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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심리코드
황상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상황과 역할에 맞는 페르소나(가면)를 가지고 있다.페르소나는 가정과 학교, 직장에서 누구나 자신의 역할극을 소화해 내는 데 꼭 필요하다.페르소나는 제복과 같다.그런데 가끔은 답답한 가면을 벗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가면을 벗은 내 모습이 바로 자아정체성이다.정체성(identity)은 아무것으로도 위장하지 않은 가장 순수한 자신의 모습,그래서 상처받기 쉬운 모습이기도 하다.하지만 자아존중감이 높은 사람은 화장하지 않은 맨얼굴에 자신 있는 사람처럼 ,자신의 정체성이 예기치못한 순간에 드러나도 당당하다.
재미있는 것은 인격이 있는 개인처럼 무생물인 국가도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하지만 국가는 무생물이면서도 유기체의 모습을 띤다.개인의 정체성이 모여서 한 나라의 정체성을 대변하기 때문이다.그럼 외국인이 아닌 내국인이 느끼는 한국인의 모습,한국인의 정체성은 어떤 모습일까?
책은 한국인의 심리, 행동 방식을 지난 10년 동안 탐색한 황상민교수의 연구 결과다.외국의 심리학을 번역한 서적이 아니라 한국 심리학자의 프레임으로 쓴 책이라는데 큰 의의가 있다. 그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보이는 행동이나 생각을 심리코드로 유형화해서 보여준다.저자는 외국인이 보는 한국인의 모습과 한국인이 보는 한국인의 모습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분석하여, 우리 스스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대부분은 사회인식 불능증에 가까운 상황에 처해 있다.모두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한다.서로의 차이나 각기 다른 특성들에 어떤 것이 있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p12)
남이 잘 되는 꼴을 못 본다.그러면서도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남의 시선을 신경 쓸 뿐만 아니라,가능한 남보다 멋있게 보이려 한다.우리는 이것을 체면이라고 한다.성질이 급해 ‘빨리빨리’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흥분하거나 놀랄 사건이 생기면 모두 몰려든다.하지만 곧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금방 잊어버리기도 한다.스스로는 이런 특성을 '냄비 근성'이라고 부른다.때로는 목소리 높여 자기주장을 하기도 하지만,개인의 생각을 분명히 표현하기보다 남이 하는 대로 따르려 한다(p30)
황상민교수의 통찰력이 돋보인다.책은 우리 모두 드러내기 싫었던 것들,감추고 싶었던 것들,누군가 알아볼까 두려워서 감히 말도 꺼내지 못했던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그래서 당혹스럽고,한편으로는 공감이 간다.누가 볼까 두려워 한다는 것이 바로 정체성의 문제이다.그러나 우리사회 정체성 문제는 개인들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TY 광고의 영향력과 다수의 국민을 이끌고 가는 소수인 리더의 잘못이 더 크다.누구든 리더,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맞출 수밖에 없고,특히 우리 사회에서 그들의 영향력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인 나도 야누스의 얼굴을 하고 있다.문제를 안다는 것은 해결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그것은 우리의 미래가 암울하지만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문제의 해법은 끌고 가는 리더와 따라가는 대중이 얼마나 호흡을 잘 맞춰가느냐에 달려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