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 - 처음으로 읽는 우리 새 이야기
우용태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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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낚시꾼이 강가에 앉아서 낚시질을 하고 있었다. 그날따라 고기는 물지 않고 지루해 이곳저곳 강변을 살피고 있는데, 어디선가 커다란 물총새 한 마리가 날아오더니 뾰족하고 긴 부리로 물가의 모래에 무슨 그림 같은 것을 그리기 시작했다...(p291) 제목이 유난히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제비처럼 물을 튕기는 새를 물총새로 알고 자랐다. 어려서 물총새라는 단어의 어감이 좋아서 그냥 좋아하고 한편으로는 동경하기까지 했다. 잊어버리고 살다가 우연히 끌리는 책을 만났고, 물총새의 실제 생김새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지구상에 아종의 새까지 헤아리면 그 수가 27,000종에 이른다. 그럼에도 우리가 새를 직접 만져볼 기회는 거의 없다. 그것은 새가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기도 하지만, 현대인들이 그만큼 바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용태할아버지는 우리들에게 옛날 이야기 보따리 풀어 놓듯 새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 준다. 할아버지는 도감으로는 접할 수 없는 옛날 이야기나 노래, 시, 속담 등에 등장하는 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나 사실과는 상당히 많은 부분에 차이가 있어서 놀라게 된다.
 
 
 
 책에는 18종의 새 이야기를 싣고 있지만, 이야기 중에 등장하는 새까지 헤아리면 그 종류는 무척 많다. 새의 특성이나 생존방식등 여러가지를 다루고 있지만 무엇보다 재미있는 이야기, 놀라운 이야기, 우스운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책은 도감과 차별화된다. 새가 목욕하다 빠져 죽는다는 사실은 너무 황당하다. 새가 연기에 목욕 한다는 사실도 처음 들었다. 히말라야 보다 높은 8700미터 상공을 비행하는 새의 능력은 경이롭다. 사람 시력의 8배를 넘는 매와 수리루의 시력도 놀랍다.
 
 
 
 정자새의 수컷은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  숲 속의 땅 위에 정자를 만들고, 그 옆에 춤추는 장소(무대)도 만드는 중 아주 멋있게 뜰을 꾸민다. 나무 기둥을 새우고 지붕을 덮어 만든 정자의 바닥에는 나뭇잎과 이끼를 깔아 단장하고, 또 정자 안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횟대(막대기)를 걸치고 횟대에도 나뭇잎과 이끼를 붙여서 치장한다. 또 정자 앞의 춤추는 무대에도 나뭇잎, 꽃, 열매, 조개껍질, 뼛조각, 유리조각, 버려진 라이터, 못 쓰는 포크, 각종 쇠붙이 등을 구해 와서 치장하는데, 때로는 은화나 보석 반지 같은 것도 물어다 놓는다고 한다. 치장 재료 중에는 푸른 빛깔의 것이 가장 많은데, 아마도 정자새는 푸른 빛깔을 특히 좋아하는 것 같다. (p114)
 
 
 
 암컷보다 수컷이 더 화려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듯, 새는 생존방식에 따라 각자 다르게 진화했다. 수리부엉이는 좌우귀가 다르고, 먹이에 따라 몸집의 크기가 달라진 새도 있다. 잉꼬가 부부금실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든지, 기러기가 날 때 우두머리는 없다는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도 황당하다. 독수리의 이야기는 신문에 실려서 사실인 줄 알았던 이야기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것은 기가막힌다.
 
 
 
 새가 본능적으로 하는 작은 행동 하나에도 생태계 평행을 유지하는 자연의 오모한 섭리에 숙연해진다. 거기에 비해 새를 길들여 사냥에 이용한 인간은 얼마나 이기적인가. 무분별한 포획으로 멸종하는 종이 많아서 안타깝다. 동물의 행동이 모두 본능적인 것 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학습된 것이 많아서 또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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