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에는 국경도 없다 출판기획 시리즈 2
강주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디자인작업을 하다보면 사장님과 가까운 지인들인 사진작가들이 자신의 사진집을 발간하기 위해 내가 다니는 사무실로 의뢰를 요청하곤 하여 북 디자인을 가끔 해 본적이 있었다. 사진집이라 사진을 중심으로 나름의 맛깔난 디자인을 하고 심혈을 기울여 인쇄하고 제본하여 사진과 어울리는 독특한 사진집을 자신의 자비로 발간해서 서점에 깔아보지만 결국 그 사진집은 가까운 지인들에게 감사의 선물로 기념의 선물로만 나갈 뿐 일반인들의 관심을 기울이게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홍보와 마케팅으로 자신의 피땀 흘려 만든 책은 서점 한 귀퉁이에서 수북이 먼지만 쌓인 채 쳐 박혀 있기가 일쑤였다. 독특하게도 내가 다녔던 디자인사무실은 사장님의 독특한 마인드로 여러 문화 컨텐츠를 중심으로 1년에 한번 또는 2년에 한번 씩 우리만의 독특한 책을 발간하곤 했었는데 일반인들이야 그런 것들이 있는지 없는지도 관심이 없으니 우리만의 비싼 책으로 남아 이런저런 홍보로만 쓰였었다. 그땐 그렇게 하는 것이 출판기획의 한 일부분인줄은 잘 모르고 다른 일로도 바쁘고 시간 없어 죽겠는데 왜 안 팔리는 책을 굳이 비싼 돈을 들여가며 만들어 재고와 비용출혈만 하는 걸까? 라고 의아해 했었다.




기획에는 국경도 없다』이 책은 의 저자 번역가 강주헌 씨가 저작권 에이전트로 일하며 해외 출판시장을 5년 동안 경험한 후에 "이렇게 책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과 질문에서 출발한 출판기획에 관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해외 출판사들의 기획 사례를 예로 들며, 우리에게 필요한 기획은 '대박은 아니지만 꾸준히 팔리는 책'을 내는 것이라 역설하며 미술책의 혁명아 리처드 슐래그먼부터 성공학의 창시자 나폴레온 힐까지 13곳의 해외 출판사들에 대해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것들에 대해 무모해 보이기도 하지만 확실한 원칙이 있음을 책을 통해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많은 출판사들이 있지만 아직은 시대의 트랜드만 쫓기 바쁜 출판사들도 많아 어느 출판사에서 어떤 컨셉의 책이 히트를 했으면 다른 출판사들도 우루루 그 쪽 성향을 쫓아 비슷한 책들이 출판계시장에 우후죽순 나와 독자들을 혼란에 빠지게 하기도 하고 서로 불필요한 경쟁의 출혈로 힘들어 함을 볼 수 있어 안타까운데 아직은 희망이 있는 건 출판시장에 대해 깊이 알지는 못하지만 가끔 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역사가 오래된 출판사 중 큰 출판사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한 길을 고집하고 지금은 그 쪽 계열에선 인정받고 있어 독자들의 입맛에만 맞는 책을 발간하기보다 우리나라의 역사 문화에 대해 많은 자료와 깊이 있는 정보지식으로 그 출판사만의 독특한 철학과 색깔을 내고 있는 출판사도 있다고 들어 우리나라의 출판시장에 대해 희망의 마음을 가져본다.




기획은 출판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똑같은 기획이 모든 출판사에 적용되지도 않을 것이고 적용되더라도 접근하는 방법이 달라야 출판에서 성공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책은 문화상품이라고 한다. 출판은 문화 행위이다. 따라서 출판사는 문화를 생산하는 중대한 축이다.(99p) 하지만 미국 출판인들에게 "출판은 문화 행위이다"라고 한다면 씨알도 먹히지 않는 그들에게 출판은 문화 이전에 상행위이다. 우리나라는 경기가 불황일 때 곧바로 책의 외면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미국 출판시장의 버팀목은 폭넓은 독자층이다. 그래서 그들은 최대한 창의력을 발휘하며 멋진 책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책의 소비는 독서에 있다. 독서가 독서를 낳는다.




모든 출판기획자는 독자의 취향에 맞는 책을 좀 더 참신하게 만들기 위해 고민을 거듭한다. 하지만 독자의 입맛에 맞는 책을 내는 데만 집착한다면 우리 출판은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저자는 출판 기획자를 자동차 디자이너에 비유하고 있다.

기획자가 회사의 역량(자금력, 마케팅력 등을 포함)과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지 못할 때 자신만이 아니라 출판사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편집에 대한 기초가 튼튼할 때 진정한 기획자가 될 수 있다.




안목을 갖춘 기획자. 모리스 올랑데와 같은 시장을 읽기 전에 독자를 어떤 방향으로 끌어가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지닌 기획자, 새로운 독서 시장을 만들어가겠다는 큰 포부와 꿈을 지닌 기획자. 그런 기획자에게 필요한 조건은 장인 정신이며 책과 독자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상상력과 창의력이다.

온갖 것을 경험한 사람. 그리고 깊은 학문과 균형적 시각을 지닌 사람, 책에 열정을 지닌 사람.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책. 그러나 독자에게 읽는 즐거움을 주는 책. 독자의 기호에 영합하지 않고 독자를 끌어가는 책. 출판에서 잊혀진 소명의식을 되살려주는 책.




이 책을 읽다보니 오래전 작업했던 것들이 참 많이 생각났다. 지금은 그분도 많이 연로하시고 이젠 그쪽과는 관계없는 일을 하시지만 지금도 그때의 고생했던 것들이 나에겐 고스란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그때 그 기억들이.

언젠간 우리도 다른 나라 못지않은 좋은 책을 낼 수 있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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