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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의 원고지 - 어느 예술노동자의 황홀한 분투기, 2000~2010 창작일기
김탁환 지음 / 황소자리 / 2011년 11월
평점 :
작가들은 어떤 사람일까? 작가는 쓰지 않으면 살 수 없기 때문에 쓰는 이들이다.리뷰어인 나 역시 그 무언가를 쓰고 싶은 열망으로 들끓는다.아마도 그것은 현실의 저편, 무의식과 맞닿아 있는 앙금 때문일 것이다.매번 토해내지 못하고 삼키고 마는 그 감정들을 토해내고 싶다.원고지 위에.문득 내 인생이 재즈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그 많은 감정 중에서 왜 하필 재즈에서 나는 한(恨)의 감정을느꼈을까? 그것은 내가 살아온 삶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음을 암시한다.내 감정의 바닥에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의 실체가 궁금해서 나는 일기라는 이름으로 자주 끼적거린다.
그럼,작가에게 창작일기란 어떤 의미일까? 호랑이처럼 홀로 떠도는 작가에게 창작일기란 날마다 몰래 백병전의 흉터이자 스스로에게 선사하는 쑥스러운 선물이리라.(p9) 책은 김탁환 작가가 글을 쓰면서 틈틈히 써온 에세이 형식의 글이다.글은 김탁환이 자신에게 말하는 독백일기다.힘들때는 힘들다고,아플 때는 아프다고,행복할 때는 행복하다고 그는 고백한다.일기에는 작가만의 특별한 생각에서부터 자잘한 일까지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다.창작일기가 내 일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작가이기에 세상을 보는 관점이 일반인들보다는 조금 더 세련된 관찰력과 비판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김탁환의 원고지>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써 온 창작일기다.작가 생활의 묘미와 애환을 담아낸 진솔한 글에서 독자는 작가의 내밀한 생활을 훔쳐보며 포만감을 느낀다.'자가는 이렇게 사는구나'부럽기도 하고,책에 파묻혀 사는 작가의 생활에서동질감을 경험하기도 한다.창작일기에는 그의 아내,아이,친구,지인들.그의 생각.사랑.삶.꿈까지 그를 둘러싼 모든 풍경이 그려진다.글쓰기로 밥벌이하는 그가 부럽다.하지만 빡빡한 스케줄에 압사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김탁환 작가는 <방각본 살인사건>으로 만났다.그는 스토리에 매혹된 영혼이다.그의 별명은 이야기 중독자이고 이야기 여행자다.그는 <쉐이크>로 우리의 영혼을 흔들어 놓는다.그가 세상을 흔들어 놓은 소설이 얼마나 많은데,나는 고작 두 권을 읽었을 뿐이다.그럼에도 김탁환 작가에 대해서는 긴 설명이 필요없다.
책을 낸다는 것은 어떤 죽음을 경험하는 것과 같다.현실에서 죽음은 곧 영원한 소멸이지만 책을 내면서 작가가 겪는 죽음은 일정 기간 동안만 지속된다. (p19)
하나가 완성되면 또 다른 미완성으로 가는 것! 그게 바로 작가의 운명일 것이다.(p58)
기교나 처세로 은근슬쩍 넘어가지 않고,작품의 절대적인 수준으로 쓰기.절대음감으로 노래하는 가수처럼.킬리만자로의 표범이 왜 눈 쌓인 그 산봉우리까지 기어올라갔는지,알듯도 하다.지칠 때 확 지쳐버리자.(206)
김탁환 작가는 교수로 재직하면서 창작을 하고있다.그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겸있는 그는 지치지 않는 거인이다.집에 놀러온 지인이 내게 말한다."모든 일을 놓고 여행 좀 다녀 오세요"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그럼,나는 여행 가서도 책을 읽을 걸요?" 김탁환작가를 보면 글을 쓰기 위해 태어난 사람같다.그는 또한 상당한 양의 책읽기를 즐긴다.그걸 보면 작가는 쓰는 것 뿐만 아니라 읽기 위해 태어난 사람같기도 하다.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는 책을 보면 쓴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투쟁인지 알 수 있다.모든 예술의 창작은 고통으로 태어나는 하나의 세계와 같다.그래서 예술가는 자기 능력의 한계까지 자신을 몰고 간 사람들이다.예술가가 된다는 것은,다른 누구도 감히 실패할 수 없는 식으로 실패한다는 것이다.익숙한 것들을 밀어내면서 익숙한 패턴을 거부하면서 항상 도전하는 사람들,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창조자라고 한다.김탁환의 창작일기는 그의 작품을 비추는 거울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