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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경계 - 생각은 어떻게 지식으로 진화하는가
김성호 지음 / 한권의책 / 2014년 1월
평점 :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경계는 모든 것이 흐려지는 지점이다. 두 가지 색의 물감이 섞일 때 그 경계지점에는 몽환적이 느낌이 든다. 어떤 것의 경계를 도형으로 표현하면 그 경계의 구분은 확연히 드러난다. 이렇듯 경계는 표현하기 참 모호하다. 때론 뚜렷할 수도 있고 때론 흐릿할 수도 있다. 어떤 때는 두가지 이상이 겹치기도 한다. 그래서 경계는 매력적이다.
저자는 경계를 두 개 이상의 서로 다른 영역이 만나는 곳, 경계는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는 지점이라 한다. 그래서 경계지역에는 늘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사람의 생각도 새로운 생각과 만나는 곳에서 변화의 싹이 튼다고 말한다. 경계선에서는 긴장과 궁금증, 호기심,창의적 발상, 즐거움, 놀라움 같은 변화가 창출된다. 사람들은 안정을 바라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현실에 안주하게 된다. 변화는 불안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늘 유동적인 상황, 그래서 변화를 추구한다면 불안은 동행해야 할 친구가 된다.
사회학에서 말하는 갈등은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의 경계에는 갈등이 있고, 그 갈등의 과정을 거쳐야 성숙한 사회로 발전한다. 이렇듯 우리의 생각과 생각이 중첩되거나 엇갈리는 모든 변화는 경계에서 일어난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폴 호건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없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해내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묘사하는 세계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익숙한 생각의 경계를 넘어 바깥세계를 상상하고 낯선 분야에 또 다른 지식을 습득할 때, 상상은 새로운 지식을 통해 생각의 영역을 넓혀주고 새로운 생각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생각은 지식에 기반을 두고 있고, 상상은 생각의 경계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생각의 영역을 확장시켜주고 촉매재 역할을 한다. (p26)
의식활동에서 우리가 생각을 한다는 강력한 증거가 바로 질문이라는 저자의 글을 읽고 요즘은 상대방의 이야기에 경청을 하며 꼭 질문을 해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내가 상대방의 이야기에 집중을 하게 된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단지 질문을 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인데 그것이 바로 집중하는 힘이었다!
요즘 나는 직장을 옮겨야하는 문제로 상당히 걱정스럽고 불안한다. 하지만 내가 경계에 서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경계는 무언가 발전할 수 있는 곳이니 지금 당장은 불안하지만 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위안한다. 길을 가면서도 늘상 가던 길을 피하고 새로운 길로 가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래야만 내가 변화를 받아들이기가 수월할 것 같아서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의 탄생>이라는 책이 떠오른다. 오래전 아주 감명깊게 읽었던 책이다. 이 책과 약간은 다르면서도 공통점이 많은 책이다. 그 책은 우리와는 조금 다른 한 분야의 천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천재들은 한 가지 일에 몰입하는 특징이 있다. 그러다 보면 어떤 한가지 생각이 불꽃처럼 발화하는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생각의 경계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