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빈과 당쟁비사
윤승한 지음 / 다차원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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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 사극의 단골 메뉴로 등장한 장희빈. 그래서 우리는 장희빈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한다.악녀의 대명사로 기억되는 장희빈.내 기억속의 장희빈은 흰 소복에 사약받는 장면이다. 우리의 기억은 그렇게  많은 부분이 매체의 조작에 의해 만들어진다. 장희빈 행동의 이면에 무엇이 있었는지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조차 못 느낀채 악녀의 이미지를 만들어버린다. 장희빈의 행동은 그녀의 잘못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 어쩌면 그녀도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시대의 희생양이 었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 볼 수도 있었지 않은가?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한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현실을 재해석한다. 현실은 역사로부터 온 퇴적물이다. 사회를 이루는 많은 것들은 과거로 부터 온 것이다. 특히 한 시대나 사회를 묶어버리는 사회구조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역사를 접할 때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우리는 한 인물의 행적을 들여다볼 때 그 인물 자체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인간은 누구나 시대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인물의 행동은 그 시대의 파생물인 경우가 많다. 사실, 장희빈은 다 아는 내용이니 그저 그러려니 했다.그냥 재미있게 쓰인 역사소설이려니 했다. 그런데 작가는 한 인물을 평하기 전에 그 인물이 속했던 그 시대의 사회구조까지 바라 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
 
 
 
 소설의 시작부분은 장희빈의 외할머니 심성녀의 일생부터 시작된다. 그 시대 대부분의 서민이 신분제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했듯 그녀의 외할머니와 어머니 옥순 역시 신분제의 밑바닥에 있었다. 장희빈의 외할아버지 역관 윤규는 중인이었지만, 당쟁이라는 시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외할아버지와 아버지인 장현 당쟁의 희생자였다는 것을 알게 된 장옥정은 어느 정도의 복수심도 있었지만, 조사석과 동평군이 옥정을 밀책으로 이용한다.서인을 몰아내고 남인이 정권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그녀를 궁으로 보낸 것이다. 그렇게 장희빈의 비사는 시작된다. 그녀가 온갖 악행을 저지르게 된 배경은 수백년간 지속된 당쟁이라는  사회 구조가 있었고, 또한  태생이 천하다보니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소설은 숙종, 명성황후 비롯한 숙종 시대의 당쟁에 휘말렸던 모든 인물이 총 동원된다.특히 소설의 백미는 수백년을 이어온 당쟁의 고리를 끊어버린 영조에서 마무리된다.
 
 
 
 일생의 의혹으로 생각하던 신임무옥 사건을 다시 검안(檢按)하고자 과거의 기록을 들여오게 하였다.벌써 몇 년이 지나간 옥사를 이제 파헤쳐 보겠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이때 소론 일당들, 더욱이 전날의 간흉 극악한 짓으로 수천 명의 생명을 마음대로 살육했던 김일경 일당들은 간과 허파가 떨리는 처지이면서도 천연덕스럽게 아뢰었다."과거의 옥사를 다시 추궁하실 필요는 없을 듯하오니 이 일만은 그치시옵소서" (p396)
 
 
 
 이 소설은 출판 배경부터 심상치 않다. 저자 윤승한은 한국전쟁때 이념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타살되었다. 그래서 소설을 재발행한 이는 그의 딸인 윤준경이다.소설의 문체로 보아, 아버지의 유작이기 때문에 재구성이나 각색등 손질을 하지 않고 원작 그대로 출판한 느낌이 든다.또한 역사소설이지만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 특이하다. 스토리는 장희빈의 행적과 함께 하지만 장희빈의 행적을 평하는 작가의 관점이 장희빈 한 개인의 잘못이 아닌, 그 시대의 어쩔수 없는 부분으로 작용하는 사회 구조에 있다는 점이다.그래서 소설은 독자에게 역사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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