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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여신 - 사납고 거칠고 길들여지지 않은 여자들의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외 지음, 이수영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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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국의 '비라고'출판사 50주년 기념 기획도서다. 비라고 출판사는 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기위해 창립한 출판사인데 '라고'가 영웅적이고 호전적인 여성을 가르키지만 현재는 드센여자를 뜻하는 용도로 쓰인다고 한다. 이런 단어들, 여성을 대상화하고 규정해온 멸칭들에 소설가들이 모여 하나씩 이야기를 붙여나간다.
수다쟁이,개년,무서운 아줌마,입이 험한 여자,한을 품은 여자, 잔혹녀,할망구,화냥년,가십녀,잔소리꾼,악녀,요부,성질 불같은 여자,사나운 여자,구미호, 촌년...이 모든게 되고 싶다고, 이 멸칭들이 전부 자립을 위해 떨쳐 일어서는 여성처럼 보이기 때문이라는 서문이 인상 깊다.
짧은 단편 15편이 묶어 있는데 나는 카밀라 샴지라는 파키스탄 출신 작가의 '보리수나무의 처녀귀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머니는 나를 낳기전에 내 번의 유산을 했고, 두 번째 유산 후 임신을 하면 위험하다는 진단을 받는다. 아버지의 피에대한 집요함 때문에 어머니는 나(딸)를 낳고 죽는다. 그리고 보리수나무에서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는 여자 목소리를 듣고 영국으로 이민을 간다.(추라일은 한 있는 여자가 보리수 나무에 머물며 복수할 이의 이름을 부른다는 악령이다)
아버지는 야심찬 인물로 영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런던에서 일곱 번째로 넓은 정원이 있는 저택을 산다. 파키스탄에 돌아갔던 사촌이 홍수로 고향마을이 쓸려갔다는 소식을 전하며 보리수나무의 가지를 가져다 주고 나는 그 가지를 기후 난민이라며 정원에 심는다. 기후조건이 맞지 않아 자라는 것 같지 않았던 나무가 집을 침략한다. 그리고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은 나는 아버지의 만류에도 정원으로 나가며 끝난다.
가부장적인 억압과 한에 대한 공포, 이민자로 사는 문제와 기후 문제까지 짧은 소설인데도 많은 걸 보여준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에 대한 멸칭이 이렇게나 많다는게 어지러웠고, 그 단어에 위트넘치는 이야기를 쓰는 여성들이 있어 위안을 받았다.
한국에도 여성에 대한 혐오 단어가 많은데 이런 기획 소설이 나온다면 어떨까? 어떤 작가가 쓰게 될까? 여성의 글쓰기가 해방을 앞당기리란 생각이 강하게 든 책이었다. 무엇보다 의미를 거두고 보더라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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