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법정 스님 전집 8
법정(法頂) 지음 / 샘터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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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법정스님의 글을 만났다. <무소유>를 끝으로 다시 읽을 일이 없을 줄 알았던 법정스님의 글을 도서관의 서가에서 우연히 만났다. 중학생인 둘째 딸아이에게 적당한 책을 고르다가 내 손에 걸려든 책이다. 이것도 인연이다. 무수히 많은 날들 중에서 하필이면 지금 내게 끌리는 걸 보니 이 책은 지금 읽어야 하는 책인가보다. 그 자리에 멈춰서 쭉 훓어보다가,햇빛이 스며드는 도서관 창가에 쭈그리고 앉아서 한참을 읽었다. 스님의 말씀이 내 마음에  향기롭게 퍼져나간다. 마음이 편해진다.

 

책은 불교의 수많은 경전 중에서 가장 초기에 이루어진 <수타니파타>에 대한 강론이다.  그 중 여기에 옮겨 강론한 것은 첫째 장에 속한 열두 개의 경전이다. 신앙생활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유롭게 강의한 글이지만, 나처럼 불교에 대해 문외한인 일반인이 읽어도 이해하기 쉽다. 종교에 구애받지 않고 그냥 수필처럼 읽어도 좋다. <무소유>가 그런 것처럼.

 

 p64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p36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근심 걱정은 집착에 그 원인이 있다. 어떤 성질의 집착이든지 집착에는 반드시 고통이 따른다. 집착에서 벗어나라는 말을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일을 하되 그 읽에 얽매이지 말라는 뜻이다.

 

스님의 모든 강의가 감명깊었지만,특히 삶 자체가 참 경전이라고 하신 말씀이 잊혀지지 않는다. 무신자인 나는 불교경전을 하나도 모른다. 그러니 얼마나 다행인가. 세상의 모든 것이 책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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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의 지팡이 - 소설 쓰는 철학자 보르헤스 다시 읽기
양운덕 지음 / 민음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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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책읽기 모든 것에서 흥미를 읽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다가 보르헤스를 만났다. 오르한 파묵의 글에서 만난 사랑의 감정을 <보르헤스의 지팡이>를 읽으면서 느꼈다.누군가를 죽을만큼 사랑할때처럼 토할 것 같고 두근거리고 배가 뒤집히는 느낌.내가 보르헤스와 다시 사랑에 빠졌다.내 무기력한 삶에 다시 기운이 돌았다.다시 살고 싶어졌다.

 

 

 책은 저자가 보르헤스의 작품들을 해석하는 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보르헤스전집을 읽어야 한다. 보르헤스 전집을 몇년 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 한 상태에서 저자의 글을 이해하려고 하니 보르헤스 전집보다 이 책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접적이나마 보르헤스를 만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p36 "너는 완전히 깨어난 것이 아니다. 바로 앞의 꿈에서 깨어났을 뿐이다. 이 꿈은 또 다른 꿈속에 들어 있고, 그렇게 무한히, 마치 모래 숫자처럼 꿈이 계속될 것이다! 네가 되돌아가야 할 길은 끝이 없고 너는 깨어나기 전에 죽을지도 모른다"
 예삿일이 아닌 듯하옵니다. 모래 한 알에 꿈이 하나씩이라면 무수히 많은 모래알만큼 무한한 꿈들이 있는 것이 아니옵니까?
 겹겹이 둘러싼 꿈의 감옥에 갇힌 꼴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꿈의 꿈', '꿈의 꿈의 꿈','꿈의 꿈의....꿈의 꿈'에서 빠져나오려면 도대체 얼마나 걸리겠는지요?
 
 
 
p286 보르헤스는 기존의 작품에 대한 평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그 비평의 대상이 되는 작품인 <알-무따심에 가까이가기>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믿게 한다. 그런데 보르헤스의 이런 글쓰기 자체가 그런 소개나 비평의 '원본'을 만들어 낸다. 그는 허구적 작품에 대해서 소개하고 해석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쓰고 있다.곧 화자가 인용하고 요약하고 해석을 덧붙이는 방식이 바로 이 작품의 실제 내용이다.
또한 이러한 방식은 어떤 대상에 대한 글쓰기가 아니라'글쓰기에 대한 글쓰기'로서 새로운 글쓰기 형식과 글쓰기만의 독특한 공간-시간을 만든다.이런 메타적 글쓰기는 작품 바깥의 현실을 그려 내는 것이 아니고 작품 안과 바깥이 서로 이어지도록 하여서 글쓰기를 통해 존재하는 나름의 현실을 마련한다.
 

 보르헤스의 글에서 만날 수 있는 영원,미로,우주,거울,도서관,모래...이런 주제와 이미지를 만날 수 있어서 내가 오늘 죽어도 좋을만큼 행복하다. 하지만 철학적인 부분은 이해하기 힘든부분도 많았다. 내 책읽기의 한계를 느낀다. 철학의 부족한 부분을 책읽기를 통해서 채워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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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진력 - 삶의 전장에서 이순신을 만나다
박종평 지음 / 더퀘스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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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장군에 대해서는 초등학교때 배운 것이 전부다. 그마저도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 역사시간에 배운 기억은 없다. 그래서 내 기억속의 이순신장군은 영웅이며, 뭔가 우리와는 전혀 다른 사람일 거라는 신앙처럼 숭배하는 마음이 있다. 그런데 책에서 보여주는 이순신은 보통사람인 우리들처럼 울고 웃고 좌절하는 감정을 가진 너무도 인간적인 모습이다.

 

 

 

 책은 이순신장군의 모습을 여러각도에서 재조명해 보여주고 있다. 특히 우리가 소홀히 여겼던 리더십 부문에서 자세히 분석해 보여준다. 이 시대의 리더들은 이순신의 경청하고 공감하며 섬기는 사람 중심의 수평적 서번트 리더십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옛 영웅들은 앞장서서 이끄는 전통적 리더십을 가진 것에 비하면 가히 혁명적인 리더십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이순신에 ​대한 기록을 주로 <난중일기>에서 발췌하여 싣고 있으며, 그가 섭렵한 많은 병법서 나 고전등을 옮겨 실었다.이순신은 전쟁중에도 손에서 책을 놓치 않을 정도로 다독가였다. 그는 문인의 소양과 무인의 경험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45전 40승 5무의 전적을 쌓았다. 그가 읽은 책들과 그가 경험한 삶이 영웅이순신을 만들었다. 물론 가장 바탕이 되는 것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신에게는 아직도 전선 12척이 있습니다. 죽을힘으로 막아 지키면 오히려 해낼 수 있습니다(p81)

 

 

이순신은 흩어진 군사를 모으고 전선을 정비하면서 1척 추가한 13척으로 승리할 수 있는 지형을 찾아 나섰다. 그때 이순신의 통찰력이 발휘했다. 그가 상상한 곳은 큰 바다, 넓은 공간이 아니었다. 수적 열세로 큰 바다에서는 포위당해 전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고심 끝에 찾아낸 곳이 목이 좁은 명량이었다. 적선이 아무리 많더라도 좁은 목은 한꺼번에 통과할 수 없으니, 대응할 적선의 수가 적어지는 순간 각개격파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p211)

 

 

 책을 읽으면서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듯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난중일기> 속의 필체를 연구한 결과도 그가 자의식이 매우 강하고 내성적이며 직선적인 성격이 소유자라고 한다. 이​순신의 목계같이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은 타고난 게 아니라, 각고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순신은 영웅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영웅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책에서는 영웅에 가려져 보지 못했던 이순신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책은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 현재 어떤 조직의 리더라면 꼭 읽어봐야 한다. ​경험과 다독이 잘 조화하면 어떤 통찰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잘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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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생각 Meta-Thinking - 생각 위의 생각
임영익 지음 / 리콘미디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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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 메타는 ‘사이에, 뒤에, 넘어서’ 등을 뜻하는 접두어로 ‘더 높은', ‘초월한'의 뜻을 나타낸다.그럼 메타생각은 생각을 초월한 생각을 말하는 것일까? 어떻게 보면 메타라는 단어는 참 애매모호하다. 생각에 경계가 없거나 생각의 경계를 초월한 생각일 것이다.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해결점을 찾을 수 없다면 메타생각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거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메타생각은 자신의 '생각에 대한 생각'이다. 우리의 생각은 어떤 프레임에 갇혀 있어서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이럴 때 문제를 대하는 나의 생각을 한발 떨어져 내려다 볼 필요가 있다. 메타생각은 생각을 모으고, 연결하고, 통합하고, 확장하고, 통제하는 최상위 생각이다. 메타생각은 생각의 기술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책은 10여년 전에 쓴 책 '니가 수학을 못하는 진짜 이유'를 전면 개정한 것이다. 예전 책의 기본적인 줄거리를 유지하면서 메타생각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제자인 곰탱이와 저자가 대화하는 형식으로 이끌어간다. 책은 수학적으로 노는 방법인 셈이다.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잘 해야 하고, 생각의 기술(IDEA-CART)인 이미지사고, 차원사고, 극단사고, 분해분석, 관점의 전환, 유추, 역발상, 변환을 통해서 프레임을 변화시켜야 한다.

 

 

 

 저자는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수학을 그림처럼 그려보면서 이미지를 이용하는 '직관적 사고법'을 알게 된 후 이 생각의 기술이 인생의 반전을 가져왔다고 한다. 현재는 낮에는 변호사로 일하고 밤에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에는 '법률 데이터 간의 상호 관련성 알고리즘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법률 융합 플랫폼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생각은 곧바로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것이 아니고 어떤 생각의 프레임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 프레임에 의해 생각은 관성적으로 달려가게 되어 있어. 마치 기차가 레일 위를 달리는 것과 같지. 미궁에 빠졌을 때 생각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단다. 자신이 달리는 생각의 레일 자체를 보기 위함이지. 이것이 바로 생각을 한 번 더 스캐닝하는 메타생각의 시작이다.(p101)" 정리하자면 ,생각에 대한 생각이 메타생각이고, 생각의 프레임은 생각이 흘러가는 시스템이란다. 그 시스템 속의 구체적인 행로가 생각이다. 결국 생각의 프레임을 살피는 것도 메타생각인 거구"(p103)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메타생각이 뭔지 아리송하다. 알듯모를듯 잡힐듯 잡히지 않는다.책은 중학생부터 읽어도 좋다. 수학에 대한, 생각에 대한 호기심을 갖기에 좋다. 패턴인식,역발상 훈련, 이미지 훈련등 을 따라 읽어내려가면 어느 순간 녹슬었던 머리가 조금은 매끄러운 것이 느껴진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생각의 프레임을 가지고 있다. 메타생각을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생각을 지배하는 어떤 프레임을 빠져나와 그 틀 안에 있었던 생각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메타생각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생각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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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경계 - 생각은 어떻게 지식으로 진화하는가
김성호 지음 / 한권의책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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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경계는 모든 것이 흐려지는 지점이다. 두 가지 색의 물감이 섞일 때 그 경계지점에는 몽환적이 느낌이 든다. 어떤 것의 경계를 도형으로 표현하면 그 경계의 구분은 확연히 드러난다. 이렇듯 경계는 표현하기 참 모호하다. 때론 뚜렷할 수도 있고 때론 흐릿할 수도 있다. 어떤 때는 두가지 이상이 겹치기도 한다. 그래서 경계는 매력적이다.  

 

  저자는 경계를 두 개 이상의 서로 다른 영역이 만나는 곳, 경계는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는 지점이라 한다. 그래서 경계지역에는 늘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사람의 생각도 새로운 생각과 만나는 곳에서 변화의 싹이 튼다고 말한다. 경계선에서는 긴장과 궁금증, 호기심,창의적 발상, 즐거움, 놀라움 같은 변화가 창출된다. 사람들은 안정을 바라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현실에 안주하게 된다. 변화는 불안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늘 유동적인 상황, 그래서 변화를 추구한다면 불안은 동행해야 할 친구가 된다.

 

 사회학에서 말하는 갈등은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의 경계에는 갈등이 있고, 그 갈등의 과정을 거쳐야 성숙한 사회로 발전한다. 이렇듯 우리의 생각과 생각이 중첩되거나 엇갈리는 모든 변화는 경계에서 일어난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폴 호건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없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해내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묘사하는 세계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익숙한 생각의 경계를 넘어 바깥세계를 상상하고 낯선 분야에 또 다른 지식을 습득할 때, 상상은 새로운 지식을 통해 생각의 영역을 넓혀주고 새로운 생각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생각은 지식에 기반을 두고 있고, 상상은 생각의 경계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생각의 영역을 확장시켜주고 촉매재 역할을 한다. (p26)

 

 의식활동에서 우리가 생각을 한다는 강력한 증거가 바로 질문이라는 저자의 글을 읽고 요즘은 상대방의 이야기에 경청을 하며 꼭 질문을 해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내가 상대방의 이야기에 집중을 하게 된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단지 질문을 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인데 그것이 바로 집중하는 힘이었다!  

 

요즘 나는 직장을 옮겨야하는 문제로 상당히  걱정스럽고 불안한다. 하지만 내가 경계에 서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경계는 무언가 발전할 수 있는 곳이니 지금 당장은 불안하지만 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위안한다. 길을 가면서도 늘상 가던 길을 피하고 새로운 길로 가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래야만 내가 변화를 받아들이기가 수월할 것 같아서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의 탄생>이라는 책이 떠오른다. 오래전 아주 감명깊게 읽었던 책이다. 이 책과 약간은 다르면서도 공통점이 많은 책이다. 그 책은 우리와는 조금 다른 한 분야의 천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천재들은 한 가지 일에 몰입하는 특징이 있다. 그러다 보면 어떤 한가지 생각이 불꽃처럼 발화하는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생각의 경계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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