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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드롭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월
평점 :
"여행과 일상 그리고 그 사이의 고독과 자유에 대하여"
에쿠니 가오리의 <여행 드롭>을 읽고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319/pimg_7526911564227849.jpg)
"낯선 공기, 음식, 사람과 동물
여행을 떠나면 맛보는 긴장감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건 외로움일까, 자유로움일까?"
-에쿠니 가오리 신작 에세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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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보면 알게 된다. 우리가 얼마나 삶에 지치고 힘들었는지 말이다. 낯선 곳, 낯선 음식과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 자신이 속해있는 세계에서 벗어나 낯설고 미지의 장소를 탐사하는 자유로움과 설렘을 느끼게 된다. 때로는 이렇게 나를 모르는 곳에 가서,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면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인간 관계, 일 등 모든 것이 버겁고 힘들 때,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이 책 『여행 드롭』은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여행 에세이집이다. 지금까지 남녀 사이의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던 작가는 이 책에서 그녀 자신이 여행했던 장소와 공기, 음식, 동물,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스무 살 어린 나리에 첫발을 뗀 유럽 여행에서부터 시작하여 발 닿는 대로 떠났던 아프리카 기차 여행, 친구와 함께 떠난 로마 여행, 낭독회에 갔다가 놀이공원에서 겪었던 에피소드, 여행에서 맛보았던 낯설지만 맛있었던 음식들 등 여행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이 책 속에 들어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마치 캔 안에 들어가 있는 알록달록한 색상의 다양한 맛을 가진 드롭스 캔디처럼, 여행과 관련된 36편의 에세이들이 담겨 있다. 익숙한 곳이 아닌 낯선 곳에 가서 느끼게 되는 감정과 생각들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 경험하고 느끼게 되는 소소한 감정들도 이야기한다. 보통의 여행 에세이들은 여행지에 대한 소개를 하며 설레이고 들뜬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이 책에서는 작가는 담담하고 섬세한 필체로 여행지에서 겪은 에피소드들을 들려준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낯설고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너무 두리번 거리면 볼품없다고 자신을 꾸짖는 면도.
함부로 영합하지 않으려고 자칫 비판적이 되는 부분도,
자신이 그 장소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는 심리도,
그렇다고 익숙해질 리는 없고 익숙해질 수도 없다는 기묘한 기분도
여행지가 익숙하지 않아서 낯설고 두려울 수 있지만, 오히려 그 속에서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호기심과 설렘이 있다. 여행지에서 아는 사람이 없고 낯설어서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 속에서는 모든 속박과 일상에서 벗어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여행을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이유는 우리에겐 돌아온 곳이 있기 때문이다. 즉 돌아올 곳, 있어야 할 곳, 편안한 곳인 집이 있기 때문이다.
그 집에 내가 '있을 곳'이 아직 있다는 것. 여행을 떠나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일시적이나마 마음도 떠났고, 순간적으로는 잊기조차 했을 텐데. 그런데도 '아직' 돌아갈 장소가 있다는 것은, 생각해 보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실제로 반복해서 떠나 보고 듣는 것, 만나는 사람, 먹는 음식 모든 것에 마음을 빼앗겨 벅찬 가슴으로 역이든 공항에서 여행 가방과 함께 돌아오면 집이 아직 거기에 있고, 게다가 여전히 그곳이 내가 있을 곳이라 놀랍다.
-p. 156
여행지에서 누구나 느낄 생각과 감정을 적었기에 공감이 가는 내용들도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에쿠니 가오리 작가에 대해 한층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여행과 일상에 대한 단편들을 통해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에쿠니 가오리' 에 대해, 그녀의 일상과 여행 추억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었다.
또한 여행 에피소드들과 함께 감성어린 색연필로 그려진 그림들이 있어서 마치 한 권의 여행 일기장을 읽는 것 같았다. 색연필로 그려진 풍경과 사물들이 어우러져 여행에서 느끼는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 것 같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319/pimg_7526911564227852.jpg)
꼭 외국으로 멀리 여행을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우리는 얼마든지 여행의 느낌을 일상 속에서 경험할 수 있다. 낯선 백화점에 가서 물건을 산다거나, 그동안 먹어보지 않은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거나 하면서 얼마든지 여행지에서 느꼈을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일상에 파묻혀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없을 때, 작가의 말처럼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충분히 여행이 주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삶에 그렇게 쉼표 같은 휴식을 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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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