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으로 읽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1년 11월
평점 :
판매중지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등과 더불어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써내려간 소설이다.그래서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어렵다.다독가가 도전해 보기에 좋은 책이다.이 책은  전11권을 축약한 것으로 역자후기를 포함해 829쪽 분량이다.<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와 함께 읽기를 권해본다.이 책에는 화가들의 그림을 싣고 있어서 당시의 건축물,도시의 풍경,인물,그 시대의 복장 등을 프루스트가 표현했던 문구와 비교해 가면서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하나의 거대한 미술관이다.전11권의 소설 속에는 백여명의 미술가 이름이 등장한다.프루스트는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의 모호하고 희미한 실체를 포착하여 내면화했다.원인에 대한 결과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문구를 만들어 냈다.전지적 서술은 보이지 않고 독자는 화자의 주관적 인식만을 통해서 프루스트의 소설 세계로 진입한다.프루스트는 과거로 이어주는 하나의 연결고리임과 동시에 자기 시대의 사람이기도 했다.그의 소설에서는 예술과 현실,회화와 삶이 미묘하게 변형되고 녹아 섞인다.

 

 프루스트는 천식을 앓았다.그래서 이 책을 펼치자 마자 ,제1편『스완네 집 쪽으로』에서 우리는 마르셀이 잠들기 전에 떠오르는 온갖 생각,몽상들로 고뇌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하지만 그 시간은 그에게 철학적 사유의 시간이 된다.그 시간,무질서한 세계에 빠져 대혼란은 극에 달하기도 하고,그는 삽시간에 문명의 몇 세기를 뛰어 넘기도 한다.책장을 넘기자마자, 긴 문장은 독자를 질려버리게 만들지만,한편으로는 문장의 아름다움에 반해버리게 만든다.

 

 그는 여러개의 기억의 방을 가지고 있다.그의 불안의 기저에는 어린시절 엄마와 떨어져야 하는 침실이 있었다.어린시절의 불안은 그에게 내면적 상처로 남아 여성에 대한 상실의 불안과 공격적 질투심이라는 형태로 남게 된다.그곳만이,독서.몽상.눈물과 쾌락 같은,남의 침범을 불허하는 고독을 요구하는 나의 몰두가 시작될 때마다,항상 쇠를 잠그고 틀어박힐 수 있는 방이었기 때문이다.(P22)

 

 시간은 한순간 순간의 회상,기억,심상을 통해서 재생된다.그는 피티트 마들렌 과자의 감촉과 맛을 느끼는 순간 자아를 깨닫는다.그는 무의식기억시간을 이야기한다.자아의 밑바닥에서 그와 같이 떨고 잇는 것,그것은 미각과 결부되어 그 미각의 뒤를 이어 자아의 거죽으로 올라오려는 심상(心像),시각(視覺)의 추억임에 틀림없다(P53)

 

 프루스트는 신경과학보다 한 세기 앞서 신경과학적 진실을 이 소설을 통해서 보여 주고 있다.그는 기억이란 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 쓰여지는 것이다.회상이 없으면 기억도 존재하지 않는 다고 한다.마들렌을 입에 문 순간 떠오른 기억들은 만들어진 기억,즉 기억의 재고착에 지나지 않는다.

 

 이 책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문장이 있다면 바로 이 문장이다...물을 가득 채운 도자기 사발에 작은 종이 조각을 담그면,그때까지 구별할 수 없던 종이 조각이,금세 퍼지고 형태를 이루고,물들고,구분되어,꿋꿋하고도 알아볼 수 있는 꽃이,집이,사람이 되는 놀이를 보는 것처럼..(P55)

 

어떤 사물에 대한 자세한 관찰 일기를 보는 것처럼  보고 느낀 관념이나 사실들을 아주 느리게,꽃이 피는 과정을 슬로 비디오로 찍은 듯 그 영상이 서서히 펼쳐진다.심리학 서적을 읽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철학서적을 읽는 것 같기도 하다.한문장 한문장 곱씹어 봐야만 그 뜻을 알 수 있다.책읽기에 느림을 필요로 하는 책이다.꽃봉오리에서 꽃 잎이 하나 둘 피어나듯 그렇게 아주 서서히 읽을수록 빠져드는 책이다.마르셀의 가족사와 마르셀이 사랑했던 질베르트와 알베르트,친구와 이웃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이야기라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이 책은 분명 픽션이다.

 

 저자는 친절하게도 줄거리를 따로 뽑아 놓았다.다 읽고 저자의 해설을 읽어보니 전 11권 중에서 저자가 가장 중요한 부분만 뽑았기때문에 실제 그의 장편에서 빠진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과거의 기억이라는 무의식을 붙잡아 두기 위한 푸르스트의 어마어마한 시도에 감탄이 절로 난다.하지만 이 책은 누구나 맛 볼 수 있는 열매가 아니다.그 맛을 음미할 준비가 된 이들만이 맛 볼 수 있는 금단의 열매다.나는 중간에 읽기를 포기했다가 이 책보다 더 어려운<율리시스>를 읽다보니 이 책은 그나마 쉬운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재도전했다.책은 자신의 눈 높이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너무 어려운 책부터 읽으려고 하면 책 자체에 흥미를 잃을 수 있다.이 책은 애서가나,다독가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기회가 되면 전11권에 도전 해 보고 싶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 크리스티아네 취른트 지음 |조우호 옮김
취서만필(책에 취해 마음 가는 대로 쓰다) - 장석주 지음
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 에릭 카펠리스 지음 |이형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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