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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역사와 아이를 가지고 싶은 욕망 ㅣ 과학과 사회 1
피에르 주아네베로니크 나움 그라프 외 13인 지음, 김성희 옮김 / 알마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성의역사와 아이를 가지고 싶은 욕망』은 바칼로레아 시리즈를 펴낸 르 포미에Le Pommier 출판사와 파리 과학산업관Cite des sciences et de l'industrie이 공동으로 편찬한 기획전집〈르 콜레주 드 라 시태Le College de la Cite〉는 매년 ‘콜레주 드 라 시테’라는 제호 아래 펼쳐지는 12번의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내용들을 취합한 것이다.
이 시리즈의 장점은 중요한 쟁점에 관해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가진 의견을 통합적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의역사와 아이를 가지고 싶은 욕망』
이 책에서는 우리들에게 몇 가지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후 임신이나 복제와 같이 성이 개입되지 않은 출산은 혈통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남성과 여성의 대립은 이 새로운 과학과 기술의 역사에서도 유효할까? 혈통관계의 계승이 혼란을 겪을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데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을까?
공상과학만화에나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에나 나옴직한 이 문제들이 벌써 우리의 현실에 깊이 개입되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 질문들에 대해 한번쯤 되짚어볼 단계에 와 있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봐도 자연적인 임신으로 임신과 출산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소수만 해당될 것이라 생각했던 인공수정 등으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는 이들이 주변에 서서히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고 임신이 잘 되지 않기에 그 힘들다는 노력을 하며 애쓰고 있는 것이고 외국을 보더라도 이름만 들어도 아는 모 연예인이 정자 기증 센터에서 좋은 유전인자를 받아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한다는 등 우리에겐 다소 생경적인 이야기이지만 이미 그 일들은 많은 곳에서 행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생명공학은 인간의 질병퇴치, 식량증산, 환경보존, 에너지대체 등을 통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도구기술이 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1990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이 추진한 인간유전체연구사업 등으로 인간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이것은 지식기반의 고 부가 가치 창출이 가능한 기술 분야로 생산물은 극소량일지라도 매우 고가이며 잠재력이 막대하다는 특징으로 이젠 국가 사회적으로 그 중요성이 점점 더해져 가고 있다는 연구결과다.
생명체의 복제는 20세기 과학사 가운데 최대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과학적 접근보다는 일부 측면의 지나친 부각과 함께 인간 복제에의 연계 등 발전적 논의가 오히려 차단되고 있는 상황으로 복제기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암수 생식세포 간의 결합(수정)에 의해서만 정상적인 개체발생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세포융합 또는 세포 직접주입과 같은 체세포 핵이식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명체의 복제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연구결과이다. 따라서 체세포 복제는 수정 과정이 없이도 생명체를 탄생시킬 수 있기에 바로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행위가 아닌가 하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어쨌든... 우리는 지금 출산과 성, 혈통사이의 관계들이 재구성되는 시기에 살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피임법의 보급이 성과 출산을 분리하는데 큰 기여를 했고, 출산을 위한 의료적 도움이 아이를 가지고 싶은 욕망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 것은 틀림없다.
책에선 말하고 있다. 출산에 의료적 기술이 개입하는 것은 부모가 되는 일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바꿀 수도 있어 의학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 시대에 무엇보다도 결혼이 우리 문화와 부부, 가족 그리고 혈통의 근거가 되었던 상징적이고 사회적인 관계로서의 자격을 재검토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꼭 의학적인 것뿐만 아니라 이젠 사회적으로도 우리는 가족적 개념을 다시 재검토할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된다. 피를 나눈 형제와 자매, 부모와 자식사이라 할지라도 사회 곳곳에선 어느새 인륜을 재검토해 볼 필요성이 다분한 각종 문제점들과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믿음과 신뢰성에 대해 정신분석학적으로도 엄밀히 따져야할 문제들이 속속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인 것이다.
오늘날 출산과 혈통 그리고 성 사이에 존재하는 수렴과 분산을 검토하기 위해 의사, 법학자, 정신분석학자, 인류학자, 역사학자가 나서 그들의 분석을 논한 『성의역사와 아이를 가지고 싶은 욕망』.
이 책은 숨 가쁘게 변해가는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모든 것이 변할지라도 가족만은 영원하리라는 낙관적인 생각들 속에서 어느 새 위태로워지고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가장 근원적인 인간의 자연스러운 생물학적인 욕구와 사랑이라는 것, 가족적 개념에 대해 사랑이란 무엇이며 부모가 된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인지 함께 그 의미를 찾고 그 해결점을 찾아가는데 냉정하게 되짚어 생각하게 할 기회가 될 것이다.