는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살까.<위대한 밥도둑>에서 작가는 화성에 위대한 밥도둑인 '간장게장'을 도입하려는 과정을 보여준다. 간장게장을 화성의 먹거리로 설정한 작가의  상상력이 상당히 인상적이고 재미있기도 했다. 과연 간장게장을 화성에서 먹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질문은 책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만약 지구-화성간 사이클러 운항 중에  승객들을 태우면 미사일을 격추하겠다고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행성봉쇄령>에서 지구 화성 간 사이클러 선장은 이와 같은 근지구궤도불명의 불합리한 명령과 협박을 받게 된다. 우주 정거장에서 승객들을 태운 셔틀과 도킹해서 사이클러에 승객들을 태우면 그 즉시 미사일을 발사해서 격추시킨다고 한다. 만약 당신이 선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과연 선장의 선택과 그 선택의 결과가 무엇인지, 승객들을 살릴지, 못 살릴지에 대한 결과는 마찬가지로 이 책 속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지구에서 화성으로 이주한 사람들과 화성에서 태어난 화성인 사이에서 갈등은 없을까. <행성 탈출 속도> 를 통해 화성에서 태어난 화자와 지구인들간의 갈등과 지구와 화성 사이의 시차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지구와 화성의 시차는 짧아도 6분, 길면 40분이라고 하는데, 지구와 화성에 각각 떨어져 있는 연인들은 어떻게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을까. 

또한 화성에서는 세상 만물이 수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데, 그 곳에서 지명 또한 수로 표기된 것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화성에서의 삶이 지구에서의 삶과 어떻게 다른가, 지구와 다른 화성에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 이주민과 화성인들 함께 화성에 살게 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가 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 속 6편의 이야기들처럼, 우리가 화성으로 이주해서 사는 세상이 올까? 아직은 여전히 우리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이 책을 통해서라도 즐겁게 화성탐사 여행을 하고 화성에서의 삶을 그려볼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이 행성에서는 지구에서 해결할 수 없던 문제를 가뿐히 초월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을 통해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힌트를 발견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지난 3년간 화성의 행성정치에 매진한 끝에 이 책을 출간한 작가님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드나잇 칠드런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9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외톨이 소년 한 소녀와의 특별한 만남과 우정 이야기"

댄 거마인하트의  <미드나잇 칠드런> 을 읽고 



"가장 외로웠던 날, 그 아이들이 찾아왔다."

-외톨이 소년과 한밤중에 갑자기 찾아온 소녀와의 특별한 만남과 우정-

 

 

한 외톨이 소년이 있었다. 한 번도 친구가 없어서 언제나 외로움에 떨어야만 했다. 그렇게 외로움에 잠들지 못하던 한 소년에게 갑자기 한밤중에 나타난 소녀를 만나게 되고, 소년과 소녀의 특별한 우정이 시작된다.

 

이 책 『미드나잇 칠드런』은 한 시골 마을에 사는 외톨이 소년과 한밤중에 갑자기 나타난 소녀와의 특별한 만남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외로움이 아닌 믿음과 신뢰를 느끼며 행복해하는 외톨이 소년 라바니의 성장을 보면서 감동을 느끼며 마음이 흐뭇해진다.

이 책을 통해 소년과 소녀의 만남을 통해 진정한 우정이 무엇인지,  특히 래거본드 가족이라고 하는 아이들의 서로에 대한 믿음과 가족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통해 가족이란 무엇일까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작가는 가족이란 무엇인지, 우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다소 추상적이면서도 어려운 주제를 외톨이 소년 라바니와 갑자기 나타난 소녀 버지니아가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통해 말해준다.

 

버지니아는 도니라는 힘쎈 아이의 폭력과 괴롭힘에 시달려온 라바니를 도와 그런 폭력에 대항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준다. 항상 자신을 보잘 것 없고 친구도 없는 외톨이라고 생각해온 라바니에게 '넌 귀하고 소중한 존재'라고 말하면서 라바니의 자존감을 높여주며 그로 하여금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게 도와준다. 비록 버지니아는 보살펴주는 부모도 없이 살 곳을 찾아 아이들과 떠돌아다니며 사는 처지이지만, 그런 힘든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생각과 태도를 보이며 희망을 잃지 않는다. 자신감을 잃은 라버니에게 넌 귀한 존재이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준다. 그리고 할 말은 꼭 하고야 마는 당찬 성격을 가지고 있어 여러 위기의 상황 속에서 라바니를 구해준다.

 

라바니는 버지니아가 보여주는 우정과 신뢰 덕분에 자신감을 찾고, 자신이 귀한 존재임을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괴롭히는 도니의 횡포와 폭력에도 점차 대응하게 된다.

하지만, 라바니는 버지니아가 밝힌 래거본드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된다. 버지나아를 포함한 일곱 명의 아이들은 모두 부모가 없는 고아와 같은 처지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 함께 하고자, '가족'이란 이름 하에 함께 살기를 희망해서 '늑대인 사냥꾼'을 피해 한밤중에 나타나 빈 집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라바니는 이 비밀을 지키기 위해, 사냥꾼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주 중요한 선택을 하게 된다. 특히 그 비밀을 알게 된 도니의 협박과 강요에 시달리면서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기도 한다. 

 

어쩌면 음악이란 우리가 듣기로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 가족이 사랑하기로 선택한 사람인 것처럼. 그리고 집은 머물기로 선택한 곳인 것처럼. 진쩌로 만드는 건 바로 선택이다.

-p. 212

 

2부에서 벌어지는 라바니의 선택을 보면서 무엇이 과연 진정한 우정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들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위험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옳지 않은 선택을 해야했던 라바니의 행동과 그로 인해 버지니아에게 상처를 주면서 우정이 깨져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이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게 진실한 마음을 터놓고 믿고 의지하는 마음이 진정한 우정임을 깨닫게 된다. 또한 2부의 뗏목 경주 장면은 정말 한 편의 영화 장면을 보는듯이 박진감 넘치고 감동적인 부분이기도 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물에 빠진 버지니아를 구해주는 라바니의 선택과 행동을 너무 용감했고, 그는 진정한 친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3부에서 사냥꾼과 아이들의 추격전은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켰다. 아이들이 잡히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불안으로 마음 졸이면서 읽었다. 해피엔딩의 결말을 통해 작가는 진정한 가족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우리에게 상기시켜준다. 이 책의 글머리에 밝힌 것처럼 작가는 모든 사람은 사랑받고 우정을 나눌 자격이 있음을 말해준다. 가족이란 꼭 피와 살을 나눈 사람이 아닌 함께 마음을 나누고 서로 믿고 의지하는 사람은 모두 가족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외톨이 소년과 소녀와의 특별한 만남과 우정 이야기가 우리에게 다시 한번 우정과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주었다. 더군다나 사춘기 소녀와 소녀가 주인공이기에 우리 아이들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모든 이야기는 선택에 대한 것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우리의 인생도, 가족도, 우정도 모두 선택에 의한 것이다. 그 선택의 결과가 지금 우리 자신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도 된다. 

외톨이 소년과 한밤중에 갑자기 나타난 소녀와의 만남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잃어버린 자신감을 찾게 해주고 외로움과 괴롭힘에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