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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길주 옮김 / 책만드는집 / 2013년 3월
평점 :
창밖에는 봄꽃이 만발했다.한국의 봄과는 또 다를 러시아의 봄을 그려본다.러시아의 봄은 우리나라의 겨울날의 따뜻함이리라.안나가 걸어갔을 모스크바역을 그려본다.톨스토이는 그녀에게 불륜과 파멸이라는 십자가를 주었지만,나는 안나에게서 불륜과 함께 철없는 소녀의 순정같은 모습을 본다.그것은 누구나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 같은 것이리라. 톨스토이는 그녀가 사회적인 비난이란 화살을 맞고 쓰러지게 만든 후에야 그녀에게 지상에서는 얻을 수 없는 가장 완벽한 자유를 주었다.
<안나카레니나>는 두번째 읽게 된 책이다.몇 년 전 겨울에 읽었던 작품을 이번에는 봄에 읽게 된 것이다.같은 책도 계절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다.톨스토이가 이 작품을 썼던 시기는 1873년~1877년이다.톨스토이는 등장인물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담아냈다.특히 콘스탄틴 드미트리치에게 레빈에게는 자신의 가장 많은 부분의 철학적,종교적,사상을 담아내고 있다.러시아영토의 광활함이 묻어나는 남성적인 글이면서도,여성적인 사랑의 감정을 잘 담아낸 섬세한 톨스토이의 위력이 묻어난다.
안나의 오빠 스테판 아르카지치 오블론스키공작과 돌리사이에 가정교사와의 관계로 심각한 틈이 생긴다.주인공 안나 아르카지예브는 그들을 화해시킬 목적으로 오빠의 집을 방문하게 된다.스테판의 처제인 키치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브론스키는 페테르부르트역에서 안나를 보자마자 사랑의 열정에 빠져버린다.
안나의 남편은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다.그녀가 사랑에 빠진 연인은 알렉세이 키릴로비치다.안나는 그를 보자마자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예견한다.그녀에겐 여덟살 먹은 아들이 있다.또한 그녀는유명인사의 아내이다. 하지만 그녀안의 그녀 자신과는 또 다른 자아인 사악한 여인이 살고 있었는지 그녀는 자신도 제어할 수없는 사랑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버린다.그 시대나 현대에도 그녀의 행동은 불륜일 수밖에없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던 안나의 무모함에 부럽기도 했고,한 여자의 운명을 바꿔버릴만큼 정열적인 알렉세이 키릴로비치가 참 안됐다는 마음도 있다.너무도 성실한 남편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에게 잔인한 안나의 처신에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안나의 사랑을 너무도 타락시켜버린 톨스토이를 이해하기 어렵다.안나가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준 것은 그녀의 남편의 책임도 크다.남편은 안나에게 마음을 주지 못했다.그냥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안주했을 뿐이다.그래서 안나에게만 절대적으로 잘못했다는 돌을 던질 수 없다.
안나의 사랑은 세상의 편견과 제도와의 투쟁과도 같다.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랑을 한 댓가로 안나가 얻은 삶의 불안함과 정신적인 불안함은 예정된 듯 보인다.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가혹한 도덕적.윤리적 책임을 묻는 폐쇄적인 사회적 분위기에 안나가 얼마 숨나이 막힐지.현실 속의 나를 잊어버리고 안나가 되어본다.자신의 열정에 못 이겨 스스로 파멸해 버리고 마는 고독하고 허무하고 비참한 한 여인 안나 아르카지예브나를.
똑같은 책을 두 번 읽고 그 느낌이 전혀 달라서 깜짝 놀란다.그것은 같은 책이라도 옮긴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책을 읽을 때 독자의 상황이 많은 부분을 차지 하는 것 같다.몇 년 전에 읽었던 서평을 보면서 깜짝 놀란다.전혀 다른 나를 보는 것 같다.각각의 책은 각각의 독서를 통해서 새로 태어난다는 보르헤스의 말을 실감한다.고전이 재미있는 이유는 고전 속에서 역사가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것은 작가의 반성문을 읽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