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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시대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경남 옮김 / 민음사 / 2010년 10월
평점 :
요음 공감은 너무 흔한 단어가 되어버렸다.그러나 공감은 말처럼 쉽지 않다.내가 경험하지 않은 일을 공감하는데는 상당히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그런 공감이 어떻게 흔한 말이 될 수 있었을까? 인간이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은 타고난 것일까? 아니면 진화의 산물일까? 인간만이 타인의 기쁨과 아픔에 공감할 수 있을까? 아니면 다른 동물도 공감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인류의 공감적 특성이 진화해 온 과정을 들여다보고,지금까지 공감이 인류의 역사를 어떤 방향으로 진행시켰으며, 앞으로 하나의 종種으로서 우리의 운명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살펴봄으로써 문명사에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책은 고대의 신화적 과거부터,종교가 지배했던 문명의 발흥기,이데올로기 시대,심리학의 시대까지 긴 여정에서 공감이 발전해 온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저자는 우리에게 믿기지 않은 사실을 이야기 해 준다.1914년 플랑드르 전장에서 독일병사들이 크리스마스트리에 촛불을 붙이기시작하자 영국 병사들도 박수와 환호로 답했다.십만명의 병사들은 터무니없는 전쟁을 비웃으며 짧은 순간 꿈 같은 크리스마스 휴전을 이뤄냈다.그것은 서로에 대한 공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기적이었다.지금은 공감이 인류의 보편적인 인간성으로 받아들여지지만 그 당시는 색다른 경험이었다.동정(sympathy )이 타인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라면 공감(empathic)은 다른 사람의 경험의 일부가 되어 그들의 경험에 대한 느낌을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본문 761쪽과 주(註)를 포함해 838쪽 분량으로 부담스럽지만 다 읽고 나면 뿌듯함 또한 크다.본문은 1부 호모 엠파티쿠스/2부 공감과 문명/3부 공감의 시대로 구성이 깔끔하다.제러미 리프킨 (Jeremy Rifkin) 의 『공감의 시대(The Empathic Civilization)』는 작년에 인터넷 서점의 베스트셀러였다.
인간 말고도 공감적 비애를 표현할 줄 아는 동물이 있고,자기 정체성과 공정성에 대한 개념을 이해할 줄 아는 동물이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동물에게 적자생존 만큼이나 협동,공생,호혜성과 관련이 있다는 다윈의 말은 더욱 놀랍다.다윈이 살았던 시대에는 공감이라는 용어도 없던 세상이었다.책은 우리의 인식에 큰 변화를 요구하는 내용이 가득하다.
유아교육과 심리학, 역사와 정치학의 만남이 접점을 이루는 <공감의 시대>는 지식의 통섭을 잘 보여준다.공감은 인류의 진화와 함께 해 왔지만 인류가 공감에 대해 인식한 것은 심리학의 발전에 의해서다.공감의 확대는 문화,예술,정치,경제 모든 부분에서 이루어졌다.문명의 발달이 공감의 확대를 가져왔고,세계화는 공감을 지구 전체의 문제로 확대시켰다.
책은 인류사를 관통해온 공감의 역사적 변천사라고 할 수 있다.공감이 인류의 본성이라고는 하지만 공감이 환경의 영향을 받는 다는 것을 제러미 리프킨은 강조한다.저자는 여지껏 우리가 알아온 공감과는 또 다른 공감의 야누스적인 면을 낱낱이 파헤친다.공감의 확대는 엔트로피의 증가를 동반한다는 공감과 엔트로피의 변증법이 역설적이다. 현재의 모습은 로마가 멸망하던 시기와 너무도 흡사한 공감과 엔트로피의 증가를 보여준다니 역사란 되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인류가 공감과 엔트로피의 사이에 놓인 피드백의 연결고리를 끊고 공감-엔트로피의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