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삐딱하게 - 못 말리는 임산부
와타야 리사 지음, 김진환 옮김 / &(앤드)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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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삐딱하게 #와타야리사 #넥서스 #도서협찬

'못 말리는 임산부'라는 소제목부터 머리띠에 꽂힌 임신테스트기, 쇠사슬까지. 표지부터 심상치 않아 호기심을 자극한 책입니다.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난임 치료를 받아온 부부는 결국 둘이서 살아가기로 마음먹고 치료를 그만둡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자연 임신이 찾아옵니다. 감격도 잠시, 아내 유이가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는데요. 머리를 빡빡 밀고 보라색으로 염색하는가 하면 아무 데서나 소리를 지르고, 기이한 옷을 입고, 각방을 선언하더니 집안일까지 완전히 손을 놓아버립니다. 남편은 잠깐 그러다 말겠지 생각하지만 유이의 돌발 행동은 출산할 때까지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황당하고 코미디 같은 설정이지만 그 안에는 여성다움, 아내다움, 임산부와 가임기 여성에게 당연한 듯 요구되는 역할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숨어 있습니다. 저출산 문제를 젊은 여성들의 이기심 탓으로 돌리는 사회, 임산부와 엄마에게 특정한 모습과 태도를 기대하는 시선도 거침없이 꼬집습니다.

처음에는 과장된 설정이 낯설었고, 유난히 큰 글씨로 편집된 부분도 조금은 부담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덮을 때쯤에는 유이가 왜 그렇게까지 변하게 설정했는지 작가의 의도를 이해했습니다. 웃기고 엉뚱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 웃음 뒤에 생각보다 묵직한 질문이 남았습니다.

와타야 리사의 작품은 처음 읽었는데,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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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니치 서바이벌 - 10억 인도인을 사로잡은 금융 스타트업 어피닛 이야기
이기문 지음 / 북스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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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니치서바이벌 #이기문 #북스톤 #도서협찬

이 책은 어피닛을 창업한 저자가 트루밸런스라는 앱을 인도에서 성공적인 국민 앱으로 키워낸 과정을 기록합니다. 인도가 거대한 시장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22개의 공용어와 복잡한 문화, 다양한 인구 구성에 극과 극의 소득 수준까지 공존하는 곳에 진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과감하게 도전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부유층을 위한 서비스에 경쟁이 몰릴 때 10억 명의 금융 소외계층에 주목한 것은 성공의 중요한 열쇠였습니다.

무엇보다 눈여겨본 것은 사업을 크게 확장하던 중 위기가 찾아왔을 때, 과감하게 주력 사업에 집중하기로 한 결정이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고,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상황에 따라 방향을 바꿀 줄 알았기에 10년이라는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서둘러 해결 방법부터 찾으려 합니다. 저 역시 그랬는데요. 이 책을 읽으며 중요한 것은 답을 빨리 찾는 일이 아니라,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끝까지 들여다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결책을 찾는 데 급급해 정작 문제의 본질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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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 디지털 세상에 남겨진 죽은 이들의 흔적에 대하여
칼 외만 지음, 이영아 옮김 / 현암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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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사라지지않는사람들 #칼외만 #현암사 #도서협찬

2060년이 되면 페이스북에는 살아 있는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더 많아질 거라고 합니다. 카카오톡 역시 사후에 추모 계정으로 전환할 수 있는데요. 우리가 죽은 뒤에도 디지털 계정과 기록은 남아 있지만, 그것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물려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책을 읽으며 깨달았습니다.

누군가 세상을 떠나도 그 사람이 남긴 디지털 흔적은 가끔 꺼내 보고 싶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작 내가 죽은 뒤 가족들이 내 디지털 흔적을 들여다보는 일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기록은 간직하고 싶으면서도 내 기록은 온전히 남겨두고 싶은, 모순된 마음이 생깁니다.

이 책은 이러한 개인적인 감정을 넘어 디지털 유산을 둘러싼 정치적·상업적·경제적·환경적 문제까지 살펴봅니다. 개인정보 보호는 사후에도 유효할 수 있을지, 죽은 사람에게도 인권이 있다고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 거대한 디지털 기록을 누가 어떤 권한으로 통제해야 할지 생각하게 합니다.

죽음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기록이 점점 더 많아지는 시대. 이제는 죽은 사람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뿐 아니라, 그들이 남긴 디지털 세계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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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하는 생활 - 좋아하는 것을 조금 더 오래 좋아하는 법
모호연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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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하는생활 #모호연 #라이프앤페이지 #도서협찬

최근에 아끼는 바지의 단이 풀려 수선집에 갔더니 그냥 새로 사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제는 이런 디자인이 나오지도 않고, 오래 입어 몸에 잘 맞게 된 바지라 아쉬운 마음에 집에 돌아와 어설픈 손바느질로 엉기설기 꿰매 몇 번을 더 입었습니다.

요즘은 물건을 아껴 쓰고 오래 쓰는 일이 그다지 미덕으로 여겨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더 귀하게 느껴집니다.

<반려공구>로 공구의 세계를 보여 주었던 모호연 작가님이 이번에는 수리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깨진 그릇부터 손목시계, 수전, 이어폰, 욕조까지 다양한 물건을 고쳐 쓰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우산을 고쳐 쓸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놀라웠어요. 왜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싶었습니다.

수리하는 기술을 엿보는 재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유머러스한 글 덕분에 읽는 내내 즐겁습니다. 물건이 고장 나면 쉽게 버리고 새것을 사는 대신, 어떻게든 고쳐서 오래 쓰려는 마음. 환경을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는 무거운 당부 없이도 물건을 아껴 쓰는 일이 얼마나 즐겁고 의미 있는지 자연스럽게 전해집니다.

수리하는 생활에는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뿐 아니라, 조금 번거롭더라도 직접 해보려는 태도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작가님처럼 능숙하게 무언가를 고칠 기술은 없지만, 두 손에 핸드폰만 쥐고 있지 말고 주변의 물건들을 좀 더 자주 살피고 만지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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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두발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48
카렐 차페크 지음, 정보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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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두발 #카렐차페크 #휴머니스트 #도서협찬

카렐 차페크의 철학소설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입니다.

주인공 호르두발은 미국으로 건너가 고된 노동을 하며 가족에게 돈을 보냅니다. 글을 모르던 그에게 편지를 대신 써주던 사람이 죽은 뒤로는 5년 동안 아무런 연락도 하지 못한 채 돈을 모으는 데만 힘씁니다. 그렇게 모은 돈마저 도둑맞고 고향에 돌아온 호르두발. 자신이 보낸 돈으로 소를 기르고, 가족들이 반갑게 맞아주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그를 기다리는 것은 낯선 집과 차가운 시선뿐입니다.

아내는 기뻐하기는커녕 안방을 내주고 다락으로 올라가 버립니다. 세 살 때 헤어진 딸은 아버지를 기억하지 못하고, 그가 소중하게 여겼던 땅과 소도 없습니다. 집에는 자신이 없는 동안 들어온 젊은 하인만이 낯선 존재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 살아온 세월이 무색하게 호르두발은 자신의 집에서조차 불청객이 됩니다.

3권에 이르면 법정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드러납니다. 사람들은 호르두발의 아내가 저지른 불륜을 의심해 분노합니다. 저 역시 읽으면서 그런 시선으로 이야기를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사건을 둘러싼 사람들의 판단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한 사람의 삶을 타인의 시선만으로 얼마나 쉽게 재단하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이 작품이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쓰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호르두발의 행동은 더욱 이해받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그는 아내를 몰아세우거나 험담하지도, 복수하려 들지도 않습니다. 그저 잃어버린 마음을 되찾고 싶어 합니다. 자신이 떠나 있던 시간만큼 멀어진 가족에게 다시 다가가려 애쓸 뿐이지요.

그의 마음을 생각하면 안타까움이 오래 남습니다. 호르두발이 그토록 돌아가고 싶었던 집에서 끝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생각하며, 그의 사라진 심장 앞에 꽃 한 송이라도 놓아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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