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 교과서 고전 읽기 - 고전을 미리 읽어두면 교과서가 쉬워진다! 사고뭉치 5
박홍순 지음 / 탐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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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전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문학을 좋아한다. 그런데 아이가 중학교 3학년이 다보니, 중학교 때 읽어야 할 좋은 작품들을 놓치지 않게 해 주기 위해서 인문학보다는 중학생이 읽어야 할 책들을 우선으로 읽는다. 솔직히 고전은 어렵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에게도 고전은 어렵다. 고전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전은 청소년기보다 어른이 되어서 읽는 걸 권하고 싶다. 그런데 요즘은 고전을 쉽게 풀어쓴 청소년 도서가 많이 나와서 정말 다행이다.
 
 
 
고전은 왜 읽어야 할까? 고전은 그 가치가 검증된 텍스트다. 세월이 흘러도 고전은 현재의 관점으로 재해석이가능하다. 그러나 고전의 재해석은 내가 알고 있는 만큼 딱 그 만큼만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고전을 읽어 내는 데는 독서로 쌓인 내공이 필요하다. 책은 철학.윤리,사회.국제,정치.경제,신화.역사를 가로지르는 20권의 책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한 권의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하기 위해 저자는 여러 권의 관련 책을 언급하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에 대한 저자의 비판적 사고력이 돋보인다.
 
 
 
그의 지적대로 오리엔탈리즘은 다양한 영역에서 서양과 동양을 우월과 열등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어 버려. 서양이 합리성과 이성을 상징한다면 동양은 비합리성과 감각으로 규정돼. 동양과 서양에 대해 문명과 야만, 지배와 종속, 질서와 혼돈, 정상과 비정상, 도덕과 비도덕이라는 식의 이분법을 적용해. 서양은 긍정적 가치를, 동양은 부정적이거나 미신적인 가치를 상징하는 것처럼 여겨져.(p238)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오리엔탈리즘을 동양인 스스로가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 내면화한다는 점이야. 무의식적으로 그것이 오리엔탈리즘인지도 모른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거지.(p241)
 
 
 
 세상은 우리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많다.우리는 아는 만큼만 볼 수 있다.그것은 선택과 집중에 따른 진화의 필연적인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나의 관점이 아닌 타인의 관점으로도 세계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관점은 다양한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비판적인 사고력은 앎에 대한 갈구에서 온 다고 할 수 있다.결핍이 없이는 채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세상을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특히 책은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볼 수 있는 통찰력을 키워준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대부분 아는 내용이니 대충 쑥 훓어 읽고 중학교 3학년인 딸아이에게 주려고 했다. 그런데 읽다보니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읽기 전에는 분량이 얇아서 별 내용이 없을 줄 알았다. 약 250쪽의 얇은 분량에 비해서 담아낸 내용의 수준은 놀랍다. 어떤 책들은 전에 읽어서 알고 있다고 자만했던 내용도 깊이 알지 못하고 있어서 놀랐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나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어려워서 읽다만 책인데, 정말 이해하기 쉽게 쓰였다. 책은 대학교 교양과목 수준의 높은 비판적 사고력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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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길주 옮김 / 책만드는집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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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는 봄꽃이 만발했다.한국의 봄과는 또 다를 러시아의 봄을 그려본다.러시아의 봄은 우리나라의 겨울날의 따뜻함이리라.안나가 걸어갔을 모스크바역을 그려본다.톨스토이는 그녀에게 불륜과 파멸이라는 십자가를 주었지만,나는 안나에게서 불륜과 함께 철없는 소녀의 순정같은 모습을 본다.그것은 누구나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 같은 것이리라. 톨스토이는 그녀가 사회적인 비난이란 화살을 맞고 쓰러지게 만든 후에야 그녀에게 지상에서는 얻을 수 없는 가장 완벽한 자유를 주었다. 
 
 
 
 <안나카레니나>는 두번째 읽게 된 책이다.몇 년 전 겨울에 읽었던 작품을 이번에는 봄에 읽게 된 것이다.같은 책도 계절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다.톨스토이가 이 작품을 썼던 시기는 1873년~1877년이다.톨스토이는 등장인물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담아냈다.특히 콘스탄틴 드미트리치에게 레빈에게는 자신의 가장 많은 부분의 철학적,종교적,사상을 담아내고 있다.러시아영토의 광활함이 묻어나는 남성적인 글이면서도,여성적인 사랑의 감정을 잘 담아낸 섬세한 톨스토이의 위력이 묻어난다.  
 
 
 
 안나의 오빠 스테판 아르카지치 오블론스키공작과 돌리사이에 가정교사와의 관계로 심각한 틈이 생긴다.주인공 안나 아르카지예브 그들을 화해시킬 목적으로 오빠의 집을 방문하게 된다.스테판의 처제인 키치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브론스키는 페테르부르트역에서 안나를 보자마자 사랑의 열정에 빠져버린다.
 
 
 
 안나의 남편은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다.그녀가 사랑에 빠진 연인은 알렉세이 키릴로비치다.안나는 그를 보자마자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예견한다.그녀에겐 여덟살 먹은 아들이 있다.또한 그녀는유명인사의 아내이다. 하지만 그녀안의 그녀 자신과는 또 다른 자아인 사악한 여인이 살고 있었는지 그녀는 자신도 제어할 수없는 사랑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버린다.그 시대나 현대에도 그녀의 행동은 불륜일 수밖에없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던 안나의 무모함에 부럽기도 했고,한 여자의 운명을 바꿔버릴만큼 정열적인 알렉세이 키릴로비치가 참 안됐다는 마음도 있다.너무도 성실한 남편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에게 잔인한 안나의 처신에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안나의 사랑을 너무도 타락시켜버린 톨스토이를 이해하기 어렵다.안나가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준 것은 그녀의 남편의 책임도 크다.남편은 안나에게 마음을 주지 못했다.그냥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안주했을 뿐이다.그래서 안나에게만 절대적으로 잘못했다는 돌을 던질 수 없다.
 
 
 
 안나의 사랑은 세상의 편견과 제도와의 투쟁과도 같다.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랑을 한 댓가로 안나가 얻은 삶의 불안함과 정신적인 불안함은 예정된 듯 보인다.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가혹한 도덕적.윤리적 책임을 묻는 폐쇄적인 사회적 분위기에 안나가 얼마 숨나이 막힐지.현실 속의 나를 잊어버리고 안나가 되어본다.자신의 열정에 못 이겨 스스로 파멸해 버리고 마는 고독하고 허무하고 비참한 한 여인 안나 아르카지예브나를.
 
 
 
 똑같은 책을 두 번 읽고 그 느낌이 전혀 달라서 깜짝 놀란다.그것은 같은 책이라도 옮긴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책을 읽을 때 독자의 상황이 많은 부분을 차지 하는 것 같다.몇 년 전에 읽었던 서평을 보면서 깜짝 놀란다.전혀 다른 나를 보는 것 같다.각각의 책은 각각의 독서를 통해서 새로 태어난다는 보르헤스의 말을 실감한다.고전이 재미있는 이유는 고전 속에서 역사가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것은 작가의 반성문을 읽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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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클래식 보물창고 1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율희 옮김 / 보물창고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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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한때 베스트셀러의 반열에까지 올랐던 책이다그래서 신문의 칼럼에도 많이 인용됐던 작품이다.하필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를 때 나는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해서 책 읽기를 일시적으로 멈춰야했다.그래서 읽고 싶은 걸 참을 수밖에 없었다.늦게나마 읽고 싶었던 작품을 다시 만나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이 작품이 <위대한 게츠비>를 쓴 스콧 피츠제럴드의 작품인 것을 지금 알았다.<위대한 게츠비>의 순수한 사랑에 얼마나 감동했던가! 이 작품도 무척 기대된다.

 

 책에는 단편과 장편을 포함해서 총 11개의 작품 실렸다.작품들은 스콧 피츠제럴드가 대학때부터 잡지에 기고했던 작품들이다.작품들의 배경은 제1차세계대전 전후다.그래서 '길 잃은 세대(Lost Generation), 재즈 세대(Jazz Age)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작품 전체적으로 변화에는 필연적으로 따르는 갈등,불안,무기력증,허무,부익부 빈익빈현상과 더불어 미국적인 특징인 파티문화,남과북의 대립등을 담아내고 있다.

 

 <젤리빈>에서 마을 최고의 미인이자 기행을 일삼는 낸시라마는 마을 최고의 게으름뱅이인 짐의 마음을 빼앗는다.낸시 라마의 사소한 행동은 목적 없이 하루하루를 살던 남자의 인생을, 그를 권태에서 구제했다가 다시 권태로 밀어 넣을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한다.<낙타의 뒷부분>은 유쾌하게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베티는 젊음을 즐기고 기행을 일삼으며 자유롭게 살지만 어쩔 수 없이 '결혼'이라는 제도에 갇힌다.<노동절>의 두 친구 딘과 고든의 모습에서 자본주의의 부와빈의 극단적인 모습이 보인다.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고든의 모습에서 작가는 현실 비관적인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11개의 작품 중 가장 감명깊게 읽은 작품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이다.로저 버튼의 아내가 병원에서 출산한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나이를 거꾸로 먹고 태어난다.로저 버튼의 아이는 일흔살쯤 된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난 것이다.그래서 버튼은 아들을 '므두셀라'부를까 생각한다.그의 아들 벤자민 버튼은 스무살까지는 외형은 늙은 모습이지만 평범한 일생은 산다.그런데 스물살 이후부터는 다른 사람과 거꾸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남들이 젊음을 경험할때 그는 늙은이의 모습이었고,남들이 늙어갈 때 그는 오히려 젊어진다.그대서 벤자민 버튼은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한없이 작아져서 마지막엔 사라져 가는 벤자민의 모습에서 우리의 인생의 서글픔이 느껴진다.

 

 과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의심할 여지가 없었다.이제 그는 서른 살의 남자처럼 보였다.기쁘기는 커녕 불안했다.그는 점점 어려지고 있었다.몇 년 후에 일단 실제 나이와 동등해지면,태어날 때부터 나타난 그 기괴한 현상이 작용을 멈추기를 바랐다.지금까지는 말이다.그는 몸서리를 쳤다.끔찍하고 믿기 힘든 운명같았다.(p 293~294)

 

다른 어린아이들이 자라서 무엇을 할지 이야기할 때면 벤자민의 작은 얼굴에는 그림자가 스치곤 했다.어린 생각으로나마 어렴풋하게,자신은 결코 그런 것을 누릴 수 없으리란 사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p304)

 

 작품은 전체적으로 미국적인 것을 잘 담아냈다.파티,허무,방황,자본주의의 두 얼굴,특히 전쟁후 미국의 불안정한 모습을 잘 반영하고 있다.<위대한 게츠비>만 읽은 독자라면 그 작품과 동질적인 부분이 있으면서도 이질적인 부분도 만나게 된다.그럼에도 스콧 피츠제럴드의 작품들은 미국적인 소설의 특색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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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클래식 보물창고 18
알베르 카뮈 지음, 이효숙 옮김 / 보물창고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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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역 거리를 걷는다.쌍쌍의 젊은이들이 모두 행복한 얼굴로 재잘거린다.화려한 내온싸인 사이로 자본주의가 작렬한다.그런데 그 거리에는 자본주의의 치명적인 약점인 군중속의 고독 유령처럼 어슬렁거린다.모두 화려함으로 무장했지만,그들은 본질적으로 고독하다.제 속을 들여다보기 두려운 그들은 고독을 저만치 멀리 밀어버렸다고 생각한다.하지만 뒤돌아보면 고독은 한 발짝 떨어져 어디든 쫒아오는 그림자와 닮았다.
 
 어쩌면 인간은 가장 밝게 빛나는 햇빛 속에서 가장 고독할 수도 있다.화려함 뒤에 고독이 부유하는 것처럼..그 어느때보다 경제발전을 이룩했다고 자부하는 지금이 바로 우리시대의 고독을 말하는지도 모른다.현대사회의 대명사는 부조리함이다.그 어떤 것으로도 뭉뚱그려지지 않는 부조리함을 현대인은 안고 살아간다.부조리함은 우리를 구토나게 만든다.인간은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에 구토한다.제 몸이 거부하는 까닭이다.그래도 현대인은 구토나는 삶을 수레바퀴를 멈출 수가 없다.우리는 관념과 상식,제도라는 수레에 올라탔기 때문이다.
 
 엄마가 죽었다.그런데 뫼르소는 엄마의 죽음에 아무런 슬픔을 느끼지 못한다.그는 엄마의 죽음에 이방인이다.엄마가 죽은 날 그는 커피를 마셨고,담배를 폈다.그 다음날 애인과 함께 보냈다.그의 행위들은 상식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부조리함으로 가득차있다.그는,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눈부신 햇빛 아래서 친구와 물놀이 하다가 우연히 아랍인을 죽인후, 체포되어 재판을 받는다.
 
 내가 이끌어왔던 그 부조리한 삶 내내,내 미래의 깊은 곳으로부터 모호한 숨결이 내게로 올라왔다.아직 도래하지도 않은 세월들 속에서 제안 받았던 모든 것들을, 그 숨결이 지나가면서 모두 다 균등하게 만들어 버렸다.다른 사람들의 죽음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뭐가 중요하며,그의 신,우리가 선택한 삶들,우리가 고르는 운명들이 뭐 중요하단 말인가.단 하나의 운명만이 바로 나를 선택할 테고,그리고 나와 더불어,그처럼 자신을 나의 형제라고 말하는 무수한 특권자들을 선택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p144)
 
<이방인>을 처음 읽었던 때가 언제였지? 내 기억의 창고에서는 '햇빛'이라는  단어만 아지랭이처럼 가물거린다.그 햇빛은 사르트르와 자꾸 겹친다.엄마의 죽음을 대하는 뫼르소에게서 세상과의 단절감이 보인다.뫼르소의 단조롭고 건조한 삶은 현대인의 일상과 닮았다.햇빛이 너무 강렬해서..수직으로 내리 쬐는 태양..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눈부신 햇빛..빛의 강렬함은 소설 속에서 뫼르소를 충동으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그것은 도처에 존재하는 우연이다.
 
뫼르소의 살인은 심리적인 살인으로 해석 할 수도 있다.네트워크로 연결된 현대인은 소통이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라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을까? 뫼르소의 살인은 뒤르껨의 <자살론>에서 말하는 사회적인 타살과도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엄마의 죽음 뿐만아니라 자기 자신에게조차 이방인으로 존재하는 뫼르소를 나는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나와 상관없는 부조리한 행동일 뿐이라고..방관자로 존재하는 나는 또 다른 차원의 이방인이다.나는 방관자로 존재함으로서 수많은 뫼르소를 양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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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현 - 조선 최고 어의가 된 마의
장웅진 지음 / 황금책방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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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린 시절 공민왕,신돈 ,이성계가 등장하는 고려말과 조선초의 이야기를 다룬 사극을 보고나서부터 역사를 좋아하게 되었다.몇 년 전 <대장금>,<황진이>,<주몽>..사극 채널만 돌려가며 보던 때도 있었다.그런데 <김홍도>를 여자로 설정한 지나친 각색은 TV 사극에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그래서 찾게 된 것이 적당한 픽션의 역사소설이다.요즘 TV 사극 <마의>가 방영 중이다.<마의>는 어떤 내용일까 ? <조선 최고 어의가 된 마의 백광현>은 TV 사극보다 앞서 가고 싶은 마음에 찾은 책이다.

 
 허준처럼 사람을 상대로 의술을 펼친 사람은 많다.요즘으로 치면 수의사라고 할 수 있지만 조선시대에 말을 상대로 의술을 펼친 사람이 있었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TV에 <마의>라는 제목이 뜨자 말을 상대로만 의술을 펼친 수의사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그런데 <마의 백광현>은 말을 상대로 의술을 펼치다 그것을 사람을 치료하는 의술로 발전시킨 사람이다.그 또한 허준처럼 사람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신분고하를 가리지 않는 의사였다.백광현은 중인이라는 신분의 벽에 좌절하지 않고,살얼음판 같은 정치의 한복판에서 인술로서 의술을 펼친 선각자다.<마의 백광현>은 적장자 왕위계승제도와 당파싸움이라는 피비린내 진동하는 조선의 역사에서 한 줄기 빛과 같다.
 
 아버지가 의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동생을 낳다가 죽는다.처와 자식을 살리지 못한 죄책감에 아버지는 광현을 버리고 떠난다.아버지 의술의 덕을 많이 봤던 말목장 주인이 광현을 거두어,광현은 말을 치료하는 의술을 익힌다.'마의'의 신분은 백정이나 다름없는 사회적 지위에 속하기때문에 아이들조차 그를 '백병신'이라 놀린다.하지만 광현은 종기치료에서 최고를 자랑했던 아버지를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떠돌이 생활을 하며 의술을 익혀나간다.자신이 치료한 환자의 죽음을 보고 광현도 아버지처럼 힘든 과정을 겪기도 하지만,신분고하를 가리지 않고 의술을 펼쳐 종기치료에서 최고의 명성을 떨친 그는 대비마마를 치료하게 되고,의사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까지 오르게 된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조선 효종,현종,숙중때 이른다.인조가 전쟁에 패해 소현세자를 청나라에 볼모로 보낸 후 돌아온 소현세자와 그 삼족을 숙청한 후,소현세자의 형인 봉림대군이 왕위에 올라 통치하던 시기다.그래서 소설에 등장하는 역사적인 인물은 효종과,희빈장씨,그 주변인물들이다.소설의 재미를 더해주는 픽션의 주인공으로는 광현의 첫사랑이지만 다른 남자와 결혼한 마숙이다.흥령은 마숙이 낳은 광현의 아들이다.두 번째 인물은 광현의 연인이자 거상이면서 천주교와의 사이에 의문을 남기는 홍단누님,세번째 인물은 일본인 거상이면서 광현이 더 큰 세계를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연전과 하몽,그리고 광현의 아들 백광이다.네번째 인물은 실존인물이었던 명나라의 궁녀이자 비파의 대가였던 굴저다.
 
 소설의 시작부분은 문어체적인 글과 많은 등장인물로 조금 산만한 감이 있다.그러나 그 부분만 지나면 가독성이 높다.정신없이 읽어내려가 몰입하게 된다.소설은 백광현이라는 인물의 관점으로 북벌,경신대기근,희빈장씨로 상징되는 세 시대를 조명한다.저자는 다중을 위한 올바른 정치와 인술로서의 의술이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한다.(P331) 역사란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북벌,경신대기근,희빈장씨 시대의 정치와 민심,의술을 우리 시대와 견주어 본다.정치가 조선시대보다 부패했다면,민심이 조선시대보다 더 얼어붙었다면,의술이 인술보다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면,나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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