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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알랭 드 보통의 세상을 보는 관점은 특별하다.그래서 그의 책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불안>,<너를 사랑한다는 것은>에 이어 <일의 기쁨과 슬픔>도 그 관점의 특이함에 반해버렸다.보통은 많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방식을 거부한다.그는 모든 것을 약간 삐딱하게 바라본다.그래서 그의 글은 삐딱함 속에서 창의력을 발휘한다.약간의 각도를 달리했을 뿐인데,세상의 이치에 가려져 있던 본연의 모습이 드러난다.그것은 보통이상의 시선을 가진 보통만의 매력이다.
책은 대부분 아무런 관심도 가지지 않는 것들에 대한 관찰력이 돋보인다.현대인의 직업 중 10가지를 집중적으로 관찰했다.일로 웃고 우는 현대인의 일상을 '직업'이라는 것에 가까이 다가가 현대 일터의 지성과 특수성,아름다움,두려움을 말한다.그래서 그의 포토에세이에는 특별한 삶의 철학이 담긴다.
'화물선 관찰하기'는 제목만으로도 놀랍다.현대인들 중 화물선을 관찰한 사람은 몇이나 될까? 화물선은 세계를 하나로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지만 당연한 것으로만 여길뿐 아무도 관찰하려 하지 않는다. 그것을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보통의 시선은 특별하다.'물류'는 현대인의 일상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한 곳에 집결시키고 적소적소에 배치시켜주는 역할을 하지만 우리는 그런 과정에 전혀 경이로움,감사,죄책감을 찾아볼 수 없다.보통은 여기에서 무시무시한 아름다움,영혼이 없고 흠도 하나 없는 아름다움을 본다.'비스킷 공장'에서 보통은 일의 소명의식을 찾아보려한다.
능력이 돈과 지위에 대한 우선 순위에 밀려난 현대인의 세계에서,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직업을 찾기를 원하는 사람들과 '직업 상담사'는 그에게 작은 감동을 준다.'로켓과학'에서 보통은 신이 사라진 현대인의 집단적 노력의 시대를 본다.무명의 중년 화가의 '그림'에서는 과거와 미래의 경계가 사라진다.상상력과 현실적 태도 사이에서 절묘하게 그 어려운 균형을 잡을 것을 요구하는 창업.'항공 산업'박람회는 보통에게 수많은 직업의 연결성을 깨닫게 한다.
보통의 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풍부한 표현력이다.그것은 해박한 지식에서 나오는 풍부함이기도 하다.어린아이와 같은 관찰력은 섬세함과 함께 재미를 더해 준다.삐딱함이 만들어내는 비판적인 시각은 세상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그래서 그의 글은 충분한 균형감각을 유지한다.재치와 유머는 보통의 글이 선사하는 또 다른 맛이다.
신문을 본다는 것은 소라고둥을 귀에 대고 인류의 고함에 압도당할 각오를 한는 것이다(P163)
그는 우리가 허벅지 둘레의 수치에 쉽게 공포를 느끼면서도 ,동시에 경쟁력 있는 가격이 붙은 소시지를 보면 얼마나 탐욕스러워질 수 있는지 알았다.(P324)
현대의 사무실은 수만 명의 직원들이 자기들끼리 제대로 의사소통을 해야만 돌아가는 생각들의 공장이다.일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찾는 현대인들,그래서 일은 기쁨과 슬픔도 만들어낸다.보통은 일에서 아이러니를 본다.일은 우리의 원근감을 파괴해버리는데,우리는 오히려 바로 그 점 때문에 일에 감사한다.(P3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