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헤스의 지팡이 - 소설 쓰는 철학자 보르헤스 다시 읽기
양운덕 지음 / 민음사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삶과 책읽기 모든 것에서 흥미를 읽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다가 보르헤스를 만났다. 오르한 파묵의 글에서 만난 사랑의 감정을 <보르헤스의 지팡이>를 읽으면서 느꼈다.누군가를 죽을만큼 사랑할때처럼 토할 것 같고 두근거리고 배가 뒤집히는 느낌.내가 보르헤스와 다시 사랑에 빠졌다.내 무기력한 삶에 다시 기운이 돌았다.다시 살고 싶어졌다.

 

 

 책은 저자가 보르헤스의 작품들을 해석하는 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보르헤스전집을 읽어야 한다. 보르헤스 전집을 몇년 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 한 상태에서 저자의 글을 이해하려고 하니 보르헤스 전집보다 이 책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접적이나마 보르헤스를 만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p36 "너는 완전히 깨어난 것이 아니다. 바로 앞의 꿈에서 깨어났을 뿐이다. 이 꿈은 또 다른 꿈속에 들어 있고, 그렇게 무한히, 마치 모래 숫자처럼 꿈이 계속될 것이다! 네가 되돌아가야 할 길은 끝이 없고 너는 깨어나기 전에 죽을지도 모른다"
 예삿일이 아닌 듯하옵니다. 모래 한 알에 꿈이 하나씩이라면 무수히 많은 모래알만큼 무한한 꿈들이 있는 것이 아니옵니까?
 겹겹이 둘러싼 꿈의 감옥에 갇힌 꼴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꿈의 꿈', '꿈의 꿈의 꿈','꿈의 꿈의....꿈의 꿈'에서 빠져나오려면 도대체 얼마나 걸리겠는지요?
 
 
 
p286 보르헤스는 기존의 작품에 대한 평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그 비평의 대상이 되는 작품인 <알-무따심에 가까이가기>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믿게 한다. 그런데 보르헤스의 이런 글쓰기 자체가 그런 소개나 비평의 '원본'을 만들어 낸다. 그는 허구적 작품에 대해서 소개하고 해석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쓰고 있다.곧 화자가 인용하고 요약하고 해석을 덧붙이는 방식이 바로 이 작품의 실제 내용이다.
또한 이러한 방식은 어떤 대상에 대한 글쓰기가 아니라'글쓰기에 대한 글쓰기'로서 새로운 글쓰기 형식과 글쓰기만의 독특한 공간-시간을 만든다.이런 메타적 글쓰기는 작품 바깥의 현실을 그려 내는 것이 아니고 작품 안과 바깥이 서로 이어지도록 하여서 글쓰기를 통해 존재하는 나름의 현실을 마련한다.
 

 보르헤스의 글에서 만날 수 있는 영원,미로,우주,거울,도서관,모래...이런 주제와 이미지를 만날 수 있어서 내가 오늘 죽어도 좋을만큼 행복하다. 하지만 철학적인 부분은 이해하기 힘든부분도 많았다. 내 책읽기의 한계를 느낀다. 철학의 부족한 부분을 책읽기를 통해서 채워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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