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천
와카바야시 마사야스 지음, 임희선 옮김 / 청미래 / 202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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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천 #와카바야시마사야스 #청미래 #가제본서평단

고등학교 미식축구부의 주인공은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상대 팀의 연습을 염탐할 만큼 의욕적입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팀은 대학 진학을 위한 활동 정도로 여기는 팀원들이 대부분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상대 팀을 이기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고3인 주인공에게 이번 경기는 사실상 마지막 경기입니다. 공부에도 소질이 없고, 운동을 계속할 뚜렷한 이유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던 그는 후배의 권유로 딱 한 번 더 경기에 나서기로 합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경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 단숨에 읽었습니다.

무엇보다 주인공의 어중간한 처지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공부도 운동도 특별한 재능이 없고, 비행이나 연애에도 관심이 없는 아이. 그에게 미식축구는 몸이 부딪히는 고통 속에서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었습니다.

가슴 뛰는 일에 특별한 재능이 없었다고 해서 그 시간이 쓸모없었던 걸까요?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저 자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져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미식축구가 럭비와 비슷한 스포츠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경기의 작전과 선수들의 몸싸움이 이렇게 흥미진진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일본의 유명 개그맨인 작가가 첫 소설로 이런 작품을 썼다는 사실도 놀라웠습니다. 청춘을 마냥 아름답고 찬란하게 그리기보다 어설프고 방황하는 시간까지 담아내서 더욱 호감이 갔습니다.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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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는 없었습니다 ㅣ 내일의 숲 16
박하령 지음 / 씨드북(주)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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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는없었습니다 #박하령 #씨드북 #도서협찬

AI가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시대, 새로운 형태의 테러를 추적하는 청소년 SF 미스터리입니다. 누군가 조직적으로 노인과 장애인들을 살해하고, 그 모든 혐의를 AI 로봇의 오류로 덮어씌우려 합니다.

AI도 우울증에 걸린다는 설정 아래 로봇의 멘탈 케어를 담당하는 아르바이트가 생겨나고, 주인공은 'AI 커들러'라는 일을 하면서 사건의 이상한 점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친구들과 힘을 모아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그 안에서 서로의 존재가 효율이나 쓸모를 떠나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줍니다.

노인 혐오와 효율만을 앞세우는 사회 분위기를 비판하는 한편, 인간뿐 아니라 로봇에게도 다정한 마음으로 대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 생각하게 하는 소설입니다. 특히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거창한 기술이나 논리가 아니라 시나리오와 음악에서 비롯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AI가 인간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시대에도 결국 우리를 움직이고 서로를 연결하는 것은 마음이라는 사실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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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 듣다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60
이주혜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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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듣다 #이주혜 #현대문학 #도서협찬

입이 없는 꼭두는 듣습니다. 자신을 만들어준 목수의 이야기를 듣고, 세상을 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목수는 왜 이 꼭두에게 입을 만들어주지 않았을까요.

목수는 한 여자를 사랑하고 함께 살며 아이를 낳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를 잃습니다. 깊은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그는 아이를 돌봐주는 동네 사람들의 마음 덕분에 조금씩 다시 삶으로 돌아옵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세상이 바뀌고 있음을 산골에서도 느끼게 되고, 결국 아이를 도시로 떠나보냅니다. 홀로 남은 목수는 다시 깊은 외로움 속에서 꼭두를 만들게 됩니다.

이야기는 도시로 떠난 목수의 딸의 목소리로 이어집니다. 딸이 살아온 시간은 5·18이라는 가슴 아픈 역사와 맞물리면서 슬픈 결말을 향해 갑니다.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는 얼마나 많을까요. 제대로 전해지지 못한 이야기들. 먹먹하고 슬픈 마음으로 책을 덮었습니다.



숲에 살던 목수가 아이를 도시로 보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됩니다. 한 사람의 삶과 역사의 무게를 생각하게 하는 결말이었습니다.



#핀시리즈 #소설 #독서일기 #서평단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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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쓰는 여자
버지니아 에반스 지음, 박산호 옮김 / 텍스티(TXTY)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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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쓰는여자 #버지니아에반스 #텍스티 #도서협찬
(🍁이키다서평단에 선정되어 출판사 텍스티에서 지원받은 도서 입니다.)

저는 서간문은 무조건 재미있다는 편견이 있었는데요. 이 책은 그 편견을 확신으로 바꿔주었습니다.

주인공은 70대의 은퇴한 여성 시빌입니다. 편지 쓰기가 취미이자 일상이고, 무엇보다 편지를 가장 좋아하는 소통 방식으로 여기는 사람이죠. 동생과 자녀들, 옆집 이웃과 오래된 친구는 물론이고 감명 깊게 읽은 책의 저자, 옛 직장 후배의 아들, 썸 타는 남자, 심지어 협박범과도 손 편지를 주고받습니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손 편지가 얼마나 낯선 소통 방식이 되었는지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사실 시빌은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읽고 쓰는 일이 삶의 거의 전부인 그녀에게 시력을 잃는다는 건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를 잃는 것과 다름없었을 텐데요. 그럼에도 그녀는 끝까지 편지를 씁니다.

자녀들과의 깊은 오해와 세상을 떠난 자녀에 대한 죄책감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큰 줄기라면, 이웃 남자와의 관계, 노년의 삶을 대하는 태도, 입양아로 살아온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마침내 용서와 화해에 이르는 과정도 인상 깊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많은 사람에게 편지가 오가고, 예상치 못한 답장들이 이어져 조금 정신없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편지를 펼치기 전의 설렘과 호기심,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해지는 마음이 독서의 즐거움으로 이어집니다. 어느새 시빌이 주고받는 편지 한 통 한 통을 기다리며 읽게 되더라고요.

작가의 첫 책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매력적인 인물을 만들어낸 작가의 다음 이야기도 궁금해졌습니다. 책을 덮고 나니 버지니아 에반스라는 이름을 오래 기억해두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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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의 작은 정원들 - 무너진 나를 다시 세우는 골목 정원 이야기
최윤선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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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의작은정원들 #최윤선 #진선북스 #도서협찬

오랜 시간 간호사로 일하다 산림치유지도사이자 숲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님의 책입니다. 북촌의 길과 건물, 담벼락은 물론 보도블록 틈새에 자리 잡은 식물들까지 눈여겨보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북촌은 저에게는 가끔 미술관에 가느라 걷던 길인데, 그곳에 자리한 식물들의 이야기를 읽으니 새삼 반갑고 눈이 밝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나무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동안은 그저 멋지고 좋다는 감상에 머물렀던 것 같아요. 이제는 조금 더 밝고 자세히 볼 수 있는 렌즈를 하나 갖게 된 기분입니다.

꽃이 피거나 열매가 맺혀야 어떤 나무인지 짐작하곤 했는데, 회화나무와 벽오동나무처럼 새롭게 알게 된 나무들이 있어 기뻤습니다. 아파트 정원에 있는 자작나무를 무척 좋아하는데요. 천마도에도 쓰였고, 흰 껍질에는 항염·항바이러스 작용을 하는 성분도 있다고 하니 어쩐지 더 듬직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책을 읽는 내내 북촌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애써 눌렀습니다. 대신 매일 오가는 길에서 만나는 나무와 풀을 조금 더 오래 들여다보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식물을 알아가는 일도 좋았지만, 책을 읽는 시간 자체가 참 편안했습니다. 작은 식물 하나에서도 좋은 점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 뿌리내리기까지 애쓴 시간을 헤아려 보는 작가님의 시선 덕분이겠지요. 이제는 무심히 지나치던 길에서도 조금 더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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