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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ㅣ 클래식 보물창고 18
알베르 카뮈 지음, 이효숙 옮김 / 보물창고 / 2013년 3월
평점 :
화려한 **역 거리를 걷는다.쌍쌍의 젊은이들이 모두 행복한 얼굴로 재잘거린다.화려한 내온싸인 사이로 자본주의가 작렬한다.그런데 그 거리에는 자본주의의 치명적인 약점인 군중속의 고독이 유령처럼 어슬렁거린다.모두 화려함으로 무장했지만,그들은 본질적으로 고독하다.제 속을 들여다보기 두려운 그들은 고독을 저만치 멀리 밀어버렸다고 생각한다.하지만 뒤돌아보면 고독은 한 발짝 떨어져 어디든 쫒아오는 그림자와 닮았다.
어쩌면 인간은 가장 밝게 빛나는 햇빛 속에서 가장 고독할 수도 있다.화려함 뒤에 고독이 부유하는 것처럼..그 어느때보다 경제발전을 이룩했다고 자부하는 지금이 바로 우리시대의 고독을 말하는지도 모른다.현대사회의 대명사는 부조리함이다.그 어떤 것으로도 뭉뚱그려지지 않는 부조리함을 현대인은 안고 살아간다.부조리함은 우리를 구토나게 만든다.인간은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에 구토한다.제 몸이 거부하는 까닭이다.그래도 현대인은 구토나는 삶을 수레바퀴를 멈출 수가 없다.우리는 관념과 상식,제도라는 수레에 올라탔기 때문이다.
엄마가 죽었다.그런데 뫼르소는 엄마의 죽음에 아무런 슬픔을 느끼지 못한다.그는 엄마의 죽음에 이방인이다.엄마가 죽은 날 그는 커피를 마셨고,담배를 폈다.그 다음날 애인과 함께 보냈다.그의 행위들은 상식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부조리함으로 가득차있다.그는,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눈부신 햇빛 아래서 친구와 물놀이 하다가 우연히 아랍인을 죽인후, 체포되어 재판을 받는다.
내가 이끌어왔던 그 부조리한 삶 내내,내 미래의 깊은 곳으로부터 모호한 숨결이 내게로 올라왔다.아직 도래하지도 않은 세월들 속에서 제안 받았던 모든 것들을, 그 숨결이 지나가면서 모두 다 균등하게 만들어 버렸다.다른 사람들의 죽음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뭐가 중요하며,그의 신,우리가 선택한 삶들,우리가 고르는 운명들이 뭐 중요하단 말인가.단 하나의 운명만이 바로 나를 선택할 테고,그리고 나와 더불어,그처럼 자신을 나의 형제라고 말하는 무수한 특권자들을 선택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p144)
<이방인>을 처음 읽었던 때가 언제였지? 내 기억의 창고에서는 '햇빛'이라는 단어만 아지랭이처럼 가물거린다.그 햇빛은 사르트르와 자꾸 겹친다.엄마의 죽음을 대하는 뫼르소에게서 세상과의 단절감이 보인다.뫼르소의 단조롭고 건조한 삶은 현대인의 일상과 닮았다.햇빛이 너무 강렬해서..수직으로 내리 쬐는 태양..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눈부신 햇빛..빛의 강렬함은 소설 속에서 뫼르소를 충동으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그것은 도처에 존재하는 우연이다.
뫼르소의 살인은 심리적인 살인으로 해석 할 수도 있다.네트워크로 연결된 현대인은 소통이 넘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라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을까? 뫼르소의 살인은 뒤르껨의 <자살론>에서 말하는 사회적인 타살과도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엄마의 죽음 뿐만아니라 자기 자신에게조차 이방인으로 존재하는 뫼르소를 나는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나와 상관없는 부조리한 행동일 뿐이라고..방관자로 존재하는 나는 또 다른 차원의 이방인이다.나는 방관자로 존재함으로서 수많은 뫼르소를 양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