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 스스로 행복해지는 심리 치유 에세이
플로렌스 포크 지음, 최정인 옮김 / 푸른숲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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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책을 읽고.

 

 

독신의 사전적 개념은 형제 자매가 없는 사람이나 홀몸 이렇게 두 가지 뜻으로 구분되어 있다. 그리고 독신자는 홀로 사는 사람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통계청에서 실시하는 전체인구조사에서는 미혼인 대상자를 15세 이상인 자로서 혼인한 사실이 없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어 흔히 미혼이나 이혼, 사별, 혹은 별거 등으로 인하여 현재 결혼하지 않은 상태, 즉 법적 배우자가 없는 경우를 미혼으로 규정하나, 일상적으로 적령기가 지나도록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을 지칭한다.

 

과거의 독신자들은 주로 이혼이나 사별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학업·취업 준비자나 고학력의 3,40대 전문직 종사자 등 독신을 생활의 한 스타일로 선택하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독신에 대한 개념은 독신이란 현재 결혼하지 않은 상태 즉 배우자가 없는 경우라고 말하기도 하며, 미혼 독신자란 결혼 적령기가 지났으나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고 있는 남성과 여성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Stein은 독신자의 정의를 현재 결혼하지 않았거나 배타적인 이성애 또는 동성애 관계에 있는 남성과 여성이라고 했으며, Adams는 결혼한 경험이 없는 사람과 5년 이상 사별했거나 이혼한 사람 그리고 아이가 없는 사람이라고 구분짓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독신 여자의 사회적 위치나 자신의 일과 생활을 사랑하는 당당한 모습이 참 멋있어 보여 나에게 늘 그들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 이유는 한 집안의 큰 며느리로 시집 온 어머니의 며느리로서의 막중한 책임으로 인한 일 년에 몇 십차례나 되는 제사와 집안 대소사의 모든 일들을 혼자 처리하시는 힘겨운 어머니의 종부로서의 힘겨운 고행길을 안타깝게 바라본 결과이기도 했다. 어릴 땐 참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왜 엄마 혼자 집안 일 모든 것들을 다 처리해야 하는지.

물론 독자인 아버지의 외로운 처지와 어르신들이 많아 엄마일을 누구하나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보니 그렇게 홀로 힘겹게 동분서주 하셔야 했지만 한국에서의 장손이란 정말이지 고행의 업보를 숙명적으로 떠안고 가야하는 숙명적인 자리이다.

 

그러다보니 결혼보다 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당당히 살아가겠노라고 어릴 때부터 은연중에 마음먹고 또 마음먹게 되었다.

하지만 나이먹는다고 저절로 멋진 독신여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보니 사회 초년생일 땐 잘 몰랐지만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도 선배라는 호칭을 받게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부터는 '혼자'인 것 또한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혼도 한 가정을 이루는 책임과 의무, 기타 등등 갖춰야 할 것들이 참 많지만 독신 또한 나 자신 혼자 건사하면 되는 것을 뭐 그리 힘드냐고 하겠지만 혼자이기에 나 자신을 책임져야 할 것들이 더 많아지고 냉정한 판단과 이성으로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해야 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어렵다. 또한 부부라면 같이 무언가를 의논하고 토론할 수도 있지만 혼자라는 것은 중요한 무언가를 의논해야 하거나 심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 경우에도 툭 털어놓을 믿음직하고 편한 대상을 찾기가 참 어려워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해야 하는 힘겨운 상황을 맞닥뜨릴 경우도 많아 그럴경우 독신의 외로움을 실감하게 된다.

그럴 때 어머니 하시는 말씀은 "그러게 누가 고집부리고 결혼하지 말래? 네가 뭐가 부족해서 남들에게서 손가락질을 받니?"셨다. 사실 그런 말씀을 하실 때마다 엄마의 지나온 고행의 길을 논하곤 하지만 어머닌 늘 희생을 강조하시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난 내 그릇은 그것까진 안된다는 반박만 할 뿐.

 

그리고 한국에서 싱글로 산다는 것은 참 힘들다. 싱글이 내는 세금.. 만만치 않다. 하지만 세제혜택은 거의 받을 수 없고 정부 정책에서 결정된 것들은 거의 싱글은 찬밥신세로 전락했다. 저출산 우려라는 말과 함께 따가운 눈총도 함께 받기도 하며 한편으론 억울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독신남녀의 혼자 사는 이유와 만족도에 대한 조사 자료를 보면, 독신을 선택하는 이유는 적당한 결혼상대를 만나지 못해서가 가장 많았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 사회는 결혼을 완전히 거부, 부정하는 독신주의보다는 현재는 혼자의 삶을 누리며 살아가지만 적당한 배우자를 찾으면서 결혼을 준비하는 일시적 형태의 독신이 보편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 다음 이유로 학업이나 일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독신에 대한 만족도는 과반수인 50%가 만족한다로 가장 많았고, 여성이 남성보다 만족도가 높게 나왔다는 몇 년전 통계자료를 본 적이 있다.



 

오늘날 혼자 사는 여성의 수는 놀라울 정도로 증가하고 있어 18세 이상의 싱글 여성이 전체 여성 인구의 48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3천만 가구 - 열 가구 중 한 가구 - 는 남편 없이 여자 혼자서 꾸려간다는 얘기다. 또한 1억 1,400만 명의 성인 여성 중 27퍼센트가 자신의 의지로 결혼하지 않았다는 통계결과로 미국여성에 한정 지어도 네 명 중 한 명은 결혼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셈인 것이다. 그런데 미국 또한 이런 상황에선 결혼하지 않았거나 파트너가 없는 여성을 슬프고 절망적인 존재로 대한다니... 그리고 혼자 사는 여성 스스로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우리 여자들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대신 '그는 내가 어떤 사람이기를 바라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생각하지 않고 '그가 내게서 무엇을 원하는가?'를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혼자인 것을 두려워하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여자들은 혼자인 것을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자유로운 상태가 아니라 소외된 상태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19p)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에 쓰여진 이 문구는 동서양의 생각이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서양여자들은 동양의 유교적 관습에 얽매이지 않아서 다른 줄 알았는데...

어느 누구도 혼자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누군가의 딸, 언니, 애인, 아내, 엄마, 선생님, 위원회나 조직의 회원 등 관계 속에서 나의 자리를 찾았을 뿐 자신이 완전한 인간으로 서는 법은 배운 적이 없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혼자인 것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성장과 변화를 위한 자원과 기회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혼자임을 재조명하는 작업을 통해 우리는 혼자임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혼자인 상태가 연인에 대한 갈망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며, 연인과 함께인 것이 혼자 있고 싶은 갈망을 배제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33p)


혼자 사는 여자에게 중요한 것은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혼자 있는 것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게 만드는가 하는 것이다.

타인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것이란 정의는 사실 자신의 존재 안에 머무른다는 의미를 담아내지 못한다.(44p)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 어느 부분에 결함이 있을 것이라는 편견을 갖거나 결혼도 못한 주제라고 뒤에서 조소하기도 한다. 독신자들은 메마른 사람, 다른 이로부터 심한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는 정서적 불구자, 혹은 지독한 출세주의자거나 이기주의자일 것이라는 편견에 부딪혀 무척 당혹스러워질 때도 많다. 누가 내 앞에서 대놓고 비난하지 않아도 조금만 말의 실수가 있다거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후엔 그 자괴감으로 인한 후유증은 더욱더 심각해져 우울증을 앓는 건 기본이요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뼈저린 각고의 노력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어떤 자료에서 찾아보니까 이러한 독신에 대한 부정적 관념은 그 동안 우리 사회가 결혼에 대해 너무 큰 가치를 부여해 왔기 때문인 것도 원인중의 하나라고 한다.

 

독신은 누구나 독신이라는 것을 늘 선택할 수 있을 때 결혼 역시 자유롭고 합리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독신이란 생각할 수 없다는 비타협적인 태도가 강박적으로 결혼을 앞둔 많은 이들을 꼭 결혼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고 가며, 그 결과 불행한 결혼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선택으로서의 독신생활과 독신자에 대한 올바른 인식... 절대적으로 필요한 현실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혼자인 것을 두려워하는 여성들에게, '고독'이 '고립'의 유사어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필요와 욕망, 본연의 자아와 만나고 창조력과 삶의 원동력을 얻을 수 있는 시간임을 일꺠워주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공감가는 내용들이 참 많아 내심 혼자서 끙끙거리고 고심했던 생각들의 실마리가 서서히 풀리는 듯해 이 책을 조금만 일찍 읽었더라면 그토록 혼자만의 고통스런 생각들은 하지 않았을텐데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만큼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을 읽는 여성 독자들은 '혼자인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혼자 있는 시간을 자신을 성장시키는 시간으로 변화해가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혼자 사는 여자에게 중요한 것은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혼자 있는 것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게 만드는가 하는 것이다. 라는 저자의 말을 곱씹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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