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구판절판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직장생활을 오래 했다는 것에 존경의 마음을 보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물음표를 던져야 할 것인가를.

물론 직장생활을 오래 했다는 것. 한 직장에 오랫동안 근속한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라고, 그의 성실 근면함과 능력은 당연히 존경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나 또한 오랫동안의 직장생활로 인한 주변의 돌아가는 어떤 행태들에 대해 느껴지는 생각들은 꼭 그렇다고만 느낄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순간순간 보여지는 행태들에 대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어쩔 수 없이 하지 못하고 침을 꿀꺽 삼키는 것으로 그쳐지는 뛰어난 인내심?에 박수를 보낼지라도.

분명 느껴지는 건 대다수의 사람들은 ‘불편한 현실’을 굳이 자신의 입으로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용히 배 깔고 엎드려 “나만 살면 돼” “나는 잘 몰라” 라는 생각으로 어떻게든 월급 꼬박꼬박 상여금 꼬박꼬박 날자 어김없이 챙겨주는 회사에 그저 감사의 마음으로 남아있고 싶을 뿐인 것이다. 오죽하면 선배들이 ‘자리보존 잘 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했을까.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모 방송국 드라마를 보면 ‘불편한 현실’이더욱 더 극명하게 드러나고 그것들에 대해 목숨 걸고 싸우는 주인공들의 영웅 같은 행동은 “과연 저런 사람들이 실재로 존재했을 수도 있었을까?”라는 의구심도 품어보며 나 또한 꿀꺽 삼킨 의구심과 현실에 대한 나의 비겁한 타협에 불편한 마음을 드라마의 영웅들을 보며 대리 배설해 버린다.

오랜만에 조정래 선생님의 ‘허수아비춤’이 발간되었다.

첫 장부터 느껴지는 음산하고 축축한 산뜻하지 않은 분위기로 이어지는 이 소설은 권모술수와 음모, 음침한 분위기로 읽기에도 “뭐지?”라는 의구심으로 책장을 넘기게 했다.

축축한 눈길의 살모사 같은 소설 속의 인물들은 시종 그들의 생각과 행동들이 읽는 내내 나의 생각들을 편하게 놓아주지 않았다.

“인간의 욕망이란 어디까지일까? 왜 그래야만 할까? 더러운 세상.”

“이것 또한 동물의 본능적인 것들이 인간으로 태어나 변질된 욕망으로 이어지는 걸까?”



작든 크든 우리네 인생은 끝없는 경쟁 속에 누군가를 밟고서라도 올라가야 내가 살 수 있다는 강박증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있다. 어쨌든 현실은 있는 자들에겐 웃음을, 없는 자들에겐 비웃음과 인간으로서의 존재감마저 무시되고 상실되어 버리니 말이다.

참 슬픈 현실이지만, 어디서는 ‘휴머니즘’을 외치고 긍정의 힘을 강조하며 건강한 사회를 추구한다고 사회적 공감을 형성하려 하지만 그것 또한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면 ‘인간의 이기’가 또아리를 감고 웅크리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21세기는 소셜미디어 시대라고 한다.

소셜미디어란 무엇인가. 사람들의 의견, 생각, 경험, 관점들을 서로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커뮤니티가 아닌가. 하지만 그것은 긍정적의미, 사전적의미의 소셜미디어이고 매체에 보도되는 불편한 현실들은 인간으로서 더 이상 이 땅에 살아가기 힘들 정도로까지 만들어 섬뜩하고 무서운 보이지 않는 형무소이자 칼날이지 않은가.



그 어디서도 정녕 진실한 인간의 삶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그래서 조정래 선생님의 서슬 푸른 카리스마가 더 돋보이는지 모르겠다.

단순한 흥미거리의 재미와 호기심보다는 읽고 난 후의 허무함과 눈물겨운 깨달음이 가슴을 치니 말이다.



“진정한 작가이길 원하거든 민중보다 반발만 앞서 가라. 한발은 민중 속에 딛고, 톨스토이의 말이다. 진실과 정의 그리고 아름다움을 지키는 것이 문학의 길이다. 타골이 말했다. 작가는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 저항해야 한다. 빅토르 위고의 말이고, 노신은 이렇게 말했다. 불의를 비판하지 않으면 지식인일 수 없고, 불의에 저항하지 않으면 작가일 수 없다. "

- 허수아비 작가의 말 중에서(7p) -

진정 이 시대에 보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나 자신!


과연 나 자신을 제대로 보고 깨닫고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나 자신의 화두에 물음표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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