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 정철의 불법사전
정철 지음 / 리더스북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불법사전」!

세상의 사전을 뻘쭘하게 만드는 책.



처음엔 재미있어 하며 마냥 큭큭 거리고 읽었는데 한참을 읽다 보니 이게 무슨 「불법사전」이야.

「깨달음의 사전」이지! 라며 책장을 덮었다.



그만큼 이 책은 세상에 대해 조금씩 알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동안 배웠던 ‘배움의 것’들이 어떤 면에서는 ‘헛것’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자들만이 ‘ 절대 공감’ 하며 무릎을 탁 치며 읽을 수 있는 깨달음의 책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심오한 철학적 의미가 담긴 그런 부류의 책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이 책은 ‘파생어, 반대어, 관련용어, 관련표현, 관련인물, 관련이야기, 사용TIP, 활용예, 참고, 비교,동의어, 주의’ 등의 순으로 119개의 단어에 대해 짤막짤막한 뜻 풀이가 있어 지루하지 않게 색다른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은 짤막짤막한 단어 풀이가 있는 반면 ‘가족’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지 ‘가족’과 관련된 내용을 다룬 부분에선 유난히 말이 많다는 것이다. 다른 것들에 비해서 말이다.

마치 짤막한 수필을 읽는 듯한 느낌이랄까.







이를테면 ‘아빠’라는 대목을 정리한 내용을 보자면,



「아빠」!

엄마 조금 뒤에 서있는 사람.

엄마의 어깨 너머로 자식을 보는 사람.

그때가 가장 외로워 보이는 사람.

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동의어: 엄마

파생어: 아버지

사용TIP: 친정아빠의 법칙

세상 모든 아빠는 자식의 기준이다.



그리고

관련이야기에서 ‘아빠의 역할’이라는 대목에서 이 책의 저자인 정철은 구구절절이 딸에 대한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난 뭐 아빠가 아니라서 세세한 부분까지 다 공감하긴 어렵지만 이 대목은 무척 마음에 든다.

그리고 내 생각이 그렇다니까…. 라며 절대 공감까지 하며 만약 나중에 내 조카들이 성장하고 그들의 부모들과 작은 충돌이 생긴다면…. 나라도 그들의 옆에 있어주어 그들의 마지막 남은 한 방울의 고뇌의 눈물어린 말이라도 들어주리라… 언젠가 다짐하고 내 마음과 약속했던 그때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책 속의 내용을 조금 인용하자면

“ 아빠의 역할은 딸에게 이리가라

저리가라 하는 게 아닐 것이라는 것”.

딸이 자신의 길을 걸어가면 그 뒤를 졸졸 따라가며 지켜봐주는 것. 그러다 딸이 길 바닥에 넘어져 울고 있으면 그때 손을 내미는 것. 그리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

이것이 아빠의 역할일 거라는 나름의 결론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한가지 정말 하고 싶은 게 생겼다.



「미치다」!

정신이 머리 밖으로 나가다.

정신이 나간 그 빈자리에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힘이 들어오다.

즉 제 정신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을

해내고 마는 초인간적인 상태.



‘미친 사람은 머리에 꽃을 꽂는다.

나 미쳤어요, 하는 표시다.

그러나 정신이 멀쩡한 사람의 머리는 너무 딱딱해서 꽃을 꽂을 수가 없다.

미쳤다는 것은 꽃을 쉽게 꽂을 수 있을 만큼 머리가 말랑말랑해졌다는 뜻이다.

내 머리가 돌처럼 굳었다면 좀 더 미쳐야 한다.

일에 미치든 사랑에 미치든.



점점 시간과 타협하고 세상과 타협하고 사는 나의 비겁함을 「미치다」의 정의가 나를 다시 일깨운다. 다른 사람들과는 상관없이!








「불법사전」!

책은 두껍지만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술술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이지만 이런 저런 생각으로 메모지에 끄적거리거나 책장에 메모를 해야 했던... 책장이 술술 넘어가지 않았던 책이다.



또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힘들다고 느낄 때, 마냥 어딘가에 누군가에게 어리광이라도 부리고 싶을 때 언제라도 꺼내어 또박또박 읽고 싶은 삶의 재충전 같은 책 이라고 말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