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트 고 오사카 고베 나라 교토 (2013~2014) - 자유여행자를 위한 map&photo 가이드북 저스트 고 Just go 해외편
시공사 편집부 엮음 / 시공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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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딸 아이가 일본어에 빠져 있다. 독학으로 일본어를 공부해서 지금은 원서를 더듬더듬 읽는 정도가 됐다. 그래서 한 번쯤 일본여행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솔직히 나는 일본어를 배운적이 없어서 일본에 대한 매력도 못 느꼈고, 오히려 유럽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아이가 일본어와 일본 문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나도 일본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일본이라면 스시나 가부키, 게이샤..일본에 대해 아는게 너무 없다.

 
책은 단체 여행이 아닌 자유여행자를 위한 가이드북이다. 일본어가 어느 정도 되는 분들이 일본여행에 참고하면 좋다. 일본여행을 한 번쯤 가본 사람은 책에 담긴 구석구석까지 찾아가 봐도 좋을만큼 자세히 나왔다. 초보자를 위한 안내도 꼼꼼하게 챙겼기 때문에 초보자가 보기에도 좋다. 책과 함께 휴대용 지도, 쿠폰, 배낭여행 VS 스타일여행자 가이드북이 부록으로 추가된다.
 
 컨텐츠는 오사카, 고베, 나라, 교토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 569쪽 분량으로, 이 책의 정보는 모두 2013년 4월 기준이므로 이후 변동되었을 가능성은 있다. 책에 실린 내용중 일부는 여행자들이 보내온 내용을 참고한 것도 있다. 책에는 안내지도가 많고 호텔 리스트, 맛집 리스트, 쇼핑리스트 등이 즐비하다. 여행 초보자를 위한 입국방법, 버스 노선 안내, 전철 안내, 도보 안내등이 나와 있다. 여행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주유패스, 스루패스 사용에 대한 안내도 해 주고 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똑똑한 일본 여행 노하우를 싣고 있어서 일본여행에 필요한 기초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일본여행에 유용한 팁과 여행 트러블 대처 방법, 건강관리와  긴급 의료, 귀국 방법,대중교통 이용방법,스포츠 공연 티켓 예약하기, 똑똑한 일본 쇼핑 노하우, 여행에 필요한 기초 회화, 여행SOS등을 싣고 있다.
 
  간사이 스루 패스란? 오사카, 나라,고베, 교토, 와카야마, 히메지 등 간사이 주요 도시의 42개 철도 노선과 버스, 지하철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 자유이용권이다. 2일권과 3일권 두 종류가 있다. 각각 해당하는 날짜에는 교통수단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으며, 환승까지 카드 한 장으로 가볍게 해결된다. 구입한 후 지하철의 개찰기나 버스 요금 정산기에 넣으면 뒷면에 사용 날짜와 시간이 표시된다. 그 시간부터 같은 날 자정까지는 무제한 이용 가능하다. -p55

 

 대도시에서는 같은 물건이라도 장소나 가게에 따라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바로 옆에 있는 가게에서 2배 이상 받는 경우도 있고, 100엔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인데 500엔 이상에 팔리는 곳도 있다. 그러니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거나 흔치 않은 물건이 아니면 첫걸음에 구입하지 말고 좀더 발품을 팔아 보는 것이 좋다. 심지어 백화점의 브랜드 물건도 신제품이 아닌 경우 매장마다 값이 다르다.-p539

 
 일본여행에 대한 기대로 들뜬 마음으로 책을 펼쳤는데,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여행을 떠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딸아이가 일본어를 할 줄 알아도, 나도 어느 정도 일본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일본 문화에 대해 어느 정도 공부도 해야겠다는 생각든다. 책을 보면서 일본은 생각보다 쇼핑 천국이라는 느낌, 내가 일본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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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 - 처음으로 읽는 우리 새 이야기
우용태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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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낚시꾼이 강가에 앉아서 낚시질을 하고 있었다. 그날따라 고기는 물지 않고 지루해 이곳저곳 강변을 살피고 있는데, 어디선가 커다란 물총새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뾰족하고 긴 부리로 물가의 모래에 무슨 그림 같은 것을 그리기 시작했다...(p291) 제목이 유난히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제비처럼 물을 튕기는 새를 물총새로 알고 자랐다. 어려서 물총새라는 단어의 어감이 좋아서 그냥 좋아하고 한편으로는 동경하기까지 했다. 잊어버리고 살다가 우연히 끌리는 책을 만났고, 물총새의 실제 생김새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지구상에 아종의 새까지 헤아리면 그 수가 27,000종에 이른다. 그럼에도 우리가 새를 직접 만져볼 기회는 거의 없다. 그것은 새가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기도 하지만, 현대인들이 그만큼 바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용태할아버지는 우리들에게 옛날 이야기 보따리 풀어 놓듯 새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 준다. 할아버지는 도감으로는 접할 수 없는 옛날 이야기나 노래, 시, 속담 등에 등장하는 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나 사실과는 상당히 많은 부분에 차이가 있어서 놀라게 된다.
 
 
 
 책에는 18종의 새 이야기를 싣고 있지만, 이야기 중에 등장하는 새까지 헤아리면 그 종류는 무척 많다. 새의 특성이나 생존방식등 여러가지를 다루고 있지만 무엇보다 재미있는 이야기, 놀라운 이야기, 우스운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책은 도감과 차별화된다. 새가 목욕하다 빠져 죽는다는 사실은 너무 황당하다. 새가 연기에 목욕 한다는 사실도 처음 들었다. 히말라야 보다 높은 8700미터 상공을 비행하는 새의 능력은 경이롭다. 사람 시력의 8배를 넘는 매와 수리루의 시력도 놀랍다.
 
 
 
 정자새의 수컷은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  숲 속의 땅 위에 정자를 만들고, 그 옆에 춤추는 장소(무대)도 만드는 중 아주 멋있게 뜰을 꾸민다. 나무 기둥을 새우고 지붕을 덮어 만든 정자의 바닥에는 나뭇잎과 이끼를 깔아 단장하고, 또 정자 안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횟대(막대기)를 걸치고 횟대에도 나뭇잎과 이끼를 붙여서 치장한다. 또 정자 앞의 춤추는 무대에도 나뭇잎, 꽃, 열매, 조개껍질, 뼛조각, 유리조각, 버려진 라이터, 못 쓰는 포크, 각종 쇠붙이 등을 구해 와서 치장하는데, 때로는 은화나 보석 반지 같은 것도 물어다 놓는다고 한다. 치장 재료 중에는 푸른 빛깔의 것이 가장 많은데, 아마도 정자새는 푸른 빛깔을 특히 좋아하는 것 같다. (p114)
 
 
 
 암컷보다 수컷이 더 화려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듯, 새는 생존방식에 따라 각자 다르게 진화했다. 수리부엉이는 좌우귀가 다르고, 먹이에 따라 몸집의 크기가 달라진 새도 있다. 잉꼬가 부부금실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든지, 기러기가 날 때 우두머리는 없다는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도 황당하다. 독수리의 이야기는 신문에 실려서 사실인 줄 알았던 이야기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것은 기가막힌다.
 
 
 
 새가 본능적으로 하는 작은 행동 하나에도 생태계 평행을 유지하는 자연의 오모한 섭리에 숙연해진다. 거기에 비해 새를 길들여 사냥에 이용한 인간은 얼마나 이기적인가. 무분별한 포획으로 멸종하는 종이 많아서 안타깝다. 동물의 행동이 모두 본능적인 것 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학습된 것이 많아서 또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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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 이야기 - 순수한 호기심으로 세상을 바꾼 과학자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15
해리 러바인 3세 지음, 채윤 옮김 / 명진출판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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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인만은 [ 파인만 씨 농담도 잘 하시네 ] 라는 책 제목 때문에 알게 된 인물이다. 파인만을 어떤 경로로도 접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그때 파인만이 수학자인 줄 알았다. 언젠가는 저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마음만 있었을 뿐 좀처럼 파인만과 만날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 사람의 인연처럼 책도 바로 인연을 맺게 되는 책이 있고, 평생 만날 수 없는 책도 있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을 만난 것은 참 행운이다. 이제 나는 파인만이 어떤 인물인지 탐구해 볼 기회를 만났다.

 

 2년 전 쯤 명진 출판사의 롤 모델 시리즈를 읽었다. 10권의 책 중 객관성이 떨어지는 <후진타오 이야기>를 제외한 롤 모델 이야기들은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게 잘 나왔다고 서평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파인만도 청소년들의 롤 모델로 적합한 인물인지 궁금했다. 청소년들은 아직 정체성이나 가치관 등 많은 부분에서 혼란스러운 단계에 있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좋은 책을 접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모가 롤 모델이 될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부모와는 또 다른 세계를 만나는 것도 좋다. 파인만은 수학을 좋아했던 과학자였기 때문에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롤 모델로 제격이다. 무엇보다 파인만의 노벨상 수상이라는 결과보다 수학과 과학 자체를 즐겼던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서 청소년들이 읽기에 부족함이 없다.

 

 스토리의 구성은 연대기적이면서 에피소드 위주로 엮었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읽다보면 < 파인만 씨 농담도 잘 하시네>라는 책 제목의 의미가 다가온다. 그만큼 파인만은 낙천적인 부분이 많다. 특히 그는 다재다능하다. 타고난 재능 이라기보다는 한 가지를 시작하면 파고드는 성격의 소유자다. 파인만의 천재성은 호기심을 느끼는 분야에 열정을 가지고 접근하는 노력의 대가에 따른 선물임을 알 수 있다. 천재는 1%의 노력과 99%의 땀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는 부분이다.

 

 파인만은 어떤 책임감과 죄책감에 시달렸다. 가장 괴로운 것은 자신이 몸을 담고 있는 세계에서 원자폭탄과 같은 무기를 개발했다는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p196)

 

 다른 사람들은 그런 파인만이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했다. 파인만 자신도 그들의 생각을 알았다. 하지만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그는 재미있게 놀이하듯이 물리학을 하고 싶었고, 그럴 때 자신이 살아 있다고 느꼈다.(p210)

 

 대부분의 위인들의 어린 시절이 그렇듯 파인만도 아버지의 교육의 힘이 컸다. 남과 다른 시각으로 사물을 보고 그것을 아들에게 가르친 아버지의 역할이 없었다면 파인만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우리 교육과 부모들이 돌아봐야 할 부분이다. 선행학습을 하지 않고는 따라가기 힘든 우리의 교육현실, 암기위주의 교육방식은 책 속에 등장하는 브라질의 과학 교육방식과 비슷하다. 그런 면에서 파인만을 키운 미국이라는  환경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른 천재들과 달라 파인만의 사랑은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지고지순한 동양적인 사랑의 모습을 보여줘서 놀랍다. 첫사랑과의 오랜 사랑과 짧은 결혼 후 임종까지 같이한 파인만의 모습은 놀랍다. 파인만이 아름다운 것은 수학과 과학에서의 천재적인 모습보다 너무도 인간적인 사랑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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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처럼 울고, 신화처럼 사랑하라 - 신화 속에서 건져올리는 삶의 지혜 50가지
송정림 지음 / 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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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고통스러워 피하고 싶은 절망의 순간에 나는 신화처럼 울고, 신화처럼 사랑했다. 단 며칠 동안에 나는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든 시간을 지나왔다. 그 무엇을 해도 집중이 되지 않는 위태한 시간에 책을 붙들고 버텨냈다. 눈은 책을 보고 있어도 생각은 자꾸 다른 곳으로 미끄러지는 순간들, 책은 펼쳤지만 눈물방울 그렁그렁 매달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 나날들, 어떤 부분은 스쳐 읽고 어떤 부분은 두 번 읽고 그렇게 이 책은 내 절망의 순간을 함께했다. 그리고 나를 구원했다. 나는 지금 이성은 용서하는데 가슴이 용서하지 못하는 시간을 걷고 있다. 나는 용서의 답을 신화 속에서 찾았다.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사를 이야기한다. 신화 속의 주인공들은 인간처럼 사랑하고 미워하고 때론 아파하는 희노애락의 길을 걷는다. 그래서 신화는 아름답다. 인간적이라서 아름답다. 신화는 허구라지만, 그것 또한 인간의 손을 거친 이야기다. 그러니 어찌 인간적이지 않겠는가.  다듬고 다듬어 빛을 낸 보석처럼 신화 속 이야기는 정교한 빛을 발한다. 어떤 것은 메타포 같고, 전체적으로는 알레고리 같은 신화. 그래서 신화는 신비하다. 고전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 현재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현재를 살아가면서 답이 보이지 않을때 신화를 읽다보면 우리는 그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답은 이미 우리 속에 있기 때문이다.

 

 책은 신화 속 이야기 중 우리에게 익숙한 50개의 이야기를 뽑아 저자의 설명을 곁들여 쉽고 아름답게 풀어 썼다. 그래서 중학생 아이들조차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어찌보면 꿈보다 해몽이 더 좋다. 책은 똑같은 이야기도 어떻게 풀어쓰느냐에 따라 맛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한 저자의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이 신화를 더욱 풍부하게 설명 해 준다. 그래서 우리는 신화를 다른 각도로 조망해 볼 수도 있다. 내가 볼 수 있는 관점과는 다른 각도로 신화를 풀어낼 수도 있다. 나 아닌 타인의 시선으로 보는 신화의 묘미가 제법이다. 거기다 나의 시선까지 더하면 신화는 말 그대로 신화가 된다.

 

 오이디푸스에게 장님이 되어 암흑 속에 갇힌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단지 더 이상 참혹한 현실을 보고 싶지 않다는 현실도피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에게 주어진 인간의 본질을 똑바로 보기 위한 것이었다. 눈을 감아야 정말로 보이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인간의 본질, 그 물음에 충실하게 임하고 싶었던 것이다. (p34~35)

 

 우리가 사는 인생의 지점이 사막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비도 내리지 않고 나무도, 풀도 자라지 않는 곳, 더구나 꽃은 피어날 생각도 못하는 곳…….끝없이 펼쳐진 모래사막을 낙타처럼 슬픈 눈망울을 하고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럴 때 멀리 신기루처럼 떠오르는 존재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 그가 뿌연 안개비처럼 내 곁에 다가온다. (p377)

 

 신화는 잘 만들어진 문학작품처럼 아름답고, 잘 다듬어진 예술작품처럼 황홀하다. 하지만 신들도 사랑하고 증오하며, 때론 실패하기 때문에 아름답다. 살다보면 우리는  신화 속 오디푸스처럼, 시지푸스와 같은 고통을 겪기도 한다. 너무 높이 날다가 이카루스처럼 추락하기도 하고 ,누군가가 수수께끼를 풀면 소멸해야 하는 잔인한 스핑크스의 운명을 타고난 사람도 있다.  다이달로스가 자신이 만든 미로 속에 갇힌 것처럼 나는, 내가 지은 미로 속에서 갇혔다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 나 자신을 용서할 빌미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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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빈과 당쟁비사
윤승한 지음 / 다차원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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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 사극의 단골 메뉴로 등장한 장희빈. 그래서 우리는 장희빈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한다.악녀의 대명사로 기억되는 장희빈.내 기억속의 장희빈은 흰 소복에 사약받는 장면이다. 우리의 기억은 그렇게  많은 부분이 매체의 조작에 의해 만들어진다. 장희빈 행동의 이면에 무엇이 있었는지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조차 못 느낀채 악녀의 이미지를 만들어버린다. 장희빈의 행동은 그녀의 잘못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 어쩌면 그녀도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시대의 희생양이 었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 볼 수도 있었지 않은가?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한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현실을 재해석한다. 현실은 역사로부터 온 퇴적물이다. 사회를 이루는 많은 것들은 과거로 부터 온 것이다. 특히 한 시대나 사회를 묶어버리는 사회구조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역사를 접할 때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우리는 한 인물의 행적을 들여다볼 때 그 인물 자체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인간은 누구나 시대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인물의 행동은 그 시대의 파생물인 경우가 많다. 사실, 장희빈은 다 아는 내용이니 그저 그러려니 했다.그냥 재미있게 쓰인 역사소설이려니 했다. 그런데 작가는 한 인물을 평하기 전에 그 인물이 속했던 그 시대의 사회구조까지 바라 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
 
 
 
 소설의 시작부분은 장희빈의 외할머니 심성녀의 일생부터 시작된다. 그 시대 대부분의 서민이 신분제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했듯 그녀의 외할머니와 어머니 옥순 역시 신분제의 밑바닥에 있었다. 장희빈의 외할아버지 역관 윤규는 중인이었지만, 당쟁이라는 시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외할아버지와 아버지인 장현 당쟁의 희생자였다는 것을 알게 된 장옥정은 어느 정도의 복수심도 있었지만, 조사석과 동평군이 옥정을 밀책으로 이용한다.서인을 몰아내고 남인이 정권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그녀를 궁으로 보낸 것이다. 그렇게 장희빈의 비사는 시작된다. 그녀가 온갖 악행을 저지르게 된 배경은 수백년간 지속된 당쟁이라는  사회 구조가 있었고, 또한  태생이 천하다보니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소설은 숙종, 명성황후 비롯한 숙종 시대의 당쟁에 휘말렸던 모든 인물이 총 동원된다.특히 소설의 백미는 수백년을 이어온 당쟁의 고리를 끊어버린 영조에서 마무리된다.
 
 
 
 일생의 의혹으로 생각하던 신임무옥 사건을 다시 검안(檢按)하고자 과거의 기록을 들여오게 하였다.벌써 몇 년이 지나간 옥사를 이제 파헤쳐 보겠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이때 소론 일당들, 더욱이 전날의 간흉 극악한 짓으로 수천 명의 생명을 마음대로 살육했던 김일경 일당들은 간과 허파가 떨리는 처지이면서도 천연덕스럽게 아뢰었다."과거의 옥사를 다시 추궁하실 필요는 없을 듯하오니 이 일만은 그치시옵소서" (p396)
 
 
 
 이 소설은 출판 배경부터 심상치 않다. 저자 윤승한은 한국전쟁때 이념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타살되었다. 그래서 소설을 재발행한 이는 그의 딸인 윤준경이다.소설의 문체로 보아, 아버지의 유작이기 때문에 재구성이나 각색등 손질을 하지 않고 원작 그대로 출판한 느낌이 든다.또한 역사소설이지만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 특이하다. 스토리는 장희빈의 행적과 함께 하지만 장희빈의 행적을 평하는 작가의 관점이 장희빈 한 개인의 잘못이 아닌, 그 시대의 어쩔수 없는 부분으로 작용하는 사회 구조에 있다는 점이다.그래서 소설은 독자에게 역사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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