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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리혜성과 신라의 왕위쟁탈전
서영교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4월
평점 :
책의 제목과 표지그림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소설인 줄 알고 신라의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펼쳤다.그런데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쉽게 풀어 쓴 역사서였다.그렇다고 마냥 쉬운 것만은 아니다.
핼리혜성의 출현이 신라시대의 왕과 백성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방대한 문헌의 기록들을 토대로 그 진위여부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그래서 문헌의 내용을 그대로 발췌한 글을 많이 만나게 된다.문헌의 내용을 저자가 다시 쉽게 설명해 주고 있기때문에 우리 역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저자는 6년 동안 발표한 자신의 논문 6편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현대 과학이 발달하기 전까지 하늘은 인류에게 경외의 대상이자 두려움의 대상이었다.신라시대는 대략 BC600년부터 800년 이후의 기간에 해당된다.고대에 혜성의 출현에 대한 공포는 세계적으로 일반화된 것이었는지 중국은 1500여년 동안 338개의 혜성의 출현을 기록을 남겼다고 한다.그래서 저자는 혜성의 출현이 신라인에게 미친 영향을
신라의 기록과 함께 중국의 자료,일본의 자료까지 비교분석하고 있다.
혜성의 출현은 고대인에게 불운을 예고하는 것이었다.신라의 진평왕대 향가
<혜성가>는 혜성과 왜병이 물러가길 기원하고 있는 기록이다.향가
<도솔가>도 혜성을 물러가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이런 기록들은 은유적인 표현인 것이다.신문왕 때는 보덕국의왕 안승의 조카 대문이 반역을 도모하다 발각되어 처형당했다
.저자는 누군가가 처형되었을 당시 중국의 기록에 혜성의 출현날과 같은 날이 많았음을 지적하고 있다.혜성이 하늘에 15일,25일,30일,심지어 100일 떠 있었다는 놀라운 기록이 많다.흔히 유성과 혜성을 헷갈리기 쉬운데,혜성은 꼬리의 모양에 따라 여러 형태가 있다.
귀족들의 반란으로 피살된 혜공왕,상대등 김명과 시중 이홍 등의 반란으로 왕의 측근이 살해되자 자살한 희강왕,장보고의 피살 때도 혜성의 출현을 기록하고 있다.고대인들이 혜성이 출현하면 자신들에게 재앙이 내릴 것을 우려했고,그래서 왕은 혜성을 물러가게 하는 의식을 행했다.혜성의 출현이 왕권이 불안할 때는 반란세력에게 일종의 탈출구로 작용해서 왕의 살해로 이어졌다.왕의 살해는 다시 원수를 갚기위한 반란으로 이어져 신라는 왕족들의 피로 이어졌다.그러나
사회가 안정되었을 때는 혜성이 출현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황금가지>에서 고대 서양의 신에게 왕을 재물로 바쳤던 왕의살해 의식과 신라의 혜성이 출현할 때 왕을 살해한 것은 어떤 면에서 비슷하다는 생각이든다.왕의 살해가 자신들의 고난을 피해가기 위해 타인을 희생양으로 대속 시킨 것과 신라가 혜성의 재난을 피해가기 위해 왕을 살해한 것은 비슷한 터부로 연결된다.
터부(taboo)[명사]
1 미개한 사회에서 신성하거나 속된 것, 또는 깨끗하거나 부정하다고 인정된 사물·장소·행위·인격·말 따위에 관하여 접촉하거나 이야기하는 것을 금하거나 꺼리고, 그것을 범하면 초자연적인 제재가 가해진다고 믿는 습속(習俗).
2 특정 집단에서 어떤 말이나 행동을 금하거나 꺼리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