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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08
토머스 모어 지음, 전경자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10월
평점 :
유토피아Utopia는 토마스 모어가 그리스어의 '없는(ou-)', '장소(toppos)'라는 두 말을 결합하여 만든 용어인데, 동시에 이 말은 '좋은(eu-)', '장소'라는 뜻을 연상하게 하는 이중기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이상향이면서도 실재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늘상 써오던 단어의 기원이 담긴 고전을 이제야 읽어보게 되었다.
<유토피아>는 토머스 모어가 꿈꾸는 이상향의 국가인 '유토피아공화국'이라는 하나의 섬에 관한 이야기다. 책은 유토피아의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것을 그리고 있는 풍자소설이자,판타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존재하는 국가로 착각하게 만든다.<유토피아>가 1500 년대에 쓰인 소설인 점을 생각해보면 토머스 모어가 얼마나 선견지명이 있는 인물이었는지 알 수 있다. 유토피아는 모든 것이 현대적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그의 생각은 혁신적이기까지 하다.
토머스 모어는 라파엘 휘틀로다이우스라는 학자가 들려준 유토피아에 대한 목격담을 진술한다. 제1권에서는 지나치게 엄격한 법률,나태한 귀족,전쟁을 좋아하는 군주,욕심 많은 지주와 사유 재산 제도를 비판하고, 제2권에서는 이상국가<유토피아>의 법,종교,제도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유토피아의 왕은 유토푸스이며,유토피아에는 사유재산이 없다. 또한 간접선거를 한다. 유토피아인들은 6시간만 일한다.인쇄술과 제지술이 발달하여 종이를 사용한다. 유토피아는 일부일처제이며, 원로원의 동의를 얻어 합의이혼도 가능하다.유토피아에는 다양한 형태의 종교가 공존하며,안락사할 권리도 있다.
음식과 물은 담는 그릇으로는 훌륭하게 만들어졌지만 값이 저렴한 도기 그릇과 유리잔을 사용하고, 요강과 변기(공동 회관이나 개인 집에서 사용하는 가장 변변찮은 용기들 모두) 금과 은으로 만듭니다.노예를 묶는 사슬이나 묵직한 족쇄도 금이나 은으로 만듭니다.마지막으로,범죄자들은 죽을 때까지 수치스러운 행위의 표시로 귀에는 금귀고리를 달고, 손가락에는 금반지를 끼고, 목에는 금목걸이를 걸고, 머리에는 금관까지 써야 합니다. 이렇듯 유토피아인들은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금과 은을 경멸의 대상으로 취급합니다.p113
토머스 모어는 15세기 사람으로서 <유토피아>를 통해 이상적인 공화국 형태로서 하나의 패턴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21세기의 현대인이 보기에도 15세기가 아닌 21세기에 어울릴 법한 제도들이 많아서 놀랍다. 물론 유토피아에는 딜레마가 있고, 모순도 있다.그것은 토마스 모어가 15세기 사람이기에 어쩔수 없는 부분들이다.
<유토피아>는 그 시대의 예상 독자층이 일반 대중이 아니라 인문주의자들이었는 점이 말해 주듯이,다른 고전들처럼 읽기 쉽지 않은 책이다.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력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참 재미있는 사실은 토머스 모어가 <유토피아>를 쓰기 위해서 유토피아의 알파벳을 이용해서 시를 썼다는 사실이다. 21세기의 작가들이 쓴 소설을 27세기의 미래인들이 읽는다면 그들은 어떤 느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