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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영혼 - 류팅의 기묘한 이야기
류팅 지음, 동덕한중문화번역학회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3월
평점 :
"중국 작가의 기묘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들 "
류팅의 <뒤바뀐 영혼>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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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학 거장들이 극찬한 젊은 작가
류팅의 기묘하고 환상적인 열 두편의 이야기들
우리는 흔히 소설은 허구의 세계로 이어져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떤 소설들은 정말 실제로 일어나는 일처럼 진실되고 현실감있게 느껴져서 우리는 때론 소설이 허구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여기 소설은 허구와 실제, 진실과 거짓 사이의 경계선을 헤쳐가며 정교하고 놀라우리만치 허구의 세계를 보여주는 작가 류팅이 있다.
"문학의 대세는 허구가 오래되면 진실이 되고, 진실이 오래되면 허구가 된다는 것이다.'
-p. 470, <작가의 말> 중에서-
류팅은 허구와 실제의 세계를 『뒤바뀐 영혼 : 류팅의 기묘한 이야기 책 속 열두 편의 이야기속에 담아 놓았다. 중국의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욕망과 그들의 피폐해진 정신세계를 환상과 허구,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보여주고 있다. 특히 표제작인 「뒤바뀐 영혼」은 류팅의 작가적 문제의식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그래서 그런지 열 두편의 이야기들 중 가장 인상깊었다. 생계유지를 위해 타인과 영혼을 바꾼 천재 시인 야거의 이야기를 보면서 과연 문학이 중요한가, 생계유지가 중요한가 생각해보게 된다.
「뒤바뀐 영혼」에서 천재 시인 야거는 생활의 곤경 때문에 자신의 시성과 천재성을 포기하고 만다. 자신의 시적 영감과도 같은 연인 샤셩을 만나고 그녀와 가정을 이루지만, 그들은 결국 먹고 사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고 시인 야거는 생존의 위협에 처하게 된다.
"야거는 생존에 관해서 가장 본질적인 진리만 알고 있을 뿐, 두 사람이 처한 곤경에 대해 어떠한 실질적인 해결책도 내놓지 못했다. "
-p. 12~13
소위 말해서 '시가 밥 먹여주냐' 라는 생존의 문제 앞에서 그는 굴복하고 야거는 화장터에서 일하게 되고, 아이의 분유값을 벌기 위해 유골함을 훔치게 된다. 결국 범죄 행위로 인해 감옥에 갇힌 야거는 어느 날 밤, 신비한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 목소리는 내일 감옥에서 나가면 맨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우리 바꿉시다" 라고 말하고 너의 시재를 전부 그에게 주고 그의 모든 삶의 지혜를 달라고 말하라고 한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야거는 그 다음 날 감옥을 나가서 타인과 영혼을 바꾸게 된다.
결국 영혼 교환으로 인해 야거는 생계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적으로 풍부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되지만, 이미 그의 영혼은 텅 빈 것같이 느껴졌다. 야거와 시성을 교환한 사람은 결국 위대한 시를 써서 야거 대신 천재 시인으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그렇게 뒤바뀐 영혼과 맞바꾼 미래를 보면서 조금만 야거도 기다렸더라면 위대한 시를 쓸 수 있었을까. 아니면 여전히 생계의 곤궁함 때문에 그런 시를 쓸 여유조차 없었을까. 하지만 그의 죽음을 통해 알게 된다. 그에게 시가 그가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였고, 그의 영혼 자체였음을 말이다.
누군가가 기괴한 언어로 시를 읽는 것 같았다.
이것은 야거가 인간 세상에서 들은 마지막 소리였다.
-p. 41-
「당나라로 돌아가다」에서는 타락한 현대적인 삶을 피해 당나로 돌아간 대학 교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느 삶이 더 나은 삶일까. 기근과 흉작, 굶주림에 시달려도 정신적으로 피폐하지 않은 삶이 더 나은 것일까. 아니면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생계 걱정은 없지만, 정신적으로 타락하고 피폐한 삶이 더 나은 것일까.
대학 교수로 등장하는 '나'는 당위원회 부서기이자 학교 최고의 미녀로 불리는 자신의 아내가 총장과 불륜을 저질러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런 피폐하고 타락한 삶을 버리고 당나라로 돌아가고자 한다.
"하지만 좌절하여 우울감에 휩싸여 있는 남자의 눈에 이 세상은 온갖 인간 쓰레기들이 필사적으로 진흙과 진액을 빨라먹는 더럽고 냄새나는 저주지에 지나지 않았다.나는 한 수의 시처럼 아름다운 당나라 시대로 돌아가고 싶었다."
-p. 85
그러나 그렇게 소원하던 당나라로 돌아갔지만, 전쟁으로 인해 그곳에서는 살육과 굶주림 등 더 비참한 현실이 존재하고 나의 삶은 더 나아지지 않았다. 기근과 가뭄으로 먹고 살 것이 없어서 생계 걱정을 해야 하는 현실이 오히려 더 비참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저자는 그래도 그런 삶이 타락하고 피폐하고 부패한 삶보다는 더 낫다고 말하는 듯하다. 다시 돌아간 그곳 현실 속에서도 당나라로 돌아갔던 삶을 추억하니 말이다.
나는 분명 당나라로 돌아갔었다. 기근과 흉작, 살육이 존재하는 그곳이 나는 여전히 이곳보다 좋다.
-p. 109-
마치 타임머신을 활용한 시간여행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다소 판타지적 요소가 들어있지만, 이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현대사회의 정신적으로 타락하고 피폐해진 삶을 비판하고 있는 듯하다.
다른 이야기들도 정말로 기묘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들이다. 그런 이야기들을 통해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저자는 이미 우리가 본 2편의 이야기에서 보듯이 중국 현대사회가 처한 정신적이고 도덕적인 곤경과 타락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 하다.
중국 작가 류팅이 쓴 12편의 이야기들을 통해 중국 현대사회가 당면한 도덕적 문제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졌다. 아직 중국 작가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지만, 이 책을 통해서나마 간접적으로 중국 사회와 그들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다소 판타지적인 요소와 기묘한 내용이라서 아마 다른 사람들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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